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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전세사기···정부대책·특별법도 무용지물인 진짜 이유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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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전세사기···정부대책·특별법도 무용지물인 진짜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3. 10. 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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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의 소중한 전세보증금을 전세 사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이른 시일 내에 전세피해 예방·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겠습니다.”

 

지난 6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약속입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들 기억나실 것입니다. 전세사기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났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도대체 뭐하냐는 여론이 쏟아졌는데요. 원 장관은 전세 사기의 주요 피해자인 2030 세대를 위해 보증료 부담을 낮춰 전세 보증 가입률을 높이고, 구체적인 피해사례와 예방책도 널리 전파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죠.

 

이후에도 여론이 악화되자 약 한달 뒤인 720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전세사기 범죄를 일벌백계하겠다며 경찰에 전세사기 전담반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피해자 긴급자금 대출 신설 등 구제 방안도 밝혔죠.

 

그런데 이런 조치들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오늘은 전세사기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4일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보였다고 합니다. 정부를 향해 말만 하지 말고 제발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니 만큼 경불진에서 강조했던 피해자의 보증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구제 후()회수방안이 필요하다는 거죠. 가해자 처벌 및 재산 몰수를 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가 마련했다는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로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임대인이 세입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음이 입증돼야 하고 한 임대인으로 인한 피해가 여러 건이어야 하는 등 사각지대가 너무 넓다는 거죠.

 

그래서 이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현행 특별법은 과장광고 암보험과 똑같다’. 말로는 다했주겠다고 하지만 정작 일이 터지면 이건 이것 때문에 안되고 저건 저것 때문에 안되다고 해서 정작 도움되지 않는다는 거죠.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을 한가지라도 이용한 피해자는 겨우 17.5%에 그친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준비가 더 필요해서'30%로 가장 많았고, '신청 방법과 절차를 몰라서''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서'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별법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고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거죠.

 

https://youtu.be/A_l3BuMinoA?si=GVpX1usC0Z96qsYO 

그런데 이렇게 믿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법이 현실을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전세사기범들은 법의 작은 빈틈만 보여도 이를 노리고 사기를 치는데 이를 방지해야할 법 재정은 너무나 더디기만 합니다.

 

  최근 또다시 불거진 수원 전세사기 사건이 바로 대표적인 예입니다. 경기 수원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을 무려 800여채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정모씨 일가. 10개 넘는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을 운영하며 무자본 갭투자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죠. 그러다 일이 터지니 잠적했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경찰에 신고된 피해만 160억 원이 넘습니다. 피해자들은 총 피해가 800억원 대에 이를 거라고 주장하는데, 피해 세대 중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비중이 절반이 넘는 것 등을 감안한다면, 피해자들 주장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번 피해자들 상당수는 계약할 때 건물에 잡힌 근저당이 얼마인지 이 부분이 얼마인지 잘 몰랐다고 합니다. 법의 허점을 노린 신종수법을 썼기 때문인데요. 그 수법을 들으면 정말 기가 찹니다.

 

일단 전세계약을 할 때 필수적인 등기부등본은 피해자들도 다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사기를 당했을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씨의 경우 경기 수원 전세사기 의혹의 임대인 정 모 씨 측과 지난 202011월 권선구 빌라를 전세 계약했다고 합니다. 모두 15세대가 있는 신축 빌라인데 시세 40억짜리 건물. 등기부등본을 보니 공동 담보로 기재된 근저당이 76000만 원밖에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담보보다 건물가치가 훨씬 높으니 안심해도 되겠죠.

 

그래도 A씨는 근저당이 있는게 좀 찝찝하다고 했는데요. 그러자 공인중개사가 이렇게 설득했다는 거죠.

 

건물 시세는 40억원이 넘는데 근저당이 76000만원 밖에 없고, 건물 소유자가 워낙 수원에서 임대 사업을 오래 해서 문제가 생길 일은 절대 없어요,”

https://youtu.be/sYYTSz5CMWM?si=odn9vXDI6E1vQ0_C

공인중개사를 믿고 계약했던 A씨는 2년 뒤 1년 재계약을 했는데 만기 한 달 앞둔 지금, 집주인 정 씨가 잠적해 버렸습니다. 알고 보니 이 건물은 이미 은행 채권최고액이 최대로 잡힌 이른바 깡통 주택이었다는 거죠. 40억원이 넘는 건물인데 어떻게 깡통주택이 될까요?

