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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피디픽]한 손엔 관세, 다른 손엔 자비···트럼프의 진짜 목적은? 본문
‘한 손엔 관세(tariff), 다른 손엔 자비(mercy)’
오늘 새벽 공식 취임한 트럼프가 했던 연설에 담기진 의미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의 황금시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며 “인종, 종교, 피부색을 넘어 모든 국민이 해방되는 날”이라면서 단합의 메시지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8년 전 취임 때에는 '살육'이라는 섬뜩한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면 이보다 유해진 연설로 들립니다. 하지만 그 속내는 역시나 ‘아메리카 퍼스트.’ “파나마부터 화성까지 성조기를 꼽겠다”는 보다 정교해진 전략이 담겨져 있습니다.
실제로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트럼프의 6대 우선 정책 의제가 선포됐습니다. 첫 화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문구가 실렸는데요.
이 문구 밑에는 “나는 매일 숨을 쉬는 순간마다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당신이 누려야 할 강하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국이 실현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진정한 미국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돌아왔다’는 문구가 낯설지 않죠. 공교롭게 이날 퇴임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승리 직후 선언한 것입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를 다시 활용한 것이죠. 이유가 뭘까요? 4년간 이뤄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사실상 모두 되돌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바이든이 취임식에 참석했는데도 대놓고 비난한 것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뭘 되돌릴까요? 일단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할 6개의 정책 의제를 살펴보면 인플레이션 종식 및 생활비 인하와 미국 노동자를 위한 감세, 국경 안전 강화, ‘힘을 통한 평화’ 복원, 에너지 패권, 미국의 도시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 등입니다.
첫 번째. ‘인플레이션 종식 및 생활비 인하’에 대해서는 “미국인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돈을 더 많이 벌었고, 기록적 빈곤 감소도 목격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세금을 낮추고 미국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 경제 부흥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말로 풀이하면 미국에서 물건 팔고 싶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세폭탄을 내리겠다는 거죠.
감세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팁과 초과근무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고 집권 1기에 시행한 역사적 감세를 영구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엄청난 기부금을 안겨준 머스크 등을 위해 부자감세를 다시 시행하겠다는 겁니다.
국경 안전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체포 후 석방 관행을 폐지하고, 마약 카르텔에 대한 전쟁을 선고하는 한편 ‘멕시코 잔류’ 정책을 복원하고, 법 집행기관과 국경 당국자에게 안전한 국경을 복원할 권한으로 부여함으로써 이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효과가 없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장벽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죠.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불필요한 외국의 전쟁에서 벗어나게 하고, 군사 대비 태세를 개선하는 동시에 모든 위협과 위험 요소로부터 나라를 방어할 것”이라며 “군을 현대화하고 이념을 제거하는 한편, (미국을) 끝없는 전쟁으로 이끈 실패한 정책을 대체하고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담한 비전으로 정권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자 전쟁은 물론 우·러 전쟁에서도 손을 떼겠다는 건데요. 이스라엘의 네탄야후 총리는 문제 없을지 모르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당장 자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인들에게 석유, 가스, 전기 등 낮은 에너지 비용을 제공하는 게 우선 과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에너지 생산을 장려함으로써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에너지 패권 의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환경문제가 심각한 세일가스 개발을 다시 확대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건데요. 머스크의 테슬라는 예외로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만연한 이민자 범죄를 막고 외국 마약 카르텔을 해체하며 폭력 조직을 진압하고 폭력 범죄자를 감옥에 가둘 것”이라면서 “모든 미국인이 지역사회에서 다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행정부의 중요한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인종과 성별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거든요. 좋은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상은 민주당 정부가 지향한 다양성 우대정책(DEI)의 폐기를 선언한 것입니다. DEI는 정부와 대학교는 물론 기업들이 채용, 보상에 있어서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조를 뜻합니다. 미 정부는 역사적으로 차별받아온 소수인종이 이끄는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 정책을 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제는 공적 사적 영역의 모든 측면에 인종과 성별을 사회적으로 조작하려는 정부 정책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인종을 가리지 않고 실력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말은 좋지만 자칫 초등학생과 대학생을 같은 링에 올려 싸움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평등을 내세운 또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장관직 후보자 15명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장관 15명을 비교한 결과, 나이는 젊어졌지만 비(非)백인의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거죠. 게다가 이미 트럼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빅테크 기업들마저 DEI를 폐기하고 있습니다. 자칫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마저 늘어갈 가능성도 높고요.
즉 트럼프는 “인종, 종교, 피부색을 넘어 모든 국민이 해방되는 날”이라면서 단합의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보다 정교해진 차별이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자신을 지지하면 자비를, 그렇지 않으면 칼을 휘두르겠다는 거죠.
그럼 트럼프의 진짜 목적은 뭘까요?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대통령을 두 번이나 했으니 이제 남은 꿈은 한가지일 것입니다. 바로 노벨평화상.
실제로 미국 CBS 방송은 18일(현지시간) 한 보좌관의 말을 빌려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에 과도한 집착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첫 재임기부터 자신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하는 등 욕심을 드러냈고, 수시로 자신에게 수상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과 비교해 자신의 업적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죠.
그는 1기 집권 시절 체결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을 거론하며 “내 이름이 오바마였다면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하노이 노딜'로 무산되긴 했지만,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및 핵무기 협상 과정도 트럼프 당선인이 노벨 평화상을 기대하던 업적 중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2기 때는 정말 북한과의 수교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이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고요. 북한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빼먹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세계경제 무대를 누비는 사람들은 협상 테이블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까지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끝까지 싸우는 그런 전투적이고,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투사’들이다. 미국에 필요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는데요. 이게 뭔소리일까요? 노벨평화상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과의 수교도 철저히 비즈니스 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란 거죠. 돈이 된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하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즉 ‘한 손엔 관세, 다른 손엔 자비’란 말처럼 자신의 돈을 쓰게 만들면 칼을, 자신에게 돈을 벌어다주면 관용을 베풀 것이란 말인데요. 남북관계가 빠르게 개선돼 북한에 안전하게 트럼프 호텔을 세울 수 있다면 트럼프의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요? 돈으로라도 평화를 살 수 있다면 그게 더 이득일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