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정부의 의사 파업 협상은 ‘육참골단’이다? 본문

경제 뒷이야기

정부의 의사 파업 협상은 ‘육참골단’이다?

경불진 이피디 2020. 11. 21. 15:39
반응형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

아마 많은 분들이 SNS를 통해 접했던 황당한 질문일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기관인 의료정책연구소가 기존 선발방식을 통한 의대 출신 의사와 공공의대 의사를 비교하겠다며 올렸던 게시물 중 하나였죠. ‘의사파업을 반대하는 분들만 풀어보라는 설명까지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선택지에는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딱 두가지였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질문도 있었죠. ‘두 학생 중 나중에 의사가 돼 각각 다른 진단을 내렸다면 누구 의견을 따르겠느냐는 것이었고, ‘수능 성적으로 합격한 일반의대 학생시민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한 공공의대 학생중 하나를 고르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황당한 게시물을 의사들을 공격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었다니 정말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의사들의 의식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인가 해당 게시물을 비꼰 패러디 게시물이 큰 인기를 끌었죠.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마취 후 성폭행하는 의사’, ‘리베이트 받아먹고 대리 수술 맡기는 의사’, ‘의료사고로 환자가 여러 번 사망했지만 여전히 면허를 유지하는 의사등이 선택지에 있었습니다.

 

아울러 수능은 4등급 받았는데 의전원에 입학해 어렵다는 의대시험을 모두 통과한 의사’, ‘849회 수술경력으로 의료사고 0건의 간호조무사등 해당 게시물을 비꼬는 패러디물이 인기를 끌었고요. 참담하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중단하고, 공공의대 등 정책 추진은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막무가내로 떼쓰는 의사들에 정부가 굴복했다는 비난도 쏟아졌고요. 그런데 더 황당한 이야기도 있죠. 의사 중에 가장 꼴통인줄 알았던 최대집이 정부와 합의했는데 놀랍게도 전공의들은 졸속 합의라고 비판하면서 집단휴진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들이 잘못 알았던 것일까요? 그래서인가 이런 페북글도 있군요. ‘알고 봤더니 최대집이 의사 중 가장 멀쩡한 사람이었다’.

 

아무튼 코로나와 태풍으로 멍든 가슴을 부여잡은 국민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의사한테는 선생님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면 존경을 표해왔는데 수술을 앞둔 환자를 뿌리치고 파업을 하다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나 낭만닥터에 나오는 조정석이나 한석규 같은 의사는 드라마 속에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의사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성적이 왜 다가 아닌 지와 정부가 의협과 왜 타협을 했는지 그 뒷이야기를 살펴볼까 합니다.

 

일단 정부가 왜 의협과 급하게 타협을 했을까요? 아마 화가 나신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저희가 분석하기에는 손자병법의 육참골단(肉斬骨斷)’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살()을 배게() 하는 대신, 자기는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 ,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내용인데요.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둔다는 의미입니다.

 

저희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애청자 여러분들도 동의가 되실지 궁금하네요. 일단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정원 확대 정책 반대입니다. 이 정책은 박근혜 때부터 추진돼 왔던 것입니다. 사스, 메르스 등으로 의사부족현상이 심화하자 ‘2015년 서울대 의대 교수들까지 나서 공공의대 인력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이게 기사화되자 의사들은 기사가 왜곡됐다고 난리쳤죠. 해당 용역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 11명 중 서울의대 교수는 4명 뿐이고 그 중에서도 3명은 의료관리학, 의학교육학, 보건학 등을 전공한 비임상 교수들이라고요. 그런데 서울대 의대교수는 4명은 서울대 교수가 아닌가요? 기사 어디에도 서울대 의대 교수 전부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뉴시스 기사를 보면 연구용역에는 연구책임자(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연구원, 연구보조원 등 전체 연구인력 11명 중 6명이 서울대 의대 소속이다. 구체적으로 연구원 6명 중 3명은 서울대의대, 1명은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1명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나머지 1명은 차의과대 소속이다. 연구보조원 3명도 서울대의대이거나 서울대 소속이다.’ 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정도면 서울대 의사들까지 나섰다고 하는 것이 왜곡인가요?

 

이처럼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협상 자체를 번번이 걷어차서 지지부분해왔죠.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닥치자 정부가 나선 것입니다. 의사가 부족한 지방을 그냥 두고볼 수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정원을 늘리겠다고 5월에 강행 의사 내쳤는데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의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단순히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정원확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들의 탐욕적인 밥그릇이 깨질 수 있는 위기가 닥쳐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정원확대 반대는 그야말로 핑계일 뿐입니다. 그러면 그들의 탐욕적인 밥그릇이 깨질 수 있는 위기란 게 뭘까요?

