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일본 ‘네이버 지우기’ 공식화···‘라인 강탈’ 막을 3가지 묘책은? 본문
애청자 여러분들은 컴퓨터 문서작업에 어떤 SW 쓰시나요?
아마도 아래아한글을 쓰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젊은층에선 MS워드 사용자가 더 많다고는 하지만요. 그래도 신기하죠.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MS워드가 절대적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토종 SW인 아래아한글이 굳건하잖아요.
그런데 자칫 아래아한글이 사라질뻔 했던 사실 기억나시나요?
대부분 기억이 가물가물하실텐데요. 시계를 1998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외환위기로 온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었죠. 생전 처음 들어보는 구조조정이 일상화됐고 여기저기 공장, 기업, 가계 등이 문 닫는 소리가 요란했죠. 이 중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워드프로세스인 ‘아래아한글’. 당시에도 MS의 워드가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아래아 한글’은 한국산 토종의 자존심이었죠. 1989년 ‘한국의 빌게이츠’로 불리던 이찬진에 의해 탄생한 후 국내 워드 시장의 절대 강자였습니다. 점유율이 80%에 육박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MS워드가 장악하지 못한 시장으로 전세계에 놀라움을 주기도 했죠.
하지만 외환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졌고 1998년 결국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개발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미국 MS에 백기 들고 투항한 셈이죠. 왜 이런 표현까지 했냐면 더 이상 아래아 한글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MS에게서 2000만달러 투자받는 것을 검토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발칵 뒤집혔습니다. 토종SW의 자존심을 미국에 팔아버리는 것은 안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일어난 것이죠. 한글을 영어에 빼앗길 수 없다는 ‘민족감정’도 폭발했고요. 그러자 당시 유행했던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 이용자들이 나서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공짜로 복제품을 쓰는 관행을 없애고 아래아한글 정품을 돈내고 사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죠. 결국 매각 계획은 철회됐고 아래아한글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벤처판 금 모으기 운동’으로 역사에 남은 것이죠. 덕분에 아직도 아래아한글로 문서작업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갑자기 추억을 되살린 이유가 있습니다. 또다시 우리국민들이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처럼 ‘라인야후 지키기 운동’을 벌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9일자 ‘한국산 ‘라인’ 강탈에 나선 소뱅···뒷배는 일본 정부만이 아니다?‘에서 살펴봤던 라인강탈 사태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태의 원인과 전개 과정은 지난 방송에서 살펴봤으니 패스하고요.
우리정부는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나 라인야후 사태 등 쟁점을 논의했기 때문에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해왔거든요.
특히 윤 대통령은 당시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일본을 한껏 변호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지분을 내놓으라는 것은 아니다고 발뺌해 왔고요.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요구한 자본관계 재검토는 지분 매각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걱정했던 것인데요.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 야후가 한국과 헤어질 결심을 앞당겼습니다. 1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른바 ‘탈 네이버’ 방침을 재확인했는데요. 특히 회계연도 2026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던 네이버와의 시스템 분리를 회계연도 2024년 안에 끝내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네이버와의 모든 위탁관계를 종료하기로 하고 다음 달 관련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로 통합하기로 하는 등 이미 네이버 영향력 축소에 나섰습니다. 또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를 이사회에서 제외하고 이사회 전원을 일본인으로 채웠습니다.
https://youtu.be/hmfsV33LALw?si=uAXqbPNnos9yfKxB
우리 정부는 아니라고 했지만 라인 야후의 일방적인 ‘강탈’ 움직임은 계속 진행돼 왔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었던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한국 서버에 있던 일본인 이용자 데이터의 이전을 진행 중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에 의존했던 서비스를 중단하고 자체 서비스로 돌리려하고 있는데요. 재미난 일도 벌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일본의 라인 강탈을 막을 힌트가 보이는데요.
일단 네이버 본사 내 플레이스 조직(전 글레이스)이 라인야후와 협력해 일본에서 수행하던 지도앱 내 플레이스 고도화 사업이 이미 지난 5월 이후 중단됐다고 합니다.
일본에 여행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 내에서 구글맵 등을 쓰다보면 좀 불편합니다. 웬만한 곳의 정보는 다 제공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업체 정보나 명소 정보가 표기되지 않는 곳이 많거든요. 바로 플레이스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인데요. 이를 보안하는 작업을 네이버가 해왔는데 이것마저 중단했다는 거죠. 중요한 지리 정보이니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플레이스 서비스를 아예 포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등이 플레이스 서비스를 운영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죠.
또 지난 13일 일본 라인야후가 4400만 명이 쓰고 있는 '라인페이'를 갑자기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4월 말까지 종료하는데, 잔액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 계열사인 야후의 '페이페이' 서비스로 이전해야 합니다.
라인야후는 라인과 야후의 경영 통합으로 중복 사업을 재편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오전, 금융결제솔루션 회사이자 라인야후의 핵심 제휴사인 오키전기공업이 ‘라인페이 간단 송금 서비스’란 신상품을 개발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금융기관이 여러 개인에게 돈을 보낼 때 계좌 없이 라인 계정으로 간단히 송금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름이 라인페이죠. 라인페이 종료 계획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해 벌어진 헤프닝이라고 합니다.
https://youtu.be/y7Fwj2GaN10?si=JjztFWzVElGhD3kI
따라서 라인야후의 네이버 강탈계획대로라면 오키전기공업의 라인페이 간단 송금 서비스는 열 달 뒤 못 쓰게 됩니다. 겨우 10달 쓰려고 이런 서비스를 개발했을 리 없잖아요. 오키전기공업 관계자는 “특별히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라인야후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보면 라인야후의 네이버 강탈에 얼마나 급박하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지 않나요? 소프트뱅크가 일본 정부에 입김을 넣어 간을 보려고 했는데 뜻밖에 한국정부가 호응해주니 강탈을 서두른 게 아니냐는 거죠. 자칫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강탈이 무효화될 수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해치우려 하다보니 핵심 제휴사에 서비스 종료를 통보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따라서 네이버의 기술로 성장해온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결별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오류와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 뻔합니다. 이는 라인을 이용하는 많은 일본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또 한가지. 라인은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이 이용할 정도로 세계적인 앱이지만 우리나라 이용자는 많지 않았죠. 하지만 최근 라인 강탈 사태가 알려지면서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라인 내려받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매주 평균 6만8천명 이상이 라인 앱을 다운로드하며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신규 설치 건수를 추월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아래아 한글 살리기 운동’처럼 말이죠.
한국 기업이 만든 가장 성공한 글로벌 플랫폼인 라인,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네이버도, 이해진 의장도 정신차리고 라인야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야 해야할 일이 크게 세가지가 있는데요.
- 첫째, 일본 여행 가실 때 라인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면 바로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네이버 기술 지원없이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거죠.
- 둘째, 국내에서도 라인을 내려받고 자주 사용하고요.
- 셋째, 나아가 외국에도 이번 사태의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최근 역대급 엔저로 일본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이 많은데 자칫 라인야후처럼 황당한 이유로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외국기업이나 언론들에게도 경고해야 합니다. 외국 유력 언론들도 이번 사태를 제대로 전해야 일본의 라인야후 강탈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일본 편을 든다고 우리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요. 힘들지만 우리 국민들이라도 IMF때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처럼 ‘라인야후 살리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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