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현금 사라질까?” 한은이 실험하는 CBDC의 불편한 진실은? 본문
애청자 여러분들은 지갑에 현금을 얼마나 넣고 다시나요? 아마 현금 대신 카드만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트렌드 리더’를 자처하는 분들이라면 아예 결제기능을 갖춘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실테고요. 그래서 머잖아 현금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최근 이런 기대를 더욱 높이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지난 6일 한국은행이 CBDC 활용성 테스트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는거든요. 도대체 CBDC가 뭐길래 실험까지 한다는 것일까요?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즉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뜻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카카오페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차이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현재 우리가 화폐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크게 5가지입니다. 가장 흔한 지폐나 동전인 일반 화폐, 그리고 전자화폐, 가상화폐, 암호화폐, 그리고 오늘 이야기하려는 CBDC가 있는데요. 일단 형태면에서는 동전, 지폐로 구성되는 현금인 일반화폐와 달리 전자화폐, 가상화폐, 암호화폐, CBDC는 디지털데이터로 이뤄져 있습니다. 디지털테이터이긴 하지만 형태가 조금씩 다른데요. 예를 들어보면 이해가 쉽겠죠.
전자화폐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페이팔 등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가상화폐는 게임 등에서 쓰는 게임머니나 각종 포인트가 해당되고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기반의 화폐를 뜻하죠. 그리고 CBDC는 최근 중국 등에서 화제가 되는 디지털 위안화가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발행기관 차이도 큰데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은 현금과 CBDC만 해당되고요. 전자화폐는 금융기관이 발행합니다. 가상화폐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암호화폐는 발행기관이 따로 없죠. 그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현금과 CBDC는 당연히 보장됩니다.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전자화폐도 마찬가지고요. 반면 가상화폐는 보장받지 못하죠. 해당 서비스 회사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되기 쉽습니다. 또 암호화폐도 거래소 등에서 일부만 보장해주고 있죠.
https://youtu.be/lwewQluT9jY?si=kaFMfoRN1ilC5U8X
그럼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가장 안전한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하진 여부일텐데요. 전자화폐는 발행기관인 금융기관이 보증해줍니다. 암호화폐도 거래소 등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죠. 반면 가상화폐는 일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불가능합니다. 그럼 CBDC는? 각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능한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정리해보면 CBDC는 이름처럼 발행기관이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법적화폐로 인정받고 현금으로 교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법적화폐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상화폐나 암호화폐보다 믿을 수 있고 망할 수도 있는 금융기관이 보증하는 전자화폐보다도 안정적이죠. 게다가 디지털화폐 3총사에게 없는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전자화폐, 가상화폐, 암호화폐는 인터넷에 연결돼야만 쓸 수 있잖아요. 그런데 CBDC는 인터넷 연결이 필요없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이 아예 없거나 불안정한 곳에서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런 장점에다 코로나 당시 전세계에 몰아친 암호화폐 열풍에 혼쭐이 났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서둘러 CBDC를 도입하려고 계획중인데요.
여기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놀랍게도 중국입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환경이 낙후된 것으로 알려졌었죠. 하지만 이후 모바일로 바로 건너뛰는 퀀텀점프에 성공해 거지들도 현금대신 알리페이로 돈을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만큼 핀테크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 덕분에 많은 중국인들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거죠.
이 덕분인지 CBDC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중국인민은행은 이미 2014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해 현재 전국 26개 지역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CBDC인 ‘디지털 위안화’의 시범 사용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2020년 10월 선전시 뤄후구에서 5만명의 시민에게 200위안(약 3만8000원)의 디지털 위안화 홍빠오(紅包, 세뱃돈)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공짜로 받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써봤겠죠. 이 덕분에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시범 사용을 시작한 이후 디지털 위안화의 총 거래 건수는 9.5억건, 거래금액은 1.8조 위안, 발행된 디지털 지갑은 1.2억개, 평균 거래액은 약 1895위안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올해 6월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의 유통량은 165억 위안 규모로 아직 현금의 0.16%에 불과하지만, 점차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군요.
https://youtu.be/mjvcl9H2QVs?si=hA-jkQ2-iHln2rj_
현재 중국 17개 성의 26개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사용하고 있다는데요. 특히 일부지방정부는 공무원 급여를 전액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일부 지역에서 공무원, 국유기업의 교통 보조금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했던 중국 장수성(省) 창수시는 올해 5월부터 공무원 월급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는 것인데요.
여기서 잠깐. 월급으로 받은 디지털 위안화를 어떻게 쓸까요? 공무원이 디지털 위안화 '월렛'(디지털 지갑)을 개설하면 지방 정부가 급여를 디지털 위안화로 월렛에 입금합니다. 이후 공무원은 인터넷 없이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통해 대중교통, 상점 등에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의료비, 전기세·수도료도 낼 수 있고요. 디지털 위안화 월렛에 있는 위안화를 연결된 은행 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중국이 부러웠을까요?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CBDC 경쟁에 뛰어든다고 하는데요.
한국은행이 지난 6일 국제결제은행(BIS) 싱가포르 혁신허브와 함께 국가 간 지급서비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CBDC를 활용한 이번 프로젝트엔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3국 중앙은행도 참여한다고 하는데요.
한국은행은 이번 국제 CBDC 프로젝트의 목표로 △국가 간 지급거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관련 제도의 투명성 제고를 꼽았다고 합니다. 국가별 제도와 각종 규제 사항을 공동 플랫폼에 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데요.
