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유니클로의 사과가 진정성 없는 6가지 이유 본문
일본이 사과에서도 꼼수를 부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유니클로의 전체 매출에서 한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는데다 한국 소비자 불매운동은 오래 못 갈 것”이라는 본사 임원의 발언이 국내 소비자들을 분노케 했잖아요.
일단 팩트체크부터하면 이 발언은 허세에 가깝습니다. 유니클로를 판매하는 패스트리테일링 공시를 보면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1400억엔(약 1조 5000억원)에 달합니다. 지역별 매출 비중은 8%죠. 그리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00억원 가량 늘어난 2344억원에 달합니다. 영업이익이 매출에 16%나 되는 군요.
그런데 지역별 매출의 8%이니까 유니클로 본사 임원이 말한대로 우리나라 비중이 적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유니클로의 지난해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겠습니다. 1위가 당연히 일본입니다. 8600억엔 가량되는 군요. 그 다음은 중국입니다. 4400억엔에 달합니다. 그럼 3위는 어딜까요? 미국? 유럽? 미국은 900억엔, 유럽도 900억엔입니다. 오히려 호주가 1400억엔으로 더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1400억엔이잖아요. 맞습니다. 유니클로 전세계 매출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호주와 공동 3위입니다. 일본을 빼면 공동 2위죠. 그런데도 우리의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세계 가장 큰 소비시장인 미국보다 우리가 1.5배 가까이 많은데도요. 따라서 유니클로는 절대 우리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일 매출이 반토막나면 단순 계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올리는 매출이 700억엔이 날라가는 것인데 이는 유럽이나 미국 시장과 거의 맞먹는 시장이 사라지는 셈이잖요. 이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유니클로 본사임원의 도발 때문에 국내에서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전국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1인 시위도 벌어지고 있죠. 이 덕분에 한국내 유니클로 여러 매장에서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이미 3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전체 매출이 반토막이상 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유니클로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이 사라지는 것 같은 타격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 등에 있는 우리 교민들 중에도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유니클로의 매출 타격은 더욱 클 수 있겠죠.
이쯤되니 유니클로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습니다. 유니클로 측은 “당시 전하고자 했던 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변함없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뿐이며, 그러한 노력을 묵묵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며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기업으로써는 처음으로 사과를 한 것이죠. 물론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번 사과문이 본사입장이 아니라고 드러났습니다.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가 한 것이니까요? 물론 FRL코리아측은 “일본 본사의 협의해서 사과문을 낸 것”이라며 “한국 유니클로 입장이 일본 본사 입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말이 거짓이란 것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기업들이 잘못을 해서 사과를 할 때 어떻게 하나요? 언론을 통해 공표하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에도 개제하잖아요. 또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유니클로는 이런 것이 21일까지만 해도 전혀 없습니다.
국내는 물론 일본 유니클로에도 사과문은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SNS도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19일부터 25일가지 서머세일을 한다는 안내문만 달려있습니다. 이게 사과하는 자세일까요? 물론 어제도 유니클로의 사과가 반쪽짜리다라는 지적이 쏟아지니까 어제인 22일 뒤늦게 일본 본사까지 사과에 나섰더라고요. 그래서 국내 많은 언론들이 본사도 사과에 나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왜구신문들은 일본 본사 홈페이지에 올라간 사과문이라며 화면 캡쳐도 실었죠. 그런데 여기에도 꼼수가 있더라고요.
국내 유니클로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바로 사과문을 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상단에 잘 보이는 곳에 있더라고요. 그러면 일본 유니클로 홈페이지에도 이런 사과문이 있어야 정상 아닐까요? 그런데 일본 유니클로 홈페이지에서 아무리 뒤져봐도 사과문이 없더라고요. 홈페이지의 디자인이나 제품 구성 등이 거의 비슷한데 사과문은 없습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이 봤다는 일본 본사 사과문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요? 놀랍게도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 홈페이지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패스트리테일링 홈페이지는 뭐하는 사이트일까요? 그룹 홍보하고 채용하는 목적으로 만든 곳입니다. 이런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유니클로 제품을 살 수 있는 유니클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적겠죠. 사과는 해야겠는데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사이트에서는 하기 싫으니 사람들 접속이 뜸한 본사홈페이지 해놓고는 “사과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쏙 빼놓은 채 국내 많은 언론들이 유니클로 본사도 사과했다고 보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요.
