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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 시한폭탄과 영화 ‘발신제한’의 교훈은? 본문

꼬꼬문(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질문)

홍콩H지수 ELS 시한폭탄과 영화 ‘발신제한’의 교훈은?

경불진 이피디 2023. 11. 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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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신제한'

 

46000억원,

 

최근 금융권에 난리가 났죠. 바로 국내 은행들이 판매한 ELS(주가연계증권) 때문인데요. ELS는 얼마전만해도 저금리시대에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고 알려졌잖아요. 그래서 은행과 일부 전문가들이 서둘러 가입하라고 부추겼고요. 실제 문자도 많이 받으셨을 것입니다.

 

해외 종목이나 주가지수에 투자하고 싶지만 직접 투자하기 망설여졌다면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지만 않으면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ELS로 눈을 돌려보세요.’

 

여러 증권사에서 이렇게 가입을 권유했었거든요. 특히 현재 시황을 볼 때 주가가 크게 하락할 일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안전하다면서요.

 

그런데 이런 ELS가 왜 이런 난리가 났을까요? 그리고 이와 비슷한 사태가 여럿 있었는데 왜 근절되지 않을까요?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되는 영화 한편을 우선 알아볼까합니다. 2년 전에 개봉했던 국내영화 발신제한을 보신 애청자분 계신가요? 당시 코로나가 한창인데도 95만명이라는 적지않은 관객을 모았던 영화인데요. 그만큼 영화가 재미있는데다 소재가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1000만 관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조우진 배우가 연기한 은행센터장 성규는 딸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습니다. “지금 당신 차 의자 밑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폭탄이 터진답니다.

 

이게 뭔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 후배가 차량이 폭발합니다. 그 폭탄의 파편에 아들이 다치고 말죠. 이후 테러범은 44억원의 돈을 입금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44억원이 어디 적은 돈인가요. 하지만 다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성규는 VIP 고객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계좌를 동결당하고, 딸을 납치한 것으로 몰려 경찰에게도 쫓기게 되죠, 그래서 결말은 직접 영화로 확인하시면 되고요. OTT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https://youtu.be/IIXJbIDNVcg?si=KtyeGkPsSOxH1FiB

그런데 이 영화가 왜 ELS와 관련 있을까요?

 

세상에 이유 없는 범죄가 있을까요? 그럴리 없습니다. 성규가 테러범의 표적이 된 이유가 바로 6년전 판 금융상품과 관련이 있습니다.

 

환율이 상한선을 넘어서요. 낙인(Knock-in) 옵션이 적용되어서 시중거래 () 두 배로 팔 수 밖에 없었어요

 

믿었던 은행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영화 속에서는 테러범의 아내는 크게 낙담합니다. 테러범의 아내는 안타깝게도 죽음을 맞죠. 뱃속의 아이도 함께요.

 

바로 현실에서 있었던 키코사태를 떠올리기하는 대목인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키코(KIKO)2007년부터 국내 은행들이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들에 판매한 환헤지 통화 옵션 상품입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는데요. 정부는 원화약세를 유도하기 보다 환헷지 상품가입을 추천했습니다.

 

약정환율과 환율 변동 상한과 하한을 정해놓고 환율이 이 범위에서 움직이면 상품을 구매한 기업들은 약정환율로 달러 팔아서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에 넘어간 것이죠. 환위험에 놓여있던 중소기업들로써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겠죠. 은행에서 자칫 깡통을 찰 수도 있는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UfK0Xv5FWBI?si=_sovDb2ru9BJnKQg

하지만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환율이 정해진 범위(달러당 900~1050)를 벗어났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죠. 이렇게 만기 이전에 환율이 한 번이라도 1050원 이상을 넘어서면 기업들은 현재 환율과 약정환율 차이의 두배를 은행에 지급해야 합니다. 특히 환율이 1200, 1300원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기업의 손실이 커집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다음 대목이죠. 예전방송에서도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반대 상황이 펼쳐져도 은행들의 손해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면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진다면 키코 계약은 무효가 되기 때문이죠. 즉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약세)가 되면 무한대로 책임을 지는데, 은행은 원달러환율이 하락(원화강세)때 책임이 제한됩니다. 이런 불공정이 어디있나요?

