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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6가지 조건

경불진 이피디 2020. 1. 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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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인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머스 등은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면 6가지를 살피라고 하는데요.

 

1. 앞뒤로 사족을 붙었는지.

 

예를들어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없었다. 당신이 기분 나쁠 정도로 잘못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해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유니클로도 첫 번째 사과에서 이렇게 말했었죠.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말을 풀이하면 우리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어떻게 그 말도 못 알아듣니 멍청이들아. 개떡깥이 이야기해도 찰떡처럼 알아들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기분 나빴다고 하니 사과해주겠어이런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사악한 의도도 담겨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뀌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뭔 이야기냐 하면요. ‘나쁜 의도, 부족한 표현을 하긴 했지만 큰 잘못이 아닌데도 이렇게 넓은 아량으로 사과까지 하는데 이를 받지 않으면 속 좁고 옹졸한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는 거다라고 협박하는 것입니다. 속좁고 옹졸한 사람이 되기 싫으면 사과를 그냥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이죠. 애청자 여러분은 이런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까?

 

2.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인 표현이 있는가?

 

무엇이 미안한지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예를들어 이유는 모르지만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 ‘제가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드린다’ ‘본의 아니게 잘못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경우죠.

 

앞서 유니클로 사과도 마찬가지죠. 부족한 표현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점이 부족한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국내에서 벌어지는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점이 부족한지 아니면 한국의 매출비중이 작다고 한 것이 부족한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죠.

 

이런 사과는 오히려 싸움을 더 키우게 됩니다. 이미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더 확산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죠.

 

3. 책임을 인정했는가?

 

사과를 할 때 그냥 유감입니다라고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사에 대해 일본이 줄곧 그런 태도였죠. 특히 1990년 노태우가 일본에 갔을 때 아키히토 일왕은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는 황당한 사과를 하기도 했죠. 이건 사과가 아니죠. 오히려 듣는 사람이 화나는 이야기입니다. 책임에 대한 말이 한마디도 없기 때문이죠. ‘내가 잘못했다는 말이 없다는 말입니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이런 말을 듣고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았던 위안부 할머니나 강제징용할아버지들의 마음을 풀릴 리가 없죠.

 

4. 개선의지나 보상이나 배상의사가 있는가?

 

사과를 한다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상이나 배상까지 약속해야 하는 것이죠.

 

일본과는 달리 독일은 진정성 있는 사과로 과거를 용서받았잖아요. 이유가 뭘까요? 우선 1970년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폴란드를 찾아가 학살된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과거 자국의 잘못을 명확하게 복기해가며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가운데 노른 자위 땅에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도 만들었고요.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군수공장과 민간업체들이 벨라루스·에스토니아·폴란드 등에서 840만명을 끌고 가 강제노동을 시켰습니다. 독일 정부는 1980년대까지 강제동원 배상 등 법적 문제는 피해국 배상금 지급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죠. 냉전이 한창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 통일 독일이 된 후 달라졌습니다. 슈뢰더 정부가 전범기업들에 민간배상을 종용하면서 2000년 의회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을 설립했죠. 독일 정부가 50억 마르크, 폴크스바겐 BMW 다임러벤츠 같은 전범기업들이 50억 마르크 총 100억 마르크(당시 78000억원 정도)를 냈습니다. 이 재단은 2007년까지 100여국 167만 명의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총 65000억원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일본과는 차이가 매우 크죠.

5. 재발방지 약속이 있는가?

 

다시는 그런 잘못이나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는 사과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힘들죠. 유니클로나 일본은 이런 약속이 전혀 없죠. 아베는 오히려 군사대국화를 시도하고 있고요.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는 제트블루의 사례를 참조할 만 합니다. 2007214일 밸런타인데이때 미국 동부에 진눈깨비를 동반한 폭풍우가 일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항공사는 고객들에게 운항불가를 알렸죠. 그러나 제트블루는 이 정도쯤이야. 곧 나이질 거야 기다려보자구라며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근거 없는 안일함은 참혹한 결과를 낳았죠.

 

금방 멈출 줄 알았던 눈보라가 무려 5일동안이나 지속된 것입니다. 5일간 항공기 1000여 편 운항 취소됐죠. 그런데 문제는 눈보라 초기 제트블루의 비행기 9대가 뉴욕공항 활주로에서 6시간 이상 길게는 10시간이나 대기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겠죠. 제트블루 사상 최고의 위기였다.

 

그러자 제트블루의 CEO인 데이비드 닐먼은 사과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과문을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특히 친애하는 제트블루 고객님들께라는 편지 형식의 글로 깊은 사과의 뜻을 표하고 이를 계기로 제트블루 고객 권리장전을 만들기로 했다는 개선점을 공개했습니다. 이를 252초짜리 동영상으로도 만들었고요. 제트블루 고객 권리장전에는 착륙 후 1시간 안에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100달러를 지급한다는 등 고객피해에 따른 보상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있습니다.

 

미국 언론은 항공기 결항 사태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제트블루가 처음이라고 평가했죠. 분노하던 고객들의 마음도 바뀌었습니다. 아베나 유니클로는 좀 본받길 바랍니다.

 

6. 진심을 담아 용서를 구하는가?

 

사과를 한답시고 용서부터 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태도가 그러하죠. 통석의 념이라는 애매모한 말로 일단 사과는 했으니 용서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사과를 받는 대상에게 용서를 이처럼 과도하게 요청하는 것은 월권입니다. 용서를 강요하는 건 빨리 모면해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해 사과를 하는 것으로 끝내야 합니다. 용서는 피해자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

 

진심어린 사과로 2017년 봤던 유튜브 동영상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미국 노스다코다 원주민 보호구역 송유관 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찍은 동영상인데요. 서부개척시대 군인 복장을 한 백인들이 갑자기 무릎을 꿇습니다. 그러고선 원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침략하고 땅을 빼앗았습니다. 아이들을 빼앗고 당신들의 언어도 빼앗으려 했습니다. 당신들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의 땅을 더럽혔습니다. 당신들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줬습니다. 사죄의 말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이러니 원주민 원로로 보이는 분이 눈물을 흘리며 그 백인들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더라고요. 그런데 도대체 이 백인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퇴역군인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송유관 반대 시위에 나선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런 면에서 볼 때도 아베는 우리나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0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사과가 끝났는데도 한국인들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징징대고 있죠. 이런 사과를 우리가 받아도 될까요?

 

일부는 “상대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라는 가르침이 있다면서요. 이 가르침처럼 상대를 용서하고 포용하자고 외칩니다. 그런데 정말 상대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어야 할까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당시 로마에서는 신분이 높은 자가 낮은 자를 훈계할 때 오른손의 손등으로 오른 뺨을 때렸다고 합니다. 노예가 잘못하면 주인이 오른손 손등으로 노예의 오른 뺨을 때렸다는 말이죠. 바로 모멸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아마 오른쪽 뺨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 때 노예가 왼쪽 뺨을 돌려대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주인을 용서한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겠죠. 이는 주인에게 항의하는 것입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맞서는 행위죠. 이유가 뭘까요. 오른손 손등으로 왼쪽 뺨을 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냥 때릴 수는 있지만 팔을 비틀어야 하니 힘들겠죠.

 

따라서 “상대가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라”는 용서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나는 당신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똘마니가 아니다”라고 비폭력적으로 외치는 것입니다.

 

로마 후기에 가면 노예 숫자가 줄어들면서 노예의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바로 이렇게 높아진 시기에 나온 이야기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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