 

알고보니 건물에 잡힌 근저당은 76000만 원이 아니고 총 21억여 원에 달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소릴까요? 사기꾼인 건물주가 법의 허점을 노린 것인데요. 해당 건물 15세대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대출을 받을 때 건물 전체로 받은 것이 아니라 5세대와 10세대로 나눠 각각 76, 14억 원씩 쪼개기 대출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등기부등본에는 76000만원만 표시돼 있다고 했잖아요. 나머지 10세대 14억 원에 대한 근저당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법적으로는 현재까지는 불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나의 건물을 2~3개로 쪼개 공동담보를 잡을 수 있다는 거죠.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겠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나눠서 공동담보를 잡을 경우 자신이 해당한 담보만 알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A빌라에 101, 102, 103, 104, 105호에 공동담보가 잡히고, 따로 A빌라에 201~210호 공동담보가 잡히면, 101호 계약자는 101호에서 105호의 공동담보만 등기부등본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1~210호에 공동담보가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거죠. 따라서 세입자들은 담보가 적은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왜 이렇게 등기부등본을 만들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공동담보물이 5개가 넘어갈 경우, 등기부등본상에는 공동담보로 설정된 세대가 몇 개인지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4개까지는 하나씩 나오지만 5개부터는 공동담보 목록으로만 표시됩니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려면 공동담보 확인이라는 서류를 따로 떼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나 이상하죠. 공동담보가 5개 이상인데도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연히 확인할 일을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을까요?

 

이렇게 복잡하고 미로처럼 만들어놨으니 A씨처럼 담보가 적은 줄 알고 계약했다가 당하게 된다는 거죠. 이건 등기부등본 자체의 오류이니 당연히 정부가 보상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한가지 의문도 듭니다. 공인중개사의 책임은 없을까요? 해당 매물에 공동담보가 여러개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았을 것입니다. 몰랐다면 공인중개사 하면 안되죠.

 

불행중 다행히도 법적으로도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합니다. 공인중개사에게는 전세 매물에 대한 권리관계 전체를 충실하게 고지해야 할 포괄적 의무가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법원 판례를 봐도, 공동담보 대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였을 경우에 공인중개사가 일정 부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결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손해배상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잖아요. 결국 피해자가 손해를 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제도를 허술하게 만든 국가의 책임도 크잖아요. 나머지는 국가가 배상해 줘야하는 것 아닌가요?

 

https://youtu.be/3ZAAqUGhWA8?si=lfwe53-zPuBDsbku 

국가가 미적거리고 있으니 우리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법을 철저히 숙지해야 할 듯합니다. 기존에 말씀드렸던 것에 한가지를 더해 5가지. 정부와 국회가 빨리 법을 보안해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주변시세는 반드시 확인해야 겠죠.

특히 신축의 경우에는 시세확인이 어려워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많은데요. 네이버나 부동산 앱에만 의존하지 말고 주변 부동산을 한군데가 아니라 서너군데를 직접 찾아 다니면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 번째 번거롭더라도 등기부등본을 자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등기부등본에 적혀있는 임대인의 정보와 임대인의 신분증도 반드시 대조해 보시고요. 특히 계약 당일만이 아닌 전입신고 후 최소 일주일 이내, 계약 만기 전 6개월 전 쯤에도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등기부등본을 100% 신뢰해서도 안됩니다. 전에도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황당하게도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거든요. 서류가 위조됐을 경우 나라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예를 들어 근저당 말소로 표시됐는데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반드시 해당 은행에 말소된 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계약 당일 만큼은 전체 과정을 녹음하는 것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임대인에게 지방세납세증명서, 국세완납증명서 등을 요청해서 체납된 세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죠. 이젠 세무서에서 임대임의 동의가 없어도 열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셋째 최근에는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전세사기에 함께 가담하는 경우도 있죠.

따라서 국가공간정보포털 부동산중개업 조회를 통해 개업 공인중개사가 맞는지 무등록 또는 유사 중개업소가 아닌지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넷째. 전세반환보증은 반드시 가입해야 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꺼려한다거나 보증공사가 가입을 거부할 경우 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귀찮고 돈이 조금 들어가더라도 필수입니다.

 

다섯째. 공동담보가 있을 경우 좀 더 꼼꼼해야 합니다.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지만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럴 경우에는 공동담보 상세 목록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또 한가지. 사회 초년생일 경우 부동산 계약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실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예행연습을 해보면 좋을텐데요. 방법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부동산 계약을 메타버스(Metaverse·확장가상세계)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부동산 계약 체험하기' 서비스를 구축했거든요. 이 서비스에 접속하면 전·월세 부동산 계약 과정을 단계별로 체험할 수 있고 중개업소 방문할 경우 확인 사항부터 실제 매물을 둘러볼 때의 점검항목, 서류 작성법 등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용하냐고요? 스마트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메타버스 서울'을 검색해 설치하면 이용가능합니다.

 

전세 사기는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삶을 파괴하는 경제적 살인 행위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피해자들은 교묘한 사기 범죄가 가능하도록 허술하게 운영되는 국가의 부실한 법·규정 시스템의 희생자일 뿐이죠. 따라서 사기 피해 예방법을 널리 알리고 메타버스를 통해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과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동담보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것은 물론 등기부등본 공신력이 없다는 것도 빨리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시스템 부족으로 선량한 국민이 일생 쌓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앗기고 길거리로 내몰려 울부짖는다면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이런 문제를 막으라고 우리가 세금을 내는 것이잖아요. 이젠 제발 더 이상 참담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할 대책을 빨리 내놓길 바랍니다.

https://youtu.be/A_l3BuMinoA?si=GVpX1usC0Z96qs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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