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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패배는 이미 정해져 있다!!!

경불진 이피디 2019. 7. 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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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은 97년 9월 28일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벼락같은 중거리슛으로 역전골을 뽑아내며 ‘도쿄대첩’을 이끌었다. [사진 출처: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에서 가장 신나는 경기가 역전승이죠. 특히 축구 종료직전에 터지는 극장골, 야구 9회말 2아웃에 끝내기가 터지면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죠. 여기에 짜릿함을 좀 더해볼까요? 그냥 경기가 아닌 라이벌 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야말로 난리가 나겠죠. K리그의 FC서울과 수원삼성, KBO의 두산과 LG, 기아와 삼성 등등. 이 경기에서 역전승이 나오면 경기장이 뒤집어지죠.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거의 미친 것처럼 흥분하기 마련입니다. 좀 더 미쳐볼까요? 국가대표 축구나 야구 경기의 한일전이라면 어떨까요?

 

그 중에서도 1998년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56000명 일본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지며 후반 12분경 우리가 한골을 먼저 먹었죠. 그런데 경기 종료 7분전인 후반 38분 서정원 선수가 동점골을 터뜨렸고 이후 3분 뒤인 후반 41분 이민성 선수가 멋진 중거리포를 성공시켰잖아요. 다들 생각나시죠? TV를 보던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가 터나갈 듯 한호성을 지른 반면 56000명의 일본 관중이 일제히 침묵한 도쿄 경기장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역전승에 성공한 우리선수들은 개선장군 같은 대접을 받은 반면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친 일본은 언론들로부터 역적 소리까지 들어야 했죠.(개인적으로는 매우 고소합니다.)

 

야구팬들이 섭섭해 할까봐 야구 한일전도 이야기해야겠죠.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 기억나시나요? 초반부터 일본 오타니 쇼헤이의 구위에 밀려 외야로 가는 타구도 거의 날리지 못했잖아요. 안타도 7회에 들어서야 겨우 나왔죠. 8회까지 30으로 뒤져 자칫 완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그런데 9회들어 기적이 일어났죠. 오재원 선수의 좌전안타를 시작으로 손아섭, 정근우의 연속안타로 1, 이용규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김현수의 밀러내기 볼넷으로 1, 그리고 이대호의 안타로 43 역전.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쓰지 못할 것 같지 않나요? 이후 결승에서 미국도 80으로 꺾으면서 우리나라가 1회 대회에서 우승을 했죠.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한 기억입니다.

 

갑자기 웬 스포츠 이야기냐 하실 수 있는데요. 최근 살펴본 축구, 야구 한일전의 역전승 못지않는 짜릿한 승부가 있었습니다. 바로 외교전이었는데요. 다들 아시죠? 후쿠시마산 수산물 분쟁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우리나라가 이겼잖아요. 국내 거의 모든 언론들이 오랜만에 기쁜 소식이라면 설레발을 치고 있죠. 저희가 설레발이라고 한 것은 얼마전만해도 모든 언론들이 우리나라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죠.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 경향까지도 그랬죠.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WTO 상소에서 판정이 뒤집힌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죠. 하지만 좀 불편하지 않나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언론들의 보도행태 불편한 진실은 물론 이번 역전승의 비결이 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역전승을 가능하게 도와줬던 분도 계신데 누구일까요? 방송 마지막에 공개할테니 끝까지 들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언론을 통해 다들 들으셨겠지만 역전승의 과정을 잠시 짧게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한일전 역전승처럼 이런 승부를 다시 봐고 또 봐도 재밌잖아요.

 

그러려면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겠죠. 당시 동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나 전 세계에 충격을 줬습니다.(여기서 잠깐. 이 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돕는다고 기부금을 보내는 것은 물론 소방관도 파견했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강원산불극복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궁금하네요. 일본 엑스재편의 요시키가 1억원 기부한 것은 말고 또 있나요? 여기서 연합뉴스가 사고를 크게 쳤죠? 제목을 문재인·요시키도 산불성금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요시키가 성금을 냈다는 것인데 너무나 의도적이죠. 한나라 대통령과 가수를 같이 놓고 제목을 뽑는다니. 이런 연합뉴스에 매년 300억원의 국고 지원금이 들어간다는데···. 이거 없애자고 지금 국민청원중입니다. 임흥렬 컨설턴트의 권리금 관련 기부도 있고요.)

