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R의 공포' 과연? 본문
TV나 신문을 보신 분들 중에 두려움을 크게 느끼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많은 언론들의 ‘R의 공포’를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일본과의 일전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R의 공포’까지 몰려온다면 제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라도 타격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죠.
연합뉴스 ‘R의 공포’ 한국도 안심 못 한다…곳곳서 경기침체 ‘경고음’
파이낸셜뉴스 “R의 공포 재현…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 늘려야”
한국경제 생산·투자·소비 부진에 ‘R의 공포’ 덮쳐 … 경기 침체 악순환 빠지나
제목만 봐도 무시무시하죠? 특히 1997년 IMF 때의 악몽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으실 듯합니다. 아니며 2008년 금융위기가 생각난다는 분들도 계실테고요. 여기에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을 설파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당장 금이나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돌려야 하나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저희처럼 없는 사람들이야 이런 걱정조차 필요없겠지만요.)
아무튼 언론들이 전하는 R의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은데요. 놀이동산 귀신의 집에 들어온 것처럼 소리부터 질러대는 분들도 계실 듯하고요. 무서워서 눈도 못 뜨고 발 한발 옮기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공포 영화 등에서 보면 이런 장면이 꼭 나오죠. 가장 먼저 소리 지르고 공포에 질려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나요? 대부분 가장 먼저 당합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공포의 본질을 파악해나가는 주인공들은 결국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죠.
현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공포의 본질이 뭐고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빠르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래서 오늘과 내일은 공포 영화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언론들이 전하는 공포의 실체를 하나하나 해부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애청자 여러분과 함께 현명한 해법도 모색할까 합니다. 그러니 해피앤딩이 될 수 있도록 기원 부탁드립니다.
일단 언론들의 보도를 살펴볼께요.
지난 15일자 서울경제 보도입니다. 제목이 ‘40년간 5번 금리역전 때마다 침체···1~2년내 위기 올수도’입니다. 제목만 보면 경기침체가 확실한 것 같다고 공포가 느껴지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2년물과 10년물 미국 국채금리 역전은 1978년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 두 번, 닷컴 열풍의 붕괴를 앞둔 2000년대 초반에 한 번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시장에서는 오래 자금을 빌리는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통례를 깨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로 여겨진다. 실제로 2년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뒤바뀐 후에는 반드시 경기침체가 미국 경제를 덮쳤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3개월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전보다 2년과 10년물 역전을 더 중요하게 본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금리 역전 뒤 경기침체가 찾아온 시점은 평균 22개월 후였다.
실제 시장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징후가 계속 쌓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이날 처음으로 연 2% 밑으로 내려갔고 영국에서도 2년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뒤집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0.652%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는 전날 대비 0.55엔(0.51%) 떨어진 105.89엔 수준에서 거래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어떠신가요? 태풍의 몰려오기 직전 같은 공포가 느껴지시나요?
16일자 중앙일보의 ‘美 금리역전 쇼크···과거 5번 모두 글로벌 침체로 이어졌다’ 기사도 비슷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공포의 실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에 놀란 시장이 더 흔들린 건 중국과 독일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 부진이다.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두 나라 경제 둔화 조짐이 ‘경제 침체’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는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4.8%(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치(5.9%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15일 중국 증시는 하루 내내 고전하다가 소폭 반등(0.25%)하며 마감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경제 성장세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커지는 ‘R의 공포’는 미국 주식시장을 흔들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800.49포인트(3.05%) 급락한 2만5479.42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지수 하락폭으로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42.42포인트(3.02%) 내린 7773.94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도 전날보다 3% 가까이 하락했다.‘
채권 금리가 역전되고 주식이 폭락하는데 중국·독일 등의 경제지표가 부진하다니 정말 보이지 않는 뭔가 있는게 아닌 가 하는 공포가 느껴집니다. 이러다가는 다 망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도 들고요.
그런데 이런 기사들이 마지막에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투자자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약 6년 만에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섰다고 강조합니다. 연초 대비 20% 가까이 급등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돈 있으면 지금 당장 금으로 사라고 부추기는 것이죠. 지금 사지 않으면 거지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있죠. 금리 인하입니다. 이렇게 R의 공포가 몰려오는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증시 급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정신 나간(crazy)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며 “우리는 쉽게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데 Fed가 다리를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Fed는 너무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이제는 너무 늦게 금리를 내리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다시 한번 압박했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가 뭘까요? 한국은행에도 압박을 넣은 것입니다. 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인하 할텐데 우리는 뭐하느냐는 것이죠. 자칫 시기를 놓치면 우리 경제가 다 죽게 생겼다면서요.
