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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뒷이야기

재드래곤 상속세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

경불진 이피디 2021. 10. 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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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언론들이 미국 대선 만큼이나 주목하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재드래곤의 상속세죠. 특히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이참에 상속세율을 대폭 낮추거나 스웨덴처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합니다.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흔들거리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죠. 그러면서 삼성뿐만이 아니라 국내 건설한 중견기업들도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에 문제가 불거져 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자본주의 건전한 발전을 상속세가 가로막고 있다면서요. 그야말로 재드래곤 일병 구하기를 위해 거의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선 셈인데요. 이들의 주장처럼 상속세가 문제를 일으킬까요?

 

오늘은 상속세에 관한 다양한 주장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이와 함께 현명한 대안까지 알아볼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건전하고 따뜻한 자본주의의 길로 나설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또 재드래곤에게 조언도 해볼까 합니다.

 

우선 국내 언론들의 눈물겨운 재드래곤 구하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선데이···한국, 상속세율 최고 60%외국은 받는 사람 기준 완화 추세

 

미국·일본·독일 등지에도 상속세가 있지만 우리처럼 세율이 높지 않은 데다 가업을 승계하면 되레 더 많이 공제해 준다. 영국은 상속세율이 40%지만 직계비속이 기업을 승계하면 기업 규모에 따라 50~100% 공제해 상속세가 절반으로 준다. 세금을 더 걷겠다고 상속세를 그대로 부과하면 기업이 몰락해 실업대란이 발생하고, 재정과 복지까지 무너져 나라 경제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 알 낳는 거위(기업)의 배를 가르진 않겠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2018년 상속세 공제한도를 1인당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113억원)로 두 배로 올렸다. 앞선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속세 폐지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일본은 가업승계 특례에 고용 유지 요건을 없앴다.‘

 

그러니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재드래곤 상속세를 줄여주자고 주장하는 것이죠.

 

한국경제는 한술 더 뜹니다. 아예 가혹한 한국상속세시리즈를 5편이나 연달아 실었는데요. 마지막 제목이 이재용 상속세 11조 소식에"남일 아냐" 공포 휩싸인 기업들입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일부를 팔아야 할 상황이고, 다른 대기업집단의 차기 총수들도 상속세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임원은 차기 총수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보유 지분을 내다 팔다 보면 해외 기업 또는 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타깃이 될 수 있다멀쩡한 기업의 경영권이 세금 때문에 흔들리고 그 결과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지냐고 호소했다.‘

 

한마디로 상속세 때문에 삼성전자가 외국에 팔려나갈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죠. 그러니 상속세 깎아주거나 아예 없애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상속세 폐지 주장이 올라왔다는 뉴스도 있는데요.

뉴스126삼성 상속세 "폐지해달라" 청원까지어떤 상황이길래라는 기사를 통해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 시작됐다는 청원이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거의 모든 언론들이 받아썼고요. 이정도면 언론들의 지원이면 청원에 동의한 숫자가 어마무시하겠죠. 이 보다 4일이나 뒤인 30일 시작한 커밍아웃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는 무려 15만 명이나 동의했으니까요. 특히 이 청원에 관련된 기사는 겨우 5건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중앙일보, 뉴스프리존은 좌표찍기라면 맹비난 하는 기사였죠. 그런데도 15만명이 동의했으니 삼성 상속세 폐지는 훨씬 많지 않을까요?

 

숫자를 확인해보니 겨우 29000여명입니다. 삼성 임직원 숫자만 42만여명인데. 이들은 삼성 경영권이 흔들거리는 것이 두렵지도 않기 때문일까요?

 

상속세에 대해 좀더 깊숙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선 경불진의 원래 기조처럼 역사를 살펴볼까 합니다. 상속에 대한 논의는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특히 서양 철학의 아버지 플라톤은 국가라는 책을 통해 상속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부자가 부자인 까닭도, 왕자가 자라서 국왕이 되는 까닭도, 상놈이 상놈으로만 살아야 하는 까닭도 상속때문이었다. 상속 제도는 가진 자들에게는 너무도 고맙고 유용한 제도였다. 하지만 반대로 받을 게 없는 사람들에게는 부의 대물림 제도 자체가 탐탁지 않다.‘

 

정말 그렇지 않나요. 상속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갈리는 지점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을 것이 있는 사람들은 상속세 인하나 폐지를 주장할테고요. 받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상속세를 왕창 올리자고 할 것입니다.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아무튼 플라톤이 상속을 이렇게 이야기한 이유가 뭘까요?