 

그래서 2011년 당시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등 일본 8개 현 수산물 50개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죠. 하지만 2013년 원전 사고 복구 현장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수입 금지 품목을 8개 현 수산물 전 품목으로 확대했습니다. 이에 일본은 WTO 협정이 금지한 부당한 수입 제한 조치에 해당된다며 WTO에 한국을 제소했죠. 고등어, 대구, 멍게 등 2014년 이후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은 28개 품목에 대해 수입 금지를 풀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당시 50개국 이상 현재도 미국, 대만, 중국 등 23개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제소한 것입니다.(박근혜가 화해와 치유라는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며 위안부 합의 등을 언급하니 만만해 보였나보죠.)

 

결국 WTO 분쟁까지 갔었는데 201821심에서 우리가 패했습니다. 일본이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수산물에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안전기준 이상 검출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 먹혔기 때문입니다. WTO는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수치가 다른 나라와 비슷한데도 일본 수산물만 수입 금지하는 건 자의적 차별이라고 본 것이죠.

 

당시 거의 모든 언론들이 난리를 쳤죠.

 

조선일보는 과학적 증거없는 부실 대응이 낳은 패소...WTO “,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이유 못 대”’라며 우리 정부의 무능을 꼬집었고 동아일보도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패소?정부, 노력 거의 안 해라며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깎아내리는데 여념이 없었죠.

 

특히 상소를 해서 2심에 가봤자 질 것이 뻔하다며 결국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이라고 공포를 부추겼습니다. 정부의 무능 탓에 우리 국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다는 주장이죠. 그러서면 동아일보의 경우 지난 328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물질, 알래스카까지 흘러가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후쿠시마 공포가 아직도 여전한데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지적질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번 2심 판결 전에는 패배를 기정사실화한 뉴스도 쏟아졌습니다. 조중동 보수 매체는 물론이고 한겨레도 마찬가지 였죠.

 

특히 한겨레 411일자는 이렇게 지적질을 했더군요.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4위험성 입증 손놓은 정부. 지난해 1심에 패소해 놓고서도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요즘 왜 한걸레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또 요즘 말 많은 언론인 SBS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빗장 풀리나커지는 소비자 불안감이라며 국민 불안을 한층 자극하더라고요.

 

아무튼 이를 어쩌나요? 우리 정부가 모든 언론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패배를 기정사실화했는데 우리정부가 역전승을 한 것이죠. 지난 4월 12WTO 2심에서 한국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1998년 도쿄대첩에서 막판 7분 동안 2골을 몰아쳐 이긴 것처럼,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9회에 한꺼번에 4점을 내며 역전승한 것처럼 말이죠. WTO 상고심은 한국의 규제는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이번 판정에 참가한 WTO 패널을 만난다면 진짜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무튼 대형사건이 터졌으니 국내언론들도 서둘러 속보를 냈습니다. 자신들이 패배할 것이라 했다고 이긴 것을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그런데 제가 비딱하게 봐서 그럴까요? 많은 언론들이 이번 승리에 기뻐하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 같은 느낌입니다.

 

왜 이런 느낌이 들었을까요? 우선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WTO 분쟁 한국 사실상 승소’. 동아일보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유지한국, WTO 분쟁 승소’. 제목이 너무 밋밋하지 않나요. 적어도 ‘1심 뒤집은 역전승이나 한일전 역전승등으로 제목은 달았어야죠. 그리고 멋지게 역전승했는데 사실상 승소가 뭡니까? 게다가 이렇게 큰 성과를 냈는데도 기사 크기는 단신. 아마도 패배했다면 일본에 또 참패···문재인 정부 외교력 부족’ ‘일본 방사능 수산물 우리 식탁에 오르는데도 방치한 문대통령이런 식으로 1면에 쓰지 않았을까요?

 

더 재미난 것은 SBS입니다. 2심에서도 패배할 것이라고 보도해놓고선 역전승을 하니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역전승방해 이겨낸 값진 결과라고 전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후속기사로 한국만 제소했던 일본, 역전패에 당황애써 의미 축소라고 덧붙입니다. SBS 스스로가 너무나 당황해서 의미를 축소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네요.

 

아무튼 일본은 물론 꼴통 보수나 언론 쪽에서도 이번 승리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싶은 가봅니다. 그래서 가짜뉴스가 벌써 나돌고 있는데요.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패소에도 끝까지 패소가 아니다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죠. 고노 다로 외무상은 WTO의 결정이 나온 지 불과 1시간가량 지난 12일 새벽 116분 담화문을 발표했는데요. “일본의 주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도 한국의 수입금지조치가 WTO 협정에 부합하다고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 말인지 이해하실 수 있나요?

