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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 망한 진짜 이유를 아시나요?

경불진 이피디 2020. 6. 1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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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 화면캡쳐

베네수엘라를 아시나요? 아마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과거 차베스가 집권했다는 것은 아는데. 아프리카 나라인가하는 분들도 계실테고요.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과거 야구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도 경기를 했는데라는 추억을 떠올리기도 할 것입니다. 또 여성분들 중에는 세계 미인대회를 휩쓸었던 나라인데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법합니다.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면 베네수엘라는 미스 월드 우승은 여섯 번, 미스 유니버스 1위는 일곱 차례 배출했다고 합니다. 세계 인구의 0.4%에 불과한 나라에서 국제 미인 대회 수상은 30%나 차지한 셈이죠. 바로 미인 사관학교가 큰 몫을 했다는데요.

 

그런데 최근 베네수엘라는 경제가 망한 나라로 자주 등장합니다. 중앙일보는 국민 체중이 10kg 줄었다세상의 종말 보여준 베네수엘라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극한의 자연재해나 전쟁·내전 직후에야 나타나는 경제 붕괴가 바로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 국민의 평균 체중은 10kg 이상 줄었고, 전체 인구의 10%는 살기 위해 나라를 떠났다는 것이죠.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산유국임에도 2019년 연평균 1000만 퍼센트(IMF 전망)에 이를 것이라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두 명의 대통령 등장이라는 초유의 혼돈에 휩싸였던 바가 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2019110일 집권 2기를 시작했지만, 20185월 대선은 야권의 유력 후보들을 출마조차 못하게 만든 상황에서 치러져 무효라면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바로 다음날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고 나섰던 것이죠.

 

그런데 한 때 부유한 산유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왜 이렇게 몰락하고 혼돈에 휩싸였을까요?

 

가장 치명적인 것이 미국의 경제제재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때인 2015년에 시작된 경제제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특히 트럼프가 들어선 이후인 2017년에는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주재국 정부 및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가 발행한 채권 및 부채에 대한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제제재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 과 국제 신용도는 폭락했죠. 게다가 그동안 미국에 의존해오던 생필품과 의약품 수입까지 막혔습니다. 수퍼마켓에 먹을 것이 없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힘들어진 것이 바로 미국과 EU까지 나서서 경제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웃나라로 탈출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미국은 왜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를 하고 있을까요? 차베스 때문에, 독재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물론 가장 대표적인 이유죠.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좀 있다 하고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를 괴롭힌 지정학적 잡음을 셰일오일이 모두 걷어내고 있다”고 보도 했습니다.

 

이게 뭔 이야기일까요?

 

지난해 미국의 원유 순수입량, 즉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뺀 것이 얼마나 되는지 혹시 아시나요? 하루 230만 배럴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1967년 이후 가장 적습니다. 세계 대표적인 석유 수입국가인 미국, 석유 때문에 이라크 전쟁까지 일으켰던 미국이 어찌된 일일까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7월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 자료에 따르면 하루 1531만 배럴에 달합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1228만 배럴)와 러시아(1143만 배럴) 보다 많은 숫자죠. 한마디로 세계 원유 생산 1위가 미국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최근 사우디는 드론에 의한 석유시설 공격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원유 생산 1위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생산량만이 아니죠. 미국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보다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가채매장량은 2640억 배럴로 추정됩니다. 가채매장량이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시추가 가능한 원유 매장 규모를 뜻합니다. 사우디는 2120억 배럴, 러시아는 2560억 배럴입니다. 특히 EIA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2027년까지 매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원유 순수입량이 제로를 넘어 순수출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죠.

 

그런데 도대체 미국의 원유 생산이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요? 바로 셰일오일 덕분입니다. 미국의 세계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에는 600~70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거든요. 이는 세계 최대 매장량(750억 배럴)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시장 가치로는 33000억 달러(38973000억 원)에 달하죠.

