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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 할아버지’로부터 배우는 ‘오징어게임’같은 현실을 극복하는 비법

경불진 이피디 2021. 10. 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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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화면캡쳐

 

수영 못하는 현장실습 고교생 납 벨트 채워 잠수시켜 사망

남양주 아파트 현장서 크레인 조정 작업중 추락

제주 아파트서 고등학생 추락사사망 전 또래와 몸싸움

정신병원서 60대 환자, 10세 남아 성폭행 의혹

아이가 먼저 때렸다” 2세 원아 때린 어린이집 50대 교사

 

지난주 우리 마음을 무겁게 만든 뉴스들입니다. 이것 말고도 화나고 분통터지는 뉴스가 너무나 많죠. 네이버나 카카오, SNS는 물론 TV 뉴스를 자녀들과 함께 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개가 사람이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언론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잔인하고 엽기적이고 황당한, 마치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다고 쏟아지니까요. 이런 뉴스들만 보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정말 이상할 정도입니다. 당장이라도 외국처럼 시위가 일어나고 군부독재시절처럼 체류탄이 난무할 것 같은 공포가 들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의외로 조용합니다. 물론 코로나 등으로 자영업 경기는 침체되고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그래도 외국처럼 대규모 시위가 있지는 않죠. 엽기적인 사건으로 아무나 믿기힘든 사회 같지만 그래도 동네 마트나 공원에 나가보면 서로를 반가워하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런 한국인들의 정이 좋아서 한국에 눌러사는 외국인들도 점점 늘어만 갑니다. 특히 독일이나 핀란드, 덴마크 등 소위 천국같은 나라 출신 외국인들 중에도 한국이 좋다고 대한외국인으로, 혹은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데 왜 우리 사회, 대한민국은 이렇게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을까요? SNS나 유튜브를 보면 그야말로 디스토피아고 헬조선인데 대한민국은 전세계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을까요?

 

오늘은 뉴스만 보면 곧 망할 것 같은 대한민국이 버틸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살펴볼까합니다. 그리고 우리시대 큰 어른의 커다란 깨우침으로 희망을 찾아볼까합니다. 노파심에서 한가지 더.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앞서 언급했던 절망이 잊어버리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절망에 빠져 희망을 놓치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말자는 의미라는 사실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얼마 전 브리핑 시간에도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 지난 8월 진천이 난리가 났었죠. 진천 지역으로 택배가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진천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주로 파는 비수익형 쇼핑몰 진천몰에 주문이 밀려든데다가 전국에서 진천으로 선물이 쇄도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한국으로 온 아프가니스탄인 377명에 대해 일부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진천주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플래카드까지 내걸며 따뜻하게 맞아줬잖아요.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정착 프로그램에도 적극 협조하고요. 그래서 진천을 응원하기 위해 기부품을 보내는 것은 물론 특산물 구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죠, 진천군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쇼핑몰 진천몰에는 국격을 높여줘 감사하다” “감동받아서 찾아왔다식의 댓글이 연이어 달리기도 했고요. 주문이 급증해 잠시 주문을 받지 못하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소위 요즘 유행하는 돈쭐이 난 것입니다.

 

그런데 즐거운 비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월 매출이 10배나 늘어난 진천몰 입점업체들은 수익금의 일부를 다시 떼어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위한 기부금을 내놨습니다. 선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죠.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더라고요. 요즘도 진천몰은 주문이 즐어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주문이 몰려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아직도 게시되고 있더군요.

 

두 번째: 최근 '오늘의 유머'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는 식당이 있습니다. ‘현재 11년째 논란 중인 식당이라는 센스 넘치는 제목으로 광주의 ‘1000원 백반집’.

 

작성자가 올려놓은 사진에 따르면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 있는 '해뜨는 식당에서는 1000원만 내면 윤기가 흐르는 흑미밥, 따뜻한 된장국, 세 가지 맛깔난 반찬이 손님에게 제공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 2010년부터 이 가격이 11년째 유지되고 있다는 것.

