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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돈을 버는 기획자는 다르다?!

경불진 이피디 2021. 6. 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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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는데요.”

“조언 좀 해주세요.”

 

나이가 있다 보니 아주 가끔, 분기에 한번 정도 후배들에게 이런 부탁을 받곤 합니다. 성공하지도, 내세울만한 업적도 없지만 그저 오래 살았다는 이유 때문이죠.

 

상담은 상사와의 관계, 이직 문제 등이 대부분이고 간혹 애정문제를 물어보는 후배도 있어서 난감하기도 하죠. 고민을 해결해주기보다는 그냥 듣기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저에게도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아무래도 후배이기 때문에 그날 밥이나 술값은 주로 제가 내야 한다는 것이죠. 고민을 들어주느라 나름 시간을 빼앗기는 대도 말입니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오히려 고민 상담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비용을 받을 만큼 대단한 상담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와이프 눈치는 보이지만 후배들 술 사주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상담료 이야기도 그냥 농담입니다. 오늘 방송 듣고 후배들이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하지만 이를 농담처럼 생각하지 않은 분이 계시더라고요. 이 내용을 토대로 책도 썼고요. 그래서 오늘 경불진 책방에 들고 나왔는데요. 제목은 기획자의 생각식당’(홍익출판미디어그룹). 제목이 아주 친근하죠.

 

부제는 생각으로 돈을 버는 기획자의 발상법이라고 돼 있습니다. 정말 생각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후배들 고민 상담을 해주는 것도 돈이 될 수 있을까요?

 

일단 저자가 궁금해지죠. 저자는 김우정 글로벌 PR업체인 벡터그룹 한국지사 부대표입니다. 김 대표는 국내 스토리텔링 1세대 전문가로 꼽히며 국가브랜드위원회, GS칼텍스, KB국민카드, 롯데월드타워, 오리온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제작하고, 한화 불꽃축제 등 기업체 문화행사 성과분석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2012년 연극, 무용, 미술 등을 활용해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육기업체 '팀 버튼'을 만들어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14년간 30만 명의 직장인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군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요. 그런데 책에서 자신의 소개하는 문구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나는 잡놈이다. 잡놈은 나를 비하하는 단어가 아니다. 너무 많은 분야에서 일을 한 경력을 한 번에 소개하기 힘들어서 내가 찾은 자구책이다. 축제 기획, 공연 제작, 문화마케팅, 기업교육, 웹툰 제작, 광고, PR, 마케팅 캠페인, 영화와 드라마 제작까지. 내가 걸어온 길은 외길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잡놈이다.”

 

정말 재미난 자기 소개 아닌가요? 상당히 창의적인 분이란 느낌이 팍 옵니다. 그럼 이런 독특한 분이 생각하는 생각식당이란 도대체 뭘까요?

 

수많은 경험을 한 것을 아는 사람들, 후배는 물론이고 업계 사람들이 김대표를 자주 찾았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고민도 털어놓고 아이디어도 구했다는 것이죠. 김 대표도 찾아온 사람들과 손님들과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상담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뜩 앞서 언급했던 저의 황당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는 군요.

 

나름 기획자인데 기획자로서 내가 생각의 값을 제대로 받았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기획에 대한 평가가 매우 박하잖아요. 실제로 많은 프로젝트에서 기획비는 최하위죠. 전체 견적의 10%만 받아도 잘 쳐준 것이고, 어떨 때는 ‘0’이 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그런 생각은 나도 할 수 있어.”

 

그래서 생각에 값을 지불하는 데 인색합니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해놓은 것을 보고 누가 못합니까. 가장 먼저 생각해내거나, 먼저 생각했더라고 할까 말까 고민할 때 힘을 주는 조언이 없다면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아이디어도 마찬가지죠. 전화와 MP3플레이어, 카메라 등이 합쳐진 스마트폰은 이제 익숙하지만 잡스가 만들기 전에는 꿈같은 이야기였잖아요.

 

물론 모든 생각이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공상이 그치는 생각도 있는 반면에 실현가능성이고 비즈니스 적으로도 훌륭한 생각이 있죠. 김 대표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돈이 되는 생각에는 돈을 받아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20186월 이런 컨셉을 담은 생각식당을 문 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생각식당에서는 뭘 팔까요? 메뉴는 단 세가지. 60분 통찰력 라떼, 90분 컨셉 브런치, 180분 경영의 양식, 가격은 77000, 11만원, 22만원. 가격은 복채와 변호사 상담비 중간 정도에서 정했다고 합니다. 특히 상담내용은 비밀을 꼭 지킨다고 하네요.

 

도대체 이런 돈을 내고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자에 따르면 3년 만에 다녀간 손님의 숫자가 약 300. 사흘에 한명 꼴로 손님이 온 셈이죠. 생각보다 많지 않나요. 김 대표는 수많은 손님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내가 그들을 돕는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살리고 있다고 믿는다고 하네요. 돈은 덤이고요. 너무나 재미있죠.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상담내용은 비밀인데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요?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돈이 되는 생각은 아무나 하지 못 한다. 훈련해야 한다. 기획자는 그런 훈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뛰어난 기획자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유니크한 발상법을 배울 수 있다.”

