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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위의 경제학자들

경불진 이피디 2019. 11. 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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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이면 전 세계 언론들의 시선이 북유럽에 모이죠. 가장 권위있는 상인 노벨상 발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문학상·평화상 그리고 경제학상 등 6개 분야 수상자가 하루 한 분야씩 발표될 때면 수상자의 이름은 물론 경력, 연구결과, 저서, 지인 등 수상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언론에 실리게 되죠. 경제학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상자가 제시한 이론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낱낱이 분석되곤 하죠.

 

하지만 이런 분석을 상세히 읽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게임이론, 행동경제학 등 경제학 이론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경제학 전공자들조차 쉽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아무리 쉽게 풀어쓴다고 해도 일반인들을 이해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편견을 깨드린 책이 나왔습니다. 샘앤 파커스에서 출간한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 주인공입니다. 1990년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줄곧 근무해온 조원경 대외경제협력관이 폴 새뮤얼슨부터 아마르티아 센, 피터 다이아몬드, 로버트 쉴러, 앵거스 디턴까지 무려 22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우리 경제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책 제목처럼 가족들이 식탁 위에서 나눌만한 재미난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죠. 특히 웬만한 작가 못지않은 글빨로 경제학책인데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혹시 뻥치시네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눈길을 끄는 한 대목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양면시장이론으로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을 설명하는 18장의 제목은 나이트클럽과 구글의 공통점입니다. 세계 최고 IT 기업인 구글이 나이트클럽과 공통점이 있다니 정말 도발적이죠.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나이트클럽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설현이나 쯔위를 닮은 여성을 초청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물론 그녀들은 입장료 없이 무료로 나이트클럽에 들어오죠. 구름 떼같이 몰려든 남성들 덕분에 나이트클럽은 크게 한몫 챙깁니다.

이는 구글이 무료로 검색, 오피스, OS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엄청난 이윤을 얻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구글이 이렇게 무료로 서비스를 뿌리고 돈을 버는 행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독점 규제 대상이냐는 말입니다.

 

구글에 제재를 가하려면 앞서 나이트클럽도 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이 설현, 쯔위 닮은 여성을 앞세워 손님을 싹쓸이 했다고 규제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겠죠. 이쯤되면 구글과 나이트클럽이 상당한 공통점을 지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잘 티롤은 이같은 현상이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벌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뜻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네티즌과 광고주라는 두 개의 차별화된 그룹이 존재하게 되죠. 이 두 그룹은 구글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시장은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시장과 다른 양면시장이라 명명했습니다. 양면시장은 두 집단 중 어느 한쪽에 제공하는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낮거나 무료이고 심지어는 보조금 지급으로 마이너스 가격도 가능합니다. 다른 한쪽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더 많은 네티즌만 모인다면 광고를 할 광고주는 늘어나니까 말이죠. 따라서 구글이나 나이트클럽이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규모가 큰 기업이 한계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 기업들을 쫓아내는 약탈 가격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소비자인 네티즌이 바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구글을 사용하면서 사용료를 내지 않지만 구글을 사용하는 순간 고객정보는 바로 구글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광고주에게 제공되죠. 바로 양면시장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규제당국이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문제입니다. 문제는 최근 이같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기존 제조업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게임의 법칙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재미난 것도 있습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손실회피 성향은 헤어진 연인이야기로 설명합니다.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공일오비의 아주 오래된 연인가사처럼 평상시에는 소홀히 대하던 오래된 연인도 막상 헤어지면 그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연인을 만날 수도 있을텐데 왜 이렇게 상실감이 클까요. 대니얼 카너먼은 이같은 성향은 인류 진화의 역사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에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인간의 몸부림이라는 설명이죠. 인간은 현재가치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본능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가치는 낮게 평가할 수 밖에 없죠. 조삼모사의 고사에서 원숭이의 선택이 현명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에 2배에서 2.5배 가량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익의 기쁨은 맛있는 과자를 조금씩 아껴먹듯 그 맛을 오래 느끼고 싶어 하고 상실의 슬픔은 쓴 약을 한 입에 털어 넣어 꿀꺽 삼키듯 빨리 잊고 싶어하죠. 살림살이가 빠듯한 주부에게 할인 행사는 더디게 찾아오고 장바구니 물가 인상을 더 빈번하게 느껴집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닌 손실회피 성향 때문입니다.

 

이밖에 저성장 시대,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삶과 경제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나?’, ‘누군가의 식탁은 지나치게 풍성해지고, 누구는 점점 빈곤해지는 세상에서 번영된 세상을 꿈꾸는 것은 사치인가?’ 등의 질문을 통해 균형있는 식탁을 만드는 방법’,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역사·제도·문화·정치적 관점의 방안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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