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마우스랜드의 비극 본문
생쥐들이 사는 마우스랜드가 있었습니다. 이곳의 생쥐들은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생쥐들은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를 원했습니다. 학벌도 좋고 스펙도 빵빵한 지도자를 선호했던 거죠. 그래서 뽑은 지도자가 하필 검은 고양이였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생쥐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났으니까요. 지도자가 된 검은 고양이는 다양한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도자인 고양이가 잘 살아야 생쥐도 잘산다는 논리로 생쥐들을 현혹한 법이었죠. 마치 부자가 잘 살아야 거지에도 떡고물이 떨어진다는 낙수효과처럼 고양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죠. 대표적인 것이 쥐구멍이 고양이의 발이 들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커야 한다는 법이었습니다. 생쥐가 일정한 속도 이하로 달려 고양이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하는 법도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생쥐들이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생쥐들은 지도자를 바꾸기로 결심했죠. 그래서 흰 고양이를 뽑았습니다. 지도자가 된 흰 고양이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고 하며 새로운 법을 내놓았습니다. 마우스랜드의 문제가 둥근 모양의 쥐구멍이라고 주장하며 네모난 모양의 쥐구멍을 만들었죠. 그런데 문제는 둥근 쥐구멍보다 두 배로 커져 고양이 두 발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점입니다. 한마디로 흰고양이에게 잡혀먹는 생쥐가 더욱 늘어났죠. 이후에도 생쥐들은 여러 번 정부를 바꾸지만 그 때마다 고양이들은 생쥐들의 목소리를 내는 척하면서 잡아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생쥐 한 마리가 질문을 던집니다. “대체 왜 우리는 고양이들을 지도자로 뽑는 거야? 생쥐로 이루어진 지도자를 왜 뽑지 않는 거지?”
너무나 당연한 물음이죠. 많은 생쥐들도 이 생각에 동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생쥐들이 이렇게 말한 거죠.
“빨갱이가 나타났다. 잡아넣어라!”
이 우화는 이솝우화나 동화작가가 만든 이야기는 아닙니다. 토미 더글러스라고 하는 캐나다 정치인이 1962년 의회에서 연설한 내용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국민들이 현재도 토미 더글러스를 ‘캐나다 공공의료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꼽는다고 합니다. 또 재미난 것은 미드 ‘24’에 나온 배우 키퍼 서덜랜드의 할아버지라고 하네요. 이 우화를 토대로 한 책도 국내 책보세란 출판사에서 ‘마우스랜드’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습니다.
아무튼 이 우화를 처음 접하고 많이 놀랐습니다. 첫 번째 놀란 점은 캐나다 국민들도 색깔론으로 공격한다는 사실이죠. 그래도 선진국이라는 캐나다에서 빨갱이라고 잡아 넣어라고 했으니까요. 물론 50년도 전에 일이긴 하지만요. 두 번째 놀란 점은 캐나다에서는 이젠 이런 일이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둥근 쥐구멍이냐, 네모난 쥐구멍이냐 하는 고양이 즉 상위 1%의 논리에 따라 고통받고 있는 생쥐 99%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저만은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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