 

아무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조짐이 불면서 원화약세는 가팔라졌습니다. 2008년 환율은 1300원에 육박했거든요. 이에 따라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은행에 막대한 돈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그 손실 금액만 3조원이 넘었습니다. 이 부담으로 흑자도산하는 기업들도 많았죠.

 

그런데 더 황당한일이 벌어집니다. 20086월 키코 피해 기업들이 키코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한달 뒤 공정위는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어서 약관법상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후 100여 개의 키코 피해 기업들로 구성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5년 뒤인 20139월 대법원은 키코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은행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정돼 불완전판매로 배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수에 그쳤습니다.

 

영화 발신제한과 키코 이야기를 길게한 이유를 다들 짐작하실 것입니다. 최근 불거진 ELS 사태도 크게 보면 다를 바 없거든요,

https://youtu.be/YBDb2yO62vQ?si=BiS3LScrkhwKeM7x

<시니어 재테크>저금리속 ELS 투자 인기안전장치 갖춘 지수형 선택을(문화일보)

 

증시의 변동성 심화와 금리 하락 등으로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ELS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ELS의 기초자산은 개별주식에 연계하는 종목형과 주가지수에 연계하는 지수형이 대표적인데 지수형 ELS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변동성이 낮아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지수형 가입을 권하죠.

 

그럼 지수형ELS는 괜찮을까요? 최근 난리가 난 것이 바로 지수형ELS입니다. 물론 모든 지수형ELS는 아니고요. 홍콩 H지수에 연계된 상품이 난리가 났는데요.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현재 약 20조원. 이 중 약 16조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팔려 나갔습니다. 특히 KB은행에서 주로 판매한 ELS가 바로 앞서 영화 발신제한에서도 테러범을 좌절케 만들었던 녹인형입니다.

 

녹인형 ELS는 기초 자산인 홍콩 H지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통상 가입 당시 가격의 50%)로 떨어지는 순간, 최초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계약은 사라지고 기초 자산 가격 하락 폭만큼 손실 가능성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즉 상품 성격이 예금에서 주식으로 바뀌는 것이죠.

 

통상 3년인 계약 기간 중 녹인 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할 경우, 만기 시점의 기초 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보다 30~35% 넘게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합니다. 손실은 가입자가 거의 다 떠앉는다는 점에서 앞서 키코와 매우 흡사하죠.

 

실제로 홍콩 H지수는 2021년 고점인 12000선에서 현재 6000포인트 초반으로 정확히 반 토막났습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중 지금보다 주가가 최소 30%는 올라줘야 손실을 면할 수 있습니다. 만일 주가가 현재대로라면 손실규모가 천문학적일 수 있습니다. 현재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절반가량인 83000억원어치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물량이 무려 약 47000억원. 56%에 달합니다.

 

KB은행은 도대체 뭘 믿고 이 상품을 이렇게 많이 팔았을까요? 여기에는 역설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지난 2019, 우리·하나은행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1000억원대 손실 사태를 겪은 뒤 금융 당국은 은행별로 고위험 파생 상품 판매 한도를 설정했거든요. “앞으로는 201911월 말 신탁 잔액 계정을 초과하는 고위험 파생 상품을 팔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입니다.

 

당시 KB국민은행이 신탁 잔액 18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 99000억원, 하나 97000억원, 우리 78000억원, NH농협 48000억원 순서이었습니다. 신탁 잔액이 많았던 KBELS 같은 고위험 파생 상품 판매 물량이 가장 많이 허락된 것이죠.

