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20평 아파트, 보증금 없이 월 1만원에”···‘통큰 정책’ 도대체 어디? 본문
얼마 전 재미있는 뉴스를 봤습니다. 가위 바위 보마저 절대 져서는 안되는 일본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 뉴스인데요.
헤럴드 경제 4월 5일자 ‘월 50만원이면 마당 있는 단독주택…30대 부부가 日시골 마을 택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요. 일본도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2040년까지 일본 시구정촌의 무려 49.8%가 소멸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주장도 있고요. 일본 출생율이 1.27명 밖에 안되기 때문이죠. 물론 이것도 0.78명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는 시골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오카야마현 나기마을. 그런데 오카야마현이 어디쯤일까요? 궁금해서 지도를 찾아봤더니 오사카에서 자동차타고 서쪽으로 2시간 반은 가야하는 시골이더라고요. 인구도 6000명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런 시골인 나기마을이 왜 주목받을까요? 이유는 나기마을의 출생률은 무려 2.95명이나 되기 때문이죠. 이는 일본 전체 출생율의 2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2.1명도 초과한 수치입니다. 나기마을의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마을 여기저기 반가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요? 혹시 아이를 낳으면 축하금을 많이 주기 때문일까요? 일본 지차체들도 우리나라처럼 출산 축하금을 많이 뿌리고 있죠. 여기에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자녀가 세 명이면 소득에 관계없이 매월 10만5000엔(약 104만원)을 주고 두 명이면 월 4만5000엔을 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물론 이런 축하금이 출생율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죠. 축하금만 많이 준다고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긴 힘들잖아요. 그럼 뭐가 필요할까요? 아마 다들 아실 것입니다.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집이 있어야 하잖아요. 학교, 소아과병원 등 주변 시설이 편하고 일자리도 있어야 안심하고 애를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잖아요.
나기마을 출생율의 기적도 바로 주거 안정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럼 니기마을은 어떻게 주거안정을 주민들에게 선물했을까요? 바로 공공임대주택.
나기마을은 네 가지 유형의 임대주택을 운영중이라고 합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센터빌리지나기(Center Village Nagi)’는 5층 규모의 아파트 두 동, 총 60가구 규모인데요. 도보 10여분 거리에 나기초등학교, 나기중학교가 있다는 군요.
그럼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요? 크기도 중요하죠. 53.1㎡로 16평 정도 됩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아파트인데 적어도 50만원은 넘지 않을까요? 여기에 보증금도 따로 내고요.
그런데 이 아파트는 보증금없이 2만2000엔(한화 약 22만원)~3만엔(약 30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는 부근 시세보다 30% 이상 싸고, 인근 오사카보다 60% 이상 저렴 가격이라고 합니다. 특히 층간소음 때문에 아파트가 싫은 사람들을 위해 단독주택도 임대하는데 방 2개와 거실, 부엌이 있는 집의 월세는 4만5천엔(45만원)이고, 방 3개와 거실, 부엌이 있는 집의 월세는 5만엔(50만원)입니다. 한마디로 월 50만원이며 마당있는 단독주택에서 층간소음 걱정없이 아이들과 행복을 키울 수 있다는 거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불임 치료비의 절반을 지자체가 지원하고, 아이를 낳으면 출산 축하금 10만엔(96만원)을 줍니다. 또한 18세까지 아이 의료비를 모두 지자체가 부담하며 고등학교 입학 자녀에게는 교육지원금도 지원해주죠. 게다가 아이를 맡길 걱정도 해결해준다는 군요. 마을 내 어르신들이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저렴한 공용 어린이집이 있고 직접 집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전업주부들에게도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이 마을에서 아이 낳고 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주변 오사카 등 도시 생활에 지친 젊은 부부들이 많이 이주해 온다고 하는데요. 그러니 저출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돼 출생율이 일본 최고인 2.95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거죠.
정말 부럽지 않나요? 도대체 우리나라는 뭐하고 있는 거냐는 불평도 터져 나오고요.
그런데 반가운 뉴스가 하나 있습니다.
천불천탑 운주사로 유명한 곳 아시죠. 바로 전남 화순. 화순이 최근 놀라운 정책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신혼부부와 무주택 청년층을 대상으로 월 1만원에 66㎡(20평)형 아파트를 임대하겠다는 건데요. 특히 놀라운 것은 보증금 제로.
도대체 이게 말이 될까요? 그런데 화순군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1가구당 보증금 4800만 원을 화순군이 부담해 빌리고 선발된 지원대상에게 1만 원만 받고 입주시키겠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입주자는 관리비만 내고 지내는 셈이죠. 계약방식은 최소 2년 계약에 2회 연장이 가능하다는데요. 최대 6년을 월 1만원에 거주할 수 있다는거죠.
일본 나기마을보다 더 파격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혹시 10집 정도 보여주기 식 정책은 아닐까 의심도 드는데요. 화순군은 4년간 무려 400가구나 공급할 예정이라는 군요. 생각보다 많죠. 혹시 예산은 어떻게 하냐고요. 화순군에 필요한 사업비는 총 192억원. 이 정도면 충분히 군 예산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럼 나도 화순으로 이사 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8세 이상, 49세 이하로 현재 화순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거나 입주일 즉시 전입할 수 있는 전입 예정자여야 한다는 군요. 또한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인 자(건강보험료 납입기준), 신혼부부의 혼인신고일 기준 7년, 부부합산 소득 5000만 원 이하를 충족해야 합니다.
화순군은 4월 입주자 모집 공고, 5월 접수, 6월 입주자 선정, 7월 입주 순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좋긴 한데 시골인 화순에 일자리가 있을까요? 물론 화순의 주력은 농업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의료, 바이오제약 관련 산업이 발달했다는군요. 특히 백신특구로 지정된 화순생물의약일반산업단지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K-바이오 랩허브를 유치할 계획인데요. 이미 GC녹십자, 박셀바이오와 함께 경불진의 오랜 깐부 바이오에프디엔씨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화순군청 관계자는 “젊은 일손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일자리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화순군의 실험이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나요?
오늘은 인구감소, 인구절벽을 해결하기 위한 독창적인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화순군과 일본의 나기마을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단순히 돈만 푸는 것이 아니라 주거안정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군요. 정부와 다른 지자체들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이번 여름에는 이런 멋진 모습을 보여준 화순에 꼭 놀러가 보고 싶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kbjmall/products/4875486249
'하루에 지식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그거 아니···이자부담 국내 최고는 한전? (0) | 2023.04.17 |
---|---|
엄벌한다면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0) | 2023.04.13 |
경제위기 극복할 하나의 방법은? (0) | 2023.04.12 |
‘전자어음’도 부도난다고?···책임은 누가 질까? (0) | 2023.04.12 |
이젠 한국은 자동차의 나라? (0) | 2023.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