 

플라톤은 이상국가을 꿈꿨습니다. 시민들은 지혜와 용기, 절제와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 플라톤은 시민 모두가 소유욕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적 욕망의 절제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 옳으며, 이를 위해서는 통치자 집단이 일체의 재산을 공유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던 것이죠. 심지어는 처자까지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과격한 주장도 했습니다. 플라톤이 이렇게 이야기한 것은 사적 소유를 완전히 포기함으로써 어느 한 개인이나 계층의 행복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철인정치를 실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좀 과격하긴 하죠.

 

그래서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인륜을 해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제자가 스승을 비판한다니 대단하죠.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엄청난 꼰대였던 것은 경제시그널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논쟁은 중국에서도 있었습니다. 바로 먹방의 시조인 묵자의 겸애설(兼愛說)’ 인데요. 간단히 설명하면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하면 신분적 차별도 소멸되고, 강국과 약소국의 갈등과 대립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플라톤의 철인 정치처럼 너무 이상적이죠. 하지만 이런 논쟁이 있었다는 자체가 그 사회가 얼마나 발전가능한 지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상속에 대한 논쟁이 과거부터 있었습니다. 가장 활발했던 시대가 바로 17세기입니다. 실학이 왕성했던 때였죠. 이미 당시 조선에서는 상속 제도가 확립돼 있었기 때문에, 부자들은 대대로 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토지의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그들의 재산은 더욱 빠르게 늘어났죠. 이에 대해 실학자들은 비판한 것입니다. 특히 박지원, 정약용 등은 부의 집중을 막고, 소작농으로 전락한 대다수 농민을 구제할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이들 주장의 공통점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실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적으로 보장된 조선의 상속 제도 자체를 인위적으로 변경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상속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부의 집중을 완화할 방법을 찾았죠.

 

둘째, 소작농 또는 빈농층의 경제적 자립을 핵심 과제로 인식했습니다. 요즘말로 중산층 육성이 국가의 과제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물론 조선의 지배층은 이러한 실학자들의 주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영조와 정조를 비롯해 역대 국왕들도 부의 과도한 집중으로 생기는 문제점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태를 관망하기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선이 망했던 것입니다. 상속세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없다면 대한민국도 어찌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럼 현재의 상속세는 어떨까요? 많은 언론들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에 달합니다. 주식의 경우 고인이 대기업 최대 주주이거나 최대 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지긴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50%)OECD 회원국 중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에 이어 4위입니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2개국의 최고 상속세율 평균치(35.8%)보다 14.2%포인트나 높죠. 다만 자녀 등 가족에게 상속할 경우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벨기에(80%30%), 프랑스(60%45%)를 고려하면 가업(家業) 승계시최고세율은 일본에 이어 2위입니다. 여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미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보수언론들이 우리나라 상속세는 징벌적이라고 비난하고 있죠. 숫자상으로만 보면 틀린 주장이 아닌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여기에도 통계의 함정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숫자만으로는 잘 확인하기 힘든 것이 있는데요. 바로 실효세율입니다. 실제 상속세를 얼마나 내는 가는 것입니다. 직계가족 인적 공제 같은 각종 공제나 과세 대상에서 빼는 자산의 범위 등 나라별로 상속세 계산 과정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나라별로 경제제도는 물론 문화적 차이 때문에 실제상속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실효세율은 어느정도 추정이 가능합니다. 국내에서 실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비중이나 이들이 부담한 세금을 따져보면 되니까요. 국세청의 2018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피상속인 229826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면 이중 상속세를 낸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20%, 10%···. 겨우 3%에 불과합니다. 6986명만이 상속세 과세 대상이었죠. 좀더 살펴보면 과세 대상이 아닌 나머지 97%1인당 상속액은 평균 86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히 세금도 없죠. 하지만 과세 대상자들은 1인당 평균 235900만원의 유산을 남겨, 이 중 14.7%(34800만원)를 세금으로 냈습니다. 상속세로 절반이상 뜯긴다는 보수언론들의 주장과는 차이가 크죠. 이는 2017년만 유난히 낮았던 것이입니다. 지난 5년간 상속세 실효세율은 14.2%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혹시 재드래곤처럼 자산이 많은 사람은 징벌적으로 뜯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상속 재산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살펴봤습니다. 피상속인의 평균 상속액은 1583억원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데 상속세로 낸 도은 510억원 정도입니다. 세율료 따지면 겨우 32.2%입니다. 최고 세율 50%, 재드래곤 60%에 비하면 상당히 낮죠.

