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생산성이 떨어지는 진짜 이유는? 본문
우리나라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문제는 경쟁력’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수출이 18개월 연속 줄고 주력 기업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해진 원인과 문제점, 해외 사례를 짚어보고 경쟁력을 살릴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매일 1꼭지씩 10여 일에 걸쳐 송고합니다’라는 편집자주가 달려있죠. 일단 첫 번째 기사는 ‘日 달아나고 中 턱밑 추격…한국만 제자리’란 제목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중국은 약진하고 일본은 더 전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두 번째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생산성 떨어지는 산업현장…임금은 최고 수준’. 제목부터 무척 자극적입니다. 경제상황이 이렇게 암울한데도 노동자들이 자기 몫만 챙기는다는 뉘앙스를 제목에서부터 풍기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의 근로자 1인당 자동차 생산 대수는 연간 123.1대로 42.5대인 국내 공장의 3배에 달합니다. 하지만 근로자 평균 연봉은 5757만원으로 한국(8245만원)의 70% 수준이랍니다. 더 나아가 현대차 체코 공장의 1인당 생산 대수도 한국의 두 배에 이르지만, 1인당 연봉은 2000만원 초반에 불과하다는 군요.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세계 각지에 보유한 공장의 생산성을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낮다고 합니다.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HPV·hours per vehicle)을 봐도 지난해 기아차의 국내 공장은 25.9시간으로 미국(15.8), 슬로바키아(15.0), 중국(19.4) 등에 비해 훨씬 많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들 사례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지목된 제조업의 저생산성 심화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연합뉴스는 강조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이 어느새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굳어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임금 상승 속도는 빠른데 생산성이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비단 자동차 업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산업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우려합니다. 화학, 철강, 전기전자, 조선 등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주력 업종들의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는 것도 이같은 노동자들의 저생산성 때문이라는 군요.
이런데도 우리나라의 인건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한·일 업종별 주요 기업의 1인당 평균 연급여액(2013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을 제외하고 자동차, 철강, 전자 업종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의 동종업계 기업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완성차업계의 대표격인 현대차는 9400만원으로 일본 도요타(8320만원)보다 1.13배 평균 연급여액이 많았고, 철강업종은 포스코가 7900만원으로 일본 신일본제철(5963만원)보다 1.32배 많았다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연합뉴스는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2163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70시간보다 393시간 길어 멕시코, 그리스와 함께 장시간 노동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연공급 체계의 후진적인 급여체계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성과유인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죠.
또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의 할증 수당이 각각 50%로 ILO 권고 수준이나 일본의 경우보다 높아 생산성과 무관하게 장시간 근로만 유도되는 효과를 낳고 있어 이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기사가 나가자 댓글도 쏟아졌습니다. ‘한국은 이제 망한거내. 귀족노조가 있는 한 나라의 미래가 없다.’ ‘노조 때문에 한국 미래는 사라졌다’ 등 노조를 비난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노조 때문에 한국경제가 망했을까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검증해보겠습니다.
우선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의 근로자 1인당 자동차 생산 대수는 연간 123.1대로 42.5대인 국내 공장의 3배에 달한다는 내용입니다. 국내 공장은 어느 공장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평균치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고요.
아무튼 기아차는 국내 화성, 소하리, 광주, 서산 등에서 179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기아차의 국내 주력공장인 화성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기아차 주력차종인 K7, K5, K3, 니로 등입니다.
한편 기아차는 중국 74만 대, 슬로바키아 30만 대, 미국 조지아 30만 대 등 생산 능력을 갖춘 해외 공장이 있습니다. 이중 언급된 조지아 공장에서는 생산되는 자동차는 SUV인 산타페입니다.
그런데 SUV를 생산하는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과 K7을 만드는 공장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SUV보다 세단을 제작할 때 공정이 훨씬 더 복잡하다고 합니다. 시간이 더 드는 것은 당연하죠.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입니다.
또 한가지. 연합뉴스가 언급한 1인당 생산대수가 무려 3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인간의 능력이 한계가 있는데 3배가 차이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SBS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도 달인급정도나 돼야 일반인들보다 3배정도 빠른 경우가 간혹있는데 미국 노동자들은 모두 달인이라는 이야길까요. 게다가 자동차 조립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입니다. 그러면 미국 노동자는 달인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컨베이어벨트를 3배 빨리 돌릴까요. 아니면 쉬는 시간을 줄여가며 3배 더 일하는 것일까요. 미국 노동자들이 달인이 된 비결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로 자동화입니다.
기아차에 따르면 조지아공장은 무려 1조1000억원을 투자해 2009년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대규모 자동 적재 시스템과 로봇을 이용한 자동차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최첨단 신기술과 공법을 적용해 해외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데 표준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검수, 주행시험장, 철도운송시스템 등을 갖추고 운영 중입니다.
반며 기아차 화성공장은 1989년에 완공됐습니다. 무려 27년이나 됐죠. 소하리공장도 1973년에 완공됐습니다. 광주공장은 완공은 무려 1965년입니다.