그런데 잠시 숨 고르고 따져보겠습니다. 일단 많은 언론들이 공포의 전조라고 지적하는 금리역전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가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리와 채권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벌써 머리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듯한데요. 숫자와 그래프가 난무하는 일반적인 경제학 서적과는 달리 가능한 말로 쉽게 설명하도록 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경불진을 꾸준히 들어오신 분들한테는 껌일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기회있을때마다 설명을 드렸으니까요. 그래서 복습한다는 심정으로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금리는 다들 아시죠. 돈을 예금하거나 대출받을 때의 이자율을 뜻합니다. 예금자 입장에선 지금 돈을 쓰지 않고 은행에 넣어 두는 대가로 받는 것이죠. 쉽게 이야기하면 돈의 값입니다. 시장에서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때 돈으로 삽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돈을 빌려주거나 빌릴 때 돈의 값을 따로 정하죠. 이것이 바로 금리입니다. 따라서 돈의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히 돈의 값인 금리가 올라가고 돈의 공급이 늘어나면 금리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채권을 뭘까요? 채권은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차용증서입니다. 즉, 돈을 얼마 빌리고, 언제까지 상환하고 이자는 얼마인지를 기입한 증서입니다. 채권을 발행하는 곳은 많습니다. 우선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국고채라 부릅니다. 기업들은 보통 3년 만기인 회사채를 발행합니다. 또 급히 돈이 필요하면 3개월짜리 기업어음(CP)을 발행합니다. 금융기관에 예금을 맡겼다는 증서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도 있는데 이를 양도성예금증서(CD)라고 합니다. CD의 만기도 보통 3개월입니다. 이 채권을 유가증권, 주식처럼 사고 팔 수가 있어요. 만기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죠. 따라서 만기이전에 채권을 사고 팔 때 채권에 표시된 얼마에 빌렸다는 금액(액면가)와 채권이 거래된 가격의 차이가 바로 채권금리죠. 따라서 채권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채권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언론들이 떠드는 국채금리 역전은 무슨 의미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왜 차이나는지부터 알아야겠죠. 일단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중 어느 것이 높을까요?
정기예금을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정기예금상품에 가입을 할 때도 일반적으로 3개월짜리 예금상품과 1년짜리 예금상품을 비교해보면 1년짜리 예금상품의 금리가 더 높죠. 그런데 이유가 뭘까요? 돈을 맡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오랜 기간 소중한 돈을 다른 곳에 맡기는 것이다 보니까 짧은 기간보다는 리스크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죠. 하이리스크를 떠앉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이리턴이 보장돼야 이렇게 오랜 기간 예금을 넣어놓겠죠. 따라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3개월짜리 예금상품보다 1년짜리 예금상품의 금리가 더 높죠
이는 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단기 대출보다는 장기 대출의 금리가 더 높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입장에서는 오랜 기간동안 돈을 빌려줘야하는데 이 사이에 빌려간 사람이 파산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등의 위험이 더 크겠죠. 그래서 이자도 많이 받는 것입니다.
그럼 채권은 어떨까요? 마찬가지죠.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보다는 만기가 긴 장기채권의 금리가 더 높습니다.
예금·대출·채권 등에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이유는 이해가 되시죠? 그런데 설명을 드릴 때 매번 일반적으로라는 사족을 붙였습니다. 왜 일까요?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하는데 이렇지 않은 예외적인 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요즘 언론들이 떠드는 금리역전이 대표적인데요. 왜 이런 예외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앞서 언론들은 2년물과 10년물 미국 국채금리 역전됐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역전보다 더 심각하다고 이야기하죠. 앞서 배운대로 따져보면 일반적인 경우에는 금리순서가 어떻게 될가요? 10년물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2년물, 가장 적은 것이 3개월 물이겠죠. 그런데 미 국채시장에서 3개월물 금리와 10년물 금리는 지난 5월부터 이미 뒤집혔습니다. 이 때도 경기침체의 우려가 있긴 했었죠. 하지만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실제로 investing.com이란 사이트에서 확인한 18일 미국 국채시장의 금리를 보면 3개월물은 1.871% 2년물은 1.487%, 10년물은 1.562%입니다. 순서대로 보면 3개월물> 10년물 >2년물이죠. 앞서 언론들이 떠든 것처럼 10년물과 2년물은 역전돼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14일 2년물이 1.581%까지 올랐다가 1.487%로 떨어지는 사이 10년물은 1.583%에서 1.502%로 변하면서 장중 한때 역전됐다가 정상화된 것입니다. 물론 3개월물이 가장 높은 역전은 계속되고 있지만요. 공포가 몰려왔다가 물러간 셈입니다. 그 이유는 잠시 뒤에 설명드리고요. 왜 이런 역전이 벌어질까요?
