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팔아 300억원?···합법 가장한 마이데이터 현명한 이용법은?

“수십 곳에 전부 가입해 공짜 자산 관리를 받는 것도, 아예 가입을 안하는 것도 선택입니다.”

 

지난 1월 5일자 경불진에서 경고했던 내용인데요. 어떤 서비스를 두고 했던 이야기인지 기억나시나요?

 

바로 ‘내손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를 두고 했던 이야기인데요.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신용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덕분에 무척 편리해지기도 하지만 조심도 해야 한다는 우려도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점점 현실이 될 조짐입니다.

 

일단 마이데이터가 뭘까요?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모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종전에는 고객 정보를 수집할 때 금융사의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긁어오기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마이테이터 서비스를 통해서만 주고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만 금융회사에 전달할 수 있는 거죠. 데이터를 제공하다 마음이 바뀌면 제공을 중단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이 제한될 거로 기대됩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내 자산이나 신용정보를 확인하려면 사용하는 은행,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에 일일이 들어가서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죠.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귀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면 이를 모아서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은행, 증권, 카드는 물론 제2 금융권이나 보험정보, 나아가서는 세금, 건강보험, 교통 정보까지 금융을 넘어 내 모든 정보를 한 서비스에서 종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 추천서비스에서부터 교통과 금융을, 혹은 건강과 금융을 융합한 다양한 서비스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예를들어 사용하는 모든 카드사의 정보를 마이데이터화하면 매달 지출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어디에 많이 쓰고 있는지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분석하면 돈을 아끼고 투자할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이렇게 관리하는 것도 업체들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 스스로 해야 합니다. 어느 정보까지 공유하고 또 공유하지 않을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선택을 하지 않고 모두 동의해버리면 업체가 자기 마음대로 여러분의 개인정보를 사고 파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어차피 해커들에 의해 내 개인정보는 다 털렸는데 무슨 대수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속이 매우 쓰리실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로 유명한 토스라는 앱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쓰고 계신분들도 많을테고요. 특히 당근 등 중고거래하시는 분들도 토스앱을 많이 쓰시더라고요. 중고물건 사고 팔 때 금액을 전화번호만 알아도 토스로 쉽게 주고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간편 송금의 인기에 힘입어 토스는 증권, 보험, 은행 등 거의 모든 금융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죠. 그래서 토스의 누적 가입자가 무려 2100만명. 우리 국민 2명중 1명꼴로 쓰고 있는 셈인데요.

 

문제는 토스가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얼마전 이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토스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겠다. 이게 뭔소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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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핵심은 이겁니다. 토스가 보험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고 했죠. 그런데 토스 앱에서 ‘내 보험’이란 항목을 찾아 들어가 보면 ‘5분 상담 신청하기’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서 내가 가입한 보험을 분석해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주고, 적합한 상품을 안내해줍니다. 경불진의 오랜 깐부 마이보험이 하는 것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물론 서비스의 질은 마이보험이 훨씬 좋을 것으로 믿지만 형태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일부의 개인정보를 토스가 1건당 6만9000원을 받고 보험 설계사에게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이름, 휴대폰 번호, 생년월일, 성별, 가입한 보험 상품, 보험 가입일, 보험료 등을 넘겼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보험 영업에 필요한 모든 개인정보가 포함된 셈이죠. 특히 이런 개인정보는 보험 영업뿐 아니라 더 많은 곳에 활용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이기도 하고요. 내 개인정보가 내 허락도 받지 않고 6만9000원으로 팔려나간 셈인거죠. 나한테 판매비의 일부를 주지도 않고 말이죠.

 

이런 논란이 일자 토스는 이렇게 해명합니다. ‘1700여명의 고객정보가 600여명의 보험 설계사에게 판매했지만 고객들에게 미리 동의를 받았다. 그래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약관 동의가 필수입니다. 이걸 동의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죠.

 

그런데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약관 동의가 무슨 의미일까요? 내 개인정보를 업체가 마음대로 팔아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약관 동의를 하면 내 개인정보가 어떻게 팔리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논란이 일자 토스는 은행·보험·증권·신용카드 등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모아 한 눈에 보여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경우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이런 설명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보험 비즈니스는 보험 상담 니즈(요구)가 있는 고객을 토스 인슈어런스나 제휴 GA에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음식 배달 플랫폼이 식당과 고객을 매칭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과 같은 컨셉이다”

 

이게 뭔소리일까요? 토스가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서비스라는 거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대신 개인정보를 팔아 수수료를 좀 챙기는 무슨 문제냐는 거죠.

