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너 그거 아니-이순신 장군은 활보하고 신사임당은 꼭꼭 숨고? 본문
Q. 돈에도 수명이 있다는데 얼마나 되나요?
A. 돈도 생물과 비슷합니다. 생명주기가 있다는 거죠.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들어진 후 한국은행을 통해 ‘발행→유통→환수→폐기’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비슷하죠.
그럼 돈의 생일도 알 수 있을까요? 지폐의 경우 앞면 상단 왼쪽에 있는 10자리의 고유번호가 있죠. 앞 두자리와 마지막 자리는 영문이고 나머지는 숫자인데요. 이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것도 비교하면 된다는 거죠.
한국은행은 무작위로 지폐를 뽑아 폐기를 앞둔 지폐의 유통 시작 연도를 파악하고, 아직 수명이 다하지 않은 지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균수명을 산출한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만원권의 수명을 살펴보니 평균 130개월 약 11년입니다. 이는 20년 사이에 수명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5000원권과 1000권은 60개월로 훨씬 짧습니다. 그럼 가장 고액권인 5만원권은 어떨까요? 5만원권의 평균 수명은 174개월입니다. 5만원권은 2009년 6월 처음 시중에 풀렸기 때문에 10년 동안은 수명을 조사하지 않다가 2019년 처음 집계했는데 162개월이었습니다. 따라서 1년 새 수명이 1년가량 늘어난 것이죠.
아무래도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줄었고, 지폐가 많이 유통되는 명절이나 공휴일에 이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폐의 ‘목숨 줄'도 길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전세계 고액권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현재 지폐 수명을 공개하는 주요국들의 최고액권을 살펴보면 미국 100달러(약 11만원), 영국 50파운드(7만8000원), 스위스 1000프랑(약 122만원)은 각각 275개월, 492개월, 240개월입니다. 우리보다 2~3배 정도 깁니다.
돈의 수명과 관련된 것이 환수율입니다. 앞서 돈의 생명주기가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들어진 후 한국은행을 통해 ‘발행→유통→환수→폐기’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는데요. 이 때 환수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5만 원권 같은 경우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7%대밖에 안됩니다. 10장 유통하면 2장이 채 안 돌아온다는 것이죠. 2년 전, 그러니까 코로나 전에 비해서 3분의 1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입니다.
그럼 5만원권을 다 어디 갔을까요? 자금 세탁? 은닉? 한국은행은 예비용 수요 때문이라는 군요. 코로나 같은 팬더믹 때는 불확실성이 커지니까 예비로 쟁여놓는 돈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몇 년간 초저금리 시대였으니 은행에 맡겨 나오는 이자도 푼돈에 불과하고 차라리 집에 쟁여두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실제로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지난 9월 기준으로 148조 원이나 됩니다. 역대 최대 수준인데요, 이 돈들이 이제 5만 원권 같은 고액권을 중심으로 어딘가에 보관돼야 하잖아요.
그래서인가 개인용 금고 판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혼수용으로도 금고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이 덕분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금고 수입액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서 역대 가장 많았고요. 금고 만드는 업체 매출도 100% 넘게 신장했습니다.
혼수용으로도 금고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금고 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해서 과거에 무겁고 칙칙한 무채색의 금고 대신에 화려한 디자인으로 가구 개념으로 만드는 경우가 늘었고요.
반면에 동전은 환수율이 급등했다고 합니다. 바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집안에 저금통이나 서랍장 같은 데서 잠자던 동전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잖아요. 그래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00원짜리 동전 환수율은 214% 가까이 됐습니다. 100원짜리 100개를 발행을 했는데 2배보다 많은 214개가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환수된 동전은 재발행을 하려고 한국은행 금고에 보관되는데, 워낙 많은 양이 들어오니까 일시적으로 보관에 어려움이 있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은 활보하고 신사임당은 꼭꼭 숨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지폐와 동전의 환수율을 보더라도 우리 경제의 빈익빈부익부가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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