 

그런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이게 말이 안되죠. 아무리 저렴하게 해도 1000원은 불가능하잖아요. 밥 한공기에도 1000원만 받는 곳이 드물어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 식당은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식당 곳곳에는 기부자 명단을 적은 리스트가 붙어 있다고 하는 군요.

 

그런데도 이해가 되지 않죠. 기부금만으로도 1000원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작성자는 장사도 잘 되어 하루에 100명이나 먹고 간다. 더 어이없는 건 식당이 적자라서 그런지 사장이 투잡까지 뛴다고 설명했습니다.

 

식당의 1대 사장인 고() 김선자 씨는 경제적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웃을 위해 식당을 열었다는 군요.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잇지 못하는 독거노인, 일용직 노동자 등 소외이웃의 지킴이 역할을 해온 김씨가 지난 2015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의 딸 김윤경씨가 2대째 식당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1000원 백반을 유지해 달라는 유언을 남겨 현재 사장님도 6년째 1000원을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뜨는 식당'은 그동안 지역의 선한 영향력 가게로 입소문이 나면서 개인과 단체, 기업들의 후원과 김씨가 보험설계사로 받은 월급 등으로 적자를 메꾸어 가면서 운영해 왔다는 군요. 코로나19 여파로 후원이 적잖이 끊기자 최근에는 광주공동체가 남다른 공동체 정신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 탓에 광주 대인시장 일대가 들썩인다고 합니다. 소위 돈쭐을 내주려는 사람들 덕분인데요. 이 분들은 가격이 너무 싸서 돈쭐 내기도 힘드네면서 사장님 몰래 만원내고 나오자” “사장님이 평생 어머니의 유지를 지킬 수 있으려면 건강해야 하니 보약을 해서 보내자” “밥 먹고 설거지와 청소를 대신 해드리자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 식당에 돈줄 내주러 조만간 가볼까 합니다.

 

이 덕분일까요? 선한영향력을 지칭하는 돈쭐은 예능프로그램도 점령했습니다. 미디어 기업 IHQ는 지난 8월 예능 프로그램 돈쭐내러 왔습니다를 선보였습니다. 방송인 이영자, 제이쓴 씨 등이 침체된 상권의 소상공인을 찾아 ‘30~50인분 먹방을 펼치는 방식인데요. 지난주에는 구로 디지털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곱창집에서 무려 128분을 순삭하는 진기명기를 선보여 화제를 끌었습니다. 이영자씨가 곱창을 흡입하는 모습은 기네스북에 올라야 되지 않을까요. 128인분 덕분에 매출은 2662000.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는 군요. 코로나로 초토화된 상권에 희망을 안겼다는 평가도 받고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집어볼 점이 있습니다. 선한영향력, 돈쭐을 주로 어느 세대가 하고 있을까요? 그래도 여유있는 중장년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돈쭐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놀랍게도 MZ세대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해 버릇없고, 자기만 알고, 약자는 무시하고, 사회에는 관심이 없다고 평가하죠. 소위 열~~정이 없다고 타박도 하고요. 미래에 대한 꿈도 없고 희망도 없이 인생을 낭비한다고 비난하기도 하죠.

 

물론 요즘 젊은 MZ 세대에게 이런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고도 남을 장점이 이들에게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돈쭐입니다.

 

MZ세대는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을 추려내고, 전자는 돈쭐로, 후자는 불매로 대응합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이른바 가치 소비, 소신 소비를 합니다.

 

실제로 지난 7월 성장관리 앱 그로우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나는 가치 소비(소신 소비)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79%에 달했습니다. MZ세대 10명 중 8명이 자신의 신념, 철학, 가치관에 따라 돈을 쓴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가치 소비는 있었습니다. 불매 운동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MZ세대의 가치 소비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적극적입니다. 에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못 믿겠다는 거죠.

