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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불편한 진실은?

경불진 이피디 2023. 9. 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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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청자 여러분들은 채권투자하시나요?

아마도 드물 것 같습니다. 지금도 HTS 등을 통해 손쉽게 투자할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잘 손이 가지 않죠. 주식이나 펀드 하면되지 뭐하러 채권까지라는 생각도 하고요. 채권 투자는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만 하는 것으로 여겨 왔죠.

 

그런데 최근 재미난 발표가 있었죠. 지난달 말 최근 개인 투자용 국채 발행 근거를 담은 국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개인투자용 국채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확실하게 가닥이 잡힌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나왔거든요 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가지고 이 개인투자용 국채가 어떤 상품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또 왜 이런 발표를 했는지도 살펴보고요.

 

일단 전세계적으로 주식거래 규모보다 채권거래 규모가 많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채권거래 규모가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국채는 한해 150조 원 정도 발행됩니다. 따라서 2018640조원이던 누적 발행 규모가 202381109조원을 넘어섰습니다. 5년여 만에 두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죠. 특히 개인들이 사는 규모는 늘어나 202038000억원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는 248200억원으로 무려 7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개인이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물론 개인은 금융기관이 쪼개서 파는 채권상품을 사는데, 수수료도 있고 금리 면에서도 직접투자보다 불리하긴 합니다.

 

그래서인가 정부는 기존과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일반인에게 국채투자기회가 활짝 열렸다면서요.

 

https://youtu.be/OKRZv71Qmg8?si=dxWILsFV5yep6UmT 

개인투자 전용 국채는 이름 그대로 매입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해 발행하는 저축성 국채입니다. 기재부는 국민의 장기 자산형성을 위해 금융상품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내년부터 발행한다고 하는데요. 전용 계좌를 보유한 개인은 최소 10만원 단위부터 국채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연간 매입 한도는 1인당 총 1억원. 매년 1월부터 11월까지 연 11, 매월 20일 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인투자자는 판매대행기관 창구 방문이나 온라인 신청을 통해 청약할 수 있고요.

 

종류는 10년물과 20년물, 두 개입니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데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표면금리와 가산금리에 연복리를 적용한 이자를 원금과 함께 받고, 세제 혜택도 있습니다. 만기 때 매입액 2억 원까지 이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14%만 세금으로 뗍니다. 여기까지보면 은행 예금과 거의 비슷하죠.

 

그럼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이게 가장 궁금하실텐데요. 앞으로 시장금리가 어떻게 변하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현재까지는 3%대 중반에서 4%대 초반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발행 시점에서 시장금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 만기까지 보유한 투자자에 한해 기본 이자에 가산금리가 추가된다고 합니다.

 

그럼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에 투자하면서 연 3.5%의 금리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에 매달 50만원씩 꾸준히 투자한다면, 20년 뒤부터 매월 약 100만원씩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가령 40세부터 60세까지 매달 50만원씩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에 투자하면 60세부터 80세까지 매달 투자액의 두 배인 100만원을 받아 노후에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국민연금받는 것처럼 말이죠.

 

연금과 달리 일시에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50살에 20년물 5000만 원어치를 매입하면 70살에 1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기재부는 자녀가 성인이 되는 시기에 맞춰 개인투자용 국채를 매입해 학자금 마련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녀 나이 0~4세까지 매년 20년물 500만원을 표면금리 3.5%에 매입할 경우 자녀 나이 20~24세까지 매년 약 1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는 거죠. 목돈을 일시투자해 20년물을 1억원에 매입하면 20년 뒤 약 2억원을 수령하게 됩니다.

 

기재부는 이처럼 노후 대비나 자녀 학자금 마련 등을 위해 원금 손실 부담 없는 투자처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채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니 안전하다고도 강조합니다.

 

https://youtu.be/Qs9z36OPhiE?si=mFQxwyzUaKo6aK11 

실제로 국채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재테크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죠. 따라서 다들 당장 가입하고 싶을 텐데요.

 

100% 안전하면서도 100% 만족할 상품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 것은 없겠죠. 개인투자전용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점도 존재합니다.

 

첫째 중도에 팔면 말짱 꽝입니다. 만기 보유를 해야만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인데요. 일단 일반 채권처럼 사고 파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만약 중간에 급전이 필요해서 처분해야하는 경우 매입 1년 뒤부터 중도환매가 가능하긴 합니다. 다만 일반 채권처럼 시장에서 거래자들끼리 사고파는 방식은 아니고, 정부가 개인에게서 다시 매입해서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중도환매도 내가 원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가능한 건 아닙니다. 중도환매가 가능한 조건이 따로 붙을 예정입니다.

