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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경불진 이피디 2019. 11. 2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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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 이유정 옮김 / 원더박스 / 500/ 19800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파산했다. 세계를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금융자본주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자유주의적 역사관’,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가 도래함으로써 역사가 마지막 발전 단계에 다다랐다는 명제가 설득력을 잃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세계는 카를 마르크스의 계급주의적 역사관으로 회귀하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시장이 없는 새로운 사회가 출현할 것이라는 시각도 믿음이 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영국 옥스퍼드대 사학과 교수는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에서 마르크스주의적 사관이나 자유주의적 사관은 현재 세계가 처한 난관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안적 사관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에 대한 시각부터 후쿠야마나 마르크스와 다르다. 후쿠야마는 상이한 이데올로기 간 갈등, 마르크스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계급 간 갈등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봤다. 저자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직업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직업적 요인은 특정 종류의 직업군이 가지는 이해관계 및 가치의 총화. 서로 다른 직업군이 자신의 이해관계 및 가치를 바탕으로 다른 직업군과 경쟁하고 동맹을 맺는 과정에서 역사가 변화해 왔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직업군을 카스트로 부른다. 그는 현인(학자, 제사장, 기술관료 등), 군인, 상인 등 세 집단을 역사를 지배해 온 주요 카스트로 본다. 기원전 2000년께부터 현대까지 역사를 짚어가며 이들 카스트 간 세력 변화가 역사적인 변혁의 단초가 됐음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기원전 2300년께 처음으로 카스트에 기반한 농경국가가 등장했다. 농경국가에서 도시문화에 밝은 현인은 군인과 손잡고 지배계급을 형성했다. 상인은 이들의 지배를 받는 존재였다. 이런 체제는 이후 400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된다.

 

오랫동안 전사, 현인 집단의 지배를 받아온 상인 그룹은 19세기 중엽 중공업 기반 경제체제가 이룩되면서 크게 성장한 뒤 1차대전의 대량 학살·파괴로 전사 집단이 신뢰를 상실하면서 상인집단 지배체제의 토양을 마련했다. 1929년 대공황으로 짧은 치세를 마감하나 했으나, 44년 브레튼우즈 체제와 북구 중심의 사회민주주의로 대변되는 현인 집단이 후기산업사회로의 연착륙에 실패한 70년대 이후 다시 상인 단일패권 시대가 펼쳐졌다.

 

족쇄 풀린 상인 그룹의 독주는 불평등, 양극화와 이로 인한 사회불안을 초래했다. 미국 발 금융위기는 상인 독점지배의 치명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저자는 상처투성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단일 카스트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동서양을 넘너들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문제에 걸쳐 상인집단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 발전해왔는지를 엿보면서 상인자본주의의 독주를 막을 해법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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