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애플은 적극적이지만 삼성전자는 미적거리는 것은? 본문
요즘 우리 증권가에서 가장 인기있는 용어 중 하나가 ‘저PBR’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지난 방송에서 살펴봤듯이 최근 일본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도교증권거래의 PBR 높이라고 독려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우리 정부도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거론하며 PBR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이것도 묻지마 투자로 변질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자칫 테마주 열풍처럼 갑자기 타올랐다 식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PBR 개선이 일본에서는 통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오늘 그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볼까 합니다.
최근 죽쑤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 그나마 저PBR주로 꼽히는 금융, 자동차 업종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죠.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주식인 ‘저PBR' 종목들이 급등해 왔는데요. 하지만 어제 상황은 달랐습니다.
지난주에만 13% 급등한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2150원(4.75%) 하락한 4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KB금융(-3.77%), 하나금융지주(-0.18%), 미래에셋증권(-0.70%), 삼성증권(-2.84%)도 나란히 약세입니다. 대표적인 저PBR 종목 대부분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했습니다.
이에 벌써 이런 이야기도 쏟아지고 있죠.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정책에 따른 증시 부양 기대감이 여전하다면서도, 단기간에 쌓은 상승분은 부담이라고 분석합니다. 한마디로 정부가 나서서 저PBR 종목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한다는 이야기죠. 왜 시장에서는 믿지 못할까요?
https://youtu.be/lrYmuAv49ZM?si=Mn0RzyML-lTSQa2e
여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정부가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바로 이 구조적인 문제에 담겨있거든요. 그 구조적인 문제가 뭘까요?
일단 PBR에 대해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입니다. 1 미만이면 현 주가가 장부상 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인데요. 만약의 경우 회사가 망할 경우 청산가치가 시총보다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평가 절하됐다는 이야기죠.
그럼 우리 기업들의 PBR은 어느 정도 일까요?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상장사의 평균 PBR은 1.1배에 불과합니다. 간신히 청산가치보다 시총이 높은 상태인데요. 미국(4.5배)은 물론 일본(1.4배)보다 낮습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시장에서 평가를 못받고 있다는 것인데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럼 PBR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간단한 수식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PBR과 함께 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표가 ROE와 PER. 일단 ROE는 자기자본 수익률을 뜻하죠. 워런 버핏이 선호하는 지표로도 유명합니다. 계산은 간단하죠.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누면 됩니다. 따라서 기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느냐를 볼 수 있죠.
PER는 주가수익비율이죠.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인데 이는 시가총액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것과 같죠. 주가가 그 회사 1주당 수익의 몇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죠.
그럼 예를들어 자기자본 100억원으로 1년에 당기순이익 10억을 올렸다면 ROE는 얼마일까요? 10%가 됩니다.
당기순이익이 10억원인데 시가총액이 300억이라면 PER는 30이 되겠죠. 시총만큼 벌려면 30년 걸린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https://youtu.be/cCWGpF3ynaA?si=EOh5PBDLwp0kunD_
그러면 여기서 문제 PBR은 얼마일까요? 앞서 ROE과 PER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게 있죠. 바로 당기순이익. 따라서 ROE와 PER을 곱하면 PBR이 됩니다. 따라서 PBR은 10% 곱하기 30이니 3이 되는 거죠. 이처럼 PBR과 ROE, PER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럼 PBR을 올리기 위해서는 ROE나 PER을 올려야 하겠죠. 일단 ROE를 높이기 위해서는 순이익을 높이거나 순자산을 낮춰야 합니다. 이건 기업 노력으로 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PER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가총액을 높이거나 순이익을 낮춰야 하잖아요. 문제는 시가총액은 기업이 직접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죠. 주가조작이 아니고서는 말이죠. 게다가 순이익을 낮추는 것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갈아먹는 것입니다. 저PER 종목에 맹목적으로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없어서 저PER일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기업이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은 ROE입니다. 그럼 앞서 설명한대로 ROE를 높이려면 순이익을 높여야 하잖아요. 이는 기업의 미래에 적절한 투자를 하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과 먹거리를 찾는다면 순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기자본을 줄이면 되죠. 그럼 어떻게 하면 자기자본을 줄일 수 있을까요?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자사주 매입입니다. 물론 인원감축 등의 방법도 있지만 이건 기업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고요. 그래서 자사주 매입이 거론될 수 밖에 없는데요.
https://youtu.be/jCS14r1TeUY?si=DbWDVlYzMNJD9zfz
다들 아시다시피 자사주 매입이란 회사(법인)가 회사자금으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하죠. 다른 말로는 자사주 취득이라고도 합니다.