차이가 보이시죠. 조지아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인력의 힘만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최첨단 로봇이 사람의 인력 대부분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공장은 20년 넘어 로봇 도입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한마디로 조지아 공장의 로봇·직원의 합작에 맞서 국내 공장의 직원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 공장과 조지아 공장의 1인당 자동차 생산 대수의 차이도 여기서 나옵니다. 이런 이야기는 쏙 빼놓은 채 단순히 1인당 자동차 생산대수를 비교한다는 것은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인 HPV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기아차의 국내 공장은 25.9시간으로 미국(15.8), 슬로바키아(15.0), 중국(19.4) 등에 비해 훨씬 많이 걸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이것에 대한 비밀은 2013년 한겨레신문의 ‘현대자동차 생산성 시비 근거 HPV의 허점’이란 기사에 자세히 설명돼 있습니다. HPV는 대당 투입시간으로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프레스 공정을 제외한 차체, 도장, 의장, 품관, 생관, 보전에 투입된 인원이 생산에 투입한 노동시간을 총 생산대수로 나눠서 구한 값입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주식회사 생산운영실에서 2011년 11월 제작해서 배포한 ‘생산성에 대해 알아봅시다’라는 책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자에는 ‘HPV 지표의 한계점’(책 27쪽)이라고 나옵니다. ‘1) 모델믹서를 반영하지 못한다.(대형차와 소형차는 투입 M/H(맨아워(MAN HOUR·근로자 한명이 차 1대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일 차급 외에는 차종간 1:1 비교가 불가능함) 2) 임금/임률을 반영하지 못한다.(지역/국가 또는 근무형태에 따른 임금 수준은 고려하지 못한다) 3) 외주화 및 자동화 비율을 반영하지 못한다.(공장간 비교 시 자동화/외주화 비율을 동일 조건으로 조정이 필요함)’이라고 나옵니다.
현대자동차 회사측에서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이 이런 점 등을 감안하지 않은채 대당 투입시간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는 이야기죠. 따라서 HPV를 참조려면 소형차 생산 공장이냐, 중형차 생산 공장이냐, 대형차 생산 공장이냐, 스포츠실용차·레저용차 생산 공장이냐를 따지는 않는 비교는 의미없다는 지적입니다. 각 공장에 투입하는 차급(모델)의 특성과 임금 수준, 모듈화, 자동화 비율이 제각각 다른 공장들을 획일적으로 단순비교 평가하는 방식의 대당 투입시간만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을 현대자동차 회사측에서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SUV를 생산하는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과 에쿠스 리무진을 만드는 현대차 울산공장 5공장이 비교기사가 쏟아져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연합뉴스의 ‘문제는 경쟁력’과 비슷한 논조죠. 하지만 한겨레는 최근에 지은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 중국 공장, 체코 공장의 경우 모듈화(외주화)율이 상당히 높고, 자동화율의 경우 차체, 프레스는 100%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이지만 울산공장의 경우 20~40년 전에 지은 공장이기 때문에 모듈화와 자동화율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죠.
그럼 근로자 평균 연봉이 조지아 공장은 5757만원으로 한국(8245만원)의 70% 수준이라는 지적은 어떨까요. 벌써 해답이 나왔죠. 국내 공장은 대부분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근속연수가 20년이 넘는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조지아 공장은 겨우 8년입니다. 경력 20년 이상과 경력 8년짜리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연합뉴스는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2163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70시간보다 393시간 길어 멕시코, 그리스와 함께 장시간 노동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연공급 체계의 후진적인 급여체계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성과유인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죠. 한마디로 정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연합뉴스는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2163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70시간보다 393시간 길어 멕시코, 그리스와 함께 장시간 노동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연공급 체계의 후진적인 급여체계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성과유인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죠. 한마디로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빨리 도입하라는 압박입니다.
또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의 할증 수당이 각각 50%로 ILO 권고 수준이나 일본의 경우보다 높아 생산성과 무관하게 장시간 근로만 유도되는 효과를 낳고 있어 이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 2월에 난리가 났던 한국경영자총협회 박병원 회장의 “돈받으려 연차 안쓴다”는 발언과 비슷하지 않나요. 한마디로 연합뉴스의 주장은 노동개혁이라는 밀명 하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자는 정부와 재벌들의 주장을 반복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부나 재벌들이 시간날때마다 강조하는 노동생산성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정부가 최근 ‘서비스경제 발전 전략’을 내놓으면서 한국 서비스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4만 7000달러(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80% 수준, 비교 가능한 OECD 26개국 중 21위로 최하위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이렇게 낙후돼있으니 규제를 풀고, 서비스업과 제조업, IT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연합뉴스가 제조업 근로자들의 저생산성을 지적한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그런데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게 정말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일까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OECD 근로자들보다 일을 못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일까요.
일단 노동생산성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투입량 1단위당 산출량을 뜻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산출량을 비교할 때는 수량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따집니다. 예를들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만든다고 가정할 때 노동생산성은 햄버거를 몇 개 만들었냐 보다는 얼마나 비싼 햄버거를 만들었냐로 크게 차이나게 됩니다. 빅맥지수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스위스 노동자는 같은 시간 같은 햄버거를 만들어도 노동생산성은 두 배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스위스 노동자는 한국 노동자들보다 많은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선진국일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은 비결은 노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이 높아서 선진국이 아니라 사람값을 제대로 쳐주는 선진 문화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높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노동생산성을 거론하며 한국노동자들이 게으르다고 할 것이 아니라 한국노동자의 사람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입니다.
노조 있는 대기업은 제대로 대접받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물론 그렇죠. 그렇기 때문이 조지아 공장보다 열약한 상황에서도 그 정도의 생산성이 나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덕분에 기아차 광주공장은 최근 미국 JD파워 선정 2년 연속 품질우수공장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에서 이런 상을 받긴 힘들겠죠.
노조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노조도 바꿔야 할 점이 많죠. 그렇다고 노조를 비난한다면 노동자들의 권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재벌들이 찾아줄까요. 정부가 찾아줄까요.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 재벌들의 안하무인격인 탐욕 때문일까요. 강성 노조 때문일까요. 국민의 99%가 개·돼지 새끼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 한명 뿐일까요. 재벌들은 이런 생각 안할까요. 연합뉴스같은 기사를 보며 국민들이 노조 욕하면 누가 기뻐할까요. 같은 노동자끼리 욕하는 우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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