 

WTO 상소기구는 이번 판결에서 한국의 수입금지는 일본산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원전사고 등 특별한 환경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를 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수입금지조치가 WTO 협정에 부합하다고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이게 무슨 원숭이가 풀 뜯어먹는 소리일까요?

 

더 나아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또한 1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WTO 상소기구의 판정과 관련해 상소기구가 일본산 식품은 화학적으로 안전하고 한국의 안전기준을 달성했다는 1심의 판단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이에 따라 일본이 패소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은 유추컨대 WTO 상소판결에 불복하고 다시 항소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요?

현대에 들어와서는 거의 모든 재판이 3심제잖아요. 1, 2심을 거쳐 대번원 등 3심을 통해 최종 판결을 내리니 일본이 다시 항소할 수 있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WTO 분쟁해결절차를 한번 살펴볼까요. 외교부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내용이 있더군요. 이를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일차적으로 분쟁당사국이 상대국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고 상대국은 10일 내에 응해 30일 내 협의를 개시하며 60일 내 분쟁을 해결해야 합니다. 만일 분쟁 해결에 실패하면 1심인 WTO 패널 심의로 넘어가게 되죠. 패널은 해당분야 권위자나 통상전문관료 그리고 교수 등 3명으로 구성되는데 1개월 내에 위원선정, 작업절차 등 활동에 필요한 작업을 마치고 6개월동안 관련사안을 검토해 패널 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하고 양국의 검토과정을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리죠. 이 결과에 불복한 국가는 2심에 해당하는 상급위원회의 심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데 또 다른 3명으로 구성된 상소 기구에서 검토를 거쳐 판결을 내리게 되죠. 이렇게 결정되면 패소국은 패널의 권고나 이행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하며 즉시 이행 또는 15개월 이내에서 합리적 이행기간을 부여받습니다. 이 기간 중에 혹시 판결 내용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보상을 위한 협의 또는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즉 승소국이 패전국에 보복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상소에 불복한 경우 또다시 항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WTO 판결은 일반 재판과는 달리 2심제라는 말입니다. 즉 상소심 판결이 최종 판결이라는 뜻이죠. 따라서 일본이 상소심 판결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본에 보복할 권리가 생깁니다. 물론 이번 판결은 우리가 계속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를 해도 된다는 것이니까 특별히 보복할 것이 우리 측에서는 없지만 패배한 일본으로써도 더더욱 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일본정부는 무역보복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그런다면 또다시 WTO에 일본을 제소하고 우리도 일본을 상대로 무역보복을 철저히 가해야겠죠. 그런데 패배했는데도 일본 정부가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것은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갈수록 떨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만만해 보이는 한국을 지렛대 삼으려했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기 때문이죠.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와 지역은 한때 54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23개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폐허가 된 후쿠시마를 살리려면 더 많은 나라에 수출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승리를 자신하고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입규제 조치를 WTO가 풀어준다면 다른 나라들의 규제 해제도 가능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죠.

 

그런데 WTO가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줬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특히 일본 정부는 후폭풍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걸핏하면 한국을 걸고 넘어져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아베 정권이 스스로 파 놓은 함정에 보기 좋게 걸린 셈입니다. 이미 일본 언론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후쿠시마 어민들의 실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1심 승리에 취해 일본 정부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다 당했다는 어민들의 불만도 보도하고 있고요.

 

더 큰 문제도 있죠.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내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도 틀어졌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와 연계된 부흥올림픽으로 치를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 현 부근에서 열 준비까지 하고 있죠. 특히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둘러싼 안전 우려를 풍문으로 규정, 도쿄 올림픽에서 해당 지역의 식재료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WTO 상소에서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패소했으니 모든 계획이 어긋났죠. 특히 이번 WTO에서 일본이 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내년 일본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음식을 그냥 먹을까요? 아무래도 꺼림직 하겠죠.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 14개현의 농산물 27개 품목과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전 품목을 수입금지하고 있죠. 하지만 가공식품의 경우는 수입이 허용됩니다. 수입과정에 방사능 검사를 한다는 이유에서죠. 그런데 제품 원산지 표시에는 일본산이라고 적혀있지 어디서 가공됐는지 나오지 않죠. 현행법상 수입 식품의 포장지 겉면엔 국내 수입 및 판매업체의 주소를 적도록 돼있지만 정작 현지 제조업체의 경우엔 업체명만 표시해도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일본산 식품 중 후쿠시마 인근에서 제조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물론 수입과정에서 방사능 검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찝찝하잖아요.

