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행복한 로마읽기 본문
여러분은 로마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콜로세움, 전차경주, 카이사르, 대목욕탕···. 다양한 것이 생각나겠지만 아주 먼 옛날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황제가 제멋대로 통치하고 잔인하게 노예를 학대하고 로마군인을 앞세워 다른 민족을 잔인하게 짓밟았다고 여기기도 할테고요. 실제로 로마는 기원전 753년 건국해 476년까지 존재했습니다. 무려 1229년이나 버틴 천년제국이었습니다. 물론 동로마의 역사까지 치면 1453년까지 이어졌으니 무려 2000년이 넘는 역사죠.
인류 역사상 이처럼 오래 버텼던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이나 마야 제국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로마처럼 주변 국가에 영향을 줄만큼 강성하진 못했습니다. 도대체 로마가 이처럼 강대한 채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요.
‘행복한 논어 읽기’ ‘일생에 한 권 책을 써라’ 등의 전작으로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사관과 필력을 보여준 양병무 교수가 로마의 비밀에 도전했습니다. 로마의 건국에서 멸망까지 일대기를 정리하면서 로마전성기의 비결을 책에 담은 것입니다. 책 제목은 ‘행복한 로마읽기’ 21세기 북스에서 펴냈습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흔한 역사서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도 빠졌습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부터 압도당했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천년제국 로마에서 배우는 리더십과 자기계발의 지혜’라는 책의 부제처럼 오히려 경영서나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양교수는 로마를 주식회사에 비유해 거대기업의 흥망성쇠를 그려냅니다.
장구한 로마사를 소도시 ‘벤처기업’에서 출발, 규모를 넓혀 지중해제국인 ‘대기업’에 이른 뒤 ‘기업해체’란 몰락의 길을 걸었던 과정으로 설명한 것이죠.
예를 들어 ‘주식회사 로마’가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고 로마제국을 건설하면서 인류 최초의 다국적기업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설명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로마의 국가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개방형 지향과 시스템 구축, 인프라 정비, 매뉴얼 작성, 법체계 확립,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 등도 놀라운 정도입니다. 현재의 글로벌 기업의 이념으로 꺼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죠. 현대 기업체계가 발달하면서 등장한 것으로 알았던 현장제일주의도 이미 로마시대 때 존재했다고 합니다. 21년간의 재위기간 중 14년을 순행하며 현장정책을 펼친 하드리아누스황제가 대표적인 사례죠.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도 이미 로마인들은 알았다고 합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로마가도가 이를 증명합니다. 2000년 전 로마인들도 도로의 중요성을 알아채고 고속도로를 딱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로마가도는 중국의 만리장성도 매우 대조됩니다. 만리장성은 북방의 오랑캐를 막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폐쇄성을 드러내죠. 반면 로마가도의 1차적인 목적은 신속한 군사이동이었습니다. 역으로 공격받을 땐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 되기도 하죠. 이런데도 로마는 개방성으로 불리함을 극복합니다. 이 덕분인지 만리장성을 쌓아올린 진나라는 기원전 206년에 멸망했고 로마는 이후 800년을 유지합니다.
현대 경영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MBO도 이미 로마때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MBO(Management by objective), 즉 목표 관리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말하죠.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기원전 29년 8월, 승리자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에서 사흘 동안 웅장하고 화려한 개선식을 거행했다. 개선식이 끝나자 현실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MBO(Management by objective), 즉 목표 관리였다. 오늘날 경영에서 중시하는 MBO의 원조가 바로 옥타비아누스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문화예술 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메사나 운동도 로마가 원조라고 합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아그리파에게 전쟁을 맡기고, 외교는 마이케나스에게 위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이케나스는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저자 베르길리우스, ‘로마서’의 저자 리비우스 등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특히 시인 호라티우스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사유지를 제공해 여유롭게 시를 쓰게 도왔다고 합니다. 덕분에 ‘서정시집’ ‘서간시’ 등이 현재까지 전해질 수 있었죠. 이같은 마이케나스의 노력이 프랑스식 발음으로 메세나로 알려져 현재의 메세나 운동이 됐다고 합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로마의 정교한 승계과정을 보면 오히려 현대인들이 배워야 할 정도입니다. 로마의 독특한 승계관을 나타내는 말이 있습니다.
“아들은 고를 수 없지만 후계자는 고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이사르황제와 아우구스투스황제입니다. 실제로 아우구스투스에게 카이사르는 종조부입니다. 외할머니의 오빠인 것이죠. 따라서 전통적인 왕위계승 서열에서는 한참 밀립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암살당하기 한참 전부터 아우구스투스를 후계자로 점찍죠. 양자로 삼아 후계 수업도 쌓게 합니다. 덕분에 아우구스투스는 18세의 어린 나이에 권력을 물려받지만 오히려 로마를 더 부강하게 만들죠.
양 교수는 로마가 낳은 유일한 창조적 천재란 평가처럼 ‘창업형 리더십’을 가졌던 카이사르와 점진적 개혁으로 ‘승계형 리더십’을 발휘했던 아우구스투스는 절묘한 하모니를 이뤘다고 설명합니다. 성장과 안정, 진보와 보수, 외향성과 내향성에서 두 리더의 특성은 상호보완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죠.
현재의 웬만한 기업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나요. 삼세, 사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재벌들과는 매우 비교되기도 하고요. ‘주식회사 로마’의 지혜를 배운다면 다가오는 2017년 험난한 파도도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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