 

지난 622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의미있는 법안을 하나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안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특정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 의료인이 해당 범죄를 범한 경우 면허 취소 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 위반 행위, 처분내용 공표 등입니다.

 

그런데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강력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됐는데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니···. 실제로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가 강도나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기소돼 처벌을 받아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는 면허 취소 기준이 낙태,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등 일부 의료법 위반 행위에만 한정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범죄나 중대한 의료사고 등으로 면허 정지 또는 취소가 되더라도, 징계 의료인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간판만 바꿔 병원을 계속 운영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재취업이 가능합니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7년 경남 통영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면허가 유지돼 현재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 중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환자를 대상으로 죄를 저질러도 의사를 계속할 수 있다니. 의사가 무슨 철밥통도 아니고.

 

더 심각한 것은 범죄를 저지르고 의사면허가 취소 되어도 살리는 것은 또 어렵지가 않습니다. 한국의 의료법은 영구 취소는 없습니다. 면허가 취소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보통 3년 정도 지나면 일정 사유를 심사한 후 보건복지부에서 면허를 재발급 해줍니다. 2009년부터 20198월까지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의사 109명 중 106명이 면허를 회복했습니다. 2명은 검토 중이고 1명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산부인과 의사가 마약성분이 혼합된 약물을 환자에게 과다투여해서 사망에 이르도록 했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 의사는 지금까지 면허 재교부를 요구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신해철을 죽게 만든 집도의 강세훈은 2건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에도 의사 면허를 유지하면서 병원 이름 변경, 페업과 개업을 반복하면서 또 다른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그리고 해남 병원 외과 과장 자리에 가서 또 다른 사망자도 만들었죠. 정말 미친 것 아닙니까.

이 때문일까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강간, 강제 추행 등 성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전문직 종사자 중에서 1위는 종교인(10.7%)을 근사한 차로 앞선 의사(11.3%)였습니다. 종교인의 경우 다양한 세부 카테고리가 있고 의사들에 비해 숫자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이 범죄의 직군 대비 숫자로는 의사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한 해 동안 성폭력 범죄로 입건된 의사가 무려 163명이나 됩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패러디에서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마취 후 성폭행하는 의사’, ‘리베이트 받아먹고 대리 수술 맡기는 의사’, ‘의료사고로 환자가 여러 번 사망했지만 여전히 면허를 유지하는 의사등이 선택지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그냥 농담이 아니라는 것이죠.

 

도대체 이딴 의료법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현행 의료법은 2000년 당시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안 개정안이 뼈대입니다. 2000년 이전에는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혐의로 금고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정지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정 이후에는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취소가 가능해졌죠. 앞서 설명한대로 의사는 성폭행,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보건당국이 면허를 취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의료법 이외의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는 괴물집단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데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법이 통과됐을까요? 이번 파업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20002월 의사들이 대규모 파업을 강행했습니다. 1999127약사법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죠. 약사법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이제는 너무나 상식이 된 법입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병원에서 약처방까지 했었잖아요. 그런데 약처방을 약사에게 넘기라고 하니 의사들이 밥그릇 빼앗긴다며 들고 일어난 것이죠. 20006월부터 3차례 벌어진 의료계 휴폐업에서 전국 2만여 개 병·의원 중 70%이상이 참여, 약사법 개정을 요구했고 이과정에서 전공의 파업에 이은 의대교수들의 파업으로 전국 대학병원의 진료가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현재와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고 이를 잽싸게 한나라당에서 의사들에게 무소불의의 권력을 주는 개악법을 들고나와 통과시킨 것입니다. 당시 국회상황도 살펴야 합니다. 200016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115석에 그쳐 자민련 17석과 합쳐도 절반에 못 미쳤고, 원내 1당 자리마저 신한국당을 이어받은 한나라당(133)에 넘깁니다. 이를 바탕으로 말도 안되는 개악법이 통과된 것이죠. 김대중 대통령과 여당에서는 안타깝게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지지율과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의사들이 파업을 해도 2000년처럼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힘인지, 짐인지에서 아무리 의사 편을 들어도 힘도 못쓸테고요.

