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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경·갑퇴·반송·누칼협···당신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경불진 이피디 2023. 2.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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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카라쿠배당토직야(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당근·토스·직방·야놀자)’

 

무슨 이야기인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발자 뽑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던 IT기업들이죠. 고액연봉에 신도 부러워할 만한 복지혜택을 앞세워 개발자들을 뽑아가니 개발자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왔고요. 문과생들도 이들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서둘러 코딩 교육 받고 합격 노하우를 공부하느라 정신없었죠.

 

  • ‘맘시생’이란 신조어도 아시나요?

육아, 살림과 공무원 시험을 병행하는 엄마라는 뜻입니다. 출산, 육아로 인해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두거나 구직 활동을 중단했던 여성들이 공무원이나 임용고시에 도전한다는 거죠. 특히 한동안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민간 기업에 취업하기 어렵다 보니 채용 때 경력보다 시험 점수 비율이 높고 일과 가정생활 양립이 비교적 용이한 공무원 되려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용어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네카라쿠배당토직야는 해체됐고 맘시생은 싹 사라졌습니다. 겨우 1년여 사이에 우리의 일자리 시장이 요동치면서 구직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당당히 네카라쿠배당토직야의 한축을 담당했던 카카오. 구직자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했던 곳이죠. 1인당 평균 급여가 8900만원(2021년 기준·스톡옵션 행사차익 제외)으로 업계 최고 수준 연봉에다 호델 못지않은 구내식당, 쾌적한 사무환경 등으로 한 때 꿈의 직장으로도 불렸죠. 특히 한때 연간 세자리수의 신규채용을 했기 때문에 많은 구직자들이 문을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카카오가 채용규모를 줄일 것이란 이야기가 들려오더니 급기야 최근 진행 중이던 경력 채용을 중단한 것이죠. 이달 중순 경력 개발자 수시 채용 절차를 준비하던 지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탈락 처리를 통보한 것입니다. 일부 지원자는 서류 전형과 코딩테스트를 통과하고 면접 전형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는 채용을 중단한 직군과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카카오는 수시 채용 방식으로 직원을 뽑고 있는데, 현재 채용 페이지에는 데이터센터 운영 엔지니어 등 총 25개 직군의 모집 안내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럼 서류 합격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카카오측은 중단했던 채용을 언제 재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채용이 다시 진행될 경우 후보자에게 안내 및 채용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라고만 합니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한국을 대표한다는 IT업체가 아예 처음부터 뽑지 않았다면 모를까 채용과정 중에 중단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런데 업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찾아온 IT업계의 호황 속에 개발자 등을 대거 채용했던 카카오가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71071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805억 원으로 전년보다 2.4줄었습니다. 전년 대비 인건비가 19증가하는 등 영업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었죠.

 

그런데 문제는 카카오 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요즘 IT업계에는 갑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택근무 없애더니, 출근 하자마자 갑자기 퇴사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대표적인 곳이 모바일게임 쿠키런’ IP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 지난달 말 인력 재배치한다며 40여명의 개발자들에게 바로 해고 통보를 해 당일해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죠. 회사 측은 해고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담당 직원들에게 일괄 유급휴가 조처를 내리는 등 권고사직을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22억원, 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예정된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이 신규채용은 엄두도 못내고 있고 오히려 구조조정의 칼을 알게 모르게 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쪽에서 수상한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코로나 이후 익숙해진 비대면 근무 덕분에 생겨난 현상인데요. 국내 중소IT업체에 외국인 개발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신조어도 있다고 하는데요. ‘어글경’. 어쩌다 글로벌 경영이란 뜻이라는 군요.

 

실제로 네카라쿠배당토직야가 국내 개발자들을 휩쓸어가자 인재를 구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해외에서 개발자를 찾기 시작했는데요. 스타트업과 중소 IT업체에 외국 개발자들을 연결해주는 슈퍼코더와 같은 업체들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상 공간, 메타버스 관련 신사업을 준비 중인 파울러스란 업체의 경우 개발자 10명이 모두 외국인. 최고 기술 책임자, CTO도 베트남 현지에서 근무하는 베트남인입니다. 그럼 CTO는 한국에 와서 근무할까요? 그게 아니죠.

 

베트남 현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며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번역 도구를 이용해 채팅과 이메일로 소통한다는 군요. 베트남 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등에 있는 개발자들도 100%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이 제대로 될까라는 걱정도 되시죠.

