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캡틴클래스]마이클 조던이 위대한 캡틴에 오를 수 없는 이유는? 본문
경불진 애청자분들 중 스포츠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이피디·박피디 모두 스포츠 매니아인데요. 박피디는 미국 프로야구에 대해서는 전문가급 지식을 가지고 계시고 저는 국내 야구를 비롯해 축구, 농구, 배구 등 그냥 공으로 노는 거의 모든 종목을 즐겨 봅니다. 특히 어린 시절 어린이 회원이란 인연 덕분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경기는 빼놓지 않고 챙겨보죠.
많은 애청자 분들도 비슷할 텐데요. 그러면 여기서 질문. 가장 좋아하는 팀이 아니라 여러분이 아는 가장 위대한 팀을 꼽으라면 애청자 여러분들은 어떤 팀이 생각나시나요? 머리가 좀 복잡해질 수 있겠죠. 박피디가 사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뉴욕양키즈 또 박피디가 좋아하는 LA다저스 등이 생각날 수 있고요. 축구에서는 FC바로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이 떠오를 수 있겠죠. 또 NBA에서는 시카고 불스가 생각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혹시 국내에서는 어떨까요? 과거 해태타이거스, 삼성라이온스와 같은 야구팀, 축구에서는 성남 일화, 농구에서는 중앙대, 배구에서는 삼성화재 등이 떠오르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팀들이 위대해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초일류 선수? 훌륭한 감독? 자금력? 우수한 경영진?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바로 이런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찾는 책입니다. 더봄 출판사에서 펴낸 ‘캡틴 클래스’란 제목의 책인데요. 저자가 ‘월스트리트 저널’ 베테랑 스포츠 전문기자인 샘 워커입니다. 워커가 장장 10년에 걸쳐 20개국 1,200여 팀의 선수, 단장, 코치, 감독, 팀 구성 전문가와의 인터뷰, 학술논문, 일화, 통계데이터, 심리학, 신경학, 스포츠심리학, 경영학 지식 등을 총동원해 만든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책 부록에는 미식축구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NBA, 국가대표 축구와 프로축구는 물론 크리켓, 필드하키, 핸드볼, 아이스하키, 럭비, 배구, 수구 등 공을 가지고 하는 거의 모든 종목의 위대한 팀 후보 데이터가 들어있습니다. 이들 팀의 연혁은 물론 특징, 그리고 저자가 분석한 해당 팀이 위대한 팀 조건에서 탈락한 이유도 들어있습니다.
그러면 궁금하실 것입니다. 도대체 위대한 팀의 조건이 뭘까요? 저자는 8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우선 분석 대상 조건으로 최소 5명의 구성원이 있고 선수들이 시합 도중에 상호작용 또는 협업을 하면서 상대편과 직접 대결하는 종목이어야 합니다. 또 관중 동원력이 커서 수백만명의 팬층이 있는 주요 스포츠 종목이 분석 대상이라고 합니다. 이런 종목 중에서 최소 4년 이상 패권을 차지했고 세계 최고의 경쟁자들을 상대로 실력을 증명할 기회가 충분히 있으며 해당 종목 역사에서 다른 모든 팀들보다 어떤 식으로든 돋보이는 업적을 이룬 팀이 바로 위대한 팀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 조건을 통한 팀이 20개국 1200여 팀중 몇 개나 될까요?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겨우 16개 팀이라고 합니다. 그럼 16개 팀 명단이 궁금하시죠? 아쉽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팀은 대략 5개 정도 뿐입니다. 1949~1953년의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1958~1962년의 브라질 남자 축구 대표팀, 2008~2013년 프로축구 FC 바로셀로나, 1956~1969년의 NBA 보스턴 샐틱스, 1997~2016년 NBA의 샌안토니오 스포스가 그 주인공이죠.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유명할 수도 있는 1974~1980년의 피츠버그 스틸러스도 있습니다. 또 1955~1960년 북미 아이스하키의 몬트리올 캐나디언스도 있고요. 이밖에 1927~1930년 호주 풋볼의 콜링우드 맥파이스, 1950~1955년 헝가리 축구 대표팀, 1980~1984년 구 소련의 아이스하키 국가 대표팀, 1991~2000년 쿠바의 여자국가대표팀, 1996~1999년의 미국의 여자국가대표팀 등이 있습니다. 럭비나 남자핸드볼팀, 여자필드하키팀도 있고요.
그런데 좀 의외라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특히 농구팬들 중에서는요. 앞서 언급한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빠졌잖아요. 조던은 ‘농구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넘는 실력을 뽑냈잖아요. 특히 그가 있는 동안 우승도 많이 했고요.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잖아요. 그런데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더라고요. 마이클 조던이 NBA 데뷔 후 6년 동안 소속팀 시카고 불스를 정상에 올려놓지 못했습니다. 캡틴이었던 그는 다른 선수들을 배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불스의 공격을 운용했죠. 팀 동료들은 조던의 독설과 비난, 조롱을 두려워했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있었을 때 시카고 불스가 6번이나 우승했는데라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시카고 불스 우승할 때 캡틴은 마이클 조던이 아니었습니다. 마이클 조던의 짝궁 스카티 피펜이 캡틴일 때와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빌 카트라이트가 캡틴을 맡은 뒤 불스는 마침내 NBA 타이틀을 획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농구의 신이 캡틴일 때는 정작 우승을 못했다니 놀랍죠. 이런 이유로 위대한 팀에서 탈락했습니다,
또 하나 재미난 부분이 있습니다. 얼마 전 노쇼의 진수를 보여줬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도 위대한 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했던 팀이 있었거든요. 바로 FC바로셀로나죠. 아하 호날두의 영원한 라이벌 리오넬 메시가 떠오르실 것입니다. 역시 노쇼 사건 이후에 메시가 최고였어라고 외치는 분들 최근 많아졌죠. 그런데 FC바로셀로나가 2008~2013년 5시즌동안 라리가 우승 4회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쌓은 동안 캡틴은 누구였을까요? 당연히 메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카를로스 푸욜이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그게 누구지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포털에서 검색해보시면 아 이 친구라고 외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사자 머리처럼 긴 머리를 휘날리는 선수인데 눈에 띄지는 않았거든요. 경기를 압도하는 멋진 플레이도 생각나는 것이 없고요.
