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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어업 | 아이슬란드의 '프라이팬 혁명'

경불진 이피디 2019. 6. 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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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후라이팬 혁명

 

tvN 예능프로 꽃보다 청춘에서는 비친 아이슬란드의 모습은 황홀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이 나라에서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해 일어난 거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헙니다.

아이슬란드는 10년 사이에 국가 시스템이 두 번이나 크게 변화했습니다. 어업이 핵심 산업이던 인구 32만 명의 소국은 하루아침에 글로벌 금융 허브 국가로 발돋움하며 전세계 큰손들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무렵의 일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이 아이슬란드 은행들에 접근해 레버리지 차입, 인수·합병, 파생상품, 외환거래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소개했습니다. 고기잡이처럼 힘들이지 않고도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유혹에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넘어간거죠.

 

아이슬란드는 해외자본의 투자 관련 규제를 풀고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따라 2003년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의 자산은 합쳐야 수십억달러(수조원)에 불과했는데 3년 뒤에는 1400억달러(154조원)가 됐습니다.

은행들은 넘쳐나는 현금을 국민에게 뿌렸습니다. 고기잡이만 알던 이들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대출을 해줬습니다. 2003년부터 4년 동안 아이슬란드 주식시장은 9배 성장했고 수도 레이캬비크의 부동산 가격은 3배가 됐습니다. 이 기간에 금융산업 활성화로 한 해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슬란드가 2008년 갑자기 국가부도를 선언했습니다.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빚을 늘려놓았다가 상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죠. 예금이 인출되고 지급불능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때 아이슬란드는 다시 한번 정책 방향을 크게 전환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금융위기 때 은행에 세금을 넣어 되살린 것과 반대로, 아이슬란드는 3대 은행을 모두 파산시킵니다.

이는 프라이팬 혁명덕분입니다.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자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대로 국민투표를 통해 채무 상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국민투표에서 93%의 압도적인 다수가 채무 상환안을 거부했습니다.

이 덕분에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금융사들이 부실 책임을 지기는커녕 금융위기 기간에도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챙긴 것과 반대로, 아이슬란드 은행 경영자들은 부실에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게 됩니다. 또 아이슬란드는 이번엔 거꾸로 외국 돈을 쫓아내기로 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인들의 은행 계좌는 보호해주지만, 외국인들은 돈을 인출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버립니다.

 

나중에 다시 투자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에도 불과하고 금융이 아니라 어업으로 유턴을 한 것입니다.

한때 규제를 풀고 어부의 길을 버리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어보겠다는 선택은 아이슬란드인들이 했던 것이다. 결국 그 꿈이 허황된 것이라 판단하고 어부의 길로 되돌아온 것도 그들이 했던 선택이다. 그 선택 과정에서 정치가 있었고 선거가 있었고 시위가 있었고 국민투표도 있었다.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정책과 사회시스템이 가동됐다.

이 시기 아이슬란드 정부로부터 상징적 정책이 하나 더 나옵니다. 위기 직후에 모든 고기잡이 장소를 개방하고 시민 누구나 하루 650kg까지 물고기를 잡고 팔 수 있게 규제를 푼 것입니다. 돈에 대한 규제는 묶고 고기잡이에 대한 규제는 푼 셈입니다. 몇 년 전 금융 규제를 풀었던 것과 정반대 방향의 정책입니다.

 

다시 한번 진행한 유턴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아이슬란드 사회는 다시 변화합니다. 자산 가치는 추락하고 금융산업은 쪼그라들었지만 몇 년 동안 추락하던 어업은 다시 아이슬란드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일확천금의 투자 비즈니스는 사라졌지만 어업과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과 건강한 민주주의가 자라났습니다. 젊은 층은 자라나 H&M 같은 브랜드 쇼핑을 덜 하게 됐습니다. 대신 뜨개질 붐이 뜨겁게 일어났다. 뜨개질 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니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아이슬란드 경제가 건전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슬란드인들이 스스로 어떤 사회에 살 것인지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들도 아이슬란드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출처: https://www.huffingtonpost.kr/wonjae-lee/story_b_91660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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