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다리가 흔들리면 마음도 흔들린다···카필라노의 법칙 본문
캐나다 밴쿠버에는 캐필라노 협곡이 있습니다. 이곳에 20여 층의 건물 높이에 굵은 밧줄과 목판으로 구름다리를 설치해두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다리.
심리학자 아서 아론과 도널드 더튼은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하나의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흔들림이 심한 다리 정중앙에서 미모의 실험 도우미는 혼자 다리를 건너는 18~35세 사이의 남성들에게 설문지를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설문지를 다 작성하고 나면, 실험 도우미인 여성은 자신의 개인 연락처를 적은 종이를 건네며 “오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실험 결과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오늘 저녁에 전화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남성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절반에 가까운 남성들이 이 실험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트를 신청했습니다.
실험 도우미가 미모의 여성이라서 그런 것 아니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여성 실험 도우미는 지상과 가까운 튼튼한 다리에서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으나, 이때에는 12.5%의 남성만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둘은 어떤 차이일까요?
흔들리는 구름다리 중간에 서 있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주의력이 집중되며, 체온이 상승하고, 호흡이 가빠질 것입니다. 이러한 신체적 반응은 첫눈에 반했을 때의 반응과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 때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나자 대뇌가 이러한 신체적 반응을 공포에 의한 반응이 아닌,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설렘이라고 오판한 것입니다. 즉, 남성들은 자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진 이유를 흔들리는 구름다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성에 대한 호감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구름다리 효과’ 또는 ‘캐필라노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감정 환기의 잘못된 귀인(The Misattribution of Arousal)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상대가 흔들다리에 서있는 것을 많이 두려워하는 사람 즉,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즉, 그 자극 자체가 부정적인 자극이라면 어떤 사람을 싫어하게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아래의 실험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박장대소할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시청해 ‘긍정적인 자극’을 줍니다. 다른 한 그룹은 교통사고 현장이나 전쟁 같은 선혈이 낭자한 영화를 시청해 ‘부정적인 자극’을 줍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대조군은 그 어떤 자극도 받지 않은 상태죠.
그런 다음 모든 사람이 두 여성(실은 한 명이 1인 2역을 함)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한편에서는 여성이 예쁘게 화장을 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못생기게 분장을 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들은 영상을 보고 해당 여성과 데이트를 하고 싶은지 등의 문제를 포함해 각각의 여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연구 결과는 어땠을까요?
자극을 받았던 사람들, 긍정적인 자극과 부정적인 자극에 상관없이 두 그룹 사람들 모두, 아름다운 여성을 더 아름답다고, 못생긴 여성을 더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서 앞선 자극으로 일어난 신체적 반응이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좋은 점은 더 좋게, 나쁜 점은 더 나쁘게 받아들이도록 한 것입니다. 앞선 자극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자극에 따라 생각, 행동, 느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진행한 한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판사들이 식사하기 전 가장 냉혹한 판결을 내렸고,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한 후에는 비교적 너그러운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한 판사들마저도 생리적 반응에 따라 결론을 다르게 내린다는 것은 꽤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하지만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죠. 사람은 피곤할 때 누구나 까칠해지지 않나요.
따라서 우리가 이같은 생리적·신체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몸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냉정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대지? 정말 이 제안이 한없이 기쁘고 흥분 되어서일까? 아니면 좀 전에 마신 커피 때문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야 잘못된 결정으로 후회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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