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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서울에 등장한 자율주행택시, 사고 과실은 몇 대 몇?

경불진 이피디 2022. 1. 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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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dot 제공

 

최근 서울 상암동에는 재미난 볼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택시인데 택시 운전사는 없습니다. 물론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진 않죠. 마치 SF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도로에서 목격하고 실제로 타보셨다는 분들도 있는데요.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국내 첫 자율주행차 상용화 서비스죠. 현재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요 내년 1월부터는 요금 2천 원을 내고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운행지역은 마포구 상암동을 시작으로 내년부턴 강남과 여의도, 마곡 등 서울 전역으로 확대됩니다. 더 나아가 내년 4월에는 청계천 일대에 도심 순환형 버스가, 2023년부턴 주로 심야 시간대 장거리 운행을 하는 노선 버스가 도입된다는 군요. 또 청소차나 제설차 같은 공공분야로까지 자율차 운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랍니다.

 

그런데 과연 안전할까? 사고 대응은 가능할까? 궁금한 것이 많으실텐데요. 오늘 꼬꼬문 시간에 궁금한 질문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율주행이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레벨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는 자율차 수준을 6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레벨0은 운전자동화가 아예 없는 일반적인 자동차를 의미합니다. 레벨1은 운전자보조인데 정속운전을 유지하는 크루즈컨트롤이나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 등 조향과 속도를 보조하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에 나오는 대부분의 자동차에 도입된 기능이죠.

 

레벨2는 부분 운전자동화입니다. 운전자가 조작을 하지 않아도 일정 속도를 내면서 차선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현대차의 스마트센스, 기아차의 드라이브 와이즈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과는 차이가 많죠. 핸들에서 손을 때서는 안 됩니다. 즉 운전자는 전방 주시 의무만 수행하면 됩니다. 따라서 반자율주행이라고 보면 됩니다.

 

레벨3는 운전자 전방주시 의무가 없는 전용·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계속 핸들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율차 스스로 교통 상황을 파악하며 제어합니다. 단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운전자가 상시 대기해야 하죠. 하지만 운전자가 계속 전방을 주시할 필요는 사라집니다. 따라서 레벨3부터는 자율주행에 속한다고 평가합니다.

 

레벨4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구간에서는 특수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을 핸들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됩니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레벨 3이 조건부 자동화 수준이라면 레벨4는 고도의 자동화죠.

 

레벨 5는 전구간 완전 자율주행입니다. 모든 구간에서 운전자도 필요없는 사실상 무인자동차 수준이 되는 거죠. 자동차 내에 페달과 운전대가 아예 사라지게 됩니다.

 

그럼 서울시가 상용화한 택시는 어느 단계일까요? 레벨4를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운전자 개입없이 자율주행을 하겠다는 거죠. 물론 운전석에 사람이 없으면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람은 타야 하지만 운전에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핸들에 손을 댈 필요도 없죠.

 

하지만 시승해본 사람들의 평가는 아직 완전한 레벨4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운전자가 손이나 발을 대지 않아도 차 스스로 핸들을 움직이며 이동하고 횡단보도 앞 정차와 좌우회전이나 차선변경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왕복 2차선 도로 공사로 인해 중앙선을 넘어서야 한다든지 신호 위반이 불가피할 때는 시스템이 꺼진다는 알림이 울립니다. 이 때는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레벨4는 특수한 상황만 제외한다고 했는데 운전하다보면 이런 특수한 상황이 자주 있을 것 같습니다.

 

법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선 시스템이 꺼지는 거죠. 현행법상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자율 주행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레벨3와 레벨4의 중간 정도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대단하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술이 가능할까요? 서울시 자율주행 택시에는 지붕에 7개의 카메라와 범퍼에 5개의 레이더 센서가 탑재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지·판단·제어 기능을 수행하죠. 테슬라처럼 라이다(Lidar, 레이저를 발사해 사물의 물성과 거리 등을 감지하는 기술)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 라이다진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비 라이다 진영은 값비싼 라이다를 넣지 않고,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지도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대중적인 접근방식입니다.

 

반면 구글 웨이모와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샤오펑 등은 라이다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데 고해상도(HD) 지도를 쓰죠.

 

정밀도에서는 라이더가 뛰어나나 가성비, 외부환경 변화 등에서는 비라이다, 즉 레이더가 더 뛰어나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쉽게 결론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이게 가장 큰 논란거리죠.

세계 최초로 도심 자율 주행은 언제 시도됐을까요? 놀랍게도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1993년입니다. 테슬라가 설립된 해가 2003년인데 그럼 누가 자율주행을 시도했을까요? 놀랍게도 우리나라 분입니다. 한민홍 대표. 한 대표는 1993년에 도심에서 자율 주행을 시도해서 화제가 됐었죠. 2년 후인 1995년에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에도 성공했습니다. 당시 비가 왔는데도 자율주행으로 시속 100km로 달려 화제가 됐었죠. 하지만 현대차 등 국내 업체들이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이 없어 한 대표가 개발한 기술이 대부분 사장되고 말았죠. 그래서 자율주행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자율주행 관련 사고도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발생했군요. 2018년 애리조나, 자율 주행중이던 우버차량이 자전거를 끌고 가던 보행자를 쳤는데요. 우버차량에는 운전자가 있었지만 자율주행에 맡겼다가 사고를 냈다고 합니다. 자율 주행차량이 낸 첫 보행자 사망 사고입니다.

