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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브라질·아르헨 달러와 ‘헤어질 결심’?···우리 경제 영향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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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브라질·아르헨 달러와 ‘헤어질 결심’?···우리 경제 영향은?

경불진 이피디 2023. 5. 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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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과 탕웨이가 서로를 향해 날렸던 명 대사죠. 이 대사는 각종 밈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젠 금융시장에서도 회자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대사를 날리고 있을까요?

 

지난주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달 중국의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액이 사상 처음으로 달러화를 추월했다는 소식인데요. 이 때문에 앞서 이야기했던 헤어질 결심이 회자되고 있다는 거죠. 그 이유가 뭘까요? 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요?

 

로이터통신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국제 거래에 사용된 위안화 규모는 지난 24345억 달러(583조 원)에서 35499억달러(737조 원)로 급증했습니다. 위안화 결제 비중이 48.4%. 달러화 결제 비중인 46.7%를 제치면서 사상 처음 1위 통화에 올라선 것이죠. 그런데 불과 13년 전인 2010년 만해도 위안화의 대외 결제 비중은 0%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달러 비중은 83%로 압도적이었고요. 그런데 13년 만에 순위가 뒤바뀐 것이죠.

 

이건 중국의 국제거래니까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물론 아직까지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존재감은 절대적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가 집계한 지난해 전 세계 외환 거래의 통화별 비중을 살펴보면 달러는 무려 44%를 차지합니다. 2위인 유로화는 겨우 16%, 엔화가 9%, 파운드 7%, 위안화는 4%, 원화는 1%에 불과합니다.

 

스위프트(SWIFT) 결제망에서 사용된 달러화 비중도 지난해 12월 기준 41.89%로 굳건히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2위인 유로화가 36.3%, 파운드 6.1%, 엔화 2.8%, 위안화 2.2%였습니다.

 

하지만 위안화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거죠. 놀라운 소식이 남미에서 전해졌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중국산 수입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는 데요. 아르헨티나가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요? 미국과 맞짱을 뜨려는 것은 아닐텐데요.

 

여기에는 안타까운 이유가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는 나라 중의 하나가 아르헨티나죠. 100%가 넘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자국 통화인 페소 가치는 휴지조각처럼 떨어지고 있고요. 아르헨티나 인들은 이제 페소보다는 달러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암시장에서 달러는 공식 환율의 2배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외환보유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요.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식의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는데요. 바로 중국과 거래에 위안화를 도입한 것입니다. 달러보다 상대적 가치가 낮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도 좋고 위안화 결제를 늘리려는 중국 입장에서도 좋고, 서로 윈윈인 셈이죠. 물론 달러패권을 지켜려는 미국은 쌍심지를 켜고 있겠지만요.

 

그런데 아르헨티나와 같은 선택을 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는 서방의 무역 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서 축출돼 달러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중국과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시작했습니다. 그 외에도 최근들어 반미적 성향으로 돌변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이 중국과 원유를 거래할 때 위안화를 사용하기 시작했고요. 더 나아가 아르헨티나 바로 옆, 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도 아르헨티나보다 먼저 위안화 결제를 시작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왜 국제거래에서 반드시 달러를 써야 하느냐. 중국과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군요. 달러를 강요하는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이렇게 러시아, 사우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위안화로 결제하니 중국 대외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달러를 앞지를 수 있었죠.

https://www.podbbang.com/channels/9344/episodes/24687727?ucode=L-cYlmqQ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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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세계적으로 위안화 결제가 확산되면 중국이 우리나라에도 위안화 결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의 희토류나 요소수 등 원자재를 살려면 위안화로 내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현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굳이 설명들이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지난주 미국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해놓고선 미국의 뒷통수를 치는 위안화 결제를 할 생각조차 우리 정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위안화로 결제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있을까요? 수교 후 늘 우리에게 무역흑자를 선물해왔던 중국이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는 받았던 선물의 몇배를 탈탈 털고 있죠. 올해 1분기까지만 따져도 대중 무역적자는 이미 78억달러. 우리나라의 최대 석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적자액(70억달러)보다도 큽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에서만 4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죠. 그런데 이런 굴욕이 더 쎄질 수 있다는 거죠. 위안화로 결제하지 않으면 원자재를 팔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도 사지 않겠다고 나설 수 있거든요. 물론 과거 사드보복 때처럼 대놓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 수출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중국은 아직 우리와 완전히 헤어질 결심은 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지난달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을 찾았거든요. 시 주석이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장을 찾아간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자 외국공장 방문도 처음입니다. 한마디로 한국에게 다시 친하게 지내자고 손을 내민 것이죠.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에 가서 중국이 꺼리는 대만을 언급하는 등 난 미국이랑만 놀건데라고 외면해 버렸죠. 중국이 내민 손을 내친 것입니다. 이에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만일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한국 경제는 물론이고 금융시장까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흔들리는 환율이 요동칠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들어 킹달러 기세가 꺾이면서 전세계 주요국 통화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죠. 그런데 우리 원화가 달러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떨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에서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 즉 변동성이 전세계 어느 주요 통화보다도 크다는 거죠.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유은혜 조사역이 34개국 통화의 환율을 비교한 결과, 지난 1월말 대비 2월 환율 변화율이 7.4%1위입니다. 34개국 평균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 이는 지난달에도 이어져 한 달 사이 원화 가치가 2.7% 하락했습니다. 일본 엔화(-2.5%)와 중국 위안화(-0.6%), 대만 달러화(-0.7%) 등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치보다 더 떨어진 것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 지수를 산출할 때 활용하는 주요 교역국 26개국 가운데 달러 대비 세 번째로 큰 하락 폭이죠.