 

그런데 노노재팬이란 앱과 사이트를 기억나실 것입니다. 일본불매운동이 한창일 때 MZ세대가 만든 앱입니다. 남양 회장가의 갑질에 항의하기 위해 남양유없사이트를 만든 사람도 MZ세대입니다. ‘남양유없은 바코드를 찍으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판별해줍니다. 기발하죠.

 

젊은 세대들의 이런 기발하고 쿨한 모습을 이렇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정치적 올바름중시 문화가 21세기 한국의 MZ세대 사이에서 경제적 올바름으로 확장돼서 나타나고 있다고요. 즉 불매 운동인 보이콧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쭐을 내는 바이콧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관여하고 있다고요. 자기만 알고 사회에 관심 없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와는 달리 MZ세대는 나름대로, 아니 훨씬 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사회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MZ 세대를 단점만을 부각해 골치덩어리라고 비난해서는 안되겠죠. 장점을 잘 다독여 자신들의 생각을 더 잘 표출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돈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이런 일도 있었죠. 오후 5시경 비가 내리던 포항시 북구 중흥로 젊음의 거리 인근 교차로에서 주류 운반 차량이 좌회전을 하다가 술병 상자 20여개를 쏟았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깨진 술병 잔해 등이 도로를 덮으면서 교통이 정체돼 일대에 큰 혼잡이 빚어졌죠. 이걸 누가 다 치우나하는 걱정이 생길 무렵.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주변을 지나던 고등학생 3명이 도로 한가운대로 달려 나왔던 것이죠. 이 학생들은 우산까지 내려놓고 장맛비를 맞으면서 도로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다른 학생들도 합세해 총 9명이 됐고, 이들을 본 인근 상가 상인들도 청소도구를 가져와서 도왔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더구나 깨진 술병이기 때문에 다칠 위험도 있었지만 이 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다칠 것을 염려해 선행을 베푼 것입니다.

 

이들의 재빠른 대응 덕분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었고, 2차 교통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혀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사회에 관심이 없느니, 예의가 없느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학생은 나중에 뭐가 되도 크게 되지 않을까요?

 

또 한가지. 지난 9월에 페이스북 커뮤니티 '의정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는 '의정부 훈훈한 소식'이라는 제목으로 이와 같은 내용의 제보가 올라왔습니다.

 

제보자는 의정부역에서 민락동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 학생이 카드를 안 가지고 온 걸 알게 되어 버스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기사님이 그냥 타게 해줬다고 한다근데 그 학생이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회사로 와 텀블러 30, 버스비 ,편지까지 놓고 갔다고 해 훈훈한 소식 전달해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글에는 학생이 버스회사에 보냈다는 텀블러와 감사편지 사진이 함께 첨부돼 있었죠. 편지에서 이 학생은 추석 연휴 중이던 지난달 22일 밤 11시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탑승했지만 카드를 잘못 가져온 걸 알게 됐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버스기사에게 다음 정류장에 내린다고 했지만 기사가 그냥 타라고 했다고 밝히며 덕분에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저 스스로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던 상황에 기사님이 보여주신 선행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썼습니다.

 

늦은 밤에 힘들게 버스에 오른 학생을 그냥 태워주신 기사님도 멋지지만 겨우 버스 한번 공짜로 태워 줬을뿐인데라고 지나칠 수도 있었음에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대학생도 정말 훌륭하지 않나요? 선한 영향력이란게 정말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바로 이런 선한영향력에 헬조선 같은 대한민국이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뉴스만 보면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은 대한민국이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숨은 영웅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 아닐까요?

