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유료 멤버십 경쟁 가장 잘 활용하는 3가지 방법은? 본문
최근 들어 많은 언론들이 국내기업들의 멤버십 경쟁을 전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통기업들 간의 경쟁으로 국한됐던 멤버십 경쟁이 최근 배달앱, 마트, 면세점 등 전 채널로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젠 멤버십을 내놓지 않는 기업을 찾기가 힘들 정도죠. 특히 얼마 전만 해도 무료 멤버십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젠 유료가 대세. 그런데 이런 멤버십 경쟁을 바라만 보고 있어선 안 되겠죠. 꼭 챙겨야 할 것이 있는데요. 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재미난 영화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멤버십 경쟁에 가장 치열한 곳은 역시 유통업계입니다. 온라인쇼핑으로 사실상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고객 '록인' 효과가 중요해진 탓이죠.
이 때문에 쿠팡, 네이버, 11번가, 롯데, 신세계 등 온오프라인 업계 유통 업체 대부분이 멤버십 제도 운영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신세계가 그룹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선보이면서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요. 기존 SSG닷컴·G마켓의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혜택을 추가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연회비 3만원으로 6개 계열사에서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혜택규모가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입하면 연봉 5% 인상 효과”라고 홍보까지 하는데요.
이보다 앞서 쿠팡은 2018년부터 '와우 멤버십'을 운영해 오고 있죠. 월 4990원에 로켓배송 무료 배송 반품 등 혜택이 주어집니다. 특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 시청권도 주죠. 축구국가대표팀 중계는 물론 얼마 전 인기영화 최신 시리즈 ‘존윅 4’룰 무료로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쇼핑은 물론 영화 마니아까지 록인하는 거죠.
네이버도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운영 중입니다. 월 4900원으로 네이퍼 페이 추가 적립과 티빙, 스포티비 나우 스포츠 중계 무제한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11번가도 '우주패스' 멤버십을 통해 아마존 해외 직구 무료 배송 등 혜택을 내걸고 있죠.
이에 질새라 홈플러스는 최근 ‘마이홈플러스 통합 멤버십’을 새롭게 론칭했습니다. 온오프라인 구매 실적을 기반으로 할인 쿠폰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롯데홈쇼핑도 최근 멤버십 개편을 통해 호텔, 렌터카, 시네마 등 계열사 할인 혜택을 확대했고 롯데면세점도 멤버십 '영트래블클럽'을 도입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멤버십에 혈안인 것은 무엇보다 충성고객 확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가격과 상품에 따라 소비플랫폼을 바꾸는 ‘체리피커’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로 멤버십을 도입하고 있는거죠.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쿠팡과 네이버. 쿠팡은 멤버십 출시 초기 당시 월 2900원이라는 파격가를 내세워 현재 1100만 명에 달하는 회원 수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4990원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이탈은 크게 없었죠. 네이버도 네이버 포인트의 활용도와 사용처를 늘려가면서 충성고객을 늘렸습니다. 네이버 멤버십도 현재 회원 수가 80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런 멤버십은 현재 양사의 큰 수익원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런 성공 모델을 배달앱들도 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어려움에 빠진 배달앱들이 속속 멤버십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만년 3위’에 머물러 있는 쿠팡이츠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회원에 주문금액의 10%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요기요는 월 99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배달비를 받지 않는 ‘요기패스X’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구독서비스이지만 사실상 멤버십인 셈.
여기에 배민은 최근 매일 모든 메뉴에 적용되는 10% 할인 쿠폰을 나눠 주는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멤버십에게 충성고객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멤버십은 기업 입장에서 감당해야 할 부담도 크다는 거죠. 일단 멤버십 인기를 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혜택과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죠. 실제로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경우 초기 가입자에게는 가입비 3만원을 SSG페이로 돌려줍니다. 유료이지만 무료인 셈이죠. 이렇게 가입비도 사실상 공짜로 하면서 혜택은 퍼주잖아요. 그래야 초기 가입자를 많이 확보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그런데 이게 다 돈이잖아요.
이 때문에 향후 업계의 출혈 경쟁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각 업체가 서로의 고객을 빼앗기 위해 가입비 이상의 마케팅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이 사실상 공짜로 출시되자 쿠팡, 네이버는 곧바로 추가 혜택을 공개했습니다. 업계는 손해를 보더라도 미리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며 사력을 다하고 있는 거죠.
이 때문에 향후 난립한 멤버십들의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멤버십 가입에 적어도 월 3000원 이상이 들어가니 아무리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도 세 개 이상 가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많아야 두 개라는 거죠. 따라서 차별성 없는 멤버십들은 사실상 도태될 가능성이 크죠.
이미 이탈하는 기업들도 엿보입니다. 아예 멤버십을 없애거나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인데요. 대표적인 곳이 한때는 쿠팡과 경쟁했던 티몬. 티몬은 지난해 유료멤버십이던 '슈퍼세이브'를 종료했습니다. 위메프도 유료멤버십 '특가클럽'을 이미 중단했다고요. 11번가도 조만간 회원 등급제를 폐지하며 멤버십 혜택을 줄이려는 방침입니다.
***그나무상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요? 일반적으로 멤버십을 통해 쿠폰을 받아 쓰면 할인되고 혜택이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가입비가 월 3000원 정도니 한두번만 쇼핑해도 본전이라는 거죠.