 

이렇게 변동성이 큰 요인은 우리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큰 점도 있지만 2년 전만해도 전세계 8위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북한보다 뒤지는 198위까지 폭락한 무역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실적이 흔들리니 원화가 전세계에서 가장 요동치고 있는 것인데요. 이 요동이 앞으로 재난급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lXtixtlYoDA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 수출과 함께 환율 변동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정말 달러패권이 시들해 질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달러 패권이란 말이 언제 생겼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달러패권과 함께 나오는 말이 기축통화죠. 국제 단위의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의미하는데요. 이런 기축통화의 개념이 고대부터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대 로마의 데나리우스 은화는 인도와의 무역에서 향신료나 비단 등을 구입하는 결제대금으로 사용됐으며 중세 원나라의 교초라는 지폐는 고려 등 몽골제국 영향권에 있는 나라에서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기축통화의 시초는 영국의 파운드이죠. 17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세계 최강으로 떠오른 영국의 파운드가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었는데요. 1차대전 당시 영국이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운드화를 마구 찍어내다가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미국 달러에 기축통화의 지위를 내줬습니다. 이후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 의해 준금본위제도가 시작되면서 달러는 파운드를 완전히 밀어내고 유일한 기축 통화의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미국도 베트남 전쟁에 엄청난 군비를 쓰면서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기축통화 지위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는데요. 이 때 미국이 생각해낸 꼼수가 바로 페트로 달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지만 이란, 이집트 등 주변 강국에 둘러 쌓인 사우디 왕가는 항상 쫓겨날 두려움에 놓였었는데요. 하지만 이스라엘과의 중동전쟁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미국에 석유 수출을 금지하기까지 하죠. 이 같은 석유 무기화로 배럴당 2.9달러였던 유가가 무려 한달만에 12달러까지 급등하는데 오일쇼크가 발생해 세계 경제가 요동을 쳤습니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는 19746월 사우디로 날아가 당시 사우디 국왕인 파이잘과 담판을 벌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원유 결제 통화를 달러로 제한한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대신 사우디는 왕가의 안위를 지켜주겠다는 약속받아 냅니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바로 페트로 달러체제죠. 세계 최강 미국과 세계 최대 산유국이 달러와 석유로 동맹을 맺으니 다른 나라들은 따를 수 밖에 없었죠. 이 때부터 달러 패권이란 용어도 등장했고요.

 

이 후로도 달러 패권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합니다. 일본과 독일이 수출을 앞세워 미국을 넘보자 미국은 1985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 일본·독일 등 선진국을 다 모아 놓고, 달러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플라자 합의를 체결하죠. 이를 통해 일본과 독일의 수출은 꺾이고 특히 일본은 30년 불황의 나락에 빠져들죠.

 

2008년 은행들의 모럴헤저드로 발생한 금융위기 때도 크게 흔들렸지만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돈을 찍어내겠다는 다소 미친 전략인 양적완화를 통해 극복했고요. 2002년 유럽연합 통화로 등장한 유로화로 달러 패권은 잠시 흔들렸지만 2012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기세가 완전히 꺾였습니다.

 

그러면 이번 위안화의 등장도 달러의 기세에 눌려 흐지부지 될까요? 물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달러화가 파운드화처럼 완전히 밀려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기는 힘들다는 거죠.

 

그 이유가 뭘까요? 구 소련의 붕괴로 절대 강자로 떠올랐던 미국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중 갈등은 물론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미국이 압도하는 모습은 아예 사라졌습니다. 얼마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 국제문제를 놓고 통화하고 앙숙중의 앙숙이던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로 만났습니다. 미국도 못한 일을 중국이 한 것이죠. 또 엄청난 양의 무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물러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죠. 이 틈을 타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석유를 구입하는 등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눈빛만 날려도 깨깽하는 나라는 이제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달러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나라가 늘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페트로 달러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페트로 달러의 위상이 꺾이게 되면 우리 금융시장에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재미난 지표가 있습니다. 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이 어느 정도 상관있을까요? 매우 적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위안화야 중국 여행 갈 때 말고는 잘 쓰지 않잖아요. 실제로 2021년만 해도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 간 상관계수는 0.65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무려 0.96으로 치솟았습니다. 완전 동조화에 가까워진 것이죠.

 

따라서 우리 환율이 위안화에 따라 이미 좌지우지되고 있는데 이 정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죠. 위안화가 약세가 되면 우리 원화도 약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경불진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요구했던 달러 스왑보다 더 시급하게 위안화 스왑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3월말 42607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비중은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2.88%보다 훨씬 적은 수치죠.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 결제를 압박하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위안화 환율이 올라가고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막히면서 국내 물가도 급등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달러에만 충성을 고집하지 말고 위안화도 눈 여겨 봐야 한다는 이야기죠. 헤어질 결심도 하면서요.

 

오늘은 위안화의 급부상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달러와 헤어질 결심, 중국과 친해질 결심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지 않나요? 1920년부터 이어진 달러패권이 이젠 점점 시들해지는 모습이 역력하고요. 문제는 우리 금융시장이 백척간두에 놓였다는 점이죠. 전세계 최고의 변동성을 보여주며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드니 누가 우리 경제를 좋게 보겠나요? 이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할텐데···. 우리 정부는 중국과 헤어질 결심만 하고. 이러다 우리 국민들이 헤어질 결심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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