 

게다가 재드래곤처럼 최고 세율이 60%라도, 실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건 아닙니다. 각종 공제를 제외한 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1억원까지는 10%, 1억원 초과한 금액 중 5억원 까지는 20%의 세금을 매기는 등의 누진세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정말 다른 나라보다 상속세 부담이 큰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과세표준이 50억원이라면 정말 부럽습니다. 실제 물려받는 재산은 60~80억 원이 넘을 것입니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40.8%, 204,000만원의 상속세가 매겨집니다. 하지만 이를 일본에서 과세할 경우 40.92%로 한국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38.7%, 38.66% 세율이 적용됩니다. 적긴 하지만 거의 차이가 없죠. 한국이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실제 세율이 높지만, 명목 세율의 격차(한국 최고 50%, 미국 최고 40%)만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소득세와의 관계를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는 과거 소득세가 촘촘하지 못했던 시기에 축적된 부에 대해 상속 시점에 세금을 다시 정산한다는 일종의 사후과세개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의 이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것이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세제의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처럼 상속세와 소득세를 상호보완적 관계로 본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큰 나라이긴 합니다. 반면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소득세 비중이 큰 나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42%로 스웨덴(57.2%), 일본(55.95%), 덴마크(55.8%), 오스트리아(55%), 이스라엘(50%), 호주, 프랑스, 영국, 독일(이상 45%)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상속세를 폐지한 대부분의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습니다. 놀라운 것은 중국도 우리보다 높은 45%입니다. 각종 공제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실효세율을 따지면 소득세 부담은 더 낮아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그대로 나둔 채 상속세가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건 그저 이재용 부회장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상속세가 기업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어떨까요? 이는 상속세의 기본 정의도 모르는 주장입니다. 상속세는 개인에게 징수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기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특히 이런 주장은 기업과 사주를 동일시하는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나 나오는 주장이죠. 따라서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고 유가족에게 남겨진 재산 중 일부가 상속세로 국가에 귀속되는 것일 뿐, 삼성그룹의 어떤 회사도 자산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경영권이라는 발상도 시대착오적입니다. 글로벌 경쟁 속에 있는 대기업을 가장 잘 경영할 사람이 전임 총수의 자식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무리한 경영권 승계가 온갖 문제를 일으켜왔다는 것이 우리가 경험한 현실이 아닙니까.

 

특히 불로소득의 환수라는 점에서는 재드래곤에게 상속세를 내게하는 것은 소위 요즘 떠오른 정의에 가깝습니다. 재드래곤은 상속세를 다 내고도 아무 노력 없이 현행 제도 위에서도 8조원가량의 어마어마한 부를 새로 얻기 때문입니다.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요? 게다가 재드래곤은 이미 수조원을 소유한 부자입니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이 엄청난 재산이 물려받은것일까요? 재드래곤은 이건희로부터 겨우(?) 60억원을 물려받아 그 중 16억원을 세금으로 낸 후 남은 재산을 불려 지금의 수조원대 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뻥튀기가 재드래곤의 놀라운 능력 덕분일가요? 편법과 불법은 오가는 재드래곤의 기행은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상속세에 대해서는 유명한 CEO들도 멋진 말들을 남겼습니다. 특히 워런 버핏은 2007년 미국 상원 금융 위원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죠.

 

기회의 평등을 위해 부는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 상속세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재능이 아니라 유산에 의지해 국가의 부를 좌우할 능력을 얻게 된다.”

 

버핏은 부유한 사람들의 유산에서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사회의 자원이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상속세 폐지 대신 저소득 기구에 1000달라의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낫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회사를 자녀가 아니라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지트 자인(68) 보험 부회장과 그레그 아벨(57) 비보험 부회장 중에서 정한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버핏이 빌게이츠가 대담에서 나눈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1960년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의 아들이 1980년 올림픽 100m에서 아버지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요? 나는 그래서 상속을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멋진 CEO가 없을까요? 다음 창업자이자 쏘카로 욕을 많이 들었던 이재웅이 오랜만이 바른 소리를 했습니다. 이재웅은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이재용에게 상속세를 인하해주자는 주장에 대해 “30억 원을 물려받는데 36000만 원 정도의 세금이 많은 건가라고 반문하며 물론 수백억, 수천억 자산을 물려주는 사람들은 더 높은 요율의 세금을 내지만, 많은 자산을 형성한 것이 자신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로소득인 상속재산에 대해서 근로소득만큼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속 두 번 한다고 회사 없어지지 않는다며 삼성이 그 좋은 예라고 지적했죠. 오랜만에 다음 창업자다운 멋진 모습이네요. 앞으로도 그 모습 잃지 않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상속세 논란에 대한 재미난 주장 두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상속·증여 30억 상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중당이 올해 4·15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제안인데요. 현행 상속세 최고 구간인 30억 원부터는 90%의 세율을 적용해 국가가 환수하지는 이야기입니다.

