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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 vs 주4일제 일해 봤더니 놀라운 결과는?

경불진 이피디 2023. 3.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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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야근, 야근···기절

이게 뭔소리인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정부가 현재 52시간으로 제한된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늘려 몰아서 일하고 쉴 때도 몰아서 쉬는 방향으로 개편한다고 하죠. 이렇게 해야 한달 가까운 장기휴가를 쓸 수 있다면서요.

 

현재 있는 휴가도 제대로 못쓰는데 장기휴가가 웬말이냐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69시간 근무표가 등장해 논란에 기름을 붙고 있습니다.

 

병원노동자가 짠 것으로 보이는 이 근무표를 보면 정말 입이 딱 벌어집니다. 이렇게 일하고 살 수 있을까? 실제로 근무표에 근무근무기절병원또 근무가 이어집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기절인데요.

 

근무표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예를들어 월요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8시에 집에서 나와 9시분부터 일하고 1시간씩 점심과 저녁식사를 제외하고 전부 근무인데요. 그게 언제 끝나냐면 화요일 새벽 1시간입니다. 월요일 오전 9시부터 화요일 새벽 1시까지 꼬박 14시간을 몰아서 일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퇴근하는데 1시간 걸리니 집에들어가면 새벽 2. 그럼 화요일 출근은 언제할까요?

 

69시간을 맞추려면 별수 없습니다.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8시에 출근해야 합니다. 그러면 취침시간은 겨우 5시간. 그것도 퇴근하자마자 바로 잠들어야 가능하고요. 씻고 잠옷 갈아입고 하다보면 4시간 정도 밖에 못잔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하루 4시간 자고 살 수 있을까요?

 

물론 일주일에 한번 정도면 가능할지로 모릅니다. 하지만 69시간 노동을 하려면 그 정도로는 불가능하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5시간 잠으로 버텨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14시간 씩 5일이니 70시간이니 한시간이 남죠. 그래서 금요일은 1시간 일찍 토요일로 넘어가는 12시에 퇴근 가능하죠.

 

그러면 토요일, 일요일은 어떻게 될까요? 평일에 못잤던 것을 보충해야 하니 기절한다는 겁니다. 이게 반복되다보면 토요일 오전은 병원에 가서 허비하게 되겠죠. 그럼 집안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몰아서 해야죠. 잠잘 시간도 없는데 평일에는 빨래나 청소는 엄감생심이죠. 그럼 진정한 휴식은 언제하나요? 토요일 저녁 7시이후와 일요일 저녁 7시 이후 4시간 씩(?)이나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또 기절 시간.

 

어떠신가요? 이렇게 한주라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정부는 이렇게 일하고 나중에 몰아서 쉬라고 합니다. 몰아서 쉬겠다고 하면 책상 뺄지도 모르는데요.

그런데 한가지더. 정부 안대로 제도가 바뀌어도 이런 근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주에 64시간 이상 일할 경우 퇴근과 출근 시점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표에 적힌 연속 휴식 시간은 겨우 8시간. 따라서 근무표를 다시 짜야하는데요.

 

그래서 주 5일을 포기하고 주6일 일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침 9시 출근해 밤 10시 퇴근(휴게시간 포함) 11시간 연속휴식을 취한 뒤 다시 9시에 출근하면 된다는 거죠. 물론 주6일 근무인 탓에 기절’ ‘병원’ ‘휴식등 토요일 일정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도 위안은 있습니다. 개편방안은 한주에 69시간 몰아 일했다면, 나머지 기간은 적게 일해 4주 평균 64시간은 맞춰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물론 그래도 현재 기준인 주 최대 52시간을 넘는 노동을 4주 동안 할 수 있고 우리의 기절은 계속됩니다. 기가막히죠?

 

여기서 한가지 더. 몰아서 일하는 대신 몰아서 쉬면 된다고 정부는 강조하죠.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있으니 안심하라면서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 노동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지금도 연차 쓸때 눈치 보여 제대로 못 쓰고 있는데, 과연 정부 안대로 일을 몰아서 하고 장기 휴가를 갈 수 있겠느냐는 거죠.

