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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고양이법’ 아시나요? 본문
‘살찐 고양이법’ 아시나요?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발의한 ‘최고임금법’이 그 주인공입니다. 최저임금법과 한글자만 다른 최고임금법은 뭘까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법인 임직원의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민간 대기업 임직원들은 최저임금의 최고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자는 말입니다. 예를들어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올해 최저임금(6030원)을 기준으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일지라도 한 달에 4억5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만일 이 기준을 초과해서 임금을 지급할 경우 개인과 법인 모두에게 부담금과 과징금이 부과되게 됩니다.
그런데 화들짝 놀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최저임금의 30배 넘게 월급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2014년 기준으로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 보수는 일반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무려 180배에 달합니다.
심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200만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1100만명에 달한다”며 “OECD 국가들에서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 평균 격차는 5~7배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배가 넘고 있다”고 법인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법이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심 대표는 ”최고임금법은 국민경제의 균형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 경제력 남용 방지를 규정한 헌법 119조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법이 가능할까요. ‘살찐고양이’는 탐욕스러운 경영진을 비유하는 용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월가의 탐욕스러운 경영진을 비유할 때 자주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죠.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원 보수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스위스의 경우 2013년 국민투표에서 기업 임원 연봉과 보너스를 제한하는 ‘살찐고양이법’ 헌법 개정안을 67.9%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미국도 ‘도드-프랭크법’으로 경영진 보수에 대해 주주의 의견을 묻도록 했죠. 프랑스와 독일에선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임금 상한을 두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부나 경영계에서는 툭하면 고통분담하자고 합니다. 위기가 닥치면 국민들에게 손 벌리죠. 금모으기 운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양심 없는 ‘살찐 고양이’들이 넘쳐나고 있지 않나요. 반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은 졸라맬 허리띠가 없어 목이 졸리고 있죠. 선진국에서는 살찐 고양이들(배부른 자본가) 살 들어내는 게 고통 분담입니다. 살찐 고양이들을 다이어트 시키고 배고픈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이 고통분담이라는 이야기죠. 한편으로는 최고임금법이 통과되면 최저임금도 자연스럽게 상승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도 최저임금에 5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으니 자신들이 더 받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높이려고 하지 않을까요. 최저임금의 해법은 최고임금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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