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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오리진'

경불진 이피디 2021. 3. 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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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하고 있는 착각 중 가장 큰 것이 무엇일까요?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고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생각 아닐까요? 최첨단 과학기술로 지구에서 못가는 곳이 없고 산을 허물고 사막에 밭을 만드는 등 못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능해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자만이라는 사실은 종종 드러나죠. 최근 급작스럽게 내린 폭설로 곳곳에 난리가 났습니다. 교통이 마비되고 사고가 속출했죠. 겨우 눈 때문에···. 게다가 인류가 파헤친 밀림에서 기원한 코로나는 인류의 일상을 마비시켜 버렸습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9000만 명 이상을 병들게 하고 19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죠. 더 나아가 인류가 만든 경제시스템마저 붕괴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커다란 착각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죠.

 

그래서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바퀴벌레라고 주장하고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도 밀이 인류를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 아닐까요?

 

오늘 경불진책방에서 알아볼 책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주장을 합니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뜻대로 인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바로 지구는 다 계획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책에서 이런 주장을 할까요? 흐름출판이 펴낸 오리진이란 책인데요. 부제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입니다. 저자는 영국 우주국의 과학자 루이스 다트넬 교수.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흥미로운 다양한 사례가 책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책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인류의 역사 전체는 사실상 정적인 지도, 지구를 다룬 영화에서는 단 한 프레임에 해당하는 위에서 펼쳐졌다.”

 

지구의 역사는 무려 46억년이나 되는데 그중 인류가 존재했던 기간은 길어야 300만년이고 소위 문명을 이룬 것을 겨우 1만년 밖에 안된다는 것이죠. 지구의 역사를 하루로 축소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1분도 채 되지 않은 56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담이지만 외계인이 있더라도 지구인과 만날 수 없는 것은 외계인이 지구에 왔을 때는 인류가 등장하기 전이거나 인류 문명이 망한 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1만년을 이어온 인류문명이 앞으로 1만년을 더 견딜 수 있을지, 공룡처럼 어느 순간 멸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아무튼 책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서 기원을 뜻하는 오리진은 지구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판의 활동과 기후 변화, 대기 순환과 해류에 이르기까지 지구가 어떤 방식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롭게 설명해주죠. 특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 ,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빅 히스토리(Big History)의 서술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지구와 인류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다 본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죠.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13장은 지구가 빚어낸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탄생, 49장은 암석과 금속, 해류와 바람, 기후, 석탄과 석유 등 지구의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책만큼 두껍지는 않습니다. 392페이지로 636페이지에 이르는 사피엔스의 32정도에 불과하죠. 하지만 내용은 사피엔스 못지않게 흥미롭습니다.

 

특히 판의 구조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입니다. 단순화시켜 이야기하면 땅이 움직인다는 판 구조론이 인류 문명 탄생이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인데요. 인류 4대 문명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그런데 중국을 제외한 3곳의 지정학적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각을 구성하는 판들의 경계 지점이라는 것이죠. 판의 경계에서는 지진과 쓰나미, 화산의 위험이 높은데 왜 굳이 이 위험한 곳에서 인류는 문명을 키웠을까요?

 

 

판의 경계에는 거대한 산맥과 함께 저지대 분지도 만들어집니다. 이곳엔 농업에 유리한 기름진 토양이 쌓이고 화산은 비옥한 토양을 공급하죠. 또 판의 변형으로 형성된 암석의 균열과 단층면 사이로 지하수가 샘솟습니다. 위험하긴 하지만 농사를 짓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에 도시와 마을이 생겨났죠. 지금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판 경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들이 있죠. ‘그 위험한 곳에 왜 사람들이 모여살까라는 의문이 저자의 설명으로 풀리더군요.

 

특히 판구조론으로 설명하는 티베트의 위기도 흥미롭습니다. 티베트도 유라시아 대륙과 인도대륙의 충돌로 생겨난 지역이죠. 한 때 독립됐던 티베트는 국공내전후 중국이 빠르게 점령했습니다. 얼핏 넓기만 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다른 땅도 많은데, 사람도 많이 살지 않는 티베트를 중국은 왜 국제적 비난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을까요?