미국고속도로교통국은 해당 차량이 6초 전 보행자를 발견했지만, 이를 단순한 물체 또는 다른 차로 인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관련 교통사고는 2016년이후 12건이나 됩니다. 이 사고들로 최소 10명 이상 숨졌습니다. 그런데 테슬라가 이 결함을 수년 간 감춰왔다는 내부제보가 터져 나와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내부제보자들은 머스크가 자율주행시스템 개발 과정을 이끌면서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채택하지 않는 기술을 사용하도록 밀어부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머스크가 자율주행에 대해 과장하면서 일부 사용자들이 자율주행을 맹신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반자율주행, 즉 레벨23수준인데도 레벨4 이상인 것처럼 과장해 소비자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거죠.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사고가 날 경우 처리인데요. 최근 유튜브에는 테슬라 뒷좌석에 앉아 손을 흔드는 남성이 등장해 난리가 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운전석에는 사람이 아예 없습니다.

'자율주행' 모드로 운전한 겁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시속 132의 고속 주행 중이던 데슬라를 경찰이 급하게 세웠습니다. 탑승자가 오토파일럿으로 불리는 반자율주행기능을 켜고 도로를 달리는 동안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다른 운전자가 발견해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운전석을 비운 채 술파티를 벌이며 시속 90km 넘는 속도로 운전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바로 머스크가 자율주행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아직 레벨2나 레벨3수준이기 때문에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안되는데도 소비자들은 모든 것을 자율주행에 맡기고 있다는 거죠.

 

이런 곡예 주행은 실제 사고로도 이어집니다. 지난 4월 미국 휴스턴 북부에서 자율주행이던 한 차량이 곡선도로를 벗어나 나무에 부딪쳤습니다. 차량은 금세 불이 붙었고, 차에 타고 있던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숨진 두 명은 앞쪽 동승자석과 뒷자석에서 발견됐습니다. 자율주행을 켜고 운전했다는 의심이 든다는 거죠.

 

몇대 몇

 

그럼 국내에서 완전자율주행을 하다가 이런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쉽게 이야기하면 자율차 사고 과실은 몇 대 몇일까요?

 

아직까지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지 아직 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배상 책임 등을 정하는 관련법 대부분 운전석에 운전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운전자와 제조사, 그리고 자율주행 운영사 중 누구의 책임이 큰 지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상용화 시점에 맞춰가지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이미 상암동 일대를 달리고 있는 자율주행택시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이 자율주행택시는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만약 운행 중 사고가 난다면, 해당 업체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조건이라는 군요.

 

하지만 철학적인 논쟁은 남아있습니다. 흔히 트롤리 논쟁이라는 부루는 것인데요.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들어 그대로 달릴 경우 보행자 5명을 치게 되고 핸들을 꺾으면 보행자 1명을 치게 된다면 자율주행차에는 어떤 알고리즘이 코딩돼 있어야 할까요? 당연히 핸들을 꺾어야 한다고 대부분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핸들을 꺾어서 다치게 되는 사람이 보행자가 아닌 자동차 탑승자라면 어떻게 될까요? 자율주행차는 보행자와 탑승자 사이에서 누구를 보호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20166월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등장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딜레마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이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사람들(78%)이 다수의 보행자를 보호하는 것이 훨씬 더 윤리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이걸로 끝나지 않죠. 다음 질문이 이어지는데요. ‘그렇다면 자동차 탑승자보다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자율주행차를 구입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의 답은 뭔가요? 아무도 그런 차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실제 설문에서도 이런 대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성적 판단으로는 대다수의 보행자가 우선이지만, 그 자동차 탑승자가 자신이거나 혹은 가족인 경우에는 어김없이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는 거죠.

 

그렇다면 자동차 제조사의 판단은 어떨까요? 자율주행차를 개발중인 많은 회사에 이런 질문이 갔겠죠.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한 고위 임원은 보행자보다 자동차 탑승자의 안전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제조사 입장에선 당연한 결론이겠죠. 하지만 아무 죄 없는 보행자를 죽여도 되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시키는 자동차를 사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런 차를 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7년 독일이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윤리 지침을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칸트의 나라답게 가장 먼저 철학적인 문제에 도전했는데요. 이 지침은 독일 교통부 그리고 14명의 과학자와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디지털 인프라 담당 윤리위원회가 만들었다는 군요.

 

그런데 이 지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사고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기물을 파손하거나 동물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을 가장 덜 다치게 할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이 경우,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의 성별, 연령, 심신 장애 여부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판단은 차량 시스템은 인간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애매모호하게 결론 내렸습니다. 인간의 결정을 대신해야 할 자율주행차에게 인간의 결정을 따르라고 말하는 다소 어이없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판단이라는 철학적 난제를 아직은 기계에 양보할 수 없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기술만 있다고 바로 서비스될 수는 없다는 거죠. 따라서 모든 것을 자율주행에 맡기는 완전자율주행은 영원한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리:

1. 서울 자율주행 택시는 물론 테슬라 등도 완전자율 주행단계는 아니다.

2. 자율주행 사고 관련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3. 완전자율주행이 실현되려면 기술적 문제보다 트롤리 딜레마같은 철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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