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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피디픽]학교들이 멀쩡한 전자칠판 뜯어내는 뜻밖의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1. 12. 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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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화면캡쳐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중고 자녀를 두신 분들은 이상한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도권 학교들이 1/3이나 2/3로 퐁당퐁당 등교를 할 때, 서울과 경기의 몇몇 과학고는 전면등교를 했거든요. 이 때문에 과학고 특혜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는데요.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학급당 학생수. 우리나라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얼마나 될까요? 일반고의 경우 평균 24.2명입니다. 한반에 70명이 넘었던 제가 다녔던 시절에 비해서는 엄청 개선됐죠.

 

그런데 과학고는 몇 명일까요? 평균 16.4명입니다. 일반고의 70% 수준 밖에 안됩니다. 따라서 대도시 일반고의 경우 전교생이 1000명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지만 과학고는 대체로 300명이하라고 합니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기에도 등교수업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교육당국 지침이 밀집도가 낮은 학교의 경우 등교수업을 허용해줬거든요. 그런데 대도시에 있는 일반고는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요. 그러니 과학고 특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차이가 법으로 규정돼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은 과학고 같은 영재학교의 학급 편성에 대해 "학급당 학생수는 20인 이하로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20명 상한선을 둔 것입니다. 그래야 교육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우리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는 법 규정이 없습니다. "학급당 학생수는 교육감이 정한다"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상한선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25명을 넘기고 30명을 넘깁니다.

 

이유가 뭘까요? 돈이 없다는 핑계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 이피디 픽에서는 교육과 관련된 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제 MBC 뉴스를 보고 너무나 황당하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과거 연말마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공사가 빈번했잖아요. 예산을 다써야 다음해 예산이 줄지않는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죠. 물론 지금은 이를 금지하고 있긴 하진만요.

 

그런데 똑같은 구태가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요즘 초··고등학교들 중에는 멀쩡한 전자칠판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바로 과거 연말마다 보도블록을 교체했던 이유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9월과 10월 갑자기 시교육청에서 8천만 원의 추가 예산이 나왔습니다. 1년 예산이 4억 원이니까, 갑자기 생긴 돈 치고 큰돈입니다.

그런데 연말까지 두 달 안에 다 써야 합니다.

물론 돈이 부족해도 문제지만 돈이 남아도 쓸 곳이 없으면 문제잖아요. 그래서 이 학교는 아이들 체력단련 비용 1백만 원, 교사 연수비 2백만 원, 코로나로 벌어진 학습격차를 줄이는 예산 1,900만 원 등으로 쓰고도 돈이 남아서 '교육회복 자율사업'이라는 정체불명의 돈으로 3,800만 원이나 썼다고 합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전자칠판을 교체하는 곳들도 많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중학교 4백 곳의 1학년 전자칠판을 교체하라고 287억 원을 내려보냈습니다. 심지어 새로 개교한 학교에도, 바꾼 지 6개월도 안 된 학교에도 돈이 내려왔습니다. 멀쩡한 것을 뜯고 새로 설치해야 할 판입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요? 놀랍게도 꽉막힌 법과 무능한 기재부 때문이라는 군요. 우리나라에 이런 법이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나라에 돈이 아무리 부족해도 교육만큼은 돈을 쓰라는 취지로 1971년에 내국세의 일정부분을 무조건 지방교육청에 보내주라고 법으로 정해놨다고 합니다. 그게 내국세의 20.79%. 취지는 좋죠. 곳간이 비었다고 아이들 교육이나 급식을 허술하게 하면 안된다는 취지죠.

 

그런데 아직도 이상하죠. 이게 왜 문제가 될까요? 올해 교육 예산은 지난해에 짜놨겠죠. 올해 세금이 얼마 걷힐 테니 이중 20.79%를 교육예산을 쓸 수 있고 그러면 각 지방교육청에는 얼마씩 배분하고 그걸 각 학교에 얼마씩 주면 그 학교는 그 예산에 맞춰 계획을 잡잖아요.

 

그런데 세금 얼마 걷힐 것이란 것을 어디서 예측할까요? 바로 기재부입니다. 기재부가 나라 살림을 담당하잖아요. 그런데 기재부가 올해 세수 예측을 실패했다는 뉴스는 이미 여러차례 들으셨을 것입니다. 홍남기가 곳간 비었다고 재난지원금도 안주려고 했는데 세수는 초과로 더 걷힌 것만 19조원이 넘죠. 그런데 이게 처음이 아니죠. 지난 7월 추경 당시 315천억원의 추가 세수를 국민에게 돌려드렸는데 그 이후에도 19조원이 더 생긴 것입니다. 우리나라 예산 330조원 정도 되는데 예상 하지 못한 추가세수가 50조원이니 이게 말이 됩니까? 물론 모자른 것도 낫다고 하실 수 있는데요. 이렇게 나라에 돈이 남는데도 소상공인 피해 구제는 외면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죠.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예상 밖에 돈이 남으니 앞서 교육청에도 예상 밖에 돈이 넘쳐나서 그걸 멀쩡한 전자칠판 교체하는데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모자른 것보다 남는 것이 훨씬 나은 상황이잖아요. 그러면 우리 교육현장의 근본적인 면을 개선하는데 이 돈을 쓸 수도 있잖아요. 앞서 이야기한데로 일반고를 과학고 수준으로 만들면 안되나요? 우리 자녀들이 학급당 20명 이하의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하면 안되나요?

 

실제로 과밀학급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한 반에 25명이 넘는 과밀학급이 아직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특히 신도시가 많은 경기도는 71.5%가 과밀입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지 않느냐. 과밀학급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면 교사 수도 계속 줄이고 있습니다. 신도시 등에 학교를 새로 짓는대도 땅이 없다는 등의 핑계만 대고 있습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의미있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열 번째 시리즈로 '초등학생 3시 동시 하교제'를 발표했습니다.

 

"방과 후 나 홀로 집에 있는 아이가 안 쓰러워 직장을 그만두는 일도 발생한다""대부분의 나라들은 3시 이후 동시 하교를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보다 빨리 하교하다 보니 정규 수업 시간이 OECD 평균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 시간이 늘어난 저학년을 중심으로 다른 OCED 국가처럼 지역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기초학력 향상, 예술·체육, 창의적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저밀학급부터 단계적 시행, 과밀학급에 대한 복합시설 건립, 교사 등 인력 충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처럼 늘어난 세수만큼 학생들에게 돈을 쓰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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