 

특히 이 경우에는 분리과세, 가산금리, 연복리 혜택은 부여되지 않습니다. 중도환매 하는 경우에도 원금은 보장되지만 표면금리에 단리를 적용한 이자가 환매시 적용되죠.

 

따라서 중도해지 하면 매우 불리합니다. 다만 중도환매하는 경우 발행 표면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표면금리를 그대로 주는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중도환매 조건을 강화하면 팔리지 않을 것을 우려한 듯한데요.

 

둘째, 개인투자용 국채는 일반 국고채와 달리 매매를 통한 소유권 이전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개인 간 상속이나 유증, 강제집행의 경우 소유권 이전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하죠. 만기 전 사망하더라도 배우자나 자녀에게 상속할 수 있고요,

 

왜 이렇게 허들을 낮추면서 개인투자전용 국채를 팔려는 지는 잠시후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s://youtu.be/1avEwx9jdt8?si=7KRsQLezU76_cn7C

셋째, 엄청난 투자 기회가 오더러도 놓칠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기관들이 국채에 투자하는 이유는 가격 변동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종식 이후 국채 금리가 폭락하면서 국채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잖아요. 이럴 때 판다면 꽤 짭짭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개인투자전용 국채는 그럴 기회가 아예 없다는 거죠. 물론 이것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금리가 떨어져 채권가격이 폭등하는데도 만기 때까지 팔 수 없으면 속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채권금리는 가입할 때 정해집니다. 예를들어 10년 만기로 가입할 때 3.5%였다면 10년 후 금리가 어떻게 바뀌어도 3.5%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죠. 따라서 10년 후 금리가 1.5%로 하락한다면 이득이 될 수 있지만 5%가 넘는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건 단점 아닌 장점도 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남들이 돈 벌 때 못벌면 배아픈 사람들도 있잖아요.

 

따라서 정리해보면 수익보다는 원금보장을 원한다면, 또 오래오래 투자하실 계획이 있다면 괜찮은 대안일 수 있습니다.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전제하에 가산금리도 주어지고, 세제 혜택도 주어지는 것은 일반 은행 예금보다 확실한 장점입니다.

 

또 은행 예금의 경우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원까지인 반면 개인투자용 국채는 나라가 부도나지 않는 이상 1억원까지 원리금이 보장된다는 장점도 있죠.

 

다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 20년은 길어도 너무나 긴 시간이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갑자기 이사를 해야 한다거나 가족이 아프다거나 할 수도 있잖아요. 다른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요. 따라서 여유돈을 넣는 것은 좋은 선택이지만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넣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정부가 갑자기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에 나선 이유가 뭘까요?

 

정부가 상품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다른 선진국 대비 저조해도 너무 저조한 개인의 국채 보유 비중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 국채 보유 비중이 0.1% 이하라고 하는데요, 영국은 거의 10%에 달하고, 싱가포르, 일본, 미국 등하고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거죠.

 

https://youtu.be/FCuItStt2cY?si=yHUNSka4XWB0Sscd 

또 다른 나라들은 예전부터 개인투자용 국채 상품을 운용하고 있었는데요. 미국 같은 경우 20년간 보유했을 때 원금의 2배를 보장해주고, 최대 13.3%의 지방소득세를 비과세해줍니다. 일본의 경우 최저 수익률 0.05%를 보장해 주고요, 싱가포르는 처음에 시작하는 금리는 3%대 초반인데,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수익률을 올려주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없었으니 지금에라도 만든다는 건데요.

 

그런데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요? 1~7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전년보다 무려 16.6%, 금액으로는 436000억원이나 줄었다는 사실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경기는 갈수록 나빠지는데 부자감세를 고집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올해 세수결손이 무려 60조원을 넘고 내년에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역대급 세수 펑크가 났는데 정부는 추경도 하지 않는다고 하고 국채발행도 않하겠다고 버팅기고 있죠. 문재인 정부 때 너무 많은 추경과 국채 발행으로 경제를 망쳐놓았다고 난리쳤기 때문이죠. 그런데 좀 이상하죠. 국채발행은 안한다면서 개인전용국채를 발행하겠다니···.

 

부자감세를 되돌려서 기업들과 집부자들로부터 받아야 할 세수를 일반 개미들의 투자로 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나라가 경기침체로 국채마저 외국인들에게 잘 팔리지 않을 조짐을 보이자 우리 국민들에게 팔아넘길 속셈 아닐까요?

 

가뜩이나 경기가 나쁘고 돈 없어 죽겠다고 하는데 갑자기 개인투자전용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하니 의심부터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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