더 화나는 것은 국내 유니클로 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 상단에 잘 보이는 곳에 사과문 링크를 걸어 놓았잖아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홈페이지에는 사과문 찾기가 보물찾기더라고요. 한참을 뒤졌더니 그룹 뉴스에 쳐박아 놨더라고요. 이런데도 일본 본사가 사과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러자 국내 네티즌 수사대가 유니클로를 털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행적을 뒤진 것이죠. 앞서 유니클로가 지난해 1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했죠. 1조원 매출 돌파는 지난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무려 4년 연속 매출 1조원 클럽의 신화를 이어갈 정도로 제대로 대박을 터트렸죠.
이쯤되면, 게다가 롯데쇼핑도 49%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국내 사회공헌에도 많은 돈을 내놓을 만하죠. 그런데 유니클로가 내놓은 기부액은 지난해 얼마인줄 아세요. 겨우 9억9000만원에 그칩니다. 1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만 2344억원인데 정말 너무하죠.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겨우 0.4%, 매출로 따지면 0.06%만 기부한 것인데요. 저도 버는 것이 얼마되지 않지만 월급의 5% 기부하는데요. 너무한 것 아닙니까. 심지어는 이마저도 2017년의 17억4700만원에 비해 반토막이 난 액수라고 합니다. 버는 것은 늘어났는데 기부는 반토막. 우리가 불매운동으로 매출을 반토막 낼 이유가 분명히 있죠.
그런데 유니클로의 변명이 기가 막힙니다. “옷을 통한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상투적인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뭘 연상시키지 않나요? 사고 친 연예인이 복귀하면서 연기나 노래로 갚겠다고 변명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또 있습니다. 과거에도 유니클로의 성의없는 사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수차례 제국주의를 나타내는 욱일기 디자인 제품을 생산·판매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죠. 유니클로는 2010년 우리나라에서 욱일기 무늬를 새긴 티셔츠를 판매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집단적으로 항의했고, 문제의 티셔츠는 국내 온오프 매장에서 자취를 감추긴 했죠. 하지만 유니클로는 자사 제품에서 욱일기 사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매장에서 제품을 담아주는 플라스틱백에 욱일기 무늬를 넣었다가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죠.
비단 제품뿐이 아닙니다. 유니클로는 2017년 5월 '유니클로 감사제' 광고에서 날개 부분에 욱일기가 그려진 종이비행기를 든 아이모델을 등장시켰습니다. 우리 국민의 항의가 빗발치고 나서야 종이비행기 부분을 삭제한 광고를 다시 제작했죠. 한마디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달에 잔인한 경제학에 대한 방송을 하던 중에 소개했던 ‘내일을 위한 시간’이란 영화 기억나시나요? 오랜 병가를 끝내고 복직을 하려는 여자노동자가 동료들의 투표 때문에 복직 불허되잖아요. 사장이 특별 보너스를 주겠다며 복직 불허에 투표하라고 꼬셨는데요. 이를 알고 복직하기 위해 동료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었죠. 마치 우리 노동현실을 보는 듯했는데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프랑스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가 국내 팬들에게 비난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놀랍습니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얼마전 대중 앞에 커다란 욱일기 무늬가 그려져 있는 모자를 쓰고 나왔다고 합니다. 어느 브랜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 유니클로 일 듯합니다. 아무튼 이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팬이 매니저를 통해 꼬띠아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모르고 썼을 것이라 여기고 욱일기가 담고 있는 참혹한 역사를 들려줬던 것이죠.
그랬더니 꼬띠아르가 바로 답신을 했다고 합니다. “‘욱일기’의 의미가 뭔지 몰랐다. 유럽에는 이런 무늬가 들어간 옷이 많다. 알려줘서 고맙다”며 “모자는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라고 사과를 구했다고 합니다. 역시 개념있는 배우의 멋진 반전 이죠.
개념 배우 꼬띠아르처럼 사과했다면 당연히 우리국민들도 쿨하게 용서를 했을텐데 유니클로는 전혀 그렇지 않죠. 사과를 하는 척만 해서 오히려 우리국민들의 분노게이지만 높였잖아요. 그런데도 유니클로 한국 운영사인 FRL 코리아 배우진 대표는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있다”면서 “추가로 검토해 고객에게 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검토할 부분이 많나요?
이쯤되면 유니클로의 지분을 49%나 가지고 있는 롯데가 움직일 법도 하죠. 특히나 롯데를 이끄는 신동비 롯데그룹회장은 FRL코리아의 비상무이사입니다. FRL코리아의 대표인 배우진도 롯데쇼핑의 임원이고요. 정리하자면 FRL코리아의 대표이사는 일본측 코사카 타케시씨와 롯데쇼핑 임원인 배우진 대표가 공동으로 맡고 있고 비상무이사로 신동빈 롯데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이 덕분에 유니클로는 웬만한 롯데몰, 롯데백화점 등에 다 들어가 있죠. 롯데의 막강 지원하에 유니클로는 국내 진출 2년 만에 흑자전환하며 매출이 급성장했습니다.