 

하지만 파울러스측은 한 언론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만족도는 일단은 굉장히 높아요. 프로젝트로 돈을 받다 보니까 일단 성공을 하느냐 마느냐에 굉장히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진행 속도도 빠르고”

 

게다가 인건비는 통상 비슷한 실력의 국내 개발자보다 최대 절반 가량 낮습니다. 이러다보니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도 외국 개발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과 인도 등에 개발자 센터를 만들어 소위 '가성비' 좋은 현지 인력을 활용을 늘린다는 거죠.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수년 내에 개발자를 포함해 IT 일자리의 상당부분을 외국인이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바꿔 이야기하면 무슨 소리일까요? ‘네카라쿠배당토직야를 주문처럼 외우며 취업준비를 했던 구직자들이 갈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곳인 IT·게임분야만이 아니죠.

 

서울시가 최근 ‘2023년도 7~9급 지방공무원 채용 선발인원을 발표했는데요. 올해는 총 2,320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지난해 대비 무려 1,397. 37.6%이나 축소된 인원이라는 군요. 서울시 만이 아닙니다.

 

공생공사닷컴에 따르면 17개 광역 자치단체의 올해 지방공무원 채용규모는 15650. 지난해 25329(채용 공고 기준) 대비 9679(38.2%)이나 줄었습니다. 평소 가장 많은 인원을 뽑던 경기도가 지난해(5016)의 반토막(2443명 축소) 수준인 2573명을 뽑는데 그치고요.

 

이같은 채용규모는 국가공무원에 비해서도 감소폭이 큰 것입니다. 인사혁신처는 올해 국가공무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423명 줄어든 6396명으로 확정, 발표했습니다. 전년 대비 6.2% 줄어든 것이죠. 여기에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을 2097명이나 줄어든 1560명만 채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국가공무원 전체 채용규모도 전년비 25%가량 줄어 듭니다. 하지만 지방공무원 채용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큰 38.2%.

 

이 때문에 공무원을 준비하던 공시생은 물론 맘시생들도 난리가 났습니다. 공시생 카페에서는 제 눈이 잘못된 줄 알았어요” “공시폐인 늘어나겠네” “믿기질 않네요 ㅠㅠ등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있죠.

 

그런데 더 심각한 모습도 보입니다.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11000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수치로 보면 나쁘지 않죠. 특히 20213월 이후 23개월 연속 증가세입니다. 고용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선방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깜놀할 수준입니다. 일단 전정부에서 세금 투입해서 단기일자리만 늘리고 있다고 비난했던 현정부. 일자리 정책이 어땠을까요? 노인 단기일자리 위주인 직접일자리만 한달 사이에 무려 664000명을 선채용했습니다. 올해 연간 직접일자리 공급 계획(1044000)63.6%에 해당하죠. 따라서 이런 직접일자리를 빼면 사실상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것도 15만명 넘게요.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일자리가 줄었을까요? IT·게임, 공무원 다음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에 들어가는 제조업.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35000명 감소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건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10(-13000)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수를 보면 황당합니다. 60세 이상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91000명 늘었을 뿐 그 이하 세대는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조업체들이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고 단기 노무직에만 고령자 고용을 늘렸기 때문이죠.

 

따라서 60세 이하 세대에서 감소한 제조업 취업자 수는 무려 126000.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고용 지표의 핵심인 제조업의 취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경불진에서 이미 이런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들였었죠. 지난해 523일자 언론들이 극찬하는 한미정상회담, 우리가 얻은 것이 진짜 있나?’ 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 위해 국내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고 일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는데요. 제발 틀리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대학입시에서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죠.

 

윤석열 정부가 향후 10년간 반도체산업 인재를 15만명 양성하겠다며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반도체학과. 지난해만 해도 많은 언론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취업도 보장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의예과에 버금가는 점수를 받아야 갈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죠. 하지만 결과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1차도 아니고 무려 6차까지 추가합격자를 뽑은 학과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신조어도 있다는 군요. ‘반송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문송반도체학과라서 죄송합니다반송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에서 내놓는 정책을 보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난달 5대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거창해보이는 대안을 내세웠는데요. 고용률의 총량적 관리 핵심타깃 고용률 집중 관리로 전환, 현금지원 서비스중심의 노동시장 참여촉진형 고용안전망 구축, 직접 일자리 민관협업·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재정투입을 통한 구인난 대응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에 집중. 사후적·방어적 충격대응 산업·인구구조 전환 등으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뜯어보면 핵심은 직접 일자리 확대 대신, 직업훈련 혹은 고용서비스와 같이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줄이겠다는 직접일자리를 1월에만 664000명이나 선채용한 것은 뭔가요? 내놓는 대책과 실제 적용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그래서 요즘 젊은층에게 떠오르는 신조어도 있다고 하던군요. ‘누칼협’. '누가 칼들고 협박이라도 했냐'의 줄임말인데요.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고 했냐는 자조적인 냉소죠.

 

지난해 말 돌아가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저자 조세희 소설가는 이런 이야기도 남겼죠.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다.”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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