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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1인 1개·가격은 두배···요소수 대란은 누구 책임?

경불진 이피디 2023. 9. 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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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사 놔야 하지 않을까”

디젤차를 모는 사람들의 마음이 또다시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들에게 요소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 겪었던 고통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정부의 반응은 다릅니다. 충분히 준비돼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데요.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어제 서울 시내 마트에는 우려스러운 안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11’.

 

차량요소수 수급량 부족으로 11개로 구입을 제한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매대에는 이미 요소수는 품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언제 재입고될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해당 마트의 직원은 지난 주말부터 한번에 2~3개씩 사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품절됐다면서 다들 언제 재입고되는지 묻는데 모른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만이 아니죠. 온라인 쇼핑몰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쿠팡이나 이마트몰, 11번가 등에는 요소수가 인기판매 품목에 올라왔습니다. 이 때문인지 품절을 알리는 안내글을 올린 쇼핑몰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특히 롯데정밀화학 요소수인 '유록스'의 공식 쇼핑몰은 일시적인 주문 폭증으로 인하여 택배 서비스가 한계에 도달했다며 긴급 배송 중지를 안내할 정도입니다.

이러자 가격도 들썩이고 있는데요. 이달 초 10리터 기준 1~15000원이었던 요소수 제품 가격은 이미 2~3만원대로 올랐습니다. 10리터에 10만원이 넘나들었던 2021년 폭등까지는 아니지만 벌써 불안감이 몰려오고 있다는 거죠. 또다시 가격이 폭등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죠. 충분히 준비돼 있다는 정부의 말이 믿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 필요하지 않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2~3통 씩을 쟁여두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택배업이나 운수업 종사자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죠. 화물차가 생계수단인데 2년 전처럼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면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다들 아시다시피 화물차의 상당수가 경유차이기 때문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아예 시동을 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분들도 요소수를 쟁여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러다 보니 요소수 품절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번 요소수 사태의 원인이 뭘까요? 대부분 중국의 수출규제 때문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죠.

 

일단 중국 정부가 수출 규제를 한 것은 자동차용 요소수가 아닙니다. 바로 비료용 요소수죠. 실제 중국에서는 요소수 수출이 급증하면서 요소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고 하는데요. 실제 중국 세관에 따르면 7월 중국 요소 수출은 32만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14.7%나 늘었습니다. 그래서 석 달 전 톤당 30만 원 정도이던 중국 내 요소 선물 가격은 이번 달 43만 원으로 50% 가까이 올랐다고 합니다.

 

중국 요소 비료 수출이 급증한 이유가 뭘까요?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곡물가가 들썩인다는 뉴스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세계의 곡창인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물의 수출길이 막히고 있잖아요. 우크라이나에서 사온 밀 등을 주식으로 했던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해 질 수 있다는 거죠. 그럼 이를 어떻게 해쳐나갈까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미 가격은 오른데다 식량 무기화 움직임까지 있잖아요. 수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거죠. 따라서 식량 수입국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자국 내 농사를 늘려 국민들을 먹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죠. 저렴한 우크라이나 농산물을 사서 먹으면 됐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사는 포기해 왔거든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돈이 안되기 때문에 놀리거나 목축 등으로 바꾼 논이나 밭도 많고요. 하지만 이젠 그런 곳에서도 다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땅에서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쩔 수 없이 비료를 많이 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비료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나라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도 곧 가을 밀 농사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요소비료를 너무 많이 수출하다보니 정작 자국내 필요한 것도 모자라게 됐다는 거죠. 그러자 부랴부랴 비료를 만드는 요소 수출을 통제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럼 차량용 요소수는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요? 맞습니다.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도 차량용 요소수 국내 재고가 두 달 치나 남아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통계를 들이대면서요.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있죠. 바로 통계 때문입니다. 국내 차량용 요소수 중 중국산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왜 이 질문을 들이냐면 대선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요소수 품귀 현상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뭘 했는지 의문이라며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국가가 없다고 날선 비판을 했습니다. 이어 지금이라도 대중국 특사단을 준비하고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아울러 대통령이 되면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해외 의존도가 높고, 특히 특정 국가에 수입을 의존하는 희귀자원, 원료를 파악하여 장단기 수급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과연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을까요? 일단 요소수 대란이 벌어진 2021년 중국산의 비중은 71.2%나 됐습니다. 그래서 수입다변화를 통해 2022년에는 66.5%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올 상반기 국내 차량용 요소수 중 중국산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요소수 품귀 현상에 대해 날선 비판했던 윤석열 정부이니 이것만큼은 50% 이하를 줄이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89.3%로 다시 상승했습니다. 탈중국을 그렇게 외치더니 말이죠.

그런데 너무나 이상하죠. 탈중국한다고 하더디 중국산의 비중이 늘어난 이유가 뭘까요?

 

요소수 대란이 터진 뒤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를 총력을 기울였는데요. 덕분에 베트남과 카타르(8.8%), 인도네시아(7.3%) 등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산 요소 수입 비중은 0%대로 떨어졌습니다. 다시 중국산 요소가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해 90%에 육박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동남아산 요소의 품질이 중국산에 크게 뒤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가격경쟁력을 고려할 때 중국산 요소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는 거죠. 즉 탈중국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요소수만일까요? 중국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세계 점유율 1위가 몇 개나 될까요? 10? 20? 무려 33종에 달합니다.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제조에 팔수적인 갈륨, 반도체 공정용 가스 소재로 활용되는 게르마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인 흑연 등 우리산업을 멈출 수 있는 원자재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테르븀 디스프로슘 에르븀 루테튬 등 10종은 중국이 전세계 점유율 100%. 수입선 다변화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까요? 희토류, 갈륨 등 13종의 희귀금속 비축량은 기존 정부 비축 목표(100일분)에 한참 못 미치는 42.1일분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이들 품목의 수출 통제에 나선다면 차량용 요소수 대란 사태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럼 후보시절 목소리를 높였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요소수 품귀가 현실화될 조짐인데 선제적으로 대중국 특사단을 파견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정부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죠.

 

그러니 국민들은 물론 기업들도 불안에 떨고 있는 것입니다. 자체적으로 요소수와 중요 원자재를 쟁여두면서요. 언제까지 이런 각자도생을 해야 할까요? 국민들과 기업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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