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기대했던 ‘빅컷’이 오히려 ‘찜찜’···우리경제에도 악영향인 이유는? 본문
드디어 미국 연준이 피벗을 단행했습니다. 그것도 시장의 기대대로 0.5%포인트, 즉 빅컷을 했는데요. 그런데 뭔가 찜찜합니다. 급등세로 출발했던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우리나라 금리와 경제에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 연준이 오늘 새벽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긴급하게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반 만인데요. 이에 따라 2% 포인트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과의 금리차이 역시 1.5% 포인트로 줄어들었습니다.
막판까지 스몰컷을 고심하던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이유가 뭘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선제적 대응’. 고용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것을 미리 대비한다는 건데요. 물가와 고용이라는 연준의 두가지 임무 중 고용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당시 물가 급등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미적거렸다가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 때문에 이번엔 서두른 듯 한데요. 오히려 악수도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물가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월가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굳이 빅컷까지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죠.
하지만 8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전문가 전망치 16만1000명보다 2만 여명이나 적은데다 실업률까지 지난해 3.5%에서 4.2%로 증가하면서 고용 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빅컷으로 고용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게 됐는데요. 투표에 참여한 12명 중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를 제외한 11명이 빅컷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우먼은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는데요.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 경제는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빅컷을 결정한 건, 고용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것에 대비한 일종의 선제 대응이라는 설명이죠.
제롬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이 줄어들고, 노동 시장이 냉각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은 줄어들어든 반면, 고용 하방 위험은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물가는 잡혔으니 고용에 집중하겠다는 거죠. 그런데 설명이 좀 빈약해 보이지 않나요? 일단 물가를 잡았다고 하지만 아직 연준 목표치인 2%보다는 높은 2.5%입니다. 게다가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대비 3.2%나 상승했습니다. 물가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실제로 1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토마스 호닉 전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미국 경제 자문업체 매크로메이븐스의 창립자 스테파니 폼포이는 "인플레이션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다"고 말하면서 “연준이 잘못된 수치를 분석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재미난 점을 발견할 수 있죠. 인플레이션 경고를 한 매체가 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비즈니스란 점인데요. 이미 이번 빅컷이 정치적 영향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 대선이 불과 50여일 밖에 남지 않았잖아요. 경제가 이번 대선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아무래도 이번 빅컷은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트럼프는 금리를 내리면 파월 의장을 자르겠다고 협박까지 했었고요,
그래서인가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임무는 미국 국민을 대신해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특정 정치인, 특정 대의, 특정 이슈 등 그 어떤 것을 위해서도 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해리스의 지지율 상승이 연준의원들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죠.
왜냐면 고용 때문에 빅컷을 했다는 파월의 설명이 너무나 궁색하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에서 “현재 노동시장 냉각 상황을 심각하다고 보는거냐, 어떤 지표를 보고 0.5% 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냐”는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파월 의장은 반복해서 “노동 시장은 좋은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업률이 최근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안정된 수준이라는 겁니다. 뭔가 이상하죠. 안정됐다면서 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나요?
이에 대해 파월은 “정리해고같은 심각한 상황이 나타나기 전, 노동시장이 강할 때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요.
따라서 이번 금리 인하가 오히려 해리스에게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0.5% 포인트 금리를 내리면 ‘연준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구나’는 의심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경기 침체 우려를 더 부추길 거라는 우려가 높다는 거죠.
이 때문일까요? 빅컷 발표 이후 상승세를 타던 뉴욕 증시가 장 마감 전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3대 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습니다. 장중 사상최고치를 찍었던 S&P500 지수와 다우지수도 0.29%, 0.25% 내렸고 나스닥도 0.31% 빠졌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전에 빠지던 미 국채 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빅컷이 연준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며 필요할 경우 적절하다”면서 “우리는 더 빠르게 가거나 느리게 갈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인데요. 미 연준이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에서 추가로 0.25% 포인트 씩 금리를 내릴 것이란 월가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는 올해 말 금리 수준 4.4%로 제시했습니다. 점도표 대로라면 11월과 12월 두 차례 회의 때 각각 0.25%포인트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내년 중에는 총 1%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측되고요.
하지만 점도표 대로 낮춘다고 해도 내년에도 기준금리는 3%대를 훌쩍 넘습니다. 과거 제로금리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고금리죠. 특히 장기적으로도 2%를 넘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요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오늘 빅컷이 다시 물가를 자극할지도 모르는데요. 그렇게 되면 미 대선이 이후 금리를 다시 올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시장이 빅컷을 했는데도 환호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금리죠. 다행스럽게도 미국과의 금리차는 1.5%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금리를 내려야한다는 압박이 많은데요. 특히 용산에서 대놓고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죠.
게다가 유럽,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물론 사우디,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도 잇따라 금리를 내렸는데 우리도 내려야 한다는 논리죠. 하지만 우리 경제 현실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할까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에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8월보다 둔화세를 보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감소 폭이 겨우 15%.
이달 9일까지 하루 평균 3405억원 주담대가 풀려 7월(3861억원), 6월(3617억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서울 등 수도권에 무려 70%가 넘는 주담대가 쏠리는 현상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등의 압박에 굴복해 금리를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또 한가지. 앞서 미국이 빅컷을 했다는 것은 경기침체 우려가 높다는 것인데요. 이건 우리나라에서 어떤 영향을 줄까요? 올 상반기 8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대미수출이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트럼프는 물론 해리스도 관세 장벽을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내수가 죽을 쒀도 버텨줬던 수출마저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는 말인데요. 이에 대한 대책은 용산에서 세우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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