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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뒷이야기

당신의 몰랐던 ‘신의 직장’들

경불진 이피디 2019. 5.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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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신의 직장'

신의 직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도 부러워할 만큼 연봉·복지·연속성 등이 뛰어난 직장을 뜻하는 말입니다. IMF 이후 갈수록 노동환경이 열약해지면서 신의 직장은 부러움으로 떠올랐습니다. 돈 잘 버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제공하니 당연한 결과죠.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신의 직장에 부정적인 의미가 덧칠해지고 있습니다. ‘신의 직장=방만경영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입니다. 언론에서도 나라 경제가 이지경인데 직원들만 배불려주면 어쩌냐’ ‘연차휴가 안 갔더니 2000만 원 보상신의 직장’ ‘신의 직장이 여기 있네운전 한번에 78만원등 신의 직장 깎아내리기에 혈안입니다. 주로 공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나라살림을 걱정하지 않고 자기몫만 챙기는 파렴치 범처럼 그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기사에는 하루 8시간 근무 규정에도 불구하고 12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일반 직장인들의 사연이 꼭 들어갑니다. 다들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신의직장에 다니는 직원들만 행복하면 안된다는 것을 강요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젠 신의 직장에 다니는 것이 자랑이 아닌 숨기고 싶은 일이 되고 있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회사의 주인이나 임원이 아닌 직원은 같이 대접을 받으면 안될까요. ‘신의 직장을 깎아내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직장을 신의 직장으로 만들면 안될까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럼 회사는, 나라경제는 이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묻는 것처럼 말이죠. ‘신의 직장함부로 흉내 내다가는 다 망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붓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데 직원들을 신처럼 대우하는대도 회사는 점점 커나가는 곳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춘이 신의 직장을 만드는 올해 가장 후한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사람은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CEO입니다. 스타벅스 창업자인 슐츠는 지난해 4월 무료로 학사 학위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지원 대상은 스타벅스 미국 지점에서 일하는 135000명 중 주 20시간 이상 일하며, 애리조나 주립대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과 시험 점수를 딴 직원입니다.

 

애리조나 주립대 온라인 학사 학위를 따기 위해 드는 학비는 약 6만 달러(7258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액수입니다. 하지만 슐츠 CEO2년 이상 온라인 학사 수업을 듣는 직원에게 학비 전액을, 그보다 적은 기간을 듣는 직원에게는 학비 일부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학비 일부를 지원받는 직원도 애리조나 주정부나 대학측의 지원금을 이용하면 대부분 무료로 공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비 일부만 지원하거나, 신규 직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학위를 딴 후 일정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거나, 기업과 관련 있는 분야만 전공하도록 강제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스타벅스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학위를 받고 나서, 마음대로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슐츠 CEO직원들이 학위를 따고 나서 그만두는 사례는 작은 마찰음에 불과하다이 프로그램은 스타벅스에 더 나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고, 브랜드 가치와 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스타벅스는 직원들에게 의료보험을 지원하고 스톡옵션을 주는 등 다른 저임금 기업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며, 이 덕분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타벅스 주가는 1992년 상장한 이후 100배 이상 뛰었습니다.

 

전 직원 연봉을 7만달러로 만든 그래비티페이먼츠 댄 프라이스 CEO도 당연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용카드 처리 스타트업인 그래비티페이먼트의 CEO 댄 프라이스(Dan Price)는 전직원의 연봉을 7만달러(8173만원)로 인상했습니다. 반면 자신의 연봉은 100만달러에서 7만달러로 깎았죠. 이 덕분에 경비원, 전화상담원, 판매직 등 저소득 직군 30명의 연봉이 2배가량 상승했습니다.

 

직원들의 연봉을 7만달러로 맞춘 배경은 201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이 연봉 75000달러가 넘으면 행복감 증가가 멈춘다는 주장이 뒷받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적어도 행복감을 주는 75000달러와 비슷한 액수로 직원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회사의 최말단 직원들의 처우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는 데서 프라이스 CEO의 결단은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출과 이익이 종전의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 리드 해스팅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스팅스 CEO는 남자 직원들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년까지 늘렸습니다. 휴직 기간으로 따지면 미국 기업 중 최고 수준이죠. 업무 복귀 후에도 육아를 위해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거나 필요시 재휴가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파격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넷플릭스는 공식 블로그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직원들이 가정문제에 걱정하지 않을 때 훨씬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실리콘밸리 기업들 가운데서도 직원 복지가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돼 왔습니다. 예를 들어 이 회사 직원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완수하는 한 연중 무제한 휴가를 갈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넷플릭스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갖고 있는데 이 회사 주가는 3년 전에 비해 16배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어떠신가요.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를 보면 우리나라 신의직장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오히려 뛰어넘을 정도죠. 이렇게 직원들에게 퍼주고있는데도 이들 기업들은 매출이나 이익 등 경영지표가 오히려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쟁과 효율을 최우선시 하는 자본주의 논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왜 그렇까요. 이들 CEO들은 직원들을 진정한 동료로 여깁니다. 함께 성장해야 할 동반자도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직원들에게 너무 잘해주면 버릇 나빠진다고 여기는 우리나라 일반적인 CEO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직원들도 CEO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협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CEO는 물론 직원들의 생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신의 직장을 시샘만 할 것이 아니라 당당히 다니고 있는 직장은 신의 직장으로 만들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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