금리를 결정하는 경제학적 이론 중에 ‘기대 이론’이란게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에 따라 장단기 금리가 달라진다는 것인데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일반적으로 높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장기금리가 항상 장기일까요? 장기금리도 시간이 지나면 단기가 됩니다. 10년물 채권도 발행되고 8년 9년9개월째에 접어들면 2년물, 3개월물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죠. 즉 장기금리는 미래의 단기금리입니다. 따라서 기대 이론에서는 미래의 단기금리가 지금의 단기금리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장기금리가 더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미래의 단기금리가 지금의 단기금리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장기금리는 낮아진다고 설명하고요.
그런데 어떤 경우에 미래의 단기금리가 지금의 단기금리보다 높아진다고 예상할까요? 금리는 돈의 값이라고 했죠? 미래의 단기금리가 높다는 것은 미래에 돈의 값이 높아지는 것인데요. 돈의 값이 높아지는 것은 미래에 돈을 빌리는 사람이 많을 경우입니다. 요즘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돈을 빌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부동산을 산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는 일반적이진 않죠. 돈을 빌려 장사를 시작하고 공장을 짓습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 차도 사고 노동자도 고용하죠. 이게 일반적인 경우인데 워낙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아무튼 이렇게 빌린 돈으로 장사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경제가 좋아진다는 기대가 있다는 이야기죠. 즉 정리하자면 미래의 단기금리인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다는 것은 미래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는 것입니다.
그럼 미래의 단기금리가 지금의 단기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죠.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강해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드실 것입니다. 단순히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다고 과연 경제가 나빠질까?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이를 은행의 수익구조로 설명합니다.
은행은 어떻게 돈을 벌까요? 예대마진이라고 하죠. 대출과 예금의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의 대부분을 올립니다. 물론 선진은행들은 다른 수익도 있지만요.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높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은행들이 돈독이 올라서?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기간의 차이 때문입니다. 보통 대출의 만기가 예금의 만기가 깁니다. 돈을 빌리는 기간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기간보다 길다는 말이죠.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 한합니다. 따라서 대출금리가 장기, 예금금리가 단기가 되는 것이죠.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에는 장기금리인 대출금리가 단기금리인 예금금리보다 높은 것이죠. 이를 통해 은행들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고요. 따라서 대출금리와 관련 높은 장기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은 이익입니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높아진다면요? 이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어 심지어는 역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의 수익은 급감합니다. 그래서 긴축경영을 하게 되죠. 특히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은행은 대출을 줄이기 됩니다. 대출을 할수록 손해가 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돈줄이 마른다고 하죠.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벌어집니다.
돈 줄이 마르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돈은 일반적으로 경제의 윤활유라고 하죠. 돈이 있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기업들은 투자를 할 때 은행에 대출을 받아서 하거나 또는 채권을 발행을 해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게 되죠. 하지만 대출이 줄어들게 되면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게 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죠. 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해 1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던 개인이 500만원밖에 빌리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출할 수 있는 돈도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기업도, 개인도 쓸 돈이 있어야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고 할텐데 투자할 돈도 소비할 돈도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경기가 점점 둔화되다 결국 경기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언론들이 공포를 부추기는 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됐으니 미래 경기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예상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고 결국 경기침체까지 우려된다는 것이죠. 이를 앞서 언급한 ‘R의 공포’라고 합니다.
하지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반드시 ‘R의 공포’가 밀려올 것이라 예단할 수 있을까요?
