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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피디픽]‘트리핀 딜레마’ 극복하려는 트럼프의 꿈 가능할까?

경불진 이피디 2024. 12. 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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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출품 하면 떠오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기껏 생각나는 것이 아이폰, 구글 등 일텐데요.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가장 위대한(?) 수출품으로 꼽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달러.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경제 위기가 오면 달러를 마구 찍어내며 위기를 탈출하곤 했죠. 현재 전세계 경제가 죽을 쑤는 데도 특히 한국은 더욱 심한대도 미국경제만 잘 나가는 이유가 바로 달러 패권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달러 패권에 금이 가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달러 패권이 흔들리는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또 요즘 뜨고 있는 비트코인과도 관련된 이유가 뭘까요?

 

트리핀 딜레마. 이게 무슨 말일까요? 달러 패권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설명은 좀 이따 하고요.

 

일단 흥미로운 국제 뉴스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지난달 30달러 패권에 도전할 조짐이 있는 비 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는 건인데요. 미 달러화를 약화시키려 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거든요. 달러 패권은 강달러를 토대로 유지됩니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달러 패권도 약해질 수 밖에 없죠. 트럼프가 중국은 물론 캐나다와 우리나라 같은 동맹국에게까지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선 것도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의중이 깔려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가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와 무역할 때 원화를 쓰거나 해당 국가 화폐를 쓰면 되는데 우리가 굳이 달러를 쓰죠. 이게 바로 기축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관련하지 않은 무역에서도 달러를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달러 수요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무역을 통해 달러 수요가 늘어나니 미국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있습니다. 미 정부가 달러 채권을 발행해도 이자율이 올라갈 걸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미국을 뺀 나머지 나라들은 채권을 과대하게 발행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니까 이자율이 올라가거든요. 이자율이 올라가면 국내 경기가 악화됩니다. 그러면서 이제 재정 부채에 대해서 이제 비용까지 치르게 되는데요.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은 그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죠.

 

물론 이 과정에서 달러가 과도하게 풀릴 수 있습니다. 이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죠. 코로나 팬더믹으로 풀려나간 달러 때문에 전세계 인플레 공포 속에서 사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관세를 통해 달러를 걷어 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글로벌 시장에 달러는 줄어들고 달러가 강세를 띨 수 있죠. 힘이 깡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죠.

 

문제는 트럼프의 다른 행보를 보면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트럼프는 누누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소리쳤습니다. 소위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 제품을 전세계에 팔겠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고 공장을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는데요. 이것과 함께 또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뒤떨어진 제조업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죠.

 

그런데 기술 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나요? 더 빠른 방법도 있고요. 바로 달러 약세입니다. 달러 가치를 낮추면 제품 가격경쟁력은 올라가고 미국 제품이 그나마 수출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트럼프 1기 때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 약달러가 미국에 좋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관세를 높이면서까지 강달러, 달러패권을 유지했겠다는 전략과 정면으로 위배되죠.

 

바로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입니다.

 

벨기에 출신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브레튼우즈 체제를 비판하면서 제시한 용어인데요. 브레튼우즈 체제하에서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려면 경상수지 적자로 국외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신뢰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죠. 반대로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 해외에 달러 유동성이 축소돼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역시 기축통화 위상을 위협하는 요인이 됩니다. 결국 달러는 강세도, 약세도 추구하기 힘든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어찌보면 과거 패권국들이 겪었던 상황과 비슷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명나라의 경우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국과 조공무역을 몰두했었는데요. 그런데 놀랍게도 조공 무역이 착취가 아닙니다. 예를들어 조선에서 명나라에 조공을 할 때 100원 가치를 바쳤다면 청나라는 조선에 100원이 넘는 물품을 하사했습니다. 사회에서도 선배에게 선물을 보내면 선배는 그 것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답례로 보내주잖아요. 물론 생까는 선배도 있지만 그러면 선배 대접을 받기 힘들어지죠. 선배 품위를 유지하는데 많은 돈이 들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명나라가 조공무역 때문에 망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면 더 많이 베풀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가 불가피하죠. 아니면 브릭스를 향해 했던 것처럼 엄포를 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소리만 친다고 무서워할 나라가 있을까요? 뭔가 힘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미국이 그렇지 못하죠. 아프카니스탄에서 철군을 했더니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더 이상 다른 곳에 준동하면 미국이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죠. 그래서 트럼프는 집권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입니다. 레바논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의 네탄야후도 자제시키고 있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게다가 숫자에 능한 트럼프가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해결책이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

 

트럼프는 1기 시절 미국에는 통화가 달러 하나뿐이라면서 달러만이 유일하게 강력하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통화라고 선언하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부를 강력하게 견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스탠스가 완전히 달라졌죠.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

트럼프가 내건 핵심 공약입니다.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서 비축하고, 비트코인 채굴도 전량 미국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거죠. 특히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비트코인을 통해 미국 정부의 부채 35조 달러를 갚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요? 미 정부가 천문학적인 부채를 앉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달러패권 덕분에 큰 문제가 없었죠.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풀린 엄청난 달러와 부채는 이젠 미국마저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인 무려 36조 달러. 우리돈을 5경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 때문에 천조국 별명을 만들어준 국방비보다 국채 이자를 갚는데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이자를 갚기 위해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야 하고 이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달러 패권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가 꺼내든 게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왜냐하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금, 비트코인 등 다른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시대에 달러 가치의 하락을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으로 지탱함으로써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특히 트럼프는 모든 가상화폐를 대상으로 규제를 대거 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데 도움되는 방향으로 풀 것이란 전망인데요. 바로 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Pegging)시켜놓는 스테이블 코인이 규제 완화의 대상이 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코인이 유통될 때마다 달러를 증거금으로 쌓아둬야 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코인을 많이 쓰면 쓸수록 달러의 수요도 함께 오를 수 밖에 없죠. 이런 페깅(Pegging) 구조가 페트로 달러 협정을 대체해 달러 패권을 유지시켜줄 걸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된다면 50년 전 사우디와 미국이 페트로 달러 협정을 맺은 이후 달러 패권이 더욱 공고해진 것처럼 코인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트럼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트리핀의 딜레마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요. 과연 트럼프는 트리핀의 딜레마 극복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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