 

이런 가치를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트럼프가 모를 리가 없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는 자신의 힘을 마음껏 사용해 미국의 원유 수출을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취한 조치가 뭘까요? 바로 베네수엘라 경제제제입니다. 미국 턱 밑에 있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을 붕괴시킨다면 이에 대한 반사효과로 미국의 석유 수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표적인 반미주의자인 차베스가 집권할 때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를 무너뜨리겠다면서 원유 수출을 대폭 늘린 악연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차베스가 미국과 석유전쟁을 벌였던 것이죠. 실제로 당시 베네수엘라 석유수입에 상당부분 의존하던 미국에게 차베스는 우리 석유 팔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자주 놓기도 했습니다.

 

당시 차베스가 이런 배장을 부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한 때 셰일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셰일오일 개발이 활발했었죠. 그런데 이를 위협적으로 여긴 석유수출국 기구(OPEC)2010년대 중반 증산을 가속화해 유가를 떨어뜨렸습니다. 이유는 셰일오일이 일반 원유보다 생산비용이 비싸다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셰일오일 업체의 손익분기점 아래로 유가를 떨어뜨렸다는 말입니다. 그럼 셰일오일 업체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겠죠. 한때는 OPEC의 이런 증산 공격이 먹히는 듯했죠. 차베스도 신이 났겠죠. 실제로 미국의 셰일 가스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저유가가 지속되자 석유수출에 의존하던 베네수엘라 경제도 무너지기 시작했죠. 여기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차베스 정권 말기인 2010년 전후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을 지속해서 줄여왔습니다.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한 것을 전후해 기존 수입량의 80%를 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미국의 경제제재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설사가상으로 위기를 느낀 미국 셰일기업들은 비용절감과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여러 업체가 살아남았죠. 이후 유가는 더욱 떨어졌고 오히려 낮은 유가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손을 든 건 OPEC 국가들이었습니다. 낮은 유가 탓에 재정수입이 감소한 OPEC과 러시아는 201612월 정례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해 유가를 끌어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쾌재를 부른 트럼프는 더욱 더 미국 셰일 가스 업체들을 돕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아예 금지시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굶어죽건 말건 미국 셰일 가스 업체들의 돈 만 불려주려 했던 것이죠. 더 나아가 오바마 때 관계를 튼 이란에 대해서도 다시 제재를 가했고요. 국제 원유시장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원유 공급이 줄어들자 어떻게 됐을까요? 원유수입국들이 다소 비싼 미국의 셰일 가스를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덕분에 미국의 원유 수출이 지난 6월 역대 최대인 하루 377만 배럴을 기록하고 있죠. 이는 사우디, 러시아에 이은 전세계 3위에 해당하는 수치죠. 조만간 1위 자리를 미국이 차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런데 차베스가 죽고 트럼프가 집권하자 미국의 반격이 집요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로 트럼프는 2019년  1월 베네수엘라 석유부문 제재를 발효한 것을 시작으로 중앙은행을 포함한 100여개 기관과 핵심인물에 개별 제재를 가했습니다. 사실상 원유 수출을 금지한 것입니다. 이런 조치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10년 전 하루 350만 배럴이던 것이 지금은 100만 배럴이 채 안 될 정도로 감소했죠.

 

게다가 우리나라도 지난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60668000배럴에 달합니다. 사우디,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다음으로 미국으로부터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죠.

 

정리하자면 미국에 맞선 베네수엘라를 무너뜨리고 자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을 키우기 위해 오바마는 물론 트럼프까지 베네수엘라 경제를 망가뜨린 것입니다. 차베스와 마두로가 반미주의자인데다 한때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은 공격한 전례가 있으니 이런 조치를 취하는 데는 거리낌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미국의 파상공세에 베네수엘라는 무너져내린 것이고요.

 

현재 마두로 대통령은 전임 차베스의 후계자입니다. 그런데 차베스가 집권한 것이 1998년이라는 군요. 따라서 현재 집권 세력은 20년이 넘게 정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고인 물은 결국 섞기 마련이죠. 20년 넘게 집권한 정권이 깨끗하긴 힘들겠죠. 실제로 베네수엘라 기득권층은 이미 해외로 재산을 다 빼돌려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부유함을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이를 미국의 방조하는 측면도 있고요. 따라서 장기집권을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youtu.be/x7s3J0EUn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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