지난 주말인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06.62포인트(1.20%) 오른 2만5886.01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41.08포인트(1.44%) 상승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129.38포인트(1.67%) 뛰었습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도 모두 올랐고 특히 애플은 2.3% 넘게 상승했습니다. 지난 14일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 소식에 폭락한 뒤 15∼16일 반등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단 미 국채 금리가 안정을 되 찾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10년물 국채 금리도 1.5%대로 다시 올라왔고 2년물 금리는 반대로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 차이를 정상적으로 벌렸습니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장단기 금리 역전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옐런 전 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침체 지표로서 금리 역전을 신뢰하는 게 이번에는 잘못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된 저금리 현상으로 단기채와 장기채의 수익률차(스프레드)가 워낙 축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발행량 증가나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 등 다른 요인들로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중요 선진국 대부분이 제로금리 이거나 제로금리에 가까우니 만큼 금리역전은 수시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질문. 선진국들의 기준 금리는 얼마나 될까요? 일단 미국은 얼마전 인하해서 2~2.25%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낮은 1.5%죠. 그럼 유럽 중아은행의 기준금리는? 제로입니다. 그런데 스웨덴은 어떨까요? -0.25%입니다. 돈을 맡기는 이자 대신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융의 나라인 스위스는 더 심하죠. 기준금리가 –0.75%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요? 아베가 무한정 돈을 풀면서 기준금리가 –0.1%입니다. 주요 선진국 중 무려 세 나라가 마이너스 금리란 것이죠.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막대한 돈을 푼다는 말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횡횡하고 있으니 장단기 역전 현상도 벌어진다는 말입니다. 금용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장단기 역전을 경기침체 현상 전조로 해석하기 위한 조건으로 한 달 이상 역전 현상이 지속하는지 여부 등 여러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R의 공포’가 몰려온다는 언론들의 공포조장에 휘둘리지 말고 공포영화속 주인공들처럼 공포의 실체를 똑똑히 보는 해안이 필요합니다. 두려움보다는 공포와 맞서 이길 수 있는 비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 비법을 지금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흘렀군요. 비법은 내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는 최근 TV나 신문에서 부추기고 있는 ‘R의 공포’에 대해 살펴봤죠. 장단기 금리역전이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그리고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조금 머리 아프지만 금리와 채권의 원리도 살짝 맛을 봤고요. 그런데 어제 마지막에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R의 공포’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죠. 워낙 낮아진 금리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드렸고요. 그리고 이런 언론들의 조장한 공포에서 해안을 찾는 법을 알아보겠다고 했었는데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볼까 합니다. 우선 언론들은 ‘R의 공포’를 언급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역전됐는데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72%입니다. 반면 3년물은 1.095%입니다. 미국의 단기금리를 대표하는 것이 2년물이면 우리나라는 3년물입니다. 이것까지 설명드리면 복잡하니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0.077%로 아직 10년물이 높습니다. 언론들이 떠벌리는 것을 보면 역전되고 남았을 것 같은데 아직 역전되진 않았죠. 물론 이런 장단기 금리 차가 11년 만에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역전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도 장중 역전됐다가 바로 회복된 것처럼 일시적인 역전일 가능성도 큽니다. 금리 역전보다는 어제 말씀드렸듯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 탓에 오는 왜곡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혹시 그래도 보수언론이 떠벌리는 것처럼 경기침체가 오면 어떻하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항상 똑같이 반복될까요? 표면적으로 보면 똑같이 보입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해서인지 탐욕 때문인지 과거의 악습이 반복되고 나쁜 놈이 득세하는 것 같죠.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똑같이 반복되는 역사는 없습니다. 인류가 500만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거치면서 서서히 진화해 왔듯이 역사도 우리가 알아채기 힘들만큼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죠. 위기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금리역전이 반드시 경제위기를 몰고 왔다는 보수언론들의 주장을 한번 살펴볼까요. 앞서 언론들은 1978년 이후 5번의 금리역전이 있었는데 이 때 모두 경기침체가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5번의 금리 역전은 통계학적으로 표본이 너무 적습니다. 5번 모두 경기침체가 이어졌다고 해도 이에 대한 통계학적인 인과관계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죠.
게다가 더 중요한 점도 있습니다. 금리 역전 뒤 경기침체가 찾아온 시점은 평균 22개월 후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2개월 후면 2021년 6월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에 22개월 후에 위기가 온다고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어야 할까요? 이때쯤이면 통일이 될지도 모르는데요.
게다가 정작 언론들이 말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장단기 역전 현상 이후 1978년이나 2008년에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등에는 한국은 IMF로 위기를 겪었지만 미국 등은 오히려 주가 버블이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금리역전이 반드시 경기침체를 가져온다는 보수언론들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매우 많습니다. 물론 조심은 해야 겠지만요.