 

기가 막히지 않나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이 있습니다. 토스가 이렇게 우리의 개인정보를 팔아 얼마나 챙겼을까요? 기껏해야 1억? 1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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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개인정보 팔아 300억원?···합법 가장한 마이데이터 현명한 이용법은?

놀랍게도 3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엄청나죠?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밝힌 내용인데요. 이에 따르면 토스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여러 법인 보험 대리점(GA)과 보험 설계사에게 개인정보 82만명분을 팔아 총 292억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1건당 평균 3만 5600원 꼴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내 보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일부의 개인정보를 1건당 6만 9000원을 받고 보험 설계사에게 제공했던 논란 금액보다는 줄긴 했죠. 하지만 내 개인정보가 건당 3만5600원에 팔리고 있다니 너무나 황당하지 않나요? 나한테 십원한장 주지도 않고 말이죠. 게다가 이렇게 팔려나간 개인정보가 스팸은 물론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 사용될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이런 의심도 드실 것입니다. 금융관련 앱을 켤때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세요. 그러면 상품권 드려요. 스타벅스 커피 쿠폰 드려여라는 메시지가 깜빡거린잖요. 다른 업체들도 토스처럼 개인정보를 팔아먹은 것은 아닐까요?

 

현재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금융기관은 토스를 포함해 모두 33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개인정보를 팔아 돈을 버는 곳은 현재까지 토스 한 곳뿐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 말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아마 마이데이터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들 관계자들도 토스도 하는데, 토스는 300억원이나 챙겼는데 우린 뭐하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주무부처인 금융위도 손놓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융위는 개인정보 판매가 주 업무가 될 것으로 보는 경우 사업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라이선스를 받은 이후에는 허가를 취소하는 방식 외에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정치권에서는 금융기관이 무분별한 개인정보 판매에 나서지 않도록 제동장치를 마련중이라고 합니다. 황 의원은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팔 땐 유상 판매 여부와 대가를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인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군요. ‘회원 가입 약관에 동의하면 개인정보가 다른 기업에 팔릴 수 있다’ ‘당신의 개인정보를 어느 기업에, 얼마에 팔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언제 통과될까요? 전국민 청력시험을 강요하는 여당에서 이를 통과시켜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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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개인정보를 판매해 논란이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홈플러스(2011~2014년), 롯데홈쇼핑(2009~2014년) 등이 개인정보 수천만건을 팔아 수천억원대 수익을 얻었다는 뉴스는 다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방송인 EBS마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데요.

 

EBS의 '머니톡'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을 통해 개인 재무상담을 해주는 내용 위주였는데요. 문제는 재무상담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죠. 그런데 이 개인정보를 키움에셋플래너에 제공했다고 합니다. 협찬이란 명목으로 말이죠. 특히 EBS '머니톡' 홈페이지에는 무료 상담 버튼까지 만들어 이를 누르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페이지로 이어지게 했다고 합니다. 물론 '약관 보기' 버튼을 누르면 키움에셋플래너가 개인정보를 가져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게다가 EBS홈페이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쉽게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었죠.

 

이런 꼼수로 제공된 개인정보가 얼마나 될까요? 드러난 것만 2020년 4월27일부터 6월21일까지 총 5501명. 이를 제공받은 키움에셋플래너는 보험설계사가 해당 개인정보를 이용해 보험상품 권유·판매 등 마케팅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군요.

 

특히 키움에셋플래너는 수집한 개인정보를 일선 보험설계사들에게 판매했다는데요. 개인정보는 유형에 따라 건당 7만원, 8만원 수준으로 팔렸다고 합니다. EBS 홈페이지에서 상담받으려고 했던 이용자는 자신의 상담 정보를 키움에셋플래너가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요? 전혀 알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EBS에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과징금이 얼마였을까요? 겨우 5104만8000원. 이건 업체들이 벌어들인 수익에 100분의 1에도 못 미치죠. 이런 과징금이나 벌금 밖에 때리지 않으니 업체들은 개인정보 판매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고요. 특히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서 그런 유혹이 더욱 커졌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업도 정부도 지켜줄 생각이 없는 개인정보를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애 할까요?

 

첫째 필요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만 가입한다. 너무 많은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중복 가입은 피한다.

 

둘째 서비스 가입 전에 서비스 명칭 및 약관명 확인한다.

 

셋째 공개 범위 설정에 대해 신중히 판단한다.

 

넷째 가입 후 잘 사용하지 않는 마이데이터 앱은 반드시 서비스 탈퇴후 삭제한다.

 

다섯째 전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내역은 마이데이터 종합 포털에서 확인한다.

 

맨 처음 강조한 것처럼 새로운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수십 곳에 전부 가입해 공짜 자산 관리를 받는 것도, 아예 가입을 안하는 것도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