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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잠수함 어의없는 사고는 ‘터널링 이팩트’ 때문!!!

경불진 이피디 2021. 2. 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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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해군력이라고 스스로 자랑해 왔던 일본 해군이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지난 8일 오전 1058분께 일본 고치현 아시즈리미사키 앞바다에서 해상자위대 잠수함 소류가 수면 위로 떠오르던 중 때마침 지나가던 상선과 충돌한 것이죠. 여기까지만 해도 황당한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 졌습니다.

 

사고가 나고 바로 신고해야 했는데도 무려 3시간 22분이나 지난 후에야 상황보고를 했다는 군요. 이유가 뭘까요?

 

혹시 소형 잠수함이라서? 그건 아닙니다. 2009년 취역한 소류는 길이 84m, 배수량 2950톤급 잠수함이라는 군요. 일본 최초의 디젤 전동식 잠수함으로 어뢰발사관 6기를 탑재했고 정원은 65명에 달합니다. 한마디로 일본이 자랑하는 최첨단 잠수함이었다는 것이죠.

 

그럼 진짜 이유가 뭘까요?

 

상선과 충돌하면서 잠수함의 안테나 기둥과 통신장비가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휴대전화로 잠수함 사고를 신고해야 하는데 전화 터지는 곳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는군요. MBC TV ‘서프라이즈에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진 셈이죠. 정말 개망신이죠.

 

이에 대해 해상자위대 수장인 야마무라 히로시 해상막료장(해군 참모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성전화 도입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는 군요.

 

참고로 우리 해군 잠수함은 이미 위성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동전화 중계기와 바다 위에 통신 안테나를 부착한 부이(buoy)를 케이블로 연결해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잠수함내 휴대전화 통화에 성공했다는 군요. 일본보다 훨씬 앞선 셈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일도 있습니다. 이번 사고가 일본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08219일 일본이 자랑하는 최첨단 이지스함이 어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일본 사회를 아연질색하게 만들었는데요.

 

일본 자위대 함정과 어선이 충돌한 것은 1988년 잠수함 나다시오와 낚싯배가 충돌해 30명이 사망한 이후 20년 만이며, 이지스함이 어선과 충돌한 것은 처음이었다는 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타고는 승무원 약 300명에 초계형 헬기 격납고까지 두는 등 당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 5척중 최대 규모였다는 점입니다.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 발사 등의 정보를 대형 컴퓨터로 순식간에 처리, 10개 이상의 목표에 동시 대응이 가능한 최첨단 장비를 잔뜩 갖춘 이지스함이 어선이 근접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충돌한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특히 충돌 방지를 위해 주변 선박을 탐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전후좌우에 승무원을 배치해 24시간 항해 해역을 감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 당시 시야를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안개가 짙었을까요? 물론 최첨단 레이더가 있기 때문에 이것도 핑계가 되기 힘들지만 말이죠. 하지만 놀랍게도 사고 당시 해역은 어둡기는 했지만 풍속 7, 파도 0.5, 시계는 20정도로 양호한 상태였다는 군요. 이지스함에 있던 300명의 600개 눈이면 어선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일본 군인들이 터널링 이팩트에 빠졌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됩니다. 터널링 이팩트는 어떤 일에 과몰입한 사람은 자기가 집중한 일 이외의 대부분을 잊는 현상을 뜻합니다. 마치 어두운 터널에서 나오려는 사람은 오로지 터널 밖으로 나가는 데에만 집중하여 당연히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이죠.

 

즉 일본 군인들도 자신이 맡은 일에만 과몰입한 탓에 다른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못봤다는 것입니다. 보고도 못 봤다는 말입니다.

 

에이 말도 안돼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보고도 못 본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죠.

 

하지만 주의맹이라 말이 있습니다. ‘주의맹’(change blindness)이란 제대로 주의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바로 터널링 이팩트와 일맥상통하는 말이죠.

 

주의맹은 코넬 대학교의 대니얼 사이먼스 교수와 대니얼 레빈 교수가 시행한 재미있는 실험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방인들을 대학 캠퍼스에 불러서 보행자들에게 길을 묻게 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실험의 전부는 아닙니다. 이방인과 보행자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문짝을 옮기는 두 남자가 대화를 방해하게 한 것이죠. 방해 시간은 1초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지만 그 사이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문짝을 옮기던 한 남자와 이방인이 역할을 바꿨는데도 보행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길을 설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험 결과, 지나가던 학생 열다섯 명 중에서 상대방이 바뀐 사실을 인식한 경우는 일곱 명에 불과했습니다.

 

고릴라 실험도 유명하죠. 농구 게임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농구공이 몇 번 패스 됐는지를 살피라고 했더니 농구장 옆으로 고릴라가 지나가는데 이를 알아챈 사람이 절반에 불과했다고 하죠. 바로 뭔가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터널링 이팩트로 주의맹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일본 잠수함의 승무원이나 이지스함의 승무원들도 각자 자신의 일에 너무 몰두하다보니 주의맹에 빠졌다는 것이죠. 그런데 재미난 것은 왜 유독 일본 해군에서만 이런 일이 반복되느냐는 것이죠.

 

바로 일본 군대 문화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의맹에 빠지는 사람은 절반정도입니다. 절반은 다가오는 위험을 알아차렸다는 것이죠. 그런데 위험을 알아차린 사람이 일반 병사인데 이를 눈치 채지 못한 장교에게 보고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상명하복의 구시대적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일본 군대에서는 아마 보고한다면 오히려 혼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그냥 모른 채하다가 이런 황당한 사고를 매번 당하는 것이죠.

 

그러니 아무리 최첨단 무기와 장비를 갖춘들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군국주의 군대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한 일본에서 이같은 황당한 '주의맹' 사고는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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