보수언론들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증거가 또 하나 있습니다. 최근 보수언론들은 은근히 연상시키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IMF죠. ‘제2의 IMF’가 올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경제위기 10년 주기설도 언급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으니 10년 후인 올해 또 다른 위기가 온다는 것이죠.
특히 아시아타임즈라는 보수매체는 ‘일본발 제2의 IMF사태 오나?’라는 기사에서 한 상장사 관계자가 “김영삼 정부시절 일본을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했다가 IMF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이번에도 일본발 금융위기가 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고 전하기도 합니다. 그 상장사 관계자가 도대체 누군가요?
혹시 그 관계자가 대일민국 사람 나경원 아닐까요? 나베는 최근 여러 곳에서 ‘제2의 IMF 위기설’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버팀목인 한국거래소에서도 이런 헛소리를 해서 노조로부터 “자한당 전면 출입금지”조치를 유발하기도 했고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 국가 신용도가 일본보다 두단계나 위인데 IMF급 위기가 오면 일본이 먼저 올텐데···. 혹시 ‘우리 일본’에 IMF가 올 것이 두려워서 그랬나요?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것을 나베는 본 것이 아닐까요? ‘우리 일본’으로부터 언질을 받았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점검해보겠습니다. 1997년 2009년의 금융시장을 비교해보는 것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1997년 IMF 외환위기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1년 전인 1996년에 있었던 전격적인 OECD 가입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을 위해 자본시장을 자유화했죠. 그래서 해외에서 단기자본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1991년 391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외채는 1996년 1,047억 달러, 1997년 1,208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죠. 그런데 이중 58%는 단기 채무였습니다.
특히 단기자금을 빌려오는데 가장 앞장섰던 곳이 바로 종금사입니다. 동양종금, 중앙종금, 나라종금 등 기억나시죠? 그런데 이 종금들은 다 재벌들이 만든 것입니다. 단기자금을 해외에서 빌려와 흥청망청 쓰기 위해 종금사를 이용한 것입니다. 문론 호황만 계속되면 문제가 없었겠죠. 하지만 위기가 와서 단기자금의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고 외국계 자본이 갚으라고 하면서 큰일이 난 것이죠. 그래서 나라종금 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금융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한보·대우 등도 무너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2019년 현재는 어떨까요? 지난 6월 말 기준 외채 규모는 4,198억 달러로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는 1,757억 달러입니다. 비중으로 보면 단기외채는 32%가량입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58%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죠. 특히 단기외채의 절반가량은 순수한 외채라기보다는 국내에 있는 외국은행의 지점이 본점에서 빌린 돈입니다. 일종의 현금 흐름이죠. 따라서 순수 단기 외채는 23% 가량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IMF 같은 외환위기가 가까운 시일내에 오긴 힘들다는 이야기죠.
그럼 외환보유고은 어떨까요? 1997년 12월 18일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9.4억 달러까지 감소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는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이 강조됐죠. 그래서 올해 8월 말 기준 4,031억 1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세계 9위 수준이죠. 게다가 캐나다, 스위스,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7개국과 1328억달러에 달하는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통화스왑은 상대국이 원할 경우 체결한 규모내에서 언제든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는 5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봐야 합니다. 단기외채 1757억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기업은 어떨까요? 사실 IMF때는 종금사 등을 통해 재벌들의 무리한 차입이 문제였습니다. 1997년 초 5조 7천억 원의 빚을 져 부도처리 된 한보철강이 대표적이죠. 1996년 6월 기준 한보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893%나 됐습니다. 당시 다른 기업들도 버는 돈에 비해 빌리는 돈이 너무 많았습니다. 1997년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96.3%로 미국 153.5%(96년), 일본 193.2%(96년), 대만 85.7%(95년) 등과 비교해도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럼 현재는 어떨까요? 올해 1분기 제조업 부채비율은 69%입니다. 전산업 부채비율은 86.7%로 2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에는 47.4%에 불과합니다. 이는 104.9%인 미국이나 68.9%인 중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죠. 특히 정부부채 1위인 일본은 상장기업 부채도 62.2%로 만만치 않습니다. 부도사태가 벌어지면 일본이 아닐까요?
이를 보수언론들도 모르지는 않을텐데 왜 위기설을 퍼뜨리고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을 흔들기 위해서? 위기라고 떠벌려야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니까? 그것보다 더 음흉한 꼼수가 있습니다.
