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불진 이피디의 경제공부방
서울 ‘똘똘한 한 채’는 걱정없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 말하는 진실은? 본문
지방소멸이라는 이야기는 다들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인구가 빠져나가고 그러면서 때어나는 아이는 더 줄고 그러자 학교는 폐교되고 그러니 더욱 인구가 줄고 그러자 기업이 떠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인데요. 얼마 전에는 ‘귀농·귀촌의 성지’로 불리면서 코미디언 전유성 씨 등 문화 예술계 인사들도 터를 잡았던 경북 청도군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유치원이 문닫고 초등학교도 폐교위기에 몰리면서 인구가 다시 줄고 있다는 데요.
하지만 이런 뉴스를 보면서도 대부분 이건 지방의 일이지 수도권과는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예부터 내려오던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란 말이 점점 강화되면서 젊은이들은 고향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잖아요. 이렇게 젊은이들이 몰리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또다시 서울 불패를 외치고 있죠. 다른 곳은 몰라도 수도권, 특히 서울은 젊은이들이 계속 몰리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요.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 ‘똘똘한 한 채’잖아요. 지방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인구가 계속 몰리는 수도권, 특히 서울이 있는 아파트는 끄떡없다는 거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얼마전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전망추계가 정말 충격적이었죠.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에 그쳤습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6.2%(3994명) 감소한 수준인데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분기 0.7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이 1분기에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중위 시나리오 기준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 통계를 언론들은 이렇게 전합니다.
‘서울 빼고 모조리 폭망’ 섬뜩한 경고…지방소멸 쇼크 집값도 덮쳤다‘(헤럴드경제)
근거는 있습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7개 행정구역 중 이동인구수가 늘어난 곳은 서울·인천·경기·세종·충청 등 대부분 수도권에 한정됐다는 거죠.
서울, 인천, 경기도가 각각 1132명, 9681명, 1만3152명 늘어나는 동안 부산은 2433명, 대구는 3031명, 광주는 2709명, 경남은 6277명이 줄어들었는데요. 부산·대구·경남 인구가 전부 경기도로 이사를 간 수준이라는 군요..
따라서 지금도 빽빽한 서울로 인구가 더욱 몰려들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지역별 경제력 격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는데요.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제조업이 2000년대 초반 붕괴하고, 수도권 주변으로 반도체 산업단지 등이 조성되면서 지방의 청년층 이탈이 극심해지고 있다는거죠. 교육이나 일자리, 의료, 문화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인구 집중의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런 분석은 아마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인구가 줄긴 하지만 그건 지방 이야기고 청년층이 몰려드는 서울은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왜냐면 언론들이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전하기 않길 때문입니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즉 똘똘한 한 채를 강조하기 위해 이에 반하는 통계는 대부분의 언론이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청 홈페이지에 가면 보도자료 코너에 앞서 언급했던 3월 및 1분기 인구동향 하루 전날 발표된 것이 있는데요. 바로 ‘장래인구추계 시도편:2022-2052년’.
제목대로 2022년부터 2052년까지 우리나라 각 시도의 인구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측한 자료인데요. 통계청은 2022년 인구총조사(등록센서스)를 기초로 최근까지의 시도별 인구변동요인(출생·사망·이동) 추이를 반영해서 미래 인구변동요인을 가정하고, 향후 30년(2022~2052년)간의 시도별 장래인구를 전망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이런 제목으로 보도했는데요.
- ‘인구쇼크 현실로…2052년 울산·경남, 생산인구 '반토막'’(한국경제)
- ‘30년 후 세종·경기 제외 15개 시도 총인구 감소…고령인구 2배’(뉴시스)
- ‘2052년 전남·경북 고령인구 50% 육박…10개 시도 1명이 1명 이상 부양’(뉴스1)
제목만 보면 여전히 지방소멸에 초점을 두고 있죠.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통계청 보도자료를 보면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2022년 서울, 부산, 대구 등 11개 시도에서 마이너스 인구성장, 2039년부터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보일 전망.’
