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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이라 안전하다며···” 휴지 조각된 ‘코코본드’는? 본문

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채권이라 안전하다며···” 휴지 조각된 ‘코코본드’는?

경불진 이피디 2023. 3. 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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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코코본드가 뭐라고?”
“뱅크런 대신 본드런?”

 

어제 많은 언론들이 코코본드를 언급했죠. 코코본드 때문에 본드런이 올 수도 있다면서요. 영화 007본드걸도 아니고 본드런이라니 너무나 황당하죠. 그래서 오늘은 코코본드와 본드런에 대해 알아볼텐데요. 마지막에는 정말 화나는 이야기도 할 예정입니다.

 

일단 사건의 개요를 알아봐야죠, 미국 실로콘밸리 은행으로부터 촉발된 뱅크런이 급기야 유럽으로 확산됐다는 사실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9위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휘청거렸는데요. 다행히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UBS가 인수한다고 나서서 위기가 끝나는 것 같았죠. 그런데 엉뚱하게도 UBS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우리 돈 22조 원 가까이 되는 넘는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코코본드가 뭔지부터 알아봐야 하는데요. 코코본드는 신종자본증권을 뜻합니다. 영어로는 ‘Contingent Convertible’. 이를 줄여서 코코’, 즉 코코본드라고 하죠. 그런데 컨틴전트. 바로 불확정, 그리코 컨버터블은 뚜껑열리는 차처럼 변신하는 것을 뜻하죠. 즉 어떤 조건이 되면 변하는 채권이란 이야기입니다. 우리말로는 신종 자본 증권. 혹은 조건부 자본 증권이라고 부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채권을 발행할까요? 결론은 금융회사들이 자기자본비율(BIS)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은행의 자산건정성을 따지는 바젤시행 이후 모든 은행들이 BIS를 맟주기 위해 혈안인데요. 그런데 부채로 취급되는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코코본드는 채권이지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따라서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BIS 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발행사, 즉 금융사 입장에서는 채권이기 때문에 주식보다 발행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상하죠. 코코본드도 채권이기 때문에 만기가 돌아오면(만기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갚아야 하는 빚이잖아요. 그런데 왜 자본으로 인정받을까요?

 

특이한 조건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조건이란 것이 좀 황당합니다. 발행사, 즉 금융사가 위기를 맞을 경우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것이 조건입니다. 즉 이걸 발행한 금융 기관이 갑자기 힘들어진다거나 자기 자본 비율이 뚝 절어져 망할 것 같으면 이건 채권이지만 동의 없이 주식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여기에 대한 돈을 안 갚아도 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주식으로 전환되면 전환채권이 되는 거고 상각이 되면 휴짓조각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코본드를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좀 황당하죠. 너무나 불리한 조건이잖아요. 이렇게 불리한 조건의 채권 발행을 금융 당국은 왜 나뒀을까요?

 

만에 하나 금융 기관이 부실해졌을 경우에도 당장 세금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처럼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기 때문이죠. 물론 시장의 신뢰가 깨져서 더 큰 위기가 온다는 단점은 있지만 금융당국의 생각도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설마 망하기야 하겠죠?”

 

그럼 투자자들은 자칫 휴지조작이 될 수도 있는 코코본드를 살까요? 마찬가지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 같은 전통을 자랑하는 160년이 넘게 업력을 가지고 있는 은행이 망하겠어라고 그냥 믿는다는 거죠. 그런 근거없는 믿음 덕분에 코코본드가 시장에서 거래돼 왔던 거예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죠. 놓치기 힘든 유혹이 있는데요. 바로 이자. 다른 채권이나 예금 등에 비해 이자가 훨씬 높습니다. 특히 발행사의 경영상태가 나빠져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금리를 더 올려주는, 소위 스텝업 조항을 넣어 발행하는 코코본드도 많습니다. 그러니 크레디트 스위스 같이 큰 은행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꽤 인기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코코본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이야기죠.

 

이 때문일까요? 정말 황당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뉴스가 쏟아지던 지난 주말에도 코코본드를 사려는 헤지펀드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가 매수 기회라고 봤던거죠,

앞서 설명드린대로 코코본드 발행사가 위험해지면 둘 중 하나를 하게 선택하게 되죠.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거나. 그런데 많은 헤지펀드들은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왜냐면 그동안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채권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면서 주주들만 살려주는 경우가 없었거든요. 보통은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니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지만 채권을 그렇지 않죠. 그래서 채권부터 살려주고 남으면 빚잔치 하면서 주주들이 살아나게 되거든요. 따라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해 왔었죠.