일본 아베의 무역도발에 미국발 금리역전 현상까지 빚어지니 많은 언론들이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규제완화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장사하기 힘들어졌으니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들이 강화해온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돈 벌 수 있게 비즈니스 환경을 이번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자일당 아니 자한당 위원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가습기 살균제 연쇄 사망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종배 자한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기업을 어렵게 하는 게 누가 자율적으로 설비 투자를 하겠나. 친기업·친시장 정책으로 가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을 개선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앞장서야 한다”고 설쳤습니다.
문제는 화평법과 화관법이 국민 안전을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입니다. 화평법은 기업들이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기 전에 유해성 정보를 정부에 등록·신고하도록 규정한 법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1400여명이 숨진 뒤 2011년 만들어졌죠. 화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고 시 신속·적절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로 2015년 시행됐습니다. 역시 2012년 9월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가스 파이프 연결·이송 도중에 불화수소 8톤이 누출돼 마을 주민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친 비극적인 사고 뒤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 수출규제로 발생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규제 완화 등 기업들의 민원성 요구가 같이 얹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개혁 과제들이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순조롭게 정착하던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52시간제는 이미 지난해 관련 법이 개정돼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중입니다. 내년 7월에는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에, 2021년 7월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을 늦추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하는군요. 노동자들이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 일본의 무역보복과 미국의 금리역전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엉덩이만 붙이고 일만 하면 산업경쟁력이 그냥 높아지나요? 이번에 민주당 실망이네요. 물론 정부는 다행히도 52시간 노동제를 유예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긴 했습니다. 오히려 빠르게 정착되도록 박차를 가했다고 했다는 군요.
여기에 기준 금리를 서둘러 낮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기업들이 이자내기도 힘들다면서요.
이처럼 경제위기설을 설파하며 은근설적 기업들의 민원을 들어주려는 불순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광고를 하나라도 더 따내려는 언론들이 이를 확산시키고 있죠.
이런 꼼수가 더 이상 설치지 못하도록 현명한 해법이 더더욱 필요한데요.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있죠. 보수언론과 재계가 불안을 조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할 때 우리도 우리만의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우선 금리인하 요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요. 과거에는 금리를 통한 금융정책으로 경기를 살리는 방법이 제법 잘 통하곤 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바로 양적완화로 불리는 금리인하로 빠져나왔고요. 문제는 금융위기가 오기전인 2007년만해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도 4.5%에 달했고요. 따라서 위기 조짐이 보이자 빠르게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25%고 우리나라는 이보다 낮은 1.5%에 불과합니다. 자칫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일본이나 유럽처럼 마이너스 금리로 추락할 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리인하 카드는 쉽게 내미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위기라는 판단이 선 다음에 내리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합니다. 보수언론을 앞세운 재계가 금리인하를 요구한다고 손쉽게 결정내려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단지 이자율을 낮춰서 경기를 부양한다는 건 굉장히 안이한 생각이다.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주로 환율이 바뀌면서 금리효과를 다 흡수해 이자율이 그다지 거시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럼 경제가 나빠질 때까지 그냥 기다리자는 이야기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아닙니다. 뭔가를 해야겠죠. 그런데 단순히 증상만이 아닌 원인 치료에 나서보면 어떨까요?