그런데도 신동빈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사과는커녕 아예 입을 닫고 있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에 입도 뻥긋하지 않는 자한당처럼 말이죠.
아무튼 개념배우 꼬띠아르도 아는데 신동빈이나 유니클로, 그리고 아베는 모른 것 같아 지금부터 제대로 된 사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 듣고 정신 차렸으면 좋겠는데 기대를 말아야죠. 하지만 애청자 여러분들은 앞으로 신동빈이나 유니클로, 아베는 물론 조중동이나 자한당이 사과할 때 제대로 하는 지를 다음에 알려들이는 것을 통해 확인하시면 확실할 것입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 가짜 사과인지 말이죠.
심리학자인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머스 등은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면 6가지를 살피라고 하는데요.
1. 앞뒤로 사족을 붙었는지.
예를들어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없었다. 당신이 기분 나쁠 정도로 잘못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해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유니클로도 첫 번째 사과에서 이렇게 말했었죠.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말을 풀이하면 ‘우리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어떻게 그 말도 못 알아듣니 멍청이들아. 개떡깥이 이야기해도 찰떡처럼 알아들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기분 나빴다고 하니 사과해주겠어’ 이런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사악한 의도도 담겨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뀌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뭔 이야기냐 하면요. ‘나쁜 의도, 부족한 표현을 하긴 했지만 큰 잘못이 아닌데도 이렇게 넓은 아량으로 사과까지 하는데 이를 받지 않으면 속 좁고 옹졸한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는 거다’라고 협박하는 것입니다. 속좁고 옹졸한 사람이 되기 싫으면 사과를 그냥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이죠. 애청자 여러분은 이런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까?
2.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인 표현이 있는가?
무엇이 미안한지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예를들어 ‘이유는 모르지만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 ‘제가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드린다’ ‘본의 아니게 잘못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경우죠.
앞서 유니클로 사과도 마찬가지죠. 부족한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점이 부족한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국내에서 벌어지는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점이 부족한지 아니면 한국의 매출비중이 작다고 한 것이 부족한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죠.
이런 사과는 오히려 싸움을 더 키우게 됩니다. 이미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더 확산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죠.
3. 책임을 인정했는가?
사과를 할 때 “그냥 유감입니다”라고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사에 대해 일본이 줄곧 그런 태도였죠. 특히 1990년 노태우가 일본에 갔을 때 아키히토 일왕은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는 황당한 사과를 하기도 했죠. 이건 사과가 아니죠. 오히려 듣는 사람이 화나는 이야기입니다. 책임에 대한 말이 한마디도 없기 때문이죠. ‘내가 잘못했다’는 말이 없다는 말입니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이런 말을 듣고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았던 위안부 할머니나 강제징용할아버지들의 마음을 풀릴 리가 없죠.
4. 개선의지나 보상이나 배상의사가 있는가?
사과를 한다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상이나 배상까지 약속해야 하는 것이죠.
일본과는 달리 독일은 진정성 있는 사과로 과거를 용서받았잖아요. 이유가 뭘까요? 우선 1970년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폴란드를 찾아가 학살된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과거 자국의 잘못을 명확하게 복기해가며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가운데 노른 자위 땅에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도 만들었고요.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군수공장과 민간업체들이 벨라루스·에스토니아·폴란드 등에서 840만명을 끌고 가 강제노동을 시켰습니다. 독일 정부는 1980년대까지 강제동원 배상 등 법적 문제는 피해국 배상금 지급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죠. 냉전이 한창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 통일 독일이 된 후 달라졌습니다. 슈뢰더 정부가 전범기업들에 민간배상을 종용하면서 2000년 의회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을 설립했죠. 독일 정부가 50억 마르크,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벤츠 같은 전범기업들이 50억 마르크 총 100억 마르크(당시 7조8000억원 정도)를 냈습니다. 이 재단은 2007년까지 100여국 167만 명의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총 6조5000억원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일본과는 차이가 매우 크죠.
5. 재발방지 약속이 있는가?
다시는 그런 잘못이나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는 사과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힘들죠. 유니클로나 일본은 이런 약속이 전혀 없죠. 아베는 오히려 군사대국화를 시도하고 있고요.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는 제트블루의 사례를 참조할 만 합니다. 2007년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때 미국 동부에 진눈깨비를 동반한 폭풍우가 일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항공사는 고객들에게 운항불가를 알렸죠. 그러나 제트블루는 “이 정도쯤이야. 곧 나이질 거야 기다려보자구”라며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근거 없는 안일함은 참혹한 결과를 낳았죠.
