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면서 신세계건설 자진 상장폐지 추진 왜? 본문
“자기 분야 ‘덕후’가 돼라.”
경불진을 열심히 들으신 분들은 누가 한 이야기인지 아실 것입니다. 지난 3월 28일자 ‘신영증권이 또 해냈다?!···뼈 때린 ‘이마트 보고서’‘ 편에서 살펴봤듯이 신세계 정용진 회장이 당시 신입사원들에게 했다는 덕담인데요. 당시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정용진 회장은 ‘SNS 덕후’ 아닌가요?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회장직보다는 유튜버로 변신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게 이마트를 살리고 주가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은데요.”
너무 심하게 정 회장을 비난한다고 생각했던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불진의 조언이 맞는 듯합니다. 최근 신세계 그룹이 돌아가는 상태를 보면 여간 심상치 않기 때문인데요.
팔로워 수만 80만명이 넘는 재계의 대표적인 인플루언서이자 SNS 덕후였던 정회장이 한동안 SNS를 끊어서 관심을 모았는데요.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질책’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준다’는 말처럼 정 회장이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15일 다시 SNS를 재개했습니다. 지난 3월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인데요. 올린 사진이 의미심장합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영문이 적힌 검은색 티셔츠 사진 한 장인데요. 정 회장 본인이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다만 사진을 올린 이유나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선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갑자기 이걸 왜 올렸을까요? 유추는 충분히 가능하죠. 정 회장은 과거 SNS에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이 담긴 기사와 함께, 멸공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죠. 당시 정치권에선 정 회장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일부에선 신세계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의미일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데요.
하지만 언론들은 이렇게 쉴드를 칩니다. 정 회장이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사업이 실적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경영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라고요. 과연 그럴까요?
지난달 말 신세계건설이 자진 상장폐지한다는 다소 뜬금없는 뉴스가 떴습니다. 이마트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신세계건설 주식 공개매수의 건을 승인했다는데요. 공개매수가는 1주당 1만8300원으로 이사회 의결 전일인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1만5370원보다 19%가량 높은 금액입니다. 이를 위해 약 388억원을 투입해 신세계건설 잔여 지분 전량을 공개매수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라는데요. 신세계건설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구조 재편으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꾀한다는 목표라고 신세계 그룹은 설명합니다. 특히 본격적인 사업구조 개편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하는데요.
이 소리를 들은 소액주주들이 과연 고마워할까요? 신세계건설 주가가 최근 어땠을까요? 지난 8월 5일 1만1150원에서 지난달 27일 1만816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한달 보름 사이에 무려 63%나 급등했는데요. 신세계건설에 특별한 호재가 있었을까요? 지난 6월 '스타필드 청라 신축공사'를 따냈다고는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죠. 대구에서의 미분양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 부실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우발부채 규모는 전년 대비 500억원 늘어난 2500억원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신세계건설이 지난해 매출원가율 100%를 넘겼다는 분석까지 나왔죠. 이는 건물을 짓는 등 공사를 해 벌어들인 돈보다 원자잿값 등 건물을 짓는데 들인 비용이 더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거죠.
이 때문에 신세계건설은 2022년 120억원, 2023년 1878억원 적자. 영업이익율이 –12.5%나 됩니다. 이 때문에 자본잠식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요? 바로 덕후가 되라는 정 회장의 ‘마이너스 손’ 때문입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이마트매장과 스타필드 공사만으로도 잘나가던 신세계건설을 아파트 사업으로 눈돌리게 한 사람이 바로 정회장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신세계건설은 한때 부도소문까지 돌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상장폐지까지 추진한다는 거죠.
이런 신세계건설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으니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보면 신세계건설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는데요.
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볼까요? 신세계그룹이 이번 상장폐지의 목표라고 밝힌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건설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구조 재편으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꾀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두고 신세계그룹과 이마트가 결코 신세계건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일 포기할거면 이미 지난해 포기했을텐데 오히려 돈을 투입했다는 거죠.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5월 신세계건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투자받은 6500억 원에 대해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자금보충약정은 신세계건설이 이자를 내지 못하면 이자를 빌려주고 원금을 갚지 못하면 대여 형식으로 대신 상환해 주는 것입니다. 6500억 원에 대한 연간 이자가 460억 원 정도임에도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지원에 나섰고요. 이를 통해 신세계건설은 올해 들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습니다. 포기할 회사라면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거죠.
게다가 앞서 언급했다시피 신세계건설은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인천 서구 스타필드청라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9238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죠.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과 화성국제테마파크 등 신세계그룹 대형 프로젝트도 신세계건설이 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공사를 앞두고 있고 주가는 최저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입 당시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넘어선 주주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2년 1월만 해도 신세계건설의 주가는 6만2700원이었거든요. 그런데 공개매수가가 1만8300원이니 3분의 1토막 난 셈이죠. 당연히 반발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출렁거리는 사이 돈을 챙긴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럼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공개매수가 실패할 수 있을까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자진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대주주가 95%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마트가 70%정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 대상은 겨우 27.33%. 따라서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상장폐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설령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도 이마트가 교부금 주식교환 카드를 쓰면 상장폐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부금 주식교환이란 지배주주가 정한 단가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소수 주주의 잔여 지분을 강제로 매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주총 특별 결의를 통해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이뤄집니다.
한마디로 소액주주들이 반대는 자유지만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죠. 이미 정회장 마음대로 상장폐지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주장은 헛소리란 말이고요.
결국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 SNS를 올린 것은 소액주주들에게 경고하는 것 아닐까요? 상장폐지 막을 돈 있어? 있으면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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