자사주의 매입목적은 여러 가지인데, 임직원한테 스톡옵션을 준다든가, 이유없이 주가가 폭락하여 일시적인 주가부양을 한다든가 하는 이유가 있죠. 이외에도, 거래량 부족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대주주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작용을 하며 의결권 및 배당에서 제외되기에 주당순이익을 향상시켜 일반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사주 매입 소식이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율을 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에프엔가이드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주주환원율이 2.89%인 반면 우리나라는 0.22%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주주환원율이 뭘까요?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뜻합니다. KB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10년 동안 평균 주주환원율은 29%에 불과했죠. 반면 가장 높은 시장은 미국으로 92%에 달했습니다. 그 뒤로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68%), 신흥국(37%), 중국(32%) 순이었습니다. 신흥국, 중국보다도 우리나라의 주주환원율이 낮았다는 거죠. 배당은 이미 적은 줄 알고 있었지만 자사주 매입에서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훨씬 못미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미국에서는 매입한 자사주를 대부분 소각하기 때문에 매입 자체가 주주환원 개념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한국ESG기준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말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172개 사를 조사했더니 이 기간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은 1418개 사(65.3%)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소각까지 나선 기업은 88개 사(4.1%)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 주주환원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죠. 이게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고요.
진정한 의미의 주주환원 정책이 되려면, 자사주를 사들여 주주들에게 나누어 주는 배당 효과라도 늘리려면, 한 단계를 더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야 합니다. 자사주 소각이란, 말 그대로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여 아예 없애 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애플의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자사주 매입 소각이 꼽히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56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는데요. 삼성전자는 겨우 60조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주가가 이 모양이죠.
https://youtu.be/61fQV-QnegA?si=OfCgd2DiZumks1FF
그럼 왜 우리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꺼려하고 하더라도 소각을 하지 않을까요?
소각하지 않은 자사주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꼼수 때문입니다. 자사주로 발행하는 교환사채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식인데, 문제는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 목적으로 편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되면 의결권이 다시 생깁니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이라고도 하는데, 제3자에게 팔아 더 이상 '자기주식'이 아니니 의결권도 제약할 수 없다는 구조입니다.
더욱이 자사주 처분 방식에도 별다른 규제가 없다 보니, 제3자의 주체 자체도 지배주주에게만 이로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하고 우호적인 기업에 주식을 넘겨, 우호세력 지분까지 더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식입니다.
실제로 2022년 9월 현대차그룹과 KT는 7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했습니다. KT는 현대차 지분 1.06%(4456억 원)와 현대모비스 지분 1.49%(유통 의결권 지분 기준, 3003억 원)을 확보하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KT 지분 7.7%를 확보하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현대차와 KT가 내건 명분은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였지만, 서로에게 우호 지분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렸습니다.
이런 형태가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비판 받을 사항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지배주주의 경영권 확보 등을 위해 사용된다면 자사주 매입 정책을 불신하게 되고, 주주환원 정책 효과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소각하지 않은 자사주는 잠재적인 매물로 인식돼 주가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사주를 사기만 하고 소각하지 않는 국내 상장사의 꼼수를 투자자들도 알아차렸기 때문에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국내 기업의 관행상 자사주 취득으로 인한 주주환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지적이 일자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장회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의 기업 분할로, 인적분할이 되면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되고 분할 뒤 곧바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가 의결권과 배당권, 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는 데 비해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그동안 법령과 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 신주 배정이 이뤄져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추가 비용 없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자사주에 대한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사주의 취득·보유·처분 등 전 과정에 대해 시장에 더 투명한 정보가 공개되도록 공시도 강화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과 처분 등 기업의 처리 계획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인데도 체계적인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https://youtu.be/NB2cUxPsb9o?si=vooNmWqu_ggFGgTC
앞으로는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일정수준, 예를 들어 발행주식 수의 10% 이상이 될 경우 이사회가 자사주 보유 사유, 향후 계획 등 적정성을 검토하고 공시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는 거죠.
또 자사주 처분 시에는 처분 목적과 처분 상대방 선정 사유, 일반 주주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합니다. 임의적인 자사주 처분에 대한 시장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한편 앞으로는 시가총액 산정 시 자사주를 제외한 정보도 투자자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시가총액을 산정할 때 자사주가 포함돼 자사주 보유비율이 높을수록 시가 총액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빠져 있습니다. 바로 소각 의무화. 이에 대해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자사주를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면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의견은 재벌 기업들이 내는 것 아닌가요? 주주들의 생각도 들어보셨나요?
바로 이런 안일한 대응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싶다고 자사주 매입 소각부터 의무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각에서 시총 계산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은 시가총액을 계산할 때 자기주식을 제외한 유통주식수만을 따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자기주식을 포함한 발행주식수 모두를 적용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시총을 유통주식 수 x 주가로 계산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발행주식 수 x 주가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자사주 매입만으로도 주당순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인데요. 글로벌 스탠다드를 좋아하는 정부가 이건 개선할 생각이 없나요?
지금까지 저PBR 열풍에도 우리나라 주가가 왜 뜨지 않는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왜 여전한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ROE와 PER의 함수관계도 살펴봤고요. 그런데 너무나 안타깝죠. 일본에서 효과가 있다고 저PBR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하지만 정작 중요한 자사주 매입 소각은 주저하고 있으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왜 생기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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