 

특히 우리·하나은행이 DLF 불완전 판매로 집중포화를 맞았고, 이후 신한과 하나 등이 라임·옵티머스 같은 사모 펀드 사태에 처했지만, KB만은 이를 피해 갔습니다. 그러나 불과 3~4년 만에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시중은행 중에 믿을 놈이 없다는 거죠.

https://youtu.be/fokqpdpnR4c?si=j4W9W8FHyjfmNgOl

문제는 KB은행 등이 이 상품을 상당수를 어르신들에 팔았다는 점입니다. 41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을 팔면서 함정이 있다는 설명을 했을까요? 홍콩H지수가 50%이상 빠지면 손해가 크다고 강조했을까요? 아마 설명은 했을것입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도 덧붙였겠죠. 그럴리는 거의 없다고요.

 

증권사도 아니고 제2금융권도 아니고 믿을만한 은행에서 친절한 직원이 권하는 믿고 가입했던 어르신들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설마 나한테 손해 입히겠어라고 안심하면서요. 하지만 믿었던 은행원한테 뒷통수 맞은 셈이죠.

 

물론 은행원들도 할말은 있을 것입니다. 설마 홍콩H지수가 그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면서요. 왜냐면 은행에서도 각종 정보와 전망을 공유하잖아요. 이 상품을 팔 때는 안전하다고 강조했을 것입니다. 손해가 날 확률은 거의 없으니 팔라고 했겠죠. 특히 많이 판매하면 인센티브도 준다면서요. 은행원들도 은행조직에 뒷통수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죠.

 

하지만 이것도 비겁한 변명일 수 있죠. 왜냐면 앞서 언급했던 키코 사태는 물론 라임과 옵티머스로 대표되는 이른바 사모펀드등 비슷한 사건이 끊이질 않거든요. 이 때마다 은행원들은 자신들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은행 본사에서는 위험성을 잘 알려주지 않았다면서요. 하지만 이런 사태가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은행원이라면 조그만 위험도 고객들에게 잘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100% 안전한 상품을 권하는 것이 도리 아닐까요? 아무리 본사에서 압박하고 실적이 중요하더라도 말이죠. 이 분들에게는 소중한 노후자금이기 때문에···, 이 돈이 없으면 자칫 끔찍한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근 깜놀한 수치도 봤습니다. 홍콩H지수 연계 ELS나 키코 같이 사태를 유발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즉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일이 우리 금융권이 얼마나 될까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왜냐면 금융상품 가입할 때마다 복잡한 설명서를 내려받고 싸인도 해야 하잖아요.

https://youtu.be/jEB0cidTU5c?si=0GdygAeTWb9fXhFk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기관에서 불완전판매로 적발돼 제재받은 내역과 관련한 판매 금액이 총 6522억원, 관련 가입자 수는 33182명이나 됩니다. 물론 사모펀드가 가장 많았지만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관련 금액도 36270억원으로 피해자는 19692명에 달했습니다. 가장 믿을만한 은행에서 뒷통수를 맞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랍지 않나요?

 

문제는 이렇게나 은행에 당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금융당국은 거의 손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키코사태 때도 불완전판매로 배상을 받은 기업은 소수에 그쳤고 나머지 사건도 비슷합니다. 당한 사람만 억울하다는 거죠.

 

따라서 우리 스스로 현명해져야 합니다. 모르면 당합니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반드시 질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첫째, 왜 이 상품을 추천하셨나요?
  • 둘째, 어떤 경우에 얼마나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나요?
  • 셋째, 당신 가족에게도 추천할 만한 상품인가요?

 

요즘 금융상품이 워낙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원들조차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본사에서 팔라고 하니 한두시간 공부해서 판매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따라서 이름이 낯설거나 새로운 상품이라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패션도 신상보다는 1~2년 지난 상품을 사는 것이 현명하듯이 금융상품도 조금 지나 안전성이 확인된 다음에 가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은행원이 강하게 추천하는 상품이라면 의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본사에서 압박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영화 발신제한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원래 상관없는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죠. 인생이 그래요.”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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