그런데 이건 디지털 위안화화는 차이가 있죠. 실제로 CBDC는 크게 범용(소매용)과 기관용(도매용)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디지털위안화처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범용CBDC는 현금과 마찬가지로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가 사용합니다. 하지만 한은이 최근 발표한 기관용 CBDC는 기존은 지급준비금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는데요.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가 중앙은행과 거래할 때 사용하겠다는 거죠.
그럼 우리는 CBDC를 사용해볼 수 없는 것일까요? 가능합니다. 한국은행의 설명에 따르면 기관용 디지털 통화를 발행한 후 금융기관이 연계된 디지털 지급 수단인 ‘토큰’을 발행하게 된다는데요. 이를 테스트 하는 과정에 테스트 과정에는 일반 국민도 참여할 수 있다는 거죠.
즉 은행 고객들은 주식 거래를 할 때 증권 계좌를 만드는 것과 같이 예금 토큰 계좌를 개설하면 계좌이체를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예금 토큰을 이전할 수 있다는 거죠. 또 CBDC 네트워크상에서 은행의 예금 토큰은 언제든지 은행의 일반 예금으로도 전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NsDkJOWnP5U?si=I9KadMAV2O3Ob7pe
그런데 여기서 중앙은행들이 CBCD를 발행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첨단기술이기 때문은 아닐텐데요.
첫째. 지폐나 동전 발행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폐에도 수명있다는 이야기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니 1만원권은 평균 131개월(10년11개월) 유통되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만원권의 유통수명은 178개월(14년10개월), 1000원권 유통수명은 61개월(5년1개월), 5000원권은 63개월(5년3개월)이고요. 생각보다 짧죠.
문제는 이런 화폐를 발행하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점인데요. 한 해 동안 한국은행이 폐기한 지폐가 무려 4조 3000억 원이고, 매년 새 지폐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 약 600억 원이나 든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죠.
그런데 CBDC는 이런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현재 한은이 밝힌 2025년 3월까지 CBDC 활용성 테스트 사업예산은 116억2000만원. 매년 화폐로 폐기되는 돈 보다 적죠. 구축후에는 유지보수 비용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둘째. 재정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하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 중 돈만 받고 저축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죠.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재정집행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잖아요. 이와는 달리 CBDC 형태로 지급할 경우 소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거죠. 마치 지역화폐처럼 말이죠.
게다가 중개기관의 의존도를 줄여 결제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별도 정산 과정이 불필요해 즉각적인 대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보통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매출전표 매입 후 3영업일이 지나야 대금을 판매자 계좌로 입금하는 데 예금토큰을 사용할 경우 실시간에 가깝게 수령할 수 있어 소상공인 등의 유동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것도 지역화폐와 비슷한데요.
셋째. 불법적인 자금이동과 추적이 용이합니다.
마약이나 무기거래 등을 CBDC로 하면 바로 추적 당할 수 있겠죠. 게다가 탈세도 바로 들통날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손안대고 코 풀 수 있는 셈이죠. 물론 현금을 쓰는 등 이를 피할 꼼수가 등장하겠지만요.
그럼 단점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죠.
첫째, 개인의 사생활이 모두 노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장점 세 번째에 언급된 내용과 연결되는 것인데요. 개인의 자금이동과 추적을 정부가 모두 살펴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빅브라더가 탄생하는 것이죠.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CBDC는 완벽한 개인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거죠. 자칫 나쁜 의도를 쓰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IT 선진국인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CBDC가 가장 앞서가는 이유도 바로 이 이슈 때문이죠.
둘째. 기존 은행 기능이 대폭 축소됩니다.
중앙은행이 거의 모든 통제권을 가지기 때문에 일반 은행은 필요없게 되죠. 따라서 현재 금융 시스템의 대 변혁이 불가피합니다. 기존 시스템과 인력의 재활용문제가 풀어야 하고요.
셋째. 보안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보안 이슈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을 통해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뚫릴 수 있는 빈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죠. CBDC에서 현금화하는 과정은 블록체인 적용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 장애도 걱정되고요. 따라서 이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확보가 시급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앞서 언급했듯이 CBDC와 비슷한 장점을 지닌 화폐가 이미 있잖아요. 코로나 당시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된 지역화폐 덕분에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도 봤고요. 따라서 CBDC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되기 전에는 지역화폐부터 활성화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https://youtu.be/vr7TxxFUhpI?si=wlMs2GrTEB9qdFgV
***그나무상
아직 CBDC가 도입된 것도 아닌데 나랑은 상관없지 않을까? 하지만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CBDC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BIS 조사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의 약 93%가 CBDC 관련 연구 또는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면적인 도입을 한 나라는 없죠.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CBDC 연구에 착수한 게 2014년인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식 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단점 중 기존 은행 시스템 붕괴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이에대한 중국 정부의 두려움이 있다는 거죠.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개인 사생활 노출 우려로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극심하고요. 따라서 CBDC가 현실화되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단점들을 보안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을텐데요. 탈세와 마약 등을 잡기 위해 단점이 있더라도 빠르게 도입해야한다는 측과 개인사생활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후 도입해야 한다는 측이 팽팽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은데요. 여러분은 어떤 의견입니까? 우리의 목소리에 따라 우리의 금융 미래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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