 

따라서 의료법 개악법을 다시 개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들이 파업을 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죠. 중외제약 리베이트건. 현재 경찰은 중외제약이 20162019년 의사 수백명을 상대로 4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중입니다. 중외제약은 의사들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금품으로 지급한 것으로 물론, 일부 의사들에게 야유회나 해외여행 비용까지 지원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수 테라바이트(1TB124GB)의 자료를 압수한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최근 일선 경찰서로부터 지원받은 수사관 5명을 압수물 분석 업무 등에 추가로 투입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혐의가 밝혀지면 많게는 700명의 의사들이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후배나 제자들을 파업으로 동원했다는 의혹도 있고요.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지난 2일에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기존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라는 명칭으로 바꿔, 사실상 약사의 성분명처방을 가능케하는 내용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은 약사들이 의사의 처방전에 명시된 약이 없을 경우 동일성분의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를 하려면 처방전을 작성한 의사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약사들이 의사들에게 전화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허락받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취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죠. 따라서 이번 개정안에는 약사들이 임의로 동일성분약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고 사후에 심평원에만 보고하면 됩니다. 이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동안 약사들 위에 군림했던 의사들이 권위가 상실되는 것은 물론, 약사들로부터 암묵적으로 받아왔던 리베이트도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약사들도 모든 약을 갖춰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처방하는 약 정보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 소위 접대를 많이 해왔는데 그런 관행도 필요없어지는 것이죠. 의사들도 마음에 안드는 약사에게 일부러 잘 사용하지 않는 약 처방하고 대체처방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골탕먹여왔는데 이런 것도 불가능해지겠죠.

 

따라서 다시 요약하면 의사들이 파업하며 내민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사정원확대를 반대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핑계에 불과하고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강력범죄 의사 면허 박탈-리베이트 수사-약사 대체조제 허가 등을 막기 위해서 파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력범죄 의사 면허 박탈-리베이트 수사-약사 대체조제 허가 등을 막기 위해서 파업한다고 하면 국민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중 누구에게 진료받을 것인지 고르라는 황당한 게시물을 올려놓은 것이고요. 이 게시물에 대해서는 좀 이따 설명할게 더 있고요.

 

여기서 그럼 정부와 여당은 왜 의협과 타협을 했을까요? 공공의대와 의대 정원 확대 등은 추진할 수 있다면 좋긴 하지만 의사들의 반대가 클 것이기 때문에 플랜B를 준비해둔 것입니다. 공공의대랑 의대 정원 확대를 미끼로 던지고 거기 모든 시선 쏠린 사이에 의사들이 누려온 특권을 하나하나 없애는 것이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빨갱이라는 미친 소리를 하던 최대집도 이를 눈치 채고 갑자기 순한 양이 된 것입니다. 강력범죄 의사 면허 박탈-리베이트 수사-약사 대체조제 허가 등 그동안 누려왔던 특권, 즉 본진이 털리는 것을 막기 위해 파업을 철회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파업 철회하고 코로나 막는데 앞장 설테니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의료법, 약사법 개정을 막아달라고 읍소한 것입니다. 리베이트 수사도 막아달라고 부탁한 것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를 모르고 공부만 했던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대집을 성토하며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난리치고 있죠. 7일에 파업중단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제대로 될까요?

 

아무튼 정부는 의사협회와 대전협 사이에 갈등이 있을 것을 미리 내다보지 않았을까요? 최대집과 협의했는데 전공의들이 반대하면 협의는 무산이 되고 의사집단 내부갈등을 더욱 증폭돼 파업은 지지부진되고 정부와 여당은 원래 계획대로 강력범죄 의사 면허 박탈-리베이트 수사-약사 대체조제 허가 등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전공의들을 달랜다며 전공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하겠다며 보건복지부에서 대형병원들 실사할 텐데요. 수술실 CCTV 설치 등을 입법 발의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의사들은 그동안 누려왔던 각종 특권을 내려놓고 정말 국민들을 위한 의사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수능 1등이 더 이상 의사를 고집하지도 않을테고요. 정말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친구들이 의사에 지원하게 되겠죠.

 

저희의 해석이 맞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서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손자병법의 육참골단(肉斬骨斷)’ 전략을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나요.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고수의 경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해석에 더욱 신빙성을 더하는 일도 있습니다. 앞서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중 누구에게 진료받을 것인지 고르라는 황당한 게시물을 올려놓은 것에 대해 더 설명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요.

