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 본문
'정’이란 이름을 빙자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었을까요?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2015년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조선 초기만 해도 김영란법 못지않는 부정부패방지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려가 망한 가장 큰 이유로 부정부패를 꼽았기 때문에 가혹하리만큼 엄하게 다스렸습니다. 어느 정도 엄격했냐고 하면 뇌물죄에 해당하는 장오죄(장물 장(贓) 더러울 오(汚))를 역모 다음의 중죄로 쳤다고 합니다. 뇌물액이 1관(약 70만원)이면 장 70대로 처벌했습니다. 40관이면 장 100대에 노역형 3년, 80관 이상이면 교수형에 처했다는 군요. 현재가치로 6000만원 정도 뇌물을 챙겼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억대 뇌물이 난무하는 요즘과 같으면 매일 교수형 뉴스가 쏟아질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처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역모 다음의 중죄이니 그럴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조선은 부패 관리들을 처벌하고 그 명단을 ‘장오인녹안(贓汚人錄案)’에 따로 적어서 따로 관리했는데 여기에 한번 등재되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손들까지도 벼슬길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위도 포함됐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저지른 집안은 말 그야말로 패가망신을 당하게 되는 셈이죠.
실제로 중종 25년(1530) 국가 제사를 관장하는 봉상시 봉사 이수함이 제사에 쓰는 장(醬)을 자기 집에서 사사롭게 썼을 뿐만 아니라 관청 소유의 여종에게 자기 집 길쌈을 시키고 대가로 주었다가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간장 몇 종지 때문에 자신과 후손들의 인생길이 망가진 것이죠.
이렇게 엄격하게 부정부패를 다스렸기 때문에 조선 초기는 200년 넘게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조선 중기로 접어들면서 법의 엄격함은 무너졌고 임진왜란 등을 겪으면서 부정부패는 만연하게 됩니다. 나라가 망한 이유도 고려와 다름없죠.
놀랍지 않습니까. 청탁·접대·촌지가 과거부터 내려온 우리 문화의 일부로 생각했는데 조선 전기 만해도 이를 삼족을 멸한다는 역모죄 다음으로 다스렸다는 사실 말이죠. 이 정도면 적어도 정을 빙자한 부정부패가 우리 역사에 뿌리깊은 미풍양속이라고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보수언론과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듯이 김영란법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이는 오히려 우리 경제가 그동안 뇌물과 향응 등 부정한 청탁을 통해 유지되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2015년 한국 국가청렴도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라는 사실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미국·영국·싱가포르에서도 부정부패 방지법으로 경제가 침체됐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20년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마저도 불황의 원인으로 부정부패 방지법을 지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이거나와 세계 역사를 다 뒤져봐도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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