 

그런데 이번에 순서가 바뀌었거든요. 주주부터 살리기로 했거든요. 대신 22조원에 달하는 채권, 코코본드는 휴지조각이 됐고요. 그동안의 상식이 무너진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만큼 급했다는 겁니다. UBS와 크리디트 스위스처럼 대형 금융사들이 합병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주식교환 비율이죠. 몇 대 몇으로 주식을 바꾸느냐를 결정하는 건데요. 그동안 대형MBA를 보면 이게 쉽게 됐을까요? 한참 실랑이를 벌이죠. 게다가 결정되도 주총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적어도 반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659370?ucode=L-cYlmqQUB 

 

[이피디픽]“채권이라 안전하다며···” 휴지 조각된 ‘코코본드’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위기로 코코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금융시장 관행을 뒤엎고 휴지 조각이 돼 버려 ‘본드런’까지 우려된다고. 그 이유는

www.podbbang.com

하지만 실리콘밸리 은행이 무너지면서 다른 은행들까지 위기 경보가 켜질 정도로 금융시장이 불안한데 반년을 기다릴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서둘러야 하니 코코본드를 포기한 것입니다. 상각하기로, 즉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죠.

 

생각지도 못했던, 조건에 떡하니 있긴 하지만 설마했던 날벼락이 떨어지니 채권 투자자들이 난리날 수 밖에 없겠죠. “내 코코본드하면서요.” 서둘러 처분하려 나설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처럼 채권시장에서 본드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봤자 코코본드가 얼마되지 않을텐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이렇게 위험한 것이 얼마나 거래되겠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럼 코코본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무려 4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엄청나죠.

 

그럼 국내는 얼마나 될가요?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들이 발행한 코코본드가 무려 51000억원.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이 발행한 것까지 합치면 지난해 발행 총액은 64444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왜 지난해 국내 코코본드 발행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을까요?

‘[친절한 금·자씨] 재테크 빙하기, 샤넬 대신 코코본드 어때요?’

 

지난해 710일자 한국일보 기사입니다. 당시 금리인상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 좋을 시기가 왔다고 충고합니다. 특히 요새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hot)’하다는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에 투자하라고 권유합니다. 샤넬백 사는 대신 코코본드 사라면서요. 그러면서 코코본드의 장점을 나열하죠.

 

채권처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만기가 없다.

1만 원 이하로도 가입 가능하다

정기 예·적금처럼 최대 가입 한도가 없다

이자 지급 주기가 3개월로 비교적 짧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면서 당시 정기예금 금리가 3% 안팎인데 삼성증권에서 판매 중인 KB금융 신종자본증권(8일 기준 잔존기간 47개월)의 세전 수익률은 4.704%(은행 환산)라고 알려줍니다.

 

물론 코코본드도 투자 상품인 만큼 주의점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채권 발행사가 부도나 파산 등, 쉽게 말해 망할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 할 수 있는데 국내 금융지주들의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AAA)임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은행과 증권사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강조하죠.

 

그런데 그 적은 가능성이 현실이 됐잖아요.

 

한국일보만이 아닙니다.

 

  • 횡보장에 지쳐…年 4% ‘코코본드’ 인기(서울경제 2022.04.18.)
  • 강남 큰손들의 전유물? 빗장열린 '코코본드' 인기몰이(머니S 2022.05.14.)
  • 이자가 5%? 문턱 낮아진 ‘코코본드’ 투자해볼까(중앙일보 2022.05.04.)

 

심지어는 지난달에도 코코본드를 추천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 ‘비우량 채권부터 코코본드까지 채권개미의 진격’(이데일리 2023.02.17.)
  • [손에 잡히는 재테크] “다시 못볼 5% 금리”…신종자본증권이 뭐길래?(SBS비즈 2023.02.02.)

 

이들 기사에서도 채권이 기본적으로 주식보다 안정적이라면서 금융지주의 코코본드가 인기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대로 위기가 닥쳐 급하게 되면 채권부터 버려 본드런까지 우려되잖아요. 이런 기사들을 보고 투자한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어떤 생각이 들까요? 007의 본드걸처럼 나쁜놈들을 혼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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