 

지난 4일 정부와 의협의 합의문 서명식장에서 황당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전공의들이 합의 한적 없다’ ‘졸속 행정, 졸속 합의 모두 반대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요. 놀라운 문구 하나가 눈에 띕니다. ‘환자 곁엔 전공의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환자를 버리고 파업을 해서 난리가 난 상황에서 환자 곁엔 전공의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다니···. 자신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온 조정석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의 잘못은 실력으로 모두 덮을 있다는 망상에 빠진 엘리트주의의 전형을 본 듯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자기만 아는 엘리트를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인성이 실력이다란 책을 쓰는 동국대 조벽 석좌교수님은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 대학에 근무할 때 마침 교수 자리가 하나 생겼는데 경력으로 보나 논문으로 보나 나무랄 데가 없는 지원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조벽 교수는 그 사람을 뽑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같이 면접을 봤던 동료 교수가 한사코 반대를 했다는 군요. 그런데 반대 이유가 놀라웠다고 합니다.

 

그 지원자가 아까 복도 음수대에 침 뱉는 것을 봤어요. 그런 사람이랑 같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동료 교수의 말을 듣고 조벽 교수도 더 이상 그 지원자를 채용하자고 주장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가 채용이 안 된 것은 공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서 입니다. 한마디로 인성이 부족했던 것이죠.

 

과거 삼성전자의 이병철 회장이 천재 한 사람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헛소리를 했었죠. 그래서 전 세계를 돌며 인재를 영입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이야기가 쑥 들어갔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는 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서라고 합니다. 바로 집단지성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실제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200912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인터넷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미국 전역에 지름 2.5m의 빨간 풍선 10개를 띄워놓고, 풍선 위치를 가장 빨리 찾는 팀에 4만 달러(4200만 원)의 상금을 주는 이색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거대한 대륙국가인 미국에서 테러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 인터넷으로 어떻게 이를 파악할지 실험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천재라 자부하는 이들, 자본력을 갖춘 기업 등 4000여 개의 팀이 참가했는데, 1등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학생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비법으로 1등을 차지했을까요? MIT니까 워낙 똑똑해서. 이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상금 가지치기 방식을 홍보했다고 합니다. 직접 빨간 풍선을 찾지 못해도 어디에 있는 것 같다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상금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자신들보다 공부를 못한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정보들을 공유했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9시간 만에 모든 풍선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과 협업을 했던 것이죠. 이처럼 미래사회를 이끌 키워드는 나 잘만 맛에, 성적 좋은 맛에 사는 것이 아니라 인성을 바탕으로 한 협업입니다.

 

만 명을 먹여 살릴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 배려와 같은 인성을 갖추지 못하면 그 씨앗을 결코 꽃피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기업이 면접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인성이라는 뉴스를 자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시대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도 의사들은 아직도 인성보다는 성적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전교 1등을 했다는 것을 영원한 훈장처럼 지니고 있는 것이죠. 죽을 때 묘비에 성적을 쓸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의사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따뜻한 하루라는 웹진에 실린 이야기인데요.

 

2011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대한민국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주얼리호를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 해상에서 구출한 작전.

 

이때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은 선원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작전에 협조하여 자신은 총상을 입었지만, 선원들을 살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것이 바로 '아덴만의 여명작전'이다. 구출 후 목숨이 위태로웠던 석해균 선장은 수억 원에 달하는 이송비와 치료비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었죠. 이 때 이송비 44천만 원은 내가 낼 테니 일단 이송하라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국종 교수이다.

 

이국종 교수는 모든 걸 떠안고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했습니다.

 

이국종 교수의 아버지께서 6.25전쟁 때 지뢰를 밟아 눈과 팔다리에 부상을 입으셔서 장애 2급 유공자가 되셨다고 한다. 그때 이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냉랭하고 비정한지 알게 된 이국종 교수는 의과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가 현재 일하고 있는 중증외상특성화센터는 질병이 아닌 사고에 의해 외상을 입은

환자들만을 진료하는 센터다.

그에게 직업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의사가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숭고한 그만의 철학이 있는 의사다.

 

어떤 때는 이 세상에 환자하고 저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제 손에서 끝을 내야 해요.
제가 밀리면 환자가 죽고, 제가 좀 더 잘하면 환자가 살 수 있는 이 두 가지 상황밖에 없거든요.“  

이런 이국종 교수를 국민들이 전교 1등 했다고 존경할까요? 지금이라도 의사들은 환자 곁에는 전공의라는 팻말만 들지말고 실천하세요. 많은 국민들은 인성이 개차반인 의사에게 소중한 몸을 맡길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사가 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길 바랍니다.

 

https://youtu.be/x7s3J0EUnbY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