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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어음’도 부도난다고?···책임은 누가 질까?

경불진 이피디 2023. 4.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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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드물 것입니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감소하고 그야말로 내수시장이 IMF 위기에 버금가는 침체에 빠지고 있는 듯한데요. 그래서 코로나 때가 차라리 나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죠. 적자가 갈수록 누적돼 접고 싶은데도 폐업비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운영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마지막 선택이 뭘까요? 아마도 부도 아닐까요?

 

최근 한 애청자분이 이런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의료기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인데 거래업체에서 받았던 전자어음이 부도났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고 합니다. 13년 넘게 거래해온 업체인데다 종이어음도 아니고 전자어음이기 때문에 믿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전자어음은 종이어음에 비해 부도날 확률이 적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부도를 낸 회사에 기계라든지 팔 것이 있다면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알아보니 해당 회사에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고의부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이렇게 고의부도를 내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하시는데요.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죠. 그런데 좀 궁금해집니다. 종이어음과 전자어음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그리고 전자어음 부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해야겠죠.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중소기업 등이 물건을 살 때 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은 크게 현금, 신용카드, 당좌수표, 어음 등이 있습니다. 현금과 신용카드는 따로 설명드릴 필요가 없고 당좌수표는 은행에 당좌 예금 거래를 하는 사람이 그 예금을 기초로 하여 그 은행 앞으로 발행하는 수표를 뜻하죠. 발행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수표를 제시하면 돈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입장에서는 10일은 너무 짧죠.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어음입니다. 어음은 발행하는 사람이 일정한 금전의 지급을 약속하거나 또는 제3자에게 그 지급을 위탁하는 유가증권을 뜻하죠. 만기는 최대 1년까지도 가능하지만 보통 3개월 만기가 가장 많이 쓰입니다. 따라서 당장 현금이 부족한 경우 어음을 발행하려 합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연쇄부도 등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적된 것 중 하나가 어음의 폐해였잖아요. 한 업체가 어음 부도를 내면 연쇄적으로 다른 업체 부도로 번져나가서 사회 문제화됐었는데요. 게다가 종이쪼가리다 보니 분실이나 훼손위험도 있었고요. 그래서 어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어음 결제가 사라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지적도 있었죠. 현금이나 당좌예금,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할 만큼 여유가 있는 중소기업은 드물잖아요.

 

그래서 어음의 단점을 보안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전자어음입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IT 강국이라고 한때 칭했었죠. 전자어음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도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5년에 세계 최초로 도입했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 뱅킹을 통해 전자어음의 발행, 수취, 배서, 지급, 부도 후 반화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 2014년에는 자산총액 10억 이상 법인, 또 지난해부터는 5억 이상 법인은 무조건 종이어음대신 전자어음을 발행하도록 의무화됐습니다. 이에따라 종이어음은 올해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보고 있죠.

 

특히 금융당국은 전자어음 장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단 전자어음은 어음법에 의한 약속어음을 전자화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종이어음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일단 대면거래 방식인 종이어음과 달리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을 통해 비대면거래도 됩니다. 또 종이어음은 소지인이 만기 전영업일에 은행에 지급제시를 의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전자어음은 자동으로 만기에 은행에 지급제시가 됩니다.

 

또 도난·분실·훼손 위험이 있는 종이어음과는 달리 전자어음은 금융결제원에서 모든 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보관관리에 걱정이 사라집니다.

더 나아가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부도위험이겠죠. 전자어음은 매출액, 신용도에 따라 발행한도가 제한됩니다. 금융기관이나 신용조사기관 등의 의견을 참고해 전자어음의 등록을 거부하거나 어음의 연간 총 발행금액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거죠.

 

또 양도할 때 어음 뒷면에 쓰는 배서의 경우 종이어음은 무제한이지만 전자어음은 최대 5. 그만큼 종이어음에 비해 부도 위험이 줄어든다는 거죠.

 

게다가 중소기업에게는 전자어음이 더욱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이 발행하는 종이어음의 경우 최대 1년 만기도 가능했지만 전자어음은 길어야 3개월. 특히 2021년부터는 대기업의 경우는 2개월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덕분에 전자어음 발행 규모는 20134분기 512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2162조원으로 4배가 넘게 늘어났죠.

 

그런데 문제는 전자어음도 부도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금융결제원 통계를 살펴보니 지난 3월에만 전자어음 부도량이 538, 금액으로는 238억원에 달했습니다. 2월에도 585300억원에 달했고요. 생각보다 많죠. 특히 기타증서를 제외하고 자기앞수표, 가계수표, 당좌수표, 약속어음에서 난 부도보다 전자어음이 부도 건수와 금액이 압도적이더라고요, 아마도 발행 건수와 규모가 많기 때문인 듯합니다.

 

따라서 전자어음도 안심하면 안된다는 건데요. 그럼 전자어음이 부도 났을 경우 책임은 누가 질까요? 앞서 전자어음 발행은 은행이나 금융결제원에서 관리하잖요.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라도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 리가 없죠. 전적으로 발행한 업체 책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뭐하러 관리는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또다시 각자도생해야 할 듯 한데요. 전자어음 부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전자어음도 종이어음처럼 전자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만기일에 어음금액을 결제 하지 못하면 부도가 나죠. 결제일 익일을 1차부도, 2일차 은행영업시간까지 결제를 하지 못하면 최종 부도처리 되고, 해당 기업의 당좌업무가 정지 (당좌거래정지) 됩니다. 이러면 발행기업뿐만 아니라, 어음을 결제받은 1, 2차 협력사에게까지 연쇄 피해를 줄 수 있는데요.

가지고 있는 어음에 문제가 없는 지는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Knote’라는 사이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당좌거래정지 조회에서 거래하는 업체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문제가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고요.

또 금융기관에서 기업을 평가할 때 보는 나이스(NICE) 신용정보, 크레탑 신용정보, 전자공시시스템의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해당기업의 재무상태나 신용등급 현금흐름이 어떻게 되는 지를 1차적으로 판단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만으로 부족하죠.

 

따라서 업계에서는 알려주는 한가지 팁이 있는데요.

 

명동어음할인시장을 확인하는 것인데요. 필드에서 해당 기업을 느끼는 체감이 어떠한지, 또는 할인마켓에서 유통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금리수준은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해 보면 해당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거죠.

 

명동어음할인시장에서 할인이 거부되는 기업들은 부도 리스크가 아무래도 클 수 밖에 없겠죠. 또 전자어음할인금리가 지나치게 낮다면 해당업체도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어음할인금리와 부도확률은 반비례하기 때문이죠.

 

이런 방법을 썼는데도 전자어음이 부도났다면 채권추심과 민사소송을 거는 수 밖에 없는데요, 사기성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소송은 할 수 없다는 군요. 하지만 상대방이 고의부도를 냈을 경우 사기성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죠. 따라서 채권추심이든, 민사소송이던 무용지물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중소기업공제기금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것도 손해 본 금액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운영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입니다. 결국 갚아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는 수 밖에 없을 듯한데요. 하지만 그래도 억울하죠. 전자어음 발행하는 은행에선 왜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는 걸까요? 책임지지 않을 거면 뭐하러 관리한다고 하는지···.

 

오늘 애청자님의 사연 덕분에 전자어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부도를 줄이겠다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전자어음도 부도를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전자어음을 관리한다는 은행과 금융결제원은 부도나도 나몰라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살펴봤는데요. 비올 때 우산을 빼앗는 약탈적 금융을 바로잡기 위해서 국민들이 더욱 깨어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금융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그날까지 사연 주신 애청자님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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