금방 멈출 줄 알았던 눈보라가 무려 5일동안이나 지속된 것입니다. 5일간 항공기 1000여 편 운항 취소됐죠. 그런데 문제는 눈보라 초기 제트블루의 비행기 9대가 뉴욕공항 활주로에서 6시간 이상 길게는 10시간이나 대기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겠죠. 제트블루 사상 최고의 위기였다.
그러자 제트블루의 CEO인 데이비드 닐먼은 사과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과문을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특히 ‘친애하는 제트블루 고객님들께’라는 편지 형식의 글로 깊은 사과의 뜻을 표하고 이를 계기로 ‘제트블루 고객 권리장전’을 만들기로 했다는 개선점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2분52초짜리 동영상으로도 만들었고요. 제트블루 고객 권리장전에는 착륙 후 1시간 안에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100달러를 지급한다는 등 고객피해에 따른 보상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있습니다.
미국 언론은 “항공기 결항 사태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제트블루가 처음”이라고 평가했죠. 분노하던 고객들의 마음도 바뀌었습니다. 아베나 유니클로는 좀 본받길 바랍니다.
6. 진심을 담아 용서를 구하는가?
사과를 한답시고 용서부터 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태도가 그러하죠. 통석의 념이라는 애매모한 말로 일단 사과는 했으니 용서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사과를 받는 대상에게 용서를 이처럼 과도하게 요청하는 것은 월권입니다. 용서를 강요하는 건 빨리 모면해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해 사과를 하는 것으로 끝내야 합니다. 용서는 피해자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
진심어린 사과로 2017년 봤던 유튜브 동영상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미국 노스다코다 원주민 보호구역 송유관 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찍은 동영상인데요. 서부개척시대 군인 복장을 한 백인들이 갑자기 무릎을 꿇습니다. 그러고선 원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침략하고 땅을 빼앗았습니다. 아이들을 빼앗고 당신들의 언어도 빼앗으려 했습니다. 당신들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의 땅을 더럽혔습니다. 당신들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줬습니다. 사죄의 말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이러니 원주민 원로로 보이는 분이 눈물을 흘리며 그 백인들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더라고요. 그런데 도대체 이 백인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퇴역군인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송유관 반대 시위에 나선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런 면에서 볼 때도 아베는 우리나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사과가 끝났는데도 한국인들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징징대고 있죠. 이런 사과를 우리가 받아도 될까요?
조중동 등 왜구신문이나 토착왜구 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자지만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하죠.
이러면서 많이 언급하는 것이 성경이죠. “상대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라”는 가르침이 있다면서요. 이 가르침처럼 상대를 용서하고 포용하자고 외칩니다. 그런데 정말 상대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어야 할까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당시 로마에서는 신분이 높은 자가 낮은 자를 훈계할 때 오른손의 손등으로 오른 뺨을 때렸다고 합니다. 노예가 잘못하면 주인이 오른손 손등으로 노예의 오른 뺨을 때렸다는 말이죠. 바로 모멸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아마 오른쪽 뺨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 때 노예가 왼쪽 뺨을 돌려대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주인을 용서한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겠죠. 이는 주인에게 항의하는 것입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맞서는 행위죠. 이유가 뭘까요. 오른손 손등으로 왼쪽 뺨을 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냥 때릴 수는 있지만 팔을 비틀어야 하니 힘들겠죠.
따라서 “상대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라”는 용서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나는 당신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똘마니가 아니다”라고 비폭력적으로 외치는 것입니다. 로마 후기에 가면 노예 숫자가 줄어들면서 노예의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바로 이렇게 높아진 시기에 나온 이야기인 듯 합니다.
따라서 일본이 무역도발을 하고도 제대로 된,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데 용서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일본과 맞서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일본을 향해 또다시 경고하셨죠.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 전자, 반도체, 조선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거듭 ‘극일’을 강조하셨죠. 이어 “지난해 해외로 나간 관광객 수는 3천만명에 가까웠던 반면, 방한 관광객 수는 절반 수준으로 관광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에 달했다”며 “더 많은 국민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하셨죠. 문 대통령님의 말씀이 의미가 있는 것이 지난해 방일한 한국 관광객은 753만 명(일본 정부 관광국)으로 전체 해외 관광객 수의 약 4분의 1에 이릅니다. 지금 일본 지방도시들은 한국인 관광객이 사라져 난리라고 합니다. 아베에 대한 비난도 쏟아질 조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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