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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 전망에 ‘공무도하가’를 거론한 이유는?

경불진 이피디 2023. 11. 22.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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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청자 여러분들은 증권사 리포트를 보시나요?

각 증권사 사이트는 물론 팍스넷이나 네이버에서도 보고서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보고서를 보다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라는 의견. 즉 매수만 있다는 거죠. 팔라는 의견은 찾아보기 매우 힘듭니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초부터 104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 13677(투자의견 미제시 리포트는 제외) 중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내건 리포트가 82.9%11336개에 달했습니다.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한 리포트는 5.1%(701). 매도 의견인 리포트는 단 11(0.1%)에 불과합니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매도 의견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은 국내 증권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첫 번째, 해당 기업과의 관계.

 

담당 기업과의 기업활동(IR) 관계를 중요시하는 증권사 특성상 일선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자칫 매도의견을 내놓으면 해당기업을 조사하거나 자료를 받기가 힘들어진다는 거죠. 탐방을 거부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애널리스트의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거죠.

 

두 번째. 열성 주주들의 항의.

 

매도의견을 냈다가는 해당 주식 주주들의 문자, 메일 폭탄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항의 전화도 쏟아지고요. 심지어는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근거없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죠. 실제로 에코프로의 경우 매도 의견을 냈던 애널리스트의 출근을 방해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해서 충격을 줬습니다. 이것만 봐도 현정부의 공매도 금지가 얼마나 시장을 교란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불법공매도가 아니라 공매도 전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예 매도 의견을 내지 말라는 거죠.

 

세 번째. 묻어가려는 경향.

 

매수 의견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매수 의견을 내는 것은 큰 위험이 없을 수 있습니다. 만일 틀리더라도 나만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혼자만 매도의견을 냈다가 틀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온갖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그냥 평균만 하자, 남들이 하는대로하자, 모난 돌이 정맞는다 등의 심리가 작동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너무나 비겁한 변명 아닌가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정확한 분석을 내놔야할 사람들이 비난 받을까 두려워 하다니···. 이런 애널리스트 조직은 아예 없는 것이 나을 것도 같습니다.

 

이런 비겁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매도의견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5~2010년 동안 투자의견 매수 비중은 연평균 79.3%. 그런데 202181.8%, 202282.7%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죠. 올해도 82.9%나 되고요. 매도 의견은 0.1%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도의견이 나오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클 수 밖에 없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고 하고요. 이해당사자들의 온갖 비난을 물리칠 탄탄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얼마 전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이 내놓은 ‘2024년 부동산 시장전망리포트가 눈길을 끕니다. 이 리포트는 교보증권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로그인조차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백 연구원이 문학에도 상당한 식견을 지닌 듯합니다. 왜냐면 리포트 제목을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라고 붙이셨거든요. 이게 뭔지 기억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달달 외웠던 공무도하가죠. 공무도하가는 고조선 시대에 지어진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시로 알려졌죠. 내용은 간단합니다.

 

공무도하(公無渡河)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공경도하(公竟渡河)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타하이사(墮河而死)
물에 빠져 죽었으니,

당내공하(當奈公何)
장차 임을 어이할꼬.

 

이중 뒤 두 구절을 제목으로 뽑은 것입니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치 임을 어이할꼬.

https://youtu.be/UfK0Xv5FWBI?si=8BSOSSaUz6QVr3Uz 

백 연구원이 왜 이렇게 말하고 있을까요? 백 연구원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이미 변곡점을 넘어섰다고 단언합니다. 장기적으로 현재 가격보다 30%, 최고점 대비해서는 반토막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그 근거가 뭘까요?

 

주택 가격 변동의 주요 변수로서 금리의 중요성이 시장에 점차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실제 금리의 가격 적용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대출이 종료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급매물이 늘며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죠.

 

특히 백 연구원이 주목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2030세대의 아파트 매매 비중이 높다는 점인데요,

 

주택 가격이 고점을 형성했던 시기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42%에 육박했잖아요. 이후 주택 가격이 급락했던 20221232%까지 축소됐으나, 올해 1.3 대책 이후 대출 규제 완화와 정책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40% 수준까지 급격히 증가했죠. 그런데 고금리가 지속되면 이자상환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가 가지고 있던 아파트 처분에 나서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따라 2023년 아파트 시장 가격은 정책 대출, 금리 인하 등 영향으로 연말 집값변동률은 플러스 마감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책대출 종료, 시장금리 상승, 입주물량 등 공급 증가의 복합 영향으로 올해 10월 이후 실거래가부터 다소 급격하게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거죠.

 

따라서 당장 내년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5%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백 연구원은 전망했습니다.

