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비난해서 도와준다?···‘머스크의 역설’ 아시나요? 본문
쓰라클모닝, 쓰님, 쓰린이. 쓰레기···.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IT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최신 신조어라고 하는데요.
쓰라클모닝은 쓰레드 굿모닝, 쓰님은 쓰팔은 했지만 어색한 사이, 쓰린이는 쓰레드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되는 사람. 쓰레기는 쓰레드하면서 기분 좋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바로 저커버그가 최근 출시한 ‘스레드’ 때문에 생겨난 신조어라는 거죠. 이런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 스레드는 최근 SNS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출시 닷새만에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할 정도죠. 도대체 스레드가 뭐길래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을까요? 그 비밀에는 ‘머스크 역설’도 있다는데 그게 뭘까요? 오늘은 스레드를 팔로우해 보겠습니다.
스레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가 지난 6일(현지시간) 선보인 새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스레드는 발표되기도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난달 26일 방송에서도 전해드린 ‘머스크 vs 저커버그의 세기의 대결’ 때문이죠. 세계 최고 부자 순위를 다투는 테슬러의 CEO 일론 머스크와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말싸움, 아니 트워터 싸움을 벌이다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은어) 뜨자는 이야기까지 번졌잖아요. 특히 두 사람이 너무나 진지하게 이 싸움을 받아들이고 있어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까지도 나섰죠. 그래서 실제 대결이 조만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싸움의 발단이 바로 스레드였죠. 한 네티즌이 트위터를 통해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로 ‘스레드(Threads)’를 출시한다는데 두렵지 않냐”고 도발하자 머스크가 반발했고 이에 다른 네티즌이 “저커버그가 주짓수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충고아닌 충고를 하자 머스크가 바로 저커버그에서 현피를 제안했잖아요. 이후 상대방을 향해 도발하는 듯한 훈련 사진과 영상이 연이어 올라왔고 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환호를 했죠. 내기까지 걸면서요. 세계 최고의 부자가 실제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죠. 다만 실제 대결이 펼쳐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미 ‘머스크 vs 저커버그 ‘세기의 대결’ 경영학적으로 살펴보면··‘편에서 설명드렸는데요. 1992년에도 머스크와 저커버그처럼 항공업계 두 CEO가 광고문구로 감정이 격해지며 세기의 대결을 벌입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CEO인 허버트 켈러허와 스티븐스 애비에이션의 커트 허월드 회장이 주인공인데요. 이들은 UFC는 아니고 팔씨름 대결을 펼쳤습니다. “에이 실망이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 대결은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미국 전연에 생중계 됐고 당시 대통령이던 부시도 축하편지를 보낼 정도였죠. 덕분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하면서 유머와 비즈니스를 결합한 ‘펀 경영’의 성공사례로 경영학에서 다루기까지 하죠.
저커버그도 켈러허처럼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았습니다. 머스크와의 대결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대결을 촉발한 스레드에도 관심이 집중됐잖아요. 거액의 홍보비를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효과를 누렸을 것입니다. 덕분에 출시 닷새만에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는데요. 이게 얼마나 빠른 속도냐하면요. 인공지능 혁명을 불렀왔다는 평가까지 받는 ‘챗GPT’가 이용자 1억명을 모으는데 두 달이나 걸렸거든요. 스레드는 챗GPT보다 무려 12배나 빠른 셈이죠.
따라서 실제 UFC까지는 아니고 팔씨름이나 체스 대결 등으로 종목을 바꾸지 않을까요? 아니면 말싸움만 하다가 끝날지도 모르고요. 다 큰 어른들이, 그것도 머스크는 52살이나 먹었는데 격투기를 하는 것은 다칠 위험도 크고 꼴사나울 수 있잖아요.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저커버그는 약골(cuck)” 이라며 “말 그대로 성기(Dick) 크기 대결을 제안한다”는 도발을 했거든요. 격투기 대신 성기 크기 대결이라니···.
그런데 머스크가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스레드가 트위터의 대항마가 되고 있거든요. 스레드가 프로모션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1억명이 넘는 이용자가 모인 이유가 뭘까요? 바로 머스크가 운영하는 트워터에서 넘어온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Similarweb)에 따르면 최근 트위터의 트래픽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무려 11%나 줄었습니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인데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유료서비스 확대, 열람 가능한 트윗 개수 제한, 먹통 현상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았거든요. 트위터에 정나미마저 떨어졌는데 스레드라는 대안이 등장했으니 대거 트위터 난민이 됐다는 거죠. 이러니 머스크로써는 약을 오를 수 밖에 없죠.
니클라스 마이어 미 캘리포니아주 채프먼대학 마케팅 교수는 “스레드 출시는 트위터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에 이뤄졌다”고 평가까지 내놨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트위터가 싫다고 스레드를 이용하지는 않을 듯한데요. 스레드만의 장점이 분명 있을 듯합니다. 아직 출시초기이긴 하지만 벌써 눈에 띄는 기능들이 있습니다.
일단 스레드는 실시간으로 500자까지 텍스트 기반의 게시물을 남길 수 있고 ‘좋아요’·답글·인용·게시물 공유 등이 가능합니다. 여기까지는 글자수가 늘어난 것 말고는 트위터와 차이가 크지 않죠. 하지만 스레드는 사진과 영상이 가득한 인스타그램과 바로 연동됩니다. 텍스트의 부족함을 인스타 연동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거죠. 또 인스타의 단점을 스레드가 채워줍니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사진은 하나같이 잘 찍고 잘 편집된 것들이죠. 그래서 퀄리티가 떨어지면 올리는데 주저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스레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죠. 텍스트로 이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광고성 게시글이 많아 ‘상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과 달리 스레드엔 광고가 붙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깨끗하다’는 인상이죠. 저커버그도 “깨끗한 스레드가 되겠다”며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으니 광고공해에서 벗어나고 싶은 네티즌들이 몰리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약이 바짝 오를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IT업계의 거물 머스크가 스레드를 욕하면 할수록 스레드의 인기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잖아요. 게다가 업계에서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스레드의 인기는 머스크가 뿌린 씨앗이다.” 이게 뭔소리일까요?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8000명이던 직원을 대량 해고해 1500명 수준으로 줄였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문제는 당시 해고자 중 일부가 메타로 옮겨갔다는 거죠. 이를 빌미 삼아 머스크는 “메타가 트위터 전 직원들을 채용해 스레드 개발에 참여시켰고, 이 직원들은 여전히 트위터 영업 비밀이나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며 소송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는데요.
과연 소송이 가능할까요?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저커버그를 비판할수록 스레드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져 역설적으로 가입자 수만 늘려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레드가 확실하게 트위터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출시초기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아직 점치긴 이르죠. 게다가 지금은 프로모션을 하지 않아도 세계적인 주목도를 가져다 준 ‘머스크 역설 효과’가 너무나 크거든요.
자칫 2년 전 코로나 유행 속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음성 소셜앱 ‘클럽하우스’ 신드롬처럼 어느 순간 가라앉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앞서 세기의 대결이 ‘펀 경영’을 낳은 것처럼 조만간 경영학 교과서에는 ‘머스크 역설 효과’가 등장할 것이란 점입니다. 욕을 하면 할수록 상대방을 더 키워주는 역설적인 효과. 이런 의미로 실릴 것 같은데요. 한때 영웅으로 불렸던 머스크가 왜 이렇게 자꾸 밉상이 되는지. 한편으로는 너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저커버그는 이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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