앞서 보수언론과 재벌들이 줄기차게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사회 시스템 변화 때문입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한국 경제에서 기업가 정신이 많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위험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 10%를 훌쩍 넘는 금리 시절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하려면 모험도 해야 했습니다. 10%가 넘는 수익을 올려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었죠. 하지만 IMF 이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재벌들이 주로 한 것은 사업이 아닙니다. 사업을 빙자한 부동산 투기죠. 기업을 하는 척하면서 버는 돈은 족족 부동산을 사모으는데 치중했습니다. 그것도 힘들면 사내 유보금을 쌓고요. 그래도 금리가 낮기 때문에 위험이 없었습니다. 로우 리턴이지만 로우 리스크였으니까요. 이런 구조가 고착화되다보니 새롭게 떠오른 재벌은 게임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죠. 국민들도 마찬가지죠. 위험부담이 큰 사기업보다는 어떻게든 안전한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구조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모든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죠. 위험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필요합니다. 창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고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기본소득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사 망하더라고 굶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창업도 하고 기술 개발도 할테니까요. 애써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빼앗으려할 때도 중소기업이 목숨걸로 싸울 수 있을테니까요. 게다가 부당한 상사의 지시나 갑질에도 저항할수도 있고요. 52시간 노동제를 무시하는 기업은 과감히 관둘 수도 있고요. 물론 이런 일들이 리스크는 크겠죠. 하지만 이런 리스크를 짊어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사회는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건전해지지 않을까요. 이런 사회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이 바로 기본소득입니다. 그리고 기본소득 등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재정정책에 하나입니다. 경제를 살리는 방법이 보수언론들이 주장하는 금융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무역보복을 하고 있는 일본과는 다른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때 일본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대단한 국가였습니다. ‘도요타 생산방식’ ‘일본식 경영’ 등은 서구학계에서도 연구대상이었죠. 하지만 1990년대부터 일본은 장기 불황에 빠집니다. 국민총생산이 1995년과 2015년 거의 똑같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심각하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복지제도의 미비입니다. 일본은 1960~70년대 빠른 성장에 메달리면서 고령화와 저출산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경제만 발전시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망상에 빠졌죠. 비슷한 성장 궤도를 달리던 독일이나 스웨덴이 복지 예산을 책정하는 것을 보고 쓸데없는데 돈을 쓴다고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국가는 부자지면 국민은 가난한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피고용자 5명 중 2명이 비정규직인 나라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일 정도로 심각합니다. 2000년대 3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국가들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죠.
도대체 일본이 이렇게 몰락한 이유가 뭘까요?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란 책의 저자인 런던경제대학 미치오 모리시마 교수는 일본의 복합위기를 무능한 정치의 산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무신념·무정책·무책임, 즉 3무로 특징지어지는 일본 정치에서 연유한다는 것이죠. 패전이후 한번도 정권이 바뀌지 않은 특유의 정치 환경이 3무를 낳았고 이것이 일본을 몰락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도 비슷한 길을 걸을 뻔 했다는 점이죠. 이명박근혜의 암혹한 시기 우리도 무신념·무정책·무책임를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유체이탈 화법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면서 우주의 기운이나 찾으니 나라가 제대로 될 턱이 없죠. 다행히 촛불혁명으로 나라가 바로 설려고 하는데 토착왜구들은 또다시 나라를 흔들려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높은 자살률, 높은 비정규직 비율, 불평 등 심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높이고 포용국가를 만들려고 하는데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지 않는다고 자한당 등 보수는 난리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그토록 바라는 일본처럼 우리 대한민국도 몰락의 길로 몰아넣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일본과 토착왜구들에게 준엄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라도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한국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보다 더 삶의 질이 높은 나라, 더 자유롭고 평등하고 민주적인 나라, 인권이 더 잘 보장되는 나라, 더 활력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을 빠르게 도입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일본을 극복하는 길’이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일 것입니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를 설파하고 있죠. 2020년에는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확언하는 석학도 있고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 연준 등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너무나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에 또다시 버블이 발생했고 결국 이것이 터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터지는 때가 바로 2020년이 될 것이란 거죠. 과연 그럴까요?
경불진은 이미 경제 위기설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경제위기가 반드시 오지 않는다고 확언하지는 못하지만 반드시 온다는 말도 틀렸다는 것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는 꼭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어떤 조짐이 보이고, 이 조짐을 눈치챈 사람들이 곧바로 전략을 달리하기 때문에 경제는 결코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저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21세기북스에서 펴낸 ‘2020 부의 지각변동’이란 책인데요. 제목만 보면 10년 주기설을 설파하는 것 같은데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경불진처럼 위기는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경제학자, 석학들중 누구의 말이 옳다고 믿는 것보다 스스로 유의미한 경제 시그널을 포착하고, 이 시그널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단다는 것이죠. 그래야 앞으로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조언을 누구 했을까요? 저자를 보면 유명하신 분이네요. KBS 보도본부 경제부장인 박종훈 기자네요. 혹시 박피디의 형님?
아무튼 박종훈 기자는 일반인들도 경제 흐름을 추측하고 위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시그널을 7가지로 소개합니다.
바로 1. 금리 2. 부채 3. 버블 4. 환율 5. 중국 6. 인구 7. 쏠림인데요.