 

즉 이 책은 식당에서 했던 상담의 기록이 아니라 상담을 하기 위한 공부의 기록이라는 군요. 생각식당을 만들기 한참 전인 2010년부터 통찰력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수많은 스승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들으며 나만의 생각법을 만들도 훈련했는데 그 내용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10년의 내공이 담겨있으니 책 내용이 상당히 압축적이면서도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책 내용중 인상적인 부분 몇가지를 소개할텐데요.

 

문까지 안내는 해줄 수 있지만, 문을 여는 것은 너야.” - 영화 매트릭스의 명대사 죠.

 

바로 선택을 이야기하는 것인데요. 김 대표는 선택을 행동경제학의 거장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속성 비교 이론을 통해 설명합니다.

 

이론은 간단합니다.인간의 선택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되는데요. 1단계는 선택의 수많은 대안들을 좁히는 과정인데, 1단계를 통해 우리는 최종 대안을 2개까지 압축합니다. 이렇게 압축하는 1단계는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되죠.

 

예를 들어 이런 것입니다. 친구들과 운동을 끝내고 목이 마른 상태에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고 상상해 보죠. 무엇을 마실지 결정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음료수의 숫자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때부터 선택의 뇌가 작동하게 됩니다. 이 때 빨리 음료수를 마시는 행동이 우리 몸에 유리하기 때문에 빠른 선택이 중요하죠. 그래서 선택의 뇌는 아주 빠르게 마실 수 있는 음료수의 대안을 축소하기 시작합니다. ‘뭘 마시지? 오늘은 탄산음료가 당기네? 환타나 사이다보다는 콜라가 낫겠다. 그냥 콜라? 아니면 제로콜라?’ 여기까지가 1단계인 셈이죠.

 

그런데 2단계부터는 다릅니다. 2단계 3단계 통털어서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2단계는 최종적으로 2개의 대안만 남는 상황에서 일어나잖아요. 이 때 우리는 2개만 남은 대안의 공통되는 속성을 빠르게 찾아내어 선택의 기준에서 삭제한다는 군요.

 

앞서 예에서 살펴보면 둘 다 가격이 같네? 둘 다 용량도 같네? 그냥 콜라는 맛이 좀 상쾌했지? 제로콜라는 마음이 좀 편하지?’ 두 번째 선택의 뇌는 2가지 대안의 공통되는 속성을 찾아내서 순식간에 삭제한다는 것입니다. 콜라와 제로콜라의 가격과 용량은 공통 속성이죠. 공통 속성은 선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공통 속성이 삭제되면 차별 속성만 남게 되죠.

 

그럼 이번에는 세 번째 선택의 뇌가 작동합니다. 우리는 다시 0.5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하나의 차별 속성을 나에게 좋다(good)’고 규정하고, 다른 하나를 나에게 나쁘다(bad)’고 단정합니다. 마지막 3단계에 선택받는 것은 무엇일까요? 차별 속성 중 나에게 좋은 속성, 바로 유니크 굿입니다. 대안 전체가 아니라 유니크 굿만 선택받는 것이죠.

 

앞의 예로 돌아가면 난 지금 상쾌한 게 필요해! 그냥 콜라!!’ 콜라의 상쾌함이 최종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상쾌함이 유니크 굿이었다.

 

즉 우리 대부분은 전체를 놓고 치밀하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유니크 굿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남들보다 좋은 선택을 받지 못할까라고 한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공통속성만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은 선택의 1단계만 간신히 통과하게 해줄 뿐 2단계 3단계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공통속성은 제 아무리 창의적이라고 삭제된다는 것이죠. 남들과 다른, 나만의 유니크 굿이 없다면 매번 삭제되는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애청자 여러분들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한가지 더. 결핍은 불편함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결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죠. 하지만 기획자는 다릅니다. 결핍으로 대박을 낼 수 있으니까요.

1990년 초만해도 국내 보일러 업계 1위는 귀뚜라미였습니다. 가스보일러를 가장 먼저 출시한데다 과감한 광고로 업계를 평정했죠. 따뜻함에다 저렴함을 무기로 소비자의 마음을 꽉 채웠던 것이죠.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는 시골에서 농사짓고 소를 팔아서 서울로 보낸 자식들이 많았습니다. 바쁜 일과로 고향을 자주 찾지도 못했죠. 고생하신 부모님께 마음의 결핍을 느끼고 살았습니다. 후발주자였던 경동보일러는 바로 이점에서 유니크 굿을 발견했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의 결핍을 따뜻하게 채울 수 있는 광고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 겠어요입니다.

 

놀랍게도 이 광고가 나가자마자 경동보일러의 가스보일러는 물론 연탄보일러, 기름보일러도 재고들이 3일 만에 모두 완판 됐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광고를 기확한 이강우 대표는 대한민국 광고인 최초로 대통령상 표창까지 수상했죠.

 

이렇게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결핍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마음을 갖게하고 이는 행동으로 이어져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많은 결실을 맺게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기획자만의 독특한 생각을 전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고 놓쳤던 부분에 대해서도 유니크 굿한 부분을 알려주죠.

 

특히 책 중간 중간에 있는 명대사들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데요.

 

인도네시아의 고래잡이 마을 '라마레라Lamalera'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고 합니다.

 

고래를 만나는 건 운이지만 잡는 건 실력이다.”

 

여러분들도 유니크 굿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생각식당꼭 읽어보시고 경불진도 열심히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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