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네이버는 다 계획이 있구나!”···소버린AI·로봇 산업에서 각광 본문
애청자 여러분들은 ‘소버린’이란 뜻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주권자, 주권이란 뜻이죠. 최근 IT와 문화업계에 이런 뜻을 지닌 소버린이 회자되고 있다는데요. 소버린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라인야후 강탈 사태와도 관련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최근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5월 'AI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세션에 참석해 거의 5년 만에 대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지난달 25일에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대외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 모습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죠. 일본의 라인야후 강탈사태에 이해진 대표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경불진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잖아요. 구체적으로 이런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지만 대외활동을 늘린다는 것은 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 정부가 미온적이라 대응을 못하지만 네이버 나름의 대응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거죠.
특히 이런 대외활동에 대한 네이버의 설명도 주목할만 합니다. 이해진 창업자의 최고 관심사가 바로 소버린 AI라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소버린 AI, 즉 AI 주권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바로 라인야후 사태 때문 아닐까요?
그런데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 소버린 AI를 강조했습니다. 당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미국 기업에서 만든 생성형 AI는 압도적으로 언어, 문화 등 그 지역의 데이터를 많이 학습한다. 무서운 것은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며) AI가 국가 정체성을 없애는 것”이라며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힘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챗GPT에 종속되지 않는 AI주권이 필요하는 이야기죠. 이어 이해진 창업자도 지난 5월 AI 정상회의에서는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는 조지 오웰 소설 ‘1984’의 구절을 인용하며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과거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들이 보여지고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AI를 통한 빅 브러더(개인의 정보를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등장의 위험성을 경고했죠.
https://youtu.be/b78zyfBMcj0?si=2HMFKsruGMDM9WUa
이런 맥락에서 지난 2월 두바이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의 말이 회자됩니다.
“모든 나라는 자신들만의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권 AI(Sovereign AI)'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유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해진과 젠슨 황이 만났으니 의미가 없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하실 것입니다. “챗GPT가 있는데 그냥 그거 쓰면 안될까?”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챗GPT에 접속한 뒤 지도에 한반도 동쪽 바다를 표시하고 이름이 뭐냐고 영어로 물어보세요. 그럼 대답이 뭐라고 나올까요?
대답은 ‘sea of japan’
말도 안되죠. 그래서 다시 ‘east sea’, ‘동해’가 아니냐고 묻자 일반적으로 ‘sea of japan’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동해’라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역사 관련 질문도 황당한 것이 많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네이버의 하정우 AI 퓨처 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생성 AI의 어떤 특성이나 능력치는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프리 트레이닝 과정에서 배합을 하느냐, 그리고 그 이후에 추가적인 학습 소위 말하는 파인튜닝이라고 얘기를 하죠. 이런 어떤 데이터들을 가지고 파인 튜닝을 하느냐에 따라서 성격이 많이 결정이 됩니다. 특히 전반적인 지식에 대한 이해도는 프리 트레이닝에서 충분히 많은 데이터가 확보가 되어 있어야 이해도가 높아지는 부분인데요. 실리콘밸리 빅테크가 만드는 생성 AI들은 대부분 미국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인터넷 데이터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https://youtu.be/eeptOEbPIJo?si=krodXiA3VLYxoSeh
즉 오픈 AI가 만든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의 90%가 영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데이터의 상당수가 일본 등에 의해 왜곡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답변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즉 교과서 원문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를 학습한 챗GPT도 엉뚱한 대답을 한다는 거죠. 이런 점에서 해외 홍보에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오래전부터 외국 교과서에 많은 지원을 해왔던 일본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따라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소버린AI입니다.
중앙일간지, 전국 방송이 인기가 있고 편하지만 대부분의 뉴스가 수도권 중심이잖아요. 예를들어 장마전선도 수도권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장마가 소강상태라고 합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아직도 비가 내리는데도 말이죠. 따라서 지역의 뉴스를 전문적으로 전하는 지역뉴스와 방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소버린AI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챗GPT가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각 나라와 문화의 모든 것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는 없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지역뉴스나 방송처럼 해당 지역에 특화된 AI가 존재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이해진 대표와 젠슨 황의 만남은 의미가 매우 클 수 밖에 없죠.
실제로 미래산업 전문가인 최재붕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부총장은 신간 'AI 사피언스'(썸앤파커스)에서 "최근 데이터 주권에 이어 'AI 주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러고 보면 우리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고유의 국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고유의 플랫폼이 없다면 AI가 없고, AI가 없다면 미래도 암울하다"며 토종 플랫폼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라인야후 강탈 사태를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경불진에서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라인야후는 최근 정보 유출 문제로 일본 정부에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검토하라는 황당한 행정지도를 받고 일본 총무성에 네이버 클라우드와 시스템 분리 조치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잖아요. 마치 공산주의 국가처럼 정부가 나서서 지분을 정리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일본 정부가 버젓이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분 정리란 표현은 하지 않았다고 쉴드를 치고 있긴 하지만요.
https://youtu.be/BH1Tjg9IBQI?si=tN32poHXUgv7TIlq
일개 기업의 문제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라인야후 강탈은 소버린AI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일본에서 라인이 자리를 잡게 된 계기는 2011년 동일본 지진 때.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통신 채널이 마비되자 네이버는 재난 상황에서도 연락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1년 6월, 라인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결국 당시 일본 내 포털시장 1위였던 야후재팬과 라인이 통합 발표를 하면서 지금의 ‘라인야후’가 탄생했죠.