 

그래서 최근 인기 있는 앱이 있다고 합니다. ‘RadDog’(방사선을 찾는 개라는 뜻)이란 이름의 이 앱 인데요. 앱을 켜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궁금한 가공식품의 바코드를 읽으면 됩니다. 만일 일본 내 생산 공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에서 반경 160km 안에 있으면 개가 !’ 하고 짖는 경고 화면이 나오죠. 재미있죠. 이번에 일본과의 외교전을 역전승으로 이끈 정부가 하루 빨리 원산지 표기를 후쿠시마 등 구체적인 지역 이름까지 확대하는 조치를 한다면 더 많은 국민들의 응원을 받을 텐데요. 빨리 해주시겠죠?

 

그러면 우리나라가 언론들의 예상을 뒤집으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이번 판정을 보면 상소기구는 1심 당시 일본 측에서 제기한 4개 쟁점 중 일부 절차적 쟁점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서 1심 패널 판정을 모두 파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차별성·무역제한성·투명성·검사절차 중 투명성의 공표의무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우리가 승리한 것이죠. 특히 공표의무는 우리정부의 검사기준치, 수입 금지 품목 정보 공표 누락이기 때문에 이는 바로 공표하면 됩니다. 즉 언론들은 사실상이라고 하지만 모두 승리한 셈이죠.

 

WTO가 우리정부의 손을 완전히 들어준 이유가 뭘까요? 우선 상소기구는 한국이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상황을 고려 할 때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요인 등을 따지는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앞서 1심 패널은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검사 수치를 전제로, 일본과 제3국 간 위해성이 유사한데도 일본산 식품에 대해서만 수입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자의적 차별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게 뭔 말이냐면 1심 때 일본은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수산물에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안전기준 이상 검출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방사성 검사 수치가 일본산 수산물만 높은 것이 아닌데 수입을 금지하는 건 자의적 차별이라는 주장이죠. 방사능 수치가 낮은 수산물에 수입 금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형식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고기의 살을 뚫고 체내에 쌓인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점을 파고 들었습니다. 물고기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과학적이지 못한데다 적은 량의 방사능이더라도 자주 먹에 체내에 쌓이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죠. WTO 상소심 패널도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큰 일본산 수산물을 먹고 싶지 않는지 우리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WTO은 한국이 제시한 적정한 보호수준(ALOP)도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호수준 기준은 방사서 피폭을 양(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연간 피폭 1밀리시버트(mSv)’외에도 자연방사능 수준’, ‘달성 가능한 최대로 낮은 수준이라는 질(정성적)적인 지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1심 패널은 한국이 운영 중인 기준 중 정량적인 기준만을 근거로 금수 조치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상소기구는 나머지 2개의 정성적 기준인 자연방사능 수준달성가능한 최대로 낮은 수준을 같이 검토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WTO의 이같은 멋진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 밥상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질 것인데라는 보수꼴통과 언론들의 비아냥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었죠. 여기에 멋진 협상 전략도 숨은 공로자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멋진 역전승을 이끈 정하늘(39) 산업부 통상분쟁대응 과장은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더군요.

 

세계무역기구(WTO) 항소심에서 1심 패소를 뒤집기 위해 지난해 말 제네바 호텔에 워룸(War Room)을 차려놓고 3주간 20여명이 거의 온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시뮬레이션을 해가며 대응한 보람이 있다.”

이말은 무슨 이야기냐 면요. 지난해 2WTO 1심에 패한 우리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이끌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2심에서 뒤집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국내 언론과 야당의 비아냥에도, 심지어 한겨레마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부었는데도 끝까지 역전승을 꿈꿨던 것이죠. 그래서 지난해 4월에 우리정부는 미국 통상전문 변호사 출신인 정 과장을 특채 채용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 과장은 앞서 위생 및 식물위생(SPS) 주요 소송에서 우리 같은 피소국이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고 1차 사실심에서 워낙 불리하게 졌기 때문에 최종심에서 뒤집힐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 조심스러웠다고 전했습니다. 정 과장이 이렇게 의기소침했던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언론과 야당이 해봤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방해아닌 방해 때문이었죠. 하지만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대한 관심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 과장은 재판 대응 과정에서 2주 만에 눈 안에 갑자기 종양이 생겨 귀국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도 우리 식탁을 지켜준 정과장 등 우리 정부 대응팀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겠네요.

 

아무튼 정 과장은 이번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앞서 1심이 일본 식품 자체의 유해성만을 근거로 판결을 내린 점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후 환경이 일본 식품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검역과정에서 걸러내는 것이 우리 정부의 정당한 권리임을 부각시켰죠.

