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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진실

저출산·인구감소가 진짜 재앙일까요?

경불진 이피디 2019. 11. 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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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는 심각합니다. 저출산이 우리나라 경제를 망치는 것은 물론 국가의 존망까지 위협할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구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듯합니다. 우선 저출산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줄어 성장 기조가 무너지고 국가 경쟁력이 약화돼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노년층에 대한 부양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한마디로 나라도 개인도 쫄딱 망한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같은 주장에는 논리적 모순이 존재합니다. 우선 인구가 줄어든다고 생산이 줄어들 까닭이 없습니다. 뭔소리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올해초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알파고 열풍을 떠올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생산 감소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과잉생산을 걱정해야 합니다.

 

 

그럼 소비는 어떨까요. 소비는 당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왜 일반인들이 걱정해야 하나요. 그것은 기업이 걱정해야 할 몫입니다. 물론 직장인들은 소비가 줄어 기업 활동이 침체되면 직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항변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고 가정해 보세요. 오히려 기업에서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난리일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요. 이미 일본에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취업을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대졸 취업률이 무려 95%에 육박하기 때문이죠. 일본 통계국이 매월 발표하는 유효구인배율도 200831.0 이하로 떨어진 이후 57개월 동안 1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효구인배율이란 구인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값으로 이 지표가 1.0보다 작으면 일손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던 일본 직장인들의 회사생활도 급격히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연근무제는 물론 재택근무제 등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깜짝 놀랄만한 노동자 친화적인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저임금 등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자는 움직임이 경영계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허덕이는 우리로써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죠.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노동도 수요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는데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 어찌되겠습니다. 노동의 가치는 올라갈 수 밖에 없죠. 그래도 못믿겠다고요. 인구감소가 축복이라고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2006년부터 5년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을 역임한 셰일라 베어 미국 워싱턴대학교 총장은 인구 감소가 경제발전에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구가 줄면 당면한 실업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직접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프리미엄, 즉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될 것이란 설명이죠. 특히 인구가 흘러넘치는 개도국에서는 인구 감소가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될 것으로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놀라운 주장 덕분인지 베어 총장은 2008년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인구쇼크로 유명한 앨런 와이즈먼 애리조나대 교수는 경제를 거덜내는 것은 인구 폭발이지 감소가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그는 인구가 줄어도 1인당 소득은 감소하지 않으며, 진정한 복지나 평화롭고 여유있는 삶을 향한 인류의 새로운 도약에 필수적인 조건이 바로 적정 수준으로의 인구 감소라고 주장하죠.

 

따라서 인구가 줄어들어도 생산 감소는 걱정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1인당 소비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성장 기조가 무너지고 국가 경쟁력이 약화돼 결국 몰락하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노년층에 대한 부양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주장에는 노년층 부양에 대한 부담을 오로지 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국가와 기업의 부담 증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죠. 개인들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며 국가나 기업이 나눠지면 될텐데 말이죠. 와이즈먼 교수도 노년층 부양 부담은 인구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기반 시설 투자 금액과 정부 예산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GDP같은 추상적인 지표보다는 삶의 질을 통해 번영을 가늠하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가 변화된다면 부담증가에 대한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럼 정부와 재계에서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를 끊임없이 내놓는 이유가 뭘까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값싼 노동력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수요 공급법칙에 공급을 늘려야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인구가 늘어야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노동자가 증가해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노동자들을 자신들 마음대로 노예처럼 부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진짜 그럴까요. 자본가들은 이미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비용 급등을 경험했습니다. 바로 유럽 중세 흑사병이 만연했을 때 말이죠. 14세기에 발병한 흑사병으로 2500만에서 6000만 명에 이르는 유럽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처럼 인구가 감소하자 재미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농장에서 일할 노동력이 줄어들자 영주나 상인들은 앞다퉈 임금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임금이 6배가 뛴 지역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과 비슷합니다.

 

검은 빵과 밀가루죽을 간신히 먹던 농민이나 노동자들이 늘어난 임금 덕분에 하얀 빵과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에 활력이 돌고 덩달아 상공업도 발달하게 됩니다. “사방에 고기가 넘쳐난다. 기근에도 다들 고기를 먹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기록까지 등장합니다.

 

경제 발전은 르네상스 시대를 개막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경제의 미래가 밝아지자 자본가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본주의가 서서히 태동을 준비하게 된 것도 바로 흑사병 덕분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인구감소가 축복이라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요. 인구감소를 계기로 중세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듯이 이번 인구감소로 인간적인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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