 

실제로 2021년 고용노동부 자료에서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연차 소진율은 76.1%, 연차 휴가를 모두 소진하는 기업은 40.9%에 불과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나마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공무원조차 2015년부터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는데 얼마나 썼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게 과연 현정부가 좋아하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냐는 거죠.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2021년 공동으로 장시간 노동에 따른 전 세계 인구의 인명피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해당 논문을 보면 2016년 한해 주당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사망한 사람이 745000명에 이릅니다. 2000(58만명 사망)보다 무려 165000명이나 늘었죠. 연구진이 주 3540시간 일한 노동자와 주 5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의 심장질환·뇌졸중 사망 위험을 비교한 결과 각각 17%, 35% 높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중에는 한국인 노동자들도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근로복지공단이 펴낸 자료를 보면, 2016년 한국에선 577명이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숨져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산재 인정은 얼마나 됐을까요? 겨우 150, 산재승인률이 26% 밖에 안됩니다. 이유는 당시 박근혜정부 고용노동부의 고시(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가 과로 기준을 주 60시간(발병 전 12)으로 높게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노동부는 2018년 이 기준을 52시간으로 낮췄고 이후 산재 승인률은 40.75%(2020)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2020년엔 670명이 과로로 숨져 산재를 신청했고, 273명이 산재로 인정받는 등 과로로 숨지는 노동자는 늘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현 정부는 과로기준을 69시간으로 올리지 않을까요? 안봐도 비디오죠. .

그런데 과로가 왜 노동자의 사망까지 어이질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라고 합니다.

 

첫째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과다 유발해 신체에 직접 손상을 입히는 것

둘째는 스트레스가 흡연·음주·수면 부족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유발해 간접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이죠.

 

이 때문에 WHOILO는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고용주, 노동자 단체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 시간 제한을 설정하고, 휴게시간과 유급휴가 등 노동자 보호 방안을 담은 법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WHO노동자의 근무시간이 주 55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고도화되는 산업과 직업, 다양화된 근로자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의 혁신과 개인의 행복추구를 방해한다며 주 69시간(최대 80.5 시간)까지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과로로 죽을 수 있는데도 행복추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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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부가 주장하는 바쁠때만 69시간 일하고 한가할 때 쉬라는 것도 말은 좋지만 건강에는 매우 부정적이라는 군요. 미국 산업 의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뇌심혈관질환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노동자 104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발병 전 1주일 노동시간이 발병 전 830일에 견줘 10시간 늘어나면 뇌심혈관질환 위험이 1.45배 늘었다고 합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이은혜 연구원의 분석에서는 주 52시간을 넘지 않더라도 노동시간이 불규칙하면 노동자의 불안 장애가 5배까지 많이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잠을 몰아서 잔다고 피로가 풀리진 않잖아요. 일주일 쫄쫄 굶다 몰아서 먹으면 살이 더 찌고요. 일도 몰아서 하면 69시간 근무표에 있듯이 매주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는 우리와 정반대 방향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4일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영국 기업 61곳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4일동안 잠도 자지 않고 일하는 것 아닐까? 당연히 아니고요. 40시간 근무라고 합니다. 하루 10시간 씩 일하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거죠. 아니 그렇게 일해도 될까? 월급은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영국의 은행, 패스트푸드 업체 등 6129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주 440시간 근무제에다 월급은 동일하게 실험을 했더니 결과가 놀라웠다고 합니다.

 

생산성은 도입 이전과 같았지만, 이직률과 결근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거죠.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겁니다.

 

회사측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범 도입한 기업 중 90%가 주 4일제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18곳은 영구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요.

이유가 뭘까요? 440시간 근무제에다 월급은 동일하게 했더니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 효율을 늘렸다고 합니다. 4일제 근무를 도입한 뒤 업무 시간 내에 일을 끝내려 했다는 거죠. 특히 회의 시간과 횟수가 줄었는데 이것도 업무를 끝내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회사측의 평가도 놀랍습니다. 34%는 업무 성과가 다소 개선됐다고 답했고, 15%는 크게 개선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실제로 기업 23곳의 실험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매출 증가율이 평균 1.4% 증가했습니다. , 실험 시작 6개월 전 자료를 제공한 24곳의 실험 기간 매출은 6개월 전보다 평균 3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러니 회사측에서도 만족할 수 밖에 없죠.

 

이런 성과가 알려지면서 영국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주 4일제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뉴질랜드 법인에 주 4일제를 도입했고요. 스페인 정부는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산업 전반에 걸쳐 노동자 2500여명에게 적용했습니다.

 

산업군과 국가가 달라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업무 스트레스가 줄자 이직률과 결근율이 줄었습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4일 근무제 적용에 애를 먹지 않을까 의심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게 바로 현재의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전세계에서 노동시간을 늘리는 선진국은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이 아직은 더 노동자들을 쥐어짜야하는 개발도상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제발 말만 글로벌스탠다드라고 외치지 말고 행동도 글로벌스탠다드 답게 보여주길 바랍니다. 아니면 대통령실부터 69시간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던가요. 대통령실에 공개된 일정표는 거의 텅 비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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