 

일본은 식품 400500개 표본검사만 제대로 해 위험성이 없다면 한국산과 유럽산에 비해서도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은 수입 식품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고 일본에 대한 자의적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을 핀 것입니다.

 

정 과장은 “2심은 사실관계보다 법적 논리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우리 조치가 정당하다는 확신을 갖고 항소위원들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설득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죠. 이런 공무원들만 있다면 우리나라가 금방 좋아질 것 같은데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행시 등으로 뽑은 공무원이 아니라 특채로 뽑은 전문가가 큰일을 냈다는 점이 아닐까요?

아무튼 이번 우리 정부 대응팀의 전략에서 한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제네바 호텔에 워룸을 차려놓고 3주간 20여명이 거의 온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시뮬레이션을 해가며 대응한 보람이 있다는 대목이 있었죠. 이것은 뭔 말이냐면 협상 시뮬레이션을 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상대방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대방 입장에서 따져본다는 것이죠. 즉 역할을 나눠 각 상황별로 실전처럼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한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하면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다 점검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이번 대응팀도 20여명이 3주간이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거의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예전 한 다큐에서 본 내용인데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 19885공 청문회였잖아요. 5공 청문회에서 노 대통령은 그야말로 날라 다니셨죠. 특히 능구렁이 같은 정주영, 전두환, 장세동 등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형식적으로 진행 것으로 여겨졌던 5공 청문회를 온 국민들이 지켜보게 만들었잖아요. 자칫 허무하게 끝날 5공 청문회에서 노 대통령이 멋진 역전골, 역전 홈런을 날린 것이죠. 그런데 노 대통령이 어떻게 능구렁이 같은 정주영과 전두환, 장세동을 잡았을까요? 해당 다큐에서 노 대통령이 비법을 공개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청문회 질문 날짜가 정해지자 엄청나게 큰 종이를 구해왔다고 합니다. 큰 종이로 뭐 하셨던 것일까요? 노 대통령은 큰 종이에 자신이 질문을 하나 적었습니다. 그런 후에는 곧바로 상대방의 입장으로 변신해서 예상 답변을 하나씩 적어나갔다고 합니다. 철저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답변을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다 짜냈다는 것이죠. 그런 후에는 다시 노무현으로 돌아와서 상대방의 예상 답변 하나하나에 대해 반격 질문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질문에 대해 상대방의 예상 답변, 나의 반격 질문, 또 상대방의 예상 답변 등을 반복하셨다는 것이죠. 혼자서 시뮬레이션을 하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질문과 예상 답변, 반격 질문 등을 완벽하게 정리한 수 십장의 종이를 들고 달달 외우셨다는 군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할 테니 모든 질문과 예상 답변, 반격 질문을 다 외웠다는 것입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노 대통령이 토론의 달인으로 불렸던 것이 타고난 재능 덕분이 아니라 이런 힘겨운 노력 덕분이었던 것이죠.

 

정과장 등 이번 WTO 대응팀도 노 대통령의 협상 노하우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1심 패배를 멋지게 앙갚음하기 위해 WTO 패널과 일본 협상단의 모든 전략을 하나하나 시뮬레이션해가며 우리의 대응책을 마련했던 것이죠.(이번 역전승은 하늘에 계신 노 대통령님이 도우셨기 때문 아닐까요?)

 

그런데 중요한 협상이 있을 때마다 노 대통령님처럼 커다란 종이를 사야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쉬운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PC에서 알약 백신 많이 쓰시죠? 알약을 깔다보면 알마인드라는 소프트웨어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인드맵을 그릴 때 쓰는 프로그램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분들이 거의 없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앞서 협상 시뮬레이션이나 생각을 정리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한가지 주제에 대해 나무 가지가 뻗어나가듯이 생각을 추가할 수 있거든요. 사용법이 매우 간단한데다 무료이니 한번씩 사용해보세요.

 

지금까지 한일전 역전승보다 짜릿했던 WTO 상소심 역전승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기존 언론에서 단편적으로 알려줬던 이야기보다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죠. 게다가 당황했던 우리 언론들의 뻔뻔함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같은 언론과 보수꼴통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식탁주권을 끝까지 지켜내는 멋진 모습에 든든함을 느낍니다. 스위스의 멋진 풍광도 뒤로하고 호텔방에서 3주간이 시뮬레이션을 거듭한 정과장 등 대응팀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 기뻤고요. 하늘에 계신 노무현 대통령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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