실제로 푸욜은 리그 하위 팀인 말라가로 이적당할 위기도 겪었다고 합니다. 센터백이 되기에는 키가 작고 발재간도 부족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푸욜은 팀 동료들이 상대편에게 최면을 거는 아름답고 리드미컬한 축구를 선보이는 동안, 경기장 여기저기에 몸을 내던지며 동료들 뒤치다꺼리를 했죠. 날카로운 슈팅을 온몸으로 가로막다가 광대뼈가 부서진 적도 있습니다. 바로 수비수 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수들이 뽑은 캡틴 이었고요. 푸욜이 캡틴에 있는 동안 FC바로셀로나는 리그 경기에서 무려 92%의 승리 또는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라리가 우승 4회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는 물론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주장은 아니었지만 핵심 선수로 참가해 2010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죠. 이 때문에 노쇼의 호날두가 활약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위대한 팀에서 밀려난 것입니다.
그러면 궁금해지실 것입니다. 위대한 팀의 비결은 도대체 뭘까? 저자가 분석한 위대한 팀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그건 훌륭한 코치도, 뛰어난 경영도, 최고의 선수도 아니었다. 바로 뛰어난 주장이 리드하는 팀이었다는 것이죠. 바로 푸욜처럼 말이죠.
빌 러셀이 캡틴으로 있었던 보스턴 셀틱스는 1957년부터 12시즌 동안 NBA 8연패를 포함해 10개의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은퇴 후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죠. 뉴질랜드 럭비팀 올블랙스는 벅 셸퍼드가 캡틴을 맡았던 1987~1990년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우승 청부사 감독이 있어도 캡틴이 부재한 팀은 실패했고, 돈으로 우승을 구매하려했던 2000년대 초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호날두가 활약했는데도 말이죠. 게다가 펠레(브라질 축구대표팀), 디마지오(뉴욕 양키스) 같은 스타가 있으면 일정 기간 정도는 분명히 지배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었지만 그들이 속한 팀도 ‘위대한 팀’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럼 팀을 위대하게 만든 위대한 주장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저자는 7가지로 설명합니다.
1) 엄청난 끈질김과 승부에 대한 집중력
2) 더티 플레이에 가까울 정도의 거친 플레이도 하는 투지
3) 뒤에서 아무도 고마워 하지 않는 하찮은 일도 마다하지 않음
4) 인터뷰나 연설은 잘 못하지만 실질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에 능함
5)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동기 부여
6) 문제가 되더라도 할 말은 하고 동료는 보호하는 신념
7) 완벽한 감정 조절
실제로 역사상 위대한 팀들의 캡틴은 뛰어난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라커룸에서 감동적인 연설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놀랍게도 스포트라이트도 부담스러워했죠. 그러나 그들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팀원들을 자극했습니다. 그들은 피를 흘리고 그라운드에 쓰러질 때까지 동료들을 몰아붙였죠. 특히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팀 내에서 궂은일을 도맡았습니다. 때로는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보이며 팀을 일순간에 변화시키기도 했죠. 마이클 조던이나 메시에게는 없는 것들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위대한 캡틴들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롤 플레이어’였고, 스타플레이어보다 유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약간 서툴고 성미가 까다롭고, 천재이기보다는 노력형이며, 대외적으로 말을 잘하지도 못했고, 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그림자에 머문 비전통적인 아웃라이어였죠.
실제로 책에는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팀 던컨 같은 경우는 높은 연봉이나 화려한 기록, 미디어의 관심 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팀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위대한 팀을 만든 이야기, 일데랄도 벨리니(브라질 축구대표팀), 요기 베라(뉴욕 양키스), 빌 러셀(보스턴 셀틱스) 등은 천재적인 동료들에 비해서는 평범하고 덜 화려했던 캡틴이었지만 팀 전체에 성공에 대한 영감을 주고, 다른 멤버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최고의 팀이라는 명성을 얻은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이를 통해 남들보다 뛰어난, 타고난 실력을 가진, 화려한 스타가 리더가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조력자가 팀을 위대하게 만든 진정한 리더라는 점을 증명해가죠.
저자는 강조합니다. ‘역사적인 위대함을 달성하고 유지하는 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팀을 리드하는 플레이어의 ‘클래스’에 달려 있다.’
많은 울림이 있지 않나요? 스포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충분히 적용되는 말입니다.
위대한 코치로 꼽히는 빈스 롬바르디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고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며 그것은 가치 있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누구든 치러야 할 대가이다.’
내가 있는 회사나 조직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 좀 더 나은 리더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팀을 만든 리더의 7가지 숨은 힘’이라는 부제를 가진 캡틴 클래스를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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