그런데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죠. 미국 아마존의 경우 연회비는 119달러(약 13만7950원)에 달하지만 무료배송, 무제한 음악·영화 감상 등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무려 2억명의 회원을 자랑하죠. 그런데 유료회원들의 구매액이 일반고객보다 2배 가량 높았다고 합니다. 제대로 록인된 것이죠. 물론 이들 회원들이 연회비의 5배가 넘는 혜택을 받았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도 무료배송이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산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즉 과소비가 조장된 것이죠.
따라서 어느 회사에서 멤버십 혜택을 많이 주는 지만 따질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소비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플렉스 대신 체리슈머가 돼야한다는 것입니다.
체리슈머는 구매는 잘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따먹는 소비자를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의 합성어죠.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가리킵니다. 즉 체리피커에는 부정적인 얌체 느낌이 있다면, 체리슈머는 불황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절약을 실천하는 합리적 소비자라는 의미가 뒤따르죠.
그럼 체리슈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게 세가지인데요.
첫째. ‘조각 전략’.
다다익선이 아닌 소소익선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필요한 만큼만 쪼개 소비하고 실속을 챙긴다는 거죠. 대용량 제품의 단가가 더 싼 것을 알지만 자칫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따라서 소포장 등을 구입해 당장 지출되는 비용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인다는 거죠.
둘째, ‘반반 전략’,
혼자는 비싸지만 둘이면 싸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따라서 주변사람들과 함께 비용과 효용을 나눈다는 거죠.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 대형마트는 대용량 위주로 팔잖아요. 대신 싸죠. 따라서 같이 쇼핑을 하고 나누면 버리는 것도 없이 이득일 수 있죠.
같이 쇼핑할 사람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싸게 구입한 대용량 제품을 나눠 당근이나 중고나라 등에서 팔면 된다는 거죠. 기발하죠.
가뜩이나 비싼 배달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나 빌라 입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공구’가 늘고 있는데요. 입주민 오픈채팅방에 "치킨 드실 분?”이라고 메시지를 올리면, 주문하고 싶은 2~3가구가 참여해 각자 원하는 메뉴를 시키고 배달비는 N분의 1로 나눠서 주문한 사람에게 입금하는 방식이랍니다.
그런데 비용을 나누는 것이 복잡하지 않을까요? 카카오톡의 ‘1/N 정산하기’ 기능을 활용해 자투리 금액까지 완벽하게 나눠 누구도 비용을 더 내거나 덜 내지 않고 공정하게 분할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나누어지지 않는 짜투리 돈은 카카오페이에서 부담해 주니 금상첨화죠.
세 번째, ‘말랑 전략’. 이게 뭘까요?
장기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계약해 유연한 소비를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해지할 수 있는 유연성을 통해 소비를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거죠. 물론 장기계약보다는 다소 비쌀 수 있지만 필요없을때는 바로 해지할 수 있으니 더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멤버십도 필요할 때만 가입해서 쓰면 된다는 거죠.
한가지 더. 멤버십 활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영화가 있어서 소개할까 합니다. ‘쿠폰의 여왕’이란 제목의 영화인데요. 2012년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죠.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세 번이나 딴 경보선수였던 주인공은 은퇴후 쿠폰을 모아 할인 받는 것이 취미이자 낙입니다. 이 때 쿠폰은 요즘은 보기 힘든 종이 쿠폰. 과거 우리나라도 신문이나 잡지에 쿠폰이 있는 경우가 많았죠. 주인공은 쿠폰을 위해서라면 재활용 쓰레기통까지 뒤질 정도입니다.
이런 장면도 나오죠. 마트에서 200달러가 넘는 계산서를 받은 주인공은 자신이 모아온 100장 분량의 쿠폰을 내밀죠. 최종 결제금액은 겨우 16달러 정도.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라는 듯 체념한 표정의 계산원에게 “절약이란 이런 것”이라고 주인공은 오히려 우쭐대죠.
그런데 어느날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쿠폰을 산 시리얼을 먹다가 맛이 상했다는 것을 알고 회사에 항의 메일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시리얼회사에서 사과편지와 함께 무료 쿠폰을 보내준 것이죠. 한번 공짜 쿠폰에 맛을 들린 주인공은 거의 모든 회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엄청 많은 공짜 쿠폰을 얻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쿠폰을 파는 것이죠. 공짜로 받은 쿠폰을 반값에 팔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친구와 함께 쿠폰 사업계획을 세우는데요. 그러다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 쿠폰 제작 전문회사까지 찾아가죠. 그런데 그 회사가 미국이 아니라 국경 넘어 멕시코에 있었던 거죠.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멕시코에서 쿠폰을 찍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쿠폰 공장에서 일하는 멕시코 노동자를 꼬십니다. 쿠폰을 빼돌리기 위해서죠. 이를 다시 미국에 판매해 4000만 달러(약 510억원)라는 엄청난 돈을 벌죠. 이게 실화였다느니 놀랍죠. 하지만 결국 위조라는 것을 들통나고 FBI 수사까지 받게 되는데요. 새드앤딩일까요? 놀라운 반전이 있으니 기회 되실 때 직접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물론 해당 내용은 사기이자 범죄입니다. 하지만 록인효과만을 노리며 과소비를 조장한 기업들에게 한방을 먹이는 시원한 내용이기도 하죠. 물론 흉내낼수도 흉내내셔도 안됩니다. 다만 주인공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푼돈을 잘 굴리면 큰 돈이 굴러 들어오는 법이다.”
작은 돈, 작은 혜택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주인공처럼 잘 활용하는 체리슈머가 돼야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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