이에 뭔소리일까요? 적어도 청년층이 몰려드는 서울 인구는 늘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년 전인 2022년부터 줄고 있다고 통계청이 분석한 것입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통계청은 2022년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서울은 2022년 자연증가율이 –0.13%. 자연증가율이란 출생아수에서 사망자수를 뺀 자연증가를 특정연도 인구로 나눈 비율을 뜻하잖아요. ‘출생률이 낮으니 감소할 수 있어 하지만 청년층이 서울로 몰려드니 전체 인구는 늘어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청 분석을 보면 인구성장율은 더 심각합니다. 2022년 이미 –0.91%. 자연증가율보다 7배 더 줄었습니다.
이유는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자연증가율이 –0.03%. -0.15%로 서울보다 살짝 높은 경기도와 인천의 인구성장율은 0.58%, 0.86%였거든요. 즉 몰려드는 청년층이 너무나 높은 집값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는 서울로 다니면서도 집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나 인천에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의 설명도 마찬가지입니다. 40대 이상의 인구가 서울에서 유출되고 있다고 분석하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에 비밀이 있다는 거죠. 20대 청년들은 학교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로 몰려들지만 퇴직 연령이 가까워지면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경기나 인천으로 빠져나간다는 거죠.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30년 후인 2052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서울의 자연증가율은 –0.13%에서 –0.8%로 30년 사이에 6배 넘게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경기는 –0.03%에서 –0.89%로 30배 가까이 폭락하고 인천은 –0.15%에서 –1.06%로 7배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래서 통계청이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준 인구성장률이 서울, 경기, 인천 모두 노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구성장률은 어떨까요? 그래도 청년층이 계속 수도권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괜찮을까요? 서울은 30년 사이에 ー0.91%에서 –0.98%로 그나마 선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0.58%에서 –0.73%, 인천은 0.86%에서 –0.74%로 인구 감소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https://youtu.be/y7Fwj2GaN10?si=UZ0VfTaOaKWnj3Fq
‘에이 겨우 0,9, 0.7% 줄어드는데 심각하니···’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통계청의 전망을 더 뜯어볼까요?
서울의 인구는 2022년 942만명에서 2052년 793만명, 30년 사이에 15.8%, 숫자로는 무려 149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149만명이면 올해 서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송파구가 65만명이거든요. 강서구가 56만, 강남구가 55만, 강남 3구 인구가 176만명인데 이보다 살짝 적은 인구가 30년 사이에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엄청나지 않나요?
그럼 경기나 인천은 어떨까요? 경기는 30년 사이에 0.9% 늘어나긴 합니다. 그래서 늘어나는 인구가 12만명. 인천은 –0.4%로 1만명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수도권 전체로 보면 30년 사이에 138만명의 인구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참고로 이런 인구감소는 지방이 더 심하긴 합니다. 부산은 30년 사이에 25.8%, 울산은 25.7%, 대구는 24.3%나 줄어들어 정말 소멸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요. 우리나라 전체인구도 10.5%나 줄어 2052년에는 4627만명으로 예측된다는 군요. 5000만 대한민국이란 용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거죠. 특히 지방만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특히 서울도 소멸위기라는 것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뜯어봤더니 어떠신가요?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수도권, 특히 서울의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똘똘한 한 채는 유효할 것이다’라는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의 이야기가 얼마나 허구였는지 알 수 있지 않나요?
살 사람이 없는데도 계속 가격이 올라가는 물건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이라도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이런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가격을 하향안정화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현정부는 말로는 연착륙이라고 하면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빚내서 집사라2’를 시전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일까요? 민주노동연구원가 웃픈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20대가 서울 아파트를 살려면 무려 86년4개월을 저축해야 한다는 군요. 100세가 넘어야 서울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니···. 오징어게임의 명대사처럼 ‘이러다 다 죽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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