 

일단 군사적 가치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지역이 높다보니 이 지역을 점령하면 인도나 중국이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상대국에 관찰당하기 싫어하는 중국으로선 점령해야만 하는 지역이죠.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물입니다. 티베트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얼음이 많은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 출원하는 강만 10개에 달하고 중국의 황하와 양쯔강도 여기서 발원합니다.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죠. 특히 2030년 중국의 물 부족이 예상돼 더욱 티베트에 집착한다고 합니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빌런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티베트에서 핵탄두를 터뜨려 식수를 방사능에 오염시키려 한것도 이런 점을 파악해서였다는 군요. 만일 판 움직임이 없어 티베트가 낮은 평야였다면 달라이 라마가 다스리는 평화로운 땅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죠.

 

네덜란드에서 주식시장이 처음 생긴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상징으로 튤립과 함께 꼽히는 것이 있죠. 바로 풍차입니다. 네덜란드을 풍경하면 풍차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그런데 풍차는 어떻게 만들어졌습니다. 바다보다 낮은 땅에서 물을 퍼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풍차를 누가 만들었을까요? 네덜란드 왕? 귀족?

 

네덜란드에서는 풍차를 건설하는 데에는 필요한 비용을 지역 교회나 의회가 주민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 개간한 땅에서 농사를 지어 얻은 이익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죠. 곧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거대한 계획에 자금을 대기 위한 채권에 잉여 자금을 투자하게 됐고 이것은 다시 신용 대출 시장을 크게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시스템은 자연히 17세기에 국제 통상으로 옮아갔는데요. 지역의 풍차 건설에 필요한 주식을 사던 관행이 대항해시대에 향료 무역선에 투자하는 것으로 이어진 것이죠. 대형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을 작은 지분들로 쪼개는 관행은 투자자들의 위험을 분산시킨 것입니다. 마치 주식투자처럼 말이죠. 이 덕분에 네덜란드는 선물거래도 시작했고, 중앙은행도 최초로 설립했는데 이는 산업혁명시대 필요한 금융제도의 근간이 됐다고 합니다. 만일 네덜란드가 저지대가 아니었으면 풍차도 필요 없었을테고 주식시장도 발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판 구조론은 미국의 정치지형도 바꿔놓았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게 뭔 이야기냐면 미국 동남부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지역이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지역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띠는 무려 8600~6600만년전 백악기 후기에 퇴적된 지표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의 퇴적물이 오래 바다로 들어서 이 지역에 쌓였고 그 결과 이 지역은 농경에 매우 적합한 토양을 갖게 됐죠. 훗날 미국이 생기고 이 지역은 목화가 재배됩니다. 노동집약적 성격의 목화는 많은 흑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남북전쟁과 흑인 해방 이후에도 이 지역의 인구구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 이 지역의 흑인 인구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이들이 민주당의 지지층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번 대선에서도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줬고요. 이는 오랜 지형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라는 설명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영국에도 있는데요. 영국엔 산업혁명 때 큰 역할을 한 석탄이 풍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석탄광이 모두 폐광됐죠. 그러나 석탄 노동자 출신들은 아직도 이 지역에 많이 남아있죠. 따라서 영국의 석탄층 퇴적 지역은 대체로 노동당이 강세를 띠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구는 인류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지구는 인간의 이야기가 펼쳐질 무대를 마련했고, 그 자연 지형과 자원은 계속해서 인류 문명의 나아갈 방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하죠.

 

이 밖에 사피엔스는 왜 이동을 시작했는지, 금속은 어떻게 인류 사회를 바꾸었는지, 해류와 바람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구는 석탄과 석유로 인류 문명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등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설명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큰 위기에 빠진 인류가 앞으로 어디로 나갈지 궁금하시다면,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목소리가 듣고 싶다면 오리진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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