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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노동자 천국'인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19. 5. 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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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청춘'

꽃보다청춘에 소개돼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아이슬란드. 그런데 배우 조정석, 정우, 강하늘, 개그맨 정상훈의 좌충우돌 여행기 속에 등장한 비싼 물가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당시 프로그램에서는 아이슬란드의 물가가 높은 이유는 최저임금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동 가치를 높게 쳐 임금을 많이 지급하는 탓이란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끝에는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삶이 행복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나라라는 설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런 궁금증이 서울신문 [송혜민의 월드why]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꽃청춘의 천국이 됐을까에 설명돼 있다.

 

일단 아이슬란드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약 32만 명의 작은 나라로 최저임금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핀란드 등 유럽 8개국 중 하나다. 따라서 아이슬란드의 시간당 최저임금 14000원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임금의 평균이지, 법적으로 지정된 임금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가 자랑하는 높은것은 최저임금뿐이 아니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2015 임금과세’(Taxing Wages) 보고서에 따르면 급여에서 세금을 뺀 1인 세후 소득(가처분소득)은 아이슬란드가 35760달러로, 한국의 4421달러보다 낮았다. 즉 한국보다 세전 소득이 많지만 그만큼 떼어가는 세금도 많다는 뜻이다.

 

물가수준도 미국 뉴욕의 물가를 100으로 기준했을 때, 아이슬란드의 물가수준은 112.43을 기록했다. 한국의 80.4(35)에 비해 한참을 웃돈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최저임금과 더불어 세금도 높고 물가도 높은 아이슬란드가 지난해 4UN이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스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은 47위에 그쳤다.

 

이유가 뭘까. 그리스와 정반대의 선택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슬란드는 과거 한국,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금융위기의 아픔을 겪은 나라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기적을 일으켰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1인당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2008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이슬란드에게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했다. 즉 긴축정책을 통해 각종연금과 수당을 줄이고 국립병원을 폐쇄하는 등의 복지예산 축소를 제시한 것이다. 얼마 전 그리스의 선택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달랐다.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복지 예산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급격하게 증가한 실업자를 위해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조정했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건강을 잃지 않도록 건강보험 예산을 늘렸고,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양육비와 실업수당을 높였다. 결국 아이슬란드는 정상궤도를 되찾는데 성공하면서 2013년에는 2.8%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지켜주는 법적 보호망과 노동에 대한 인식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어제 말씀드렸던 신의 직장처럼 역발상으로 오히려 발전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물론 일부 공기업들은 국민 세금으로 기생하는 나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의 직장이 공기업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 이외에 신의직장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거부한다. 투자자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다. 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받는 이런 기업들이 늘어나야 아이슬란드 같은 천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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