나머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쏠림은 뭘까요? 우리의 쏠림 문화. 반도체에 쏠려 있고, 중국에 쏠려 있고, 부동산에 쏠려 있는 것이 문제를 지적합니다.. 여기서 보내는 신호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무튼 박종훈 기자는 2020년에 정말 위기가 올 것인지 어떤지 알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7가지에서 보내는 신호를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 뒤에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 될 수 있을지 시나리오 3가지를 소개하며, 달라지는 시대에 우리가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죠. 그래서 7가지 신호를 읽는 법이나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 3가지를 소개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21세기 북스와 박종훈 기자에게 혼날 것 같습니다.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아쉬우니 책에 봤던 인상적인 부분을 살펴볼까 하는데요.
“초콜릿을 많이 먹는 나라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
유머사이트 같은 곳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2012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저널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 약학지’에 정식 논문으로 실린 내용입니다. 내과의사인 프란츠 메설리는 초콜릿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인지능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며, 초콜릿 소비량이 높은 나라에서 노벨상을 많이 받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던 것이죠.
과연 초콜릿과 노벨상의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당연히 이 논문은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영양학자와 인지심리학자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됐습니다. 음식에 포함된 폴리페놀이 노벨상에 영향을 미칠 만큼 인지능력 향상에 정말 도움을 주느냐도 문제였죠. 게다가 폴리페놀은 녹차와 레드와인, 콩, 커피 등에도 광범위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폴리페놀을 함유한 음식을 초콜릿 하나로 한정한 이 연구는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뒤 이 논문은 의학이나 약학에서 인용되는 것보다 지표를 엉뚱하게 해석한 대표적 사례로 더 자주 인용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그런데 경제에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시그널을 잘못 읽거나, 노이즈를 시그널로 착각하고 큰돈을 투자했다가 참혹한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노이즈를 시그널로 오판하거나, 인과관계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경제 시그널을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약점을 극복하고 객관적으로 지표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경제 시그널을 읽을 때 다음과 같은 4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박종훈 기자는 강조하는데요.
1: 우리의 눈을 가리는 탐욕에서 벗어나라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고 돈을 벌려면 적절한 탐욕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된 탐욕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죠. 특히 주식 같은 위험 상품에 투자할 때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수익만을 상상하면서 투자해서는 안됩니다. 탐욕에 눈이 멀면 시장에서 보내는 최악의 위험 신호조차 아전인수 격으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2: 확증편향에 빠지지 마라
투자에 나서는 사람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확증편향에 빠지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선입견에 맞는 시그널만 수용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을 뜻하죠. 일단 확증편향에 빠지면 그 어떤 정보도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도록 제멋대로 왜곡해서 받아들입니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3: 최악의 순간에도 공포에 사로잡히지 마라
일단 경제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면 공포에 빠지기 쉽습니다. 호황의 끝자락에서 그 호황이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믿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처럼, 위기의 심연에 이르면 공포에 사로잡혀 그 어떤 경기 회복 신호도 보지 못하고 기회를 놓칩니다. 기회는 항상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그러나 공포에 굴복하면 결코 그 기회를 볼 수도, 잡을 수도 없습니다. 사람은 집값이든 주식 가격이든 오른 다음에 관심을 갖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투자 기회는 남들이 모두 포기하거나 절망한 최악의 순간에 찾아옵니다.
4: 항상 플랜 B를 준비하라
안타깝게도 완벽한 예측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한 복잡계의 영역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경제는 수많은 상호작용 속에서 비선형으로 움직이는데다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 즉 블랙스완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돌발 변수에도 무너지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두거나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랜 B’를 항상 준비해둬야 합니다.
방송기자만 20년 이상한 박종훈 기자는 뉴스나 전문가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또 책 역시 무조건 믿으면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아마 본인 책도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된다는 것 같은데요. 즉 책 속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이라면 잘 받아들이지만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버리라는 이야기인 듯 합니다. 따라서 오늘 소개한 ‘2020 부의 지각변동’만 읽어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모르면 불편한 돈의 교양’도 함께 읽어주세요.
'경제 뒷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재석·이효리·비도 한 MBTI 연애유형 테스트란? (0) | 2020.06.16 |
---|---|
베네수엘라가 망한 진짜 이유를 아시나요? (2) | 2020.06.15 |
리얼리티쇼와 북미정상회담 (0) | 2020.01.03 |
역전승과 노무현 대통령 (0) | 2019.12.27 |
추천 알고리즘이 테러를 유발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란? (0) | 2019.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