민중당은 평범한 서민은 평생 한 푼도 안 쓰고 일해도 만질 수 없는 큰돈, 부모 잘 만난 누군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챙겨갔다안 쓰고 안 먹으며 땀 흘려 일해 봤자 부모 잘 둔 사람을 따라갈 수 없고 태어난 순간부터 운명이 정해진다면 대한민국의 희망은 없다며 이런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좀 과격하긴 하죠.

 

따라서 다음 제안을 살펴보겠습니다. 독일의 세탁기 회사 밀레를 아시나요? 만종을 그린 화가 말고 유명한 기업이 있습니다. 1899년에 창립된 밀레는 오늘날 진공청소기를 비롯해 세탁기, 오븐 등을 주로 생산합니다. 관련 분야에서 유럽 내 시장점유율 1위이며, 연간 매출액이 45000억 원입니다. 2017년 기준, 고용된 노동자 수만 18000여 명에 달하죠. 재미난 점은 평사원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정식으로 채용되기만 하면, 65세까지 일자리를 보장받는다는 것입니다.

 

더 재미난 점은 승계방식입니다. 밀레는 두 가문이 5149를 소유한 100% 가족 소유 기업입니다. 몇 대째 가업승계제도를 통해 상속과 경영이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밀레에서는 장손 혹은 후손이라고 누구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습니다.

 

우선 학점 제한이 있습니다. 외국어 능력도 중요하고, 4년 이상 다른 회사 근무경력이 필요합니다. 또 외부심사위원들의 1차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두 가문으로 구성된 60명의 심사위원단의 배심 절차는 거의 등용문 수준입니. 상속이나 승계절차도 중요하지만, 가업을 받아들이는 역량 또한 가업승계의, 간과할 수 없는 핵심이라는 군요. 이정도의 관문을 뚫고 선임된 CEO는 밀레 노동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실제로 이런 엄청난 관문을 뚫고 2002CEO에 오른 라인하르트 친칸 공동회장이 몇 년전 우리나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피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철저한 승계절차가 파벌·잡음을 없앴을 수 있다.”

 

재드래곤도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상속세는 자신의 돈으로 제대로 내고 삼성을 우리국민들이 좋아하는 기업으로 돌려놔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론들도 재드래곤 일병 구하기에 더 이상 지면낭비하지 말고 하루에도 몇 명 씩 산재피해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아픔처럼 정말 우리 사회가 알아야할 기사에 힘을 쓰길 바랍니다.

 

참고로 우리가 재드래곤이 정신 번쩍 들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드래곤이 내는 상속세를 높이는 묘수인데요. 바로 삼성전자 주가를 올리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드래곤 상속자산의 80%를 차지하는 게 삼성전자이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4.18%, 249273200주입니다. 상속세는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1025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 종가 평균값으로 산정됩니다. 지난 825일부터 지난 1030일까지 삼성전자의 평균 종가는 58506원이니, 이를 보유 주식 수와 곱하면 총 145840억원이 나옵니다. 이를 기준으로 유족들이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할 실질상속세는 총 84879억원입니다.

 

따라서 재드래곤 등 유족들 입장에서 오는 1224일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어떻게든 낮게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상속세 산정 기간 삼성전자의 평균 종가가 57000원일 경우 상속세는 82694억원, 56000원일 경우 81243억원, 55000원일 경우 79792억원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1224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의 평균 종가 1000원 당 약 1500억원의 돈이 왔다갔다하는 것이죠.

이 때문일까요? 벌써 꼼수가 난무합니다. 삼성전자가 통상 3분기 실적 발표 때 냈던 주주 환원 계획을 4분기 실적발표 시즌인 내년 1월로 미룬 것이죠. 친 주주적 배당책을 일찌감치 낼 경우 주가가 올라 상속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과도하게 내렸던 것과 똑같은 패턴입니다. 주주들은 손해보거나 말거나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인데도 삼성전자가 올 3·4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3·4분기 매출은 분기 매출 신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재드래곤 입장에서는 주가가 내려야 하는데 실적은 오히려 오른 셈이죠.

 

물론 주가는 27일부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 곧 진행될 대법원 판결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입장이죠. 그러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고.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서도 주가 하락은 방어해야 하고. 거기다 재드래곤이 상속세로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게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우리 국민들이 더 산다면···.

 

아무튼 재드래곤으로써는 외통수에 걸려 든 듯합니다. 그러니까 경영권을 버핏처럼, 밀레처럼 능력있는 사람에게 넘기면 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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