한국의 네이버가 개발해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경영하고 있는 라인은 일본 국민 1억 2000만 명 중 1억 명 가까이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입니다. 일본 정부가 ‘정부를 위한 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라인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연관돼 있죠. 라인이 없다면 일본의 행정이 마비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게다가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워낙 많은 일본인들이 라인을 쓰다 보니 당연히 자기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일본 지인에게 라인을 한국 네이버가 만들었다고 하면 믿지 않을 정도입니다. 갈라파고스처럼 일본이 만든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왔던 일본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일본 정부와 우익에서는 라인야후가 한국산이란 사실이 매우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것입니다. 한때 전세계 반도체와 가전시장을 점령했던 일본에서 한국산이 활개를 친다니 화가 난다는 거죠.
참고로 요즘 뉴진스 하니가 부른 ‘푸른산호초’가 국내에서도 매우 화제죠. 일본이 가장 잘나가던 1980년대 인기곡을 되살려내 일본 아재들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가도 있고요. 일본 주요신문의 1면을 장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아 한류 바람이 다시 불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는 알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이렇게 열광하는 일본 국민들 중에서 뉴진스가 한국출신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푸른산호초를 부른 하니는 베트남계호주인이지만 뉴진스는 분명 한국 걸그룹이잖아요. 제가 아는 일본 지인에게 물어보니 일본 가수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일본어로 인사하고 일본어 가사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한국출신 걸그룹이란 사실을 모르는 일본인이 대다수라는 거죠. 라인을 일본산으로 착각했던 것처럼 말이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라인이 한국산이란 사실에 자존심을 구긴 일본 정부와 우익이 건수를 잡아 강탈하기로 했는데 바로 지난해 11월, 일본 라인 사용자의 개인정보 유출이 좋은 먹잇감이었죠. 그래서 이들은 라인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바로 소버린AI를 추구한 셈이죠.
https://youtu.be/b78zyfBMcj0?si=2HMFKsruGMDM9WUa
문제는 일본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과거 2차대전 당시 태평양 지역을 휩쓸었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듯한데요. 바로 라인을 앞세워 동남아, 타이완의 2억 명 사용자의 데이터까지 섭렵하겠다는 것이죠.
다행히 일본의 이런 망상에 금이 가는 듯합니다. 일본 정부가 갑자기 유화적인 자세로 바꿨는데요. 지난 1일 라인야후가 제출한 개선 계획을 정리한 보고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의 외교 문제를 상당 부분 의식한 결과로 보여진다는 분석을 제시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듯 합니다. 라인야후 사태의 원인이 된 네이버클라우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본의 보안 기업 탓으로 드러난데다 소프트뱅크 기술력이 생각만큼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단 네이버 본사 내 플레이스 조직(전 글레이스)이 라인야후와 협력해 일본에서 수행하던 지도앱 내 플레이스 고도화 사업이 이미 지난 5월 이후 중단됐죠. 네이버가 손을 떼자 아예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라인페이'를 갑자기 중단했고요. 라인야후 강탈 이후 네이버가 손을 떼기 시작하면서 라인의 여러 서비스가 비꺽거리고 있다는 거죠.
지난번 방송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라인야후 강탈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에 여행가는 분들이 라인을 쓰다 오류를 발견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그래야 네이버와의 결별이 어떤 사태를 불러오는지를 똑똑히 알려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소버린AI가 IT업계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국의 고유 데이터를 지킬 수 있어야 데이터 주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국 플랫폼, 토종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죠. 그래야 동해나 독도 등 우리의 고유 영토도 지킬 수 있습니다. 챗GPT에 물었을 때 ‘일본해’나 ‘다케시마’란 말이 나오면 안되잖아요.
이런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적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가 전 세계 로봇 산업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중 하나로 네이버를 꼽았는데요.
이 리포트는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 테슬라의 로봇기술과 관련한 리포트였는데, 로봇기술을 뒷받침하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여럿 포함됐지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 분야에선 국내외를 통틀어 네이버만 선정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개발 분야가 '인공지능(AI) 인접(AI-adjacent)' 분야이며, 로보틱스 분야 자본 형성 및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의 직접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분야라고 소개했는데요. 테슬라 등 다양한 산업의 주요 대기업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2040년에는 10억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작동할 것이란 게 모건스탠리의 예상입니다. 여기에 네이버가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죠.
그런데 갑자기 네이버가 로봇이라니 놀라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네이버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검색창에 갇혀있었는 줄 알았던 네이버가 이미 2017년 3차원 실내지도 제작로봇 ‘M1’을 공개한데 이어 2019년에는 4족보행 로봇은 물론 브레인리스(내장 컴퓨터가 없는) 로봇, 실내 스캔로봇, 자율주행 로봇 등을 잇따라 선보인바 있습니다. 특히 ‘미니치타’는 치타를 모티브로 한 로봇인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으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단순 주행뿐 아니라 뛰기, 공중제비와 같은 과격한 운동도 소화해 화제를 모으기고 했었고요.
특히 2019년 CES에서는 첫 출전한 네이버가 로봇으로 대박을 터뜨렸는데요. 세계 최초로 5G 브레인리스 로봇 제어에 성공한 엠비덱스(AMBIDEX)와 실내 자율주행 가이드 로봇 어라운드지(AROUND G) 등으로 CES를 찾은 많은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런 노력이 이번 모건스탠리 평가에 반영된 것이죠. 이런 로봇을 더욱 정교하게 하기 위한 AI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요. 그런데 하이퍼클로바X 같은 언어모델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바로 포털 네이버와 메신저 라인이 이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소버린AI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없으면 안되겠죠. 은둔의 경영자에서 벗어난 이해진 창업자가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 국민들도 더욱 열정을 발휘해 소중한 우리의 소버린AI를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요?
https://youtu.be/9GX9TZIHYAA?si=2uNyOoOiRX9vmy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