 

혹시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공급부족이 집값을 끌어올리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 백연구원은 현재는 공급부족이라 공급과잉이라고 강조합니다.

 

수도권 순공급은 2020년 초과공급 전환을 시작으로 2010~2023년 현재 누적 초과공급 66000세대로 추정된다는 거죠. 최근 갈아타기 구축주택의 매도난항 및 매도매물 증가, 전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미분양물량의 근본 원인이 초과공급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따라 집을 팔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미분양 물량도 여전히 많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내년 분양계획과 상관없이 초과공급 유지 시기는 적어도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죠.

https://youtu.be/YBDb2yO62vQ?si=ci669YTBf72XzoYk

혹시 강남은 여전히 강세 아닐까요?

 

이에 대해서도 백 연구원은 강남불패도 끝났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매매 매물 급증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거죠. 여기에 민간분양가 상한제 이전 멸실 이주수요 및 임대차 3법 이후 연쇄 전세 이주수요의 복귀 시점으로 최근 강남권의 전세매물 역시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주 예정에 잡히지 않는 후분양 물량 등 추가로 강남권 매매전세 시장의 초과공급 역시 25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백 연구원의 분석은 다른 기관의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5%를 기록하며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지난 10월 둘째 주 0.09%를 기록한 뒤 반등을 만들지 못하고 상승 폭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기존 주택 시장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 들어 열기를 띠던 청약 시장도 가라앉는 분위기인데요.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24.81로 전달(771)에 비해 3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여기에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11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8.8로 전달보다 18.9포인트 급락했습니다.

 

백연구원의 용기에 전문가들도 하나둘 동조하기 시작했습니다.

NH투자증권 역시 내년 건설업 전망 리포트를 통해 내년 부동산 매매 시장은 높은 대출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좀 약하긴 하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역시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내년도 주택 매매 가격이 2% 하락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나 연구원들은 매매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소폭에 그칠 거라는 다소 비겁한 주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가 규제 완화나 지역 개발 사업 등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키겠다는 뜬금없는 주장이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가져올 것이란 주장입니다.

https://youtu.be/YBDb2yO62vQ?si=ci669YTBf72XzoYk 

지금 집값 때문에 경제가 무너지고 애를 낳지 않아 나라가 망할 지경인데도 말이죠. 만일 현정부가 이렇게 한다면 전문가들이 나서서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시장은 이미 반응중입니다. 지난 3일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84아파트가 146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9월 이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가 168000만원에 팔렸는데, 두 달도 채 안 돼 2억원 넘게 하락한 것이죠.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이전보다 내린 아파트만 거래되고, 호가를 유지하는 매물엔 관심이 없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합니다.

 

지난주 MBC 스트레이트에서도 2의 저축은행 사태임박했나는 제목으로 부동산 문제를 다뤘던데요.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서울 강남 한복판인 청담동에 땅값만 41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상복합 개발사업이 위기에 몰렸다는 점인데요. 이 사업에 돈을 댔던 금융기관 한 곳이 대출 연장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짓기만 하면 초고가 분양도 어렵지 않았던 이곳마저 수익성이 없다며 돈을 뺐다는 거죠. 문제는 청담동이 이럴진대 다른 곳이 괜찮을까 하는 점이죠.

 

예전 방송에서도 여러차례 지적했듯이 현재 133조 원인 국내 PF 대출 가운데, 이자를 제대로 못 내는 사업장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이 내준 PF 대출의 연체율은 4.6%, 증권사 대출 자금은 연체율이 17%에 달합니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까지 대출 보증 규모를 25조 원으로 늘리며 PF 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이미 일각에선 대규모 PF 대출 부실이 발단이 됐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투자해서 손해를 보면 자신들 책임이잖아요. 만일 이렇게 투자해서 돈을 번다고 건설사들이 국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정부가 또다시 건설업을 살리겠다며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 망해야 마땅한 기업마저, 부실 경영에다 임원들이 고액 연봉을 과도하게 받는 그런 기업마저 좀비처럼 살아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계속 이런 식으로 돈을 투입할 생각인 듯 한데요. 문제는 그럴돈이 없다는 거죠. 나라살림 적자가 이미 7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래서 내년 R&D예산, 일자리·교육 예산을 죄다 깍아 버렸죠. 그런데 좀비기업 살리겠다고 우리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니···.

 

이 때문에 백 연구원이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라고 한 대상이 영끌족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현 정부 향해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치 임을 어이할꼬라고 한탄한 것 아닐까요?

https://youtu.be/V2rRpq8iI60?si=82ZZrwnVs6tCco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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