 

물론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돈쭐이 어려운 이웃에 대한 구조적 지원 대신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까 걱정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돈쭐 현상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일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모 야구단 관계자를 사칭한 남성이 20대 청년 농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청년농을 위한 돈쭐 행사를 열겠다며 행사 자금을 요구, 수천만원을 뜯어 가는 사기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선한영향력, 돈쭐이 유행하자 기업들이 앞다퉈 ESG를 표방하고 나섰는데요.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추구겠다는 것이죠. 쉽게 이야기하면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과연 본심일까요?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월 첫째주 친환경 또 친환경ESG 속도 내는 현대중공업그룹이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실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7그룹 ESG(환경사회지배구조)협의체를 만들고 ES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기사가 실렸던 9월 현대중공업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시나요? 60대 노동자가 이동하던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울산 현대중공업 안에서 노동자가 사고로 숨지는 일이 올해만 네 번째라는 점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ESG협의체까지 만들었다더니 말이죠.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사고에 대해 단순 교통사고인데도 노조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점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사회적 책임을 이런 식을 지나요?

 

이처럼 선한영향력, 돈쭐을 ESG 등 마케팅 용어로 포장하려는 기업들의 꼼수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을 통해 내가 착한 기업이라고 홍보하는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씩 쏟아집니다. 기자가 취재한 것처럼 교묘하게 미담을 만들고 선행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더 이상 말을 드리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꼼수 때문에라도 선한 영향력, 돈쭐을 발휘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 같은데 그렇지 않잖아요. 오해를 받을 지도 모르는데 일반 국민들, 서민들 사이에서는 더욱 늘어날 조짐입니다.

 

또 맨 처음 언급했던 것처럼 사회에는 나쁜 사람, 악인, 범죄인들이 들끓는 것 같은데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돈쭐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나 혼자 살기도 빠듯한데, 남 생각하다가는 내가 죽겠는데, 이 험난한 세상에 착해 빠져서 어떻게 살아남아라고 다그치는 뉴스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데 왜 착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올까요?

 

지난 7부패 바이러스보다 더 생명력 질긴 것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반부패의 세계사를 경불진책방에서 다뤘는데요. 그 때 이런 이야기를 드렸었죠.

 

썩어빠진 세상, 더러운 세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부패의 냄새가 진동하는 것은 부패가 계속해서 목을 쳐도 다시 새로운 목이 자라나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괴물 히드라처럼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세상이 정작 망하지 않는 이유는 썩은 것을 도려내고 새살을 틔우며 더러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우루카기나, 라폴레트와 같은 반부패 투쟁의 영웅도 히드라처럼 끊임없이 등장해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현장실습고교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죽고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아동학대도 사라지지 않는 헬조선같이 보이지 대한민국이지만 망하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소외된 이웃들이 굶지 않도록 단돈 천원에 백반을 제공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한국인의 따뜻함을 보여준 진천 등에 돈쭐을 내주고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깨진 술병을 치우는 착한 바이러스, 선한 영향력도 반부패 영웅만큼이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사회에 아무리 악이 판을 치고 섞어 문드러진 것 같아도 이를 치유하고 서로 돕는 선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추악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줘 세계적인 화제가 된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로 등장했던 배우 오영수 씨가 지난 주말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 나오셨더라고요. 광고도 찍지 않을 정도 자부심이 높으신 분이 왜 예능에 나오셨을까요?

 

아마 마지막 말을 전하고 싶으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가 1등이 아니면 존재하면 안 되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어요. 2등은 필요 없다.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는 이겼잖아요. 다 승자예요. 우리말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란 말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썩을 대로 썩은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오징어게임. 그 속에서 시들지 않는 희망, 선한 아름다움을 깐부할아버지는 찾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깐부할아버지를 흉내내 오늘 방송 아름다운 애청자 여러분을 만나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애청자 여러분들도 혐오, 엽기, 선정만 쫓는 언론과 기업들의 행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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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 할아버지’로부터 배우는 ‘오징어게임’같은 현실 극복하는 비법

썩을 대로 썩은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오징어게임보다 현실이 더 암울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데···. 뉴